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59
삼국지 : 미완의 군주 58화
조운과 고순이 바라보았으나, 승태는 손을 내저었다.
“호위까진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두 분도 쉬어야 하지 않습니까? 계속 다그
치기만 하면 탈 납니다. 오늘은 쉬시지요.”
“하나······.”
“아닙니다. 그리고 두 분 중에 한 분이라도 호위로 쓴다고 하면 말이 나올지
도 모릅니다. 조 가좌에게 배운 격검도 꽤 숙달되어 도망갈 정도는 되니, 걱
정하지 마세요.”
그 말에 조운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운동신경이 좋은 데다 습득력까지 빨라 승태는 조운에게 더 격검을 배울 거리
가 없을 만큼 숙달이 된 상태였다. 거기에 조운도 주 무기가 격검이 아니라
최근 가르침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러다 보니 조운은 끙 소리를 낼
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때, 고순이 술을 모두 마시고 물었다.
“그건 좋습니다만, 창 도위는 어찌하실 겁니까?”
그 순간, 승태는 등에 땀이 흠뻑 젖는 느낌이 들어 손을 떨었다.
“창 도위가··· 벌써 왔습니까?”
고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양 주부와 대화할 때 주공을 찾았는데, 못 들으셨습니까?”
‘당연하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분명 원술군의 전리품을
정리하라고 시킨 게 언제인데, 벌써 온 거야? 분명 수일을 해도 불가능한 일
인데······.’
“찾았다! 여기 계셨구나!”
그때, 창희가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나타났다. 승태는 소름이 쫙 돋는 것
만 같았다. 언젠가 인터넷으로 본, ‘히얼스 쟈니∼’라는 BGM이 무척이나 인상
깊은 게시물이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지금 창희의 모습은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
“주공께 예를 올립니다.”
승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창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위, 제가 시킨 일은 다 하셨습니까?”
“굳이 제가 할 필요가 없어 사람만 모아 두고 바로 올라왔습니다.”
승태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창 도위가 분명 그 물건들은 모조품들이 많아 분류를 다 해 봐야 할 것 같다
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그런데 이렇게 오시면 어찌합니까?”
“제가 받을 하사품으로 자주 거래하는 상인들 불렀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창희를 승태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자들이 빼돌리기라도 하면······.”
“죽는 거죠. 제가 끝까지 찾아가서 상단의 모든 사람의 씨를 말리는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감히 주공의 물건에 손을 대는 놈들이라니! 제가 돈을 적게
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도 그것을 아는 이들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동생들이 감시할 거기도 하고 말입니다.”
고순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일어나 창희에게 물었다.
“주공께서 상서령의 자택에 가서 누군가를 뵐 것이다. 혼자 가시겠다 하는데,
어찌 생각하느냐?”
그러자 창희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 안 됩니다. 절대요. 황궁이 어떤 곳인지 이 산에서만 살던 놈도 다 아
는 바입니다. 잠깐 생각 한번 잘못하면 목이 베이는 곳인데, 주공 홀로 보낸
다니요! 제아무리 그 왕자··· 그 뭐냐? 왕좌지? 하여튼 그런 분이라도 안 됩
니다.”
“상서령은 그럴 분은 아닙니다. 그리고 허도의 치안이 그리 나쁘지는······.”
그러자 창희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암살자 놈들이 어디 치안 보고 암살한답니까? 안 됩니다. 절대 제가 옆에 딱
달라붙어 있을 것이니, 절대 허튼 생각 마십쇼.”
승태는 머리가 아파져서 이마를 짚었다.
“후우, 그래요. 그리합시다. 하지만 상서령께서는 저보다 훨씬 높은 분이니,
절대 이상한 말이나··· 아니, 그냥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협이
없으면 무조건 내 말에 따르고요.”
그 말에 창희는 마치 실로 입을 꿰매는 듯한 행동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양수가 알려 준 내용을 사마의에게 전달해야 하긴 해야 하는데······.’
“잠깐 중달과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창 도위는 상서령의 저택에 갈 준비를
좀 해 주세요.”
창희가 마치 뭔가를 빼앗긴 듯한 표정으로 사마의를 바라보자, 승태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지금도 이리 말을 안 들이시는데 어찌합니까?”
창희는 바로 웃음을 짓고 손을 세차게 휘저으며 사라졌다. 승태와 사마의는
고순과 조운을 향해 예를 표하고 그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조운이
고순에게 물었다.
