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62
삼국지 : 미완의 군주 61화
완성 근처의 숲이 보이는 곳 가후와 장수, 그리고 기병 몇과 승태와 노숙, 조
운, 창희, 그리고 고순이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승태가 먼저 말에서 내리려
하자, 창희가 다가와 그를 말리고 나서 말했다.
“혹여 매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공.”
승태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여기에 매복해 봐야 우리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은 없을 것입니다. 해
봐야 화살로 저격하는 일인데, 그마저도 숲이 빽빽해서 힘들 겁니다. 그리고
숨어 있으라 하지요. 오늘 말만 좀 통하면 여기 있는 숲 다 불타오를 텐데요.”
알 수 없는 말에 창희의 눈에 물음표가 찍혔으나, 승태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타고 화살이 날아올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갔다. 조운이 바로 옆에
있기는 했지만, 조심성이 없는 행동이기는 했기에 그가 뭐라 말을 하려는 순
간, 가후가 말에서 내렸다.
가후는 승태의 앞까지 다가와 선 채로 승태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완성에서 당하고도 조심성을 기르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승태는 가후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말에서 내려 예를 표하며 답했다.
“조심성이 없긴 합니다. 그래서 배우러 왔습니다.”
승태의 말에 가후의 옆에 있던 장수가 검을 뽑으려 하자, 고순이 그에게 말했다.
“칼은 넣고.”
장수는 고순을 보고 침을 한 번 삼키고 물러섰다. 가후는 고순을 보며 웃음을
지었고, 고순은 가후를 보며 이를 갈 듯 째려보았다.
“이런··· 아직 내게 앙금이 남았나 보군.”
“당신 때문에 옛 주인께서 천하를 호령할 기회를 잃었는데, 어찌 미워하지 않
을 수 있겠소.”
가후는 그런 고순을 바라보며 수염을 쓰다듬고 물었다.
“진정 그리 생각하는가? 왕 사도와 여 장군이 손을 잡고 폐하를 도우면 천하
를 호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반대로 생각하는데. 이 가 문화 덕분에
여 장군이 더 살아 있었을 수 있었다고 말이네.”
고순이 말에서 내려 가후에게 다가가려 하자, 장수가 나와 칼집 채로 칼을 들
어 올렸다.
“제아무리 정무공이라 하셔도, 이 이상을 넘어오시면 검을 뽑을 수밖에 없습
니다.”
고순은 콧방귀를 뀌고 한 발을 더 나아가자, 장수가 손가락을 하나 피고 검집
을 바닥에 떨어트리며 말했다.
“이젠 경고가 아닙니다.”
승태는 무슨 일인가 싶어 스윽 보고 있었다가 고순에게 말했다.
“그만하시지요, 도독. 지금은 대화하러 온 것입니다.”
“돌아가신 여 장군을 욕보인 자들입니다.”
평소의 고순과 달리 감정적인 모습에 승태가 가후에게 물었다.
“다른 일이 있으면 지금 말해 주시죠. 문화 선생 맞습니까? 하여튼 문화 선생
님과 고 도독 사이에 뭐가 있습니까?”
가후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 도독이 왕 사도 사이는 꽤 잘 맞았습니다. 이 사람이 고 도독이 존경하는
분과 충성하던 분의 사이에 대하여 말한 것이니, 화가 날 만합니다.”
가후의 말에 승태는 어이가 없어서 가후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고 도독이 가장 무예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죽고 싶냐는 말에 가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 고 도독의 충심을 알 수 있는 기회로군요.”
승태는 얄미운 표정을 짓는 가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문화 공은 무엇을 얻을 수 있기에 이런 행동을 하십니까?”
“조 남양께서 군권을 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군사를 책임지는 고순이 말을 안 들으면 어차피 말짱 도루묵
이니까, 고순을 도발해서 내 말을 듣는지 보는 거야?’
그때, 장수와 고순이 박투(搏鬪)를 시작했다.
