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56
삼국지 : 미완의 군주 55화
거나한 술자리에 승태의 말은 마치 그냥 우스운 소리에 불과한 듯 보였다. 승
태의 말에도 정위에 오를 서구의 즐거움이 중요한지, 많은 관리나 부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술시중을 하고 있었다.
서주목인 승태의 곁에 있을 때는 그저 엄숙한 채로 그를 은연중에 깔보던 부
민들의 모습이 참으로 가식적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승태는 자신의
소문이 많이 퍼졌다는 것을 알고 넘어갔다. 하지만 자신의 부를 이용하고, 자
신의 말은 그저 흘려들으며 무시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서구는 술을 좀 거나하게 마셨는지 얼굴이 붉게 변해서는 주변의 칭찬에 웃음
을 흘리며 자신의 허벅지를 연신 치고 있었다. 아마도 저 주변의 사람들의 말
과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은 듯싶었다.
승태는 짜증이 뒷머리를 탁 치고 올라왔다. 조조한테도 머릿속의 무엇인가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고 나서 시로써 대들었는데, 별것 아닌 이이들이 이러고
있으니 지금 당장 미친 척 하고 목을 쳐 버리는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승태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허리춤에 묶인 검으로 검집 채 바닥을
부수면서 크게 소리를 내었다.
무엇인가 부서진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술자리의 인물들이 승태를 바라보
았다. 서구는 붉은 얼굴로 승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서주목이 오셨군. 왜 그리 화가 나셨는가? 아, 자네를 빼고 술을 들이
켜서 그런가?”
“얼마 시간이 아니 되었는데도 술을 많이 드신 것 같습니다.”
“아, 여기 사람들이 권하기에 한 잔씩 마시다 보니 말이야. 그리 화내지 말고
여기 와서 앉으시게. 자, 술 한 잔 따라 보게.”
서구가 정신을 못 차리고 승태에게 술시중을 요구했다. 이에 승태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이 미친 인간이 선을 세게 밟네? 어차피 서주는 내 손에서 날아갈 거고 중앙
정치는 이미 포기했는데, 네가 그렇게 나오면 정위고 뭐고 화가 많이 나지 않
겠냐?’
승태의 몸이 날아가려는 순간, 진궁이 먼저 앞으로 나왔다. 곧바로 진등이 다
가와 승태를 잡으며 마치 그러시면 안 된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서구가 일어나려 하자, 진궁은 선언을 하듯 말했다.
“맹평(孟平)이어! 역적! 원술에게 상공을 제안받았으며 가장 신임을 받아 전
국옥새를 맡은 그대가 이리 뻔뻔하게 이리 호족들과 논의를 한다고 소문이 돌
면 어찌 될까!”
그러자 서구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일어나 진궁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진궁은 도리어 서구의 주변의 인물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광릉의 많은 가문이 여기서 스러질 수도 있겠구나!”
진궁의 말에 서구의 옆에 있던 이들이 살짝 발을 움직여 그에게서 물러났다.
서구는 자신을 잡아 주던 사람들이 사라지자 취기에 바닥을 넘어졌는데, 진궁
은 차분하게 걸음을 옮겨 그를 내려다보았다.
서구는 자신의 청렴한 삶을 부정당하는 것에 분하였는지 진궁에게 손가락질하
며 말했다.
“감히 배반자 놈이 내 삶을 평하느냐! 나는 십상시의 비리를 밝혀 일억 전
을······.”
진궁은 한심한 눈으로 서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중 팔천만 전이 사라졌으며 십상시와 반목하는 태수와 현령들이 비리라는
명목으로 죽었지. 그뿐이던가? 황건의 세력이 생각 보다 크자, 십상시와 거래
하여 여남으로 가지 않았나?”
“절대! 그런 일은 없다! 내가 그런 무지렁이들이 무엇이 두려워서 도망간단
말인가?”
“내가 연주에 앉아 있어 자네의 일을 모를 것으로 생각하는가? 삼천만 전로
여남 임지에 부임하였으며, 그 후 수도 혼란해지자 이천만 전을 더 보내어 동
해 인수를 받아 서주까지 오지 않았나?”
조조의 최측근이 되면서 진궁은 그로부터 수도의 실태를 듣게 되었는데, 수도
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진흙탕이었다. 노식이나 황보숭 같은 진짜 신하들과 달
리, 겉으로는 청렴하다고 알려진 이들이 뒤로는 십상시와 같이 일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진궁은 더럽다 못해 두려움을 느꼈다.
조조의 입에서 나온 이들은 대다수가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자들이었다. 그리
고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서구였다.
진궁의 무서운 눈을 바라보던 서구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진
궁이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서 연회를 즐기는 것은 좋으나, 역적 원술에게서 승리를 얻어 내고 전국
옥새를 조정에 다시 돌려놓기 위하여 조 서주께서 너무 많은 노고를 하고 있
소. 하니 많은 부민과 관리들께서는 부디 그 노고를 알아주셨으면 하오. 직접
보고도 그대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어찌하겠소?”