“괜찮겠지요?”
“주공의 마음과 정신은 안 괜찮을 것이네. 창 도위가 충심은 좋은데, 좀 뭐가
빠져 있는 상태이니.”
“그래도 선은 넘지 않는 사람 같던데······.”
고순은 그런 조운과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공의 어여쁨을 받는 인물 아닌가? 자네나 나를 상대로 선을 넘으면 미움
받을까 무서운 것이지. 광릉태수가 주공에게 한 행동을 기억하는가? 그 모습
을 보고 창 도위가 대뜸 뭐 하는 놈이냐고 물었다던데, 그 성질이 어디 가겠
는가?”
담담한 고순과 다르게 조운은 걱정되는 눈으로 마부를 찾는 창희를 바라보았다.
***
사마의와 함께 하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나온 승태는 사마의에게 물었다.
“자네, 부공과 연락은 하고 지내는가?”
“요즘 뜸하긴 했지만, 사마부에서 부공의 말씀은 법과 같은지라 자주 하였습
니다.”
“요즘은 뜸했다라······.”
“양 주부가 어떤 말을 전했습니까?”
“사마가문과 양 주부의 가문이 친하다고 말하였지. 또한 좋지 않은 일과 함께
전했고.”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양 주부와 저희 팔달과 친분이 깊지는 않지만, 전일 부공께선 양 태위를 이
야기할 때 동고동락을 오래 한 전우나 다름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마의에게 물었다.
“폐하께서 조 사공을 죽이고자 하는 것 같네.”
사마의는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았고, 승태는 양수의 말을 전했다. 사마의는
손을 부르르 떨었고, 그런 그를 향해 승태는 말했다.
“마음 단단히 먹게. 부공을 지키려면 잘 생각해야 하네.”
너무 빨리 움직인다면 사마방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록
되지 않은 어둠 속의 역사는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기에 원래 역사에서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연관되었다 해도, 조조가 모두를 죽이지는 못했겠지.’
조조라도 원소가 앞에 있는데 세력이 큰 가문을 적으로 만들기는 힘들었을 것
이다. 그렇다는 것은 약한 가문을 피바다로 만들어 거대한 가문의 힘이 있는
이들을 무릎을 꿇리는 데 이용했을 것이 뻔히 보였다.
“조 사공께서도 거대 가문 모두와 싸움을 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니, 부공께
자중하라고 전할 수밖에 없겠군.”
승태의 말에 사마의도 냉정함을 되찾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홍농의 양가와 온의 사마가가 참가했다면, 그 세력이 상상치 못할 정도일 것
입니다. 혹여 조 사공께서 진짜 당한다면······.”
그러나 승태는 고개를 내저었다.
“각 가문이 손을 잡았다고 한들 움직이는 이들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네. 그리
고 황제 폐하께서 직접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네.”
황제가 마지막 보루인 양 자신이 아닌 동승을 시켜 움직이는 것부터 잘못이었다.
‘황제가 움직이지 않으니 명분이 미약하고, 큰 가문들도 자신이 없어 움직이
지 못하니 조조가 이길 수밖에.’
“하면 조 사공께 알려야 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아니네. 차라리 지금은 먼저 움직이게 되면 의심만 받을 것이니, 차라리 조
사공께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 직접 뵙고 넌지시 알리는 것이 나을
것이네.”
사마의는 승태의 말에 예를 표하고 물러났고, 승태는 혼자 남아 한숨을 내뱉
었다.
‘의대조 사건과는 어떻게서든 떨어지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
다. 진짜 이러다가 조조와 적으로 대면하게 되는 거 아니려나··· 아니, 그냥
쉽게 조조가 죽은 뒤에 군사만 몰아서 사마의마냥 조식을 왕으로 세우고 물러
나도 되는데. 응?’
그때, 밖에서 창희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모든 준비가 마무
리되어 승태와 사마의를 찾기 위함이 틀림없었다. 이에 승태는 의복을 한 번
털고 나서 순욱의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섰다.
***
순욱의 집에 도착한 승태는 다시금 하인의 무례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내실
까지 들어갔다.
“주인님께서 부르실 것이니, 잠시 기다리시지요.”
그때, 창희가 발끈하며 나서려 했다. 이를 막고자 승태가 손을 뻗었고, 창희
는 바로 그 자리에 멈추었다. 하인은 이상한 눈으로 창희를 바라보다가 이내
승태의 웃음을 보고 다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승태는 창희에게 인상을
찌푸렸다.