장수는 들고 있는 칼을 빠르게 나아가며 베려고 했으나, 고순이 그의 손을 정
확히 가격했다. 고순이 떨어지는 칼을 것을 잡으려는 순간, 장수가 칼을 발로
차서 멀리 날려 버렸다. 칼을 치우는 동작 때문에 균형이 흐트러진 장수를 고
순은 그대로 팔꿈치를 이용하여 명치 부분을 가격했다. 장수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몇 발걸음 물러났고, 고순은 바로 허리 뒤편의 검을 뽑아 들었다.
“더 하겠느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가 선생님을 노리신다면 말입니다.”
고순이 칼을 짧게 휘두르려는 순간, 승태가 나서서 말했다.
“고 도독, 무엇을 하려 하든 이쯤 했으면 합니다.”
고순이 승태의 말에 잠깐 멈춘 사이, 조운이 나와 창으로 그를 막으며 말했다.
“그 정도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순의 무심한 눈이 조운을 바라보았다가 물었다.
“자네는 유 사군(使君)을 욕했다고 주공을 죽이러 유주에서 서주까지 왔는데,
나는 아니 된다는 것인가? 겨우 네댓 발걸음인데.”
고순의 모습은 덤덤해 보였으나, 이러한 말을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던 인물이
었기에 그의 감정이 얼마나 격해져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풀지 못하면 진짜 엿 될 수도 있겠네.’
승태는 불안한 마음으로 사위를 둘러보았지만, 가후는 마치 즐거운 영화를 보
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는 어떻게든 피해가 오지 않을 것
이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 양반은 뭘 잘못 먹었나? 걱정이 안 되는 거야? 아니면 뭐가 있는 거야?’
“고 도독! 지금 그 칼을 문화 선생에게 겨눈다면, 지금의 기분은 풀 수 있어
도 복수는 아닐 겁니다.”
고순이 승태의 앞까지 걸어왔다. 승태는 가후와 고순의 사이에 있었다. 고순
이 칼을 들어 올리자, 승태는 ‘망했다’라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아 다시 눈을 떴을 때, 고순은 승태의 옆에
선 채로 칼을 다시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이 고정무의 주인은 주공이십니다. 다른 의도로 온 것이 아니라 혹여나
하는 이유로 장수와 가후를 도발한 것이니, 걱정하지 마소서.”
그러자 가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 도독, 이 정도면 매복이 없다는 것을 믿겠습니까?”
가후의 말에 엎드려 있던 장수가 일어나 고순을 바라보았다. 마치 겨우 그런
것을 알기 위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고순은 아무런
표정도 바뀌지 않고 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애송이가 숨겨 놓은 매복은 몰라도 선생이 숨긴 패는 못 봤으니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요.”
그때, 창희와 노숙이 말에서 내려 승태에게 걸어가는 도중 창희가 손을 비비
며 말했다.
“역시! 고 도독의 심계라는 것을 이 사람은 알고 있었습니다.”
창희의 설레발에 노숙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자네, 주공에게 손만 대 보라며 거치도로 도독의 멱을 따겠다고 뽑지 않았었
나?”
창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노숙에게 말했다.
“그저 고 도독의 심계에 따른 것뿐입니다.”
노숙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끝냈고, 그들 모두가 승태의 옆에
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가후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고 도독이 조 남양을 따르고 있다는 것도 알았고, 이곳에 매복도
없음을 알았으니, 서로 믿음을 가지고 대화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고순은 약간의 앙금이 남았는지 말을 반박했다.
“당신이 암계를 꾸몄는지 알 수는 없으니, 한 치의 조심은 남아 있을 것이오.
또한, 그대가 한 옛 주인에 대한 모욕은 남아 있을 것이오.”
가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거짓이 없었으니, 딱히 꿇릴 일이 없구려.”
그 말에 고순이 움찔하였으나, 승태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리 말씀하시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아직은 군량의 여유가 넘치는 듯합니다.”
승태의 말에 장수가 욱했는지 말했다.
“형주의 지원을 받는 우리가 양곡이 부족할 리가 없지 않은가!”
승태는 그런 장수의 반응에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유표는 장 장군의 남양에서 세력을 키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고, 또
완전히 품자니 영 조사공과 척을 질까 봐 마뜩잖았을 텐데.”