진궁의 화려한 언변에 부민들과 관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군거렸다. 진궁
이 그런 그들을 보며 말했다.
“부디 조서주와 휘하 장수들이 부족함 없이 잔당들을 몰아낼 수 있게 양초를
내준다면, 조서주께서는 그대들의 노고를 잊지 않을 겁니다. 과거 조 서주께
반기를 들고 역적의 손을 잡은 이들과 다르게 말입니다.”
진궁의 협박에 부민들과 각지의 관리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그 안
에 있던 인물 중 하나가 나서 말했다.
“해릉의 현리, 인사드리옵니다.”
진등이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말했다.
“역시 해릉의 현령이 나올 줄 알았지. 사는 것이 검박하고, 문무에 모두 능력
이 있는 인물이니, 서주목께서 잔당을 토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등은 자신의 휘하의 인물이 앞장서서 나오자, 기분이 좋은지 그를 소개하며
옆에 세웠다.
“여정공(定公, 여대의 자)입니다. 소인의 현은 그리 부유하지는 않지만, 불러
만 주신다면 나서 잔당을 토벌하겠습니다.”
승태는 여대를 바라보면서 반가운 마음 표하려 하는 순간, 서구의 옆에 있던
이들이 자신도 협력하겠다며 달려왔다. 승태는 그들을 쓰윽 쓸어 보면서 말했다.
“진 선생께서 저들을 상대하시지요. 아, 여 현령은 진 태수와 같이 갑시다.”
다른 이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승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진궁은 웃으며 그
런 이들에게 보란 듯이 붓과 죽간을 들어 올렸다.
“그럼 자네들의 성의를 한번 보도록 하지.”
승태는 진등과 여대와 함께 자리를 옮기면서 물었다.
“강남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진등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약간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그것이 좀 애매합니다. 손책은 앞에 나서지 않고, 주유가 앞에 나서 거의 모
든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손책이 죽었다는 말이 돌 정도입니다.”
그러나 승태는 그런 말들을 크게 믿지 않았다. 손책이 진짜 죽었다면 손권이
나 다른 손가의 인물이 앞에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손가는 더욱 침잠
하듯 가라앉아 있었고, 진우의 명을 받은 이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당숙이 손가를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의 세력이 더욱 크게 번성하니,
손가는 금세에 무너질 것입니다.”
태사자도 아직 단양을 전체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도적의 무리들이 과연
손가를 이겨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한 승태는 진등에게 말했다.
“손가의 인물들을 쉽게 보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 오군태수에게는
강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그러나 진등은 약간 어렵다는 듯이 승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집안의 어른이다 보니······.”
“그 일은 나중에 하비상과 이야기해 봅시다. 그건 그렇고··· 아, 우리가 너무
우리 이야기만 하여 미안합니다.”
승태의 말에 여대는 손을 내저었다. 딱 일에 찌든 회사원 같은 여대의 모습에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서주에 일이 많으니, 신경을 쓰실 일이 많겠습니다.”
여대는 마치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말을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예, 조 서주. 사실 광릉의 일이라는 것이 대다수가 수적에 관련된 일이었는
데, 작금에 전란이 깊어지자 어마어마한 수의 난민들부터··· 후우, 난민들이
뭉쳐 만들어진 도적들, 그리고··· 아, 오군태수분도 그렇고··· 일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사실 관리들이 정위께 붙어 어떻게든 중앙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입니다.”
승태는 여대의 말에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진등은 웃으며 말
했다.
“자세한 일은 뭐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지요.”
“그리합시다.”
여대는 자신의 많은 경험을 통해서 강동의 일들을 승태에게 말해 주었고, 어
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밤새 나누게 되었다.
이윽고 승태가 피곤함을 이유로 자리를 떠나자, 그 자리에 진등과 여대만 남
게 되었다. 진등은 업무 이야기가 끝나자, 조촐하게 술을 마시기 위해 술상을
내왔다. 진등은 여대에게 술잔을 받고 나서 여대에게도 술을 따라 주었다.
승태가 사라지자, 궁금한 점이 생겼는지 여대에게 조용하게 물었다. 진등은
여대의 나이가 더 많았기 때문에 완전히 하대하기보다는 약간 말을 높였다.
“조 서주께서 서주를 떠나게 되면 일어날 일들을 들으니 어떻습니까?”
“일이 더 늘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답니까?”
“더해야 할 생각이 있습니까? 솔직히 높은 직위에 올라 큰 권세를 누리는 것
도 아니고 그냥 일이 늘어나는 것인데 말입니다.”
여대의 말에 진등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일이 엄청 많아질 것입니다. 솔직히 조 서주의 행동에 많은 한민
(寒民, 가난한 백성)들이 혜택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이 이곳에 오는 순간 매
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사람이라는 게 편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데, 자신의 것이 사라지는 것에 분노가 치미는 법이니 말입니다.”