“제가 가만히 있으라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감히 하인 주제에 주공을 낮게 보지 않습니까!”
“낮게 보다니요?”
“저저, 하인이 감히 기다리라 하지 않습니까! 별채로 안내해도 모자를 판에.”
승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냥 가만히 계세요. 상서령께서는 허도에서 저를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승태는 이 정도로 넘어갈 수만 있다면 대충 이 정도로 둘러대려 했으나, 창희
는 이곳을 스윽 둘러보며 말했다.
“주공의 집안에서 본 하인들과 꽤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승태는 뜨끔하며 창희에게 말했다.
“그럴 리가요.”
창희는 눈을 흘기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하인이 나와 예를 차리고
말했다.
“주인님께서 별채로 안내하라 하셨습니다.”
별채에 다다른 승태는 이상한 동작을 하는 한 노인을 볼 수 있었다. 승태는
빤히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옆에 순욱 또한 서서 그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이에 곧바로 예를 취했고, 순욱은 승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게 화타의 오금희인가?’
체조가 끝나자, 화타가 숨을 크게 내뱉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승태에게
예를 표하였다.
“의학의 선구자를 보게 되어 정말 기쁘오. 화원화(元化, 화타의 자), 조 서주
께 예를 표하오.”
승태도 화타의 예에 답하며 예를 표하였다.
***
승태가 순욱의 저택에 화타를 만나는 그때, 조조는 이통의 도움을 받고 장수
의 추격에 벗어나 여남의 낭릉에 주둔하게 되었다.
조조는 허도에서 올라온 죽간들을 우르르 쓸어내리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장수의 모사는 누구이기에 나를 이렇게 몰아세운단 말인가! 조
카는 역적 원술을 쓰러트리고 잔당들을 처리하는데, 이 조맹덕이 유표와 장수
하나를 정리 못 한단 말인가!”
곽가는 바닥에 떨어져 흐트러진 죽간들을 주워 담아 다시 올리며 말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유표가 아닙니다, 주공.”
“하나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음이네!”
“우 장군 또한 상처가 깊어 요양을 해야 할 상황이니, 허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자 조조가 죽간 하나를 꾸욱 쥐었다. 죽간이 거의 부서지기 직전까지 갔
을 때.
“그리하면 내 체면이 어찌되겠는가?”
“누구와 비교를 하시는데 그리하십니까?”
조조는 곽가의 말에 이성을 되찾았다. 그는 흩날리는 머리를 다시금 정리하고
머리를 틀어 올린 다음에 말했다.
“그래, 내가 잘못했군.”
조조는 곽가의 눈을 보고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뭔가 하나 잡혔나 보군?”
“허도에서 급서가 올라왔습니다.”
곽가가 죽간 하나를 건네주자, 조조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크게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하긴 저런 성 하나야 이 죽간 하나보다 못하지 않는가? 그리고 내 다시 생각
해 보니 장수의 모사가 아무리 대단해 봐야 천하를 들었다 놓겠는가? 아니면
무엇을 하겠는가? 겨우 막는 것밖에 못 하는데 말이야.”
“주공께서 허도로 돌아가시고, 계획대로 조 서주를 남양태수로 삼아 장수와
싸우게 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조조는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태의 능력이 전장에서 어느 정도 될지 모르겠군.”
“그래도 원술을 쓰러트리는 쾌거를 이륙하지 않았습니까?”
곽가의 말에 조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해 봐야 유협 무리나 모아서 싸운 것이 아닌가? 원술의 정예야 묘재(妙才)와
문칙(文則)이 다 부셔 놓은 병사들 아닌가? 그런 병사들을 가지고 무슨 공을
이야기하겠는가. 내 걱정은 승태가 혹여 장수나 유표를 두려워해서 남양을 잃
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지. 하하!”
조조의 웃음에 곽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의 휘하에 고순과 같은 뛰어난 장수가 있으니, 한 번에 무너지기야
하겠습니까? 그리고 양안도위가 도울 것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
니다.”
“그래, 그렇지. 하늘도 더는 걱정할 이유가 없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하하
하!”
조조는 시름을 잊고 다시 자리에 앉고 물었다.
“잘난 체하던 뭇 가문들이 이제 내 아래에 굽신거리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