장수가 분노에 소리를 지르려 하자, 승태가 가후가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나는 거짓이 없었으니, 딱히 꿇릴 일이 없구려.”
장수는 그런 승태의 반응이 더욱 화가 났는지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가후
가 장수를 막으며 말했다.
“하하, 이렇게 돌려받을 줄은 몰랐소.”
“제아무리 사실에 기반을 둔다고 해도 머릿속에만 있는 그 생각은 말을 안 하
는 것이 어르신 지론이 아닙니까? 왜 또 고 도독을 도발하시려 합니까? 오늘
은 그냥 가볍게 일 이야기만 하는 게 어떻습니까?”
가후는 약간 놀란 눈으로 승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에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는데, 나를 잘 아는 듯한 말을 하는군. 좋소.”
가후가 기병들에게 손을 까닥이자, 기병들 사이에서 커다란 인물 한 명이 의
자를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 병사의 얼굴이 뚜렷해지는 그때, 승태의 가
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승태가 빤히 그를 바라보자 가후는 그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
“호거아요. 전 교위를 죽인 인물이지.”
“이번에 나를 도발하려 하십니까?”
승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가후를 바라보자, 그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 같은 사람도 분노한다면, 어찌 조 사공의 감정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미 결정하시는 것입니까?”
가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살짝 고개를 까닥이다가 승태의 말에 답했다.
“아직 정확한 바는 없지요. 하지만 지금은 조 남양이나 저희나 전투를 바라지
않는 것은 같지 않겠습니까?”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후는 의자에 몸을 기대면서 말했다.
“그래도 제가 연장자이니 남양에게 선물을 들여보내는 것이 맞겠지요?”
가후가 승태에게 다가가 옷 속에 손을 넣자, 창희가 칼을 뽑으려 했다. 이에
승태는 손을 내밀며 그를 막았다.
“됐습니다.”
가후는 품 안에서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
“재미있는 것을 얻게 되어 말이네”
승태는 꽤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옥패를 가지고 있던 이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가후는 들고 있던 옥패를 훑어보면서 승태에게 말했다.
“실수였을 겁니다. 남으로 도망치는 이들을 습격하는 것이 말입니다. 실수로
그들을 공격하였지요.”
‘얻어걸린 일이었겠지 아마도 군량이 부족해서 유표에게 항복하는 이들을 처
리하기도 하고 주변을 약탈했겠지.’
승태는 가후가 들고 있는 옥패를 받아 들고서 말했다.
“실수라···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 선생께서 선물을 주셨으니, 저 또
한 선물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조 사공께서는 장남의 죽음에 대하여 아무런
의미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장수가 도리어 놀라 반박하려 했다.
“그 어찌··· 인간이 그런······.”
“조 사공께서는 장자가 죽었음에도 신하들에게 포로를 잡지 않아 패배했으니,
그대들도 항복을 받을 때는 포로를 잡으라는 말을 했으니 말입니다.”
장수는 어이가 없어 진짜인지 알기 위해 빤히 바라보았고, 승태는 별일이 아
니라는 듯이 말했다.
“혹여 고민이 클까 봐 이리 말해 드리는 것입니다.”
가후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글쎄요. 이 늙은이는 그저 몸이 굼뜬 것인지 걱정이 많지는 않습니다.”
“가치를 올리고 싶으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저는 가 선생님의 응답
을 기다리겠습니다.”
승태가 몇 걸음 나아가자, 가후와 장수도 돌아가려 했다. 그때, 승태가 뒤로
돌아 물었다.
“아, 이 숲 말입니다.”
이에 가후나 장수는 승태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 사공과 함께하려는 그날 말입니다. 이 숲 좀 태워 버리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가후나 장수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고, 승태는 손을 휘저었다.
“아니, 뭐··· 여러분을 태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축하하는 의미로 하려
는 것입니다.”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 둘을 보고, 승태는 조용히 말했다.
“그냥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승태가 사라지자, 장수가 가후에게 말했다.
“조조도 저자랑 같을까요?”
가후는 살며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같은 핏줄이니 비슷하겠지요.”
“조제를 보니 그럼 진짜 조조가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