여대도 진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진 태수께서는 혹시 서주의 백성들이 조 서주를 따를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진등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아닐 겁니다. 조 서주가 이곳을 다스린 시간은 해 봐야 2년이 안 되
는 시간이었습니다. 뭐가 좋아졌다고 말하기 힘든 시간입니다. 그리고 지역을
옮길 정도의 사람들이면 부를 갖춘 사람들이니, 아마 절대 조 서주를 따르지
않을 겁니다.”
과거 부민들에 대한, 승태가 내새운 과격한 정책들을 생각하며 진등은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여대는 그 모습을 보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도 조 서주께서 행한 일은 다 서주의 부흥을 위해 한 일인데,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조 서주님과 같은 인물이 아니라면 더 끔찍한 일들이 서주에서 일어
날 수 있겠지요.”
“혹 서주 진가에서는 도와주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새로 부임할 주목의 도와 서주를 부흥시키는 것 말하는 것이라면, ‘글쎄’라
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버님은 이미 선택을 한 서주목을 돕겠지만, 아마 서주
진가는 서주에 대한 관심을 놓을 겁니다.”
“관심을 접는다니요?”
“아버님께서 조 사공을 굉장히 미워하셨지만, 천하를 위해 다른 선택지가 없
다고 하셨지. 그 후로 서주의 변고가 일어나는 것만 막으며 지내셨소. 그런데
어느 순간, 아버님의 생각이 바뀐 것 같았소. 무엇인가를 꿈꾸는 것처럼 보였
지.”
진등은 술을 입에 털어 넣고, 농담을 던지듯이 말했다.
“서주 진가의 제일 기재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은밀한 움직임이었으니 말
이오.”
여대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진등은 입술을 문지르며 물었다.
“아!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궁금해서 그런 것 같은데, 맞습니다. 쉬이 들
어서 안 되는 내용입니다. 서주 진가가 바라는 일이 들어 있는 농담을 그냥
던졌을 리 없으니 말입니다.”
여대는 차분하게 감정을 다스리며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진등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승태가 나간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 서주께서 현령의 말을 들으면서 하나 일러 주셨습니다.”
여대는 어수룩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승태를 떠올렸으나, 이러한 분위기와는
맞지 않아 괴리감을 너무나 크게 느꼈다.
“무슨 말입니까?”
“자네가 강을 넘어가게 하지 말라고 말이야.”
여대는 손을 떨면서 술잔을 내려놓았다. 안 그래도 더는 광릉에 현령을 하며
지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서주에서의 혼란뿐 아니라 양주에서도 혼란이 심각
해지자 현령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너무 커졌다.
그래서 여대는 강을 건너 손가에 투신해 현을 다스리는 현위 정도로 일하려
했다.
“하하하, 저 같은 놈이 무엇이라고 조 서주께서 당부를 하겠습니까?”
여대의 너스레에도 진등은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여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진등에게 물었다.
“제가 여기서 거절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진등은 그런 여대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떨 것 같습니까?”
“거절하면 죽을 것 같군요.”
“조 서주께서 자네가 강을 건너면 분명 손가에 투신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
다. 제가 아무렴 당숙과 교류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당숙을 도와드리지 못할
망정 일을 방해할 수 인물을 그냥 보내 주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강을 건너지 않겠습니다.”
진등은 이제야 얼굴이 풀어지면서 여대에게 술을 따라 건넸다.
“우리의 일에 합류한 것을 환영하네.”
“조 서주의 일입니까, 아니면 서주 진가의 일입니까?”
“우리 서주 진가는 조 서주께서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
네. 어차피 우리가 하는 일이 조 서주의 일이 되지 않겠는가?”
진등의 말에 여대는 더욱 무서운 감정을 느꼈다. 진등의 눈과 말에 광기가 약
간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이들이 광기를 부리면서 매달릴 정도인 조
서주가 궁금하기도 했다.
***
다음 날, 승태가 직접 전국옥새와 서구를 허도로 호위하기 위해 함진영과 상
산기병이 군을 준비하였다. 호위들이 준비하는 동안 합비는 진궁이 남아 관리
들을 복속시키고, 원술의 잔당을 처리하는 일을 맡았다.
승태가 말에 올라타자, 그의 뒤를 따라 고순, 조운, 사마의 등이 말에 올라탔
다. 장료가 그들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도 저들 사이에 끼고 싶을 정도로군.”
장료의 혼잣말에 진등이 살짝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냥 같이 가시지요?”
장료가 목을 긁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북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지금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나
저나 조 서주께서 얼굴이 안 좋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에 올라가면 분명
공을 인정해 줄 터인데.”
“어차피 서주목의 자리는 지키기 어려울 것 같은데, 별 같잖은 물건이 들어와
서 아기를 못 본다고 이야기하시더군요.”
“아! 하긴 첫째 애인데··· 그 감정이 남다를 터인데 말입니다.”
“으음··· 그것도 아닙니다.”
갑자기 이상한 말에 장료가 이상하게 바라보았지만, 진등은 차마 여혜에게 맞
은 자국을 보여 주며 울상을 짓던 승태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채 고개만 저
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