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64
순욱이 승태의 부탁을 수락한 다음 날, 사공부에서 사람이 나왔다. 양수일까 생각은 했지만, 다른 익숙한 사람이 승태의 저택에 방문하였다.
“오랜만이네! 아,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군.”
진군이 손을 흔들면서 전원(前園)에 들어왔다. 진군은 계단에 올라서자마자 승태는 조운과 격정적인 몸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조운의 일방적인 폭행과 비슷해 보였지만 말이다.
승태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바닥에 누워있었고, 조운은 기다란 창을 갈무리하며 예를 표한 뒤 진군에게도 예를 표하였다. 승태가 여전히 드러누운 채 허우적거리자 진군이 다가가 그를 일으켰다.
“장문 형님이 오셨습니까?”
“내가 왔지 뭐, 혹여 덕조가 올까 하는 생각을 했는가?”
“뭐, 그것이 아니라도 다른 한가한 분들이 많을 텐데, 바쁜 형님이 와서 좀 놀랐습니다.”
“내가 보내 달라고 하였네. 자네는 좀 무리를 하는군.”
승태는 과장된 표현으로 진군을 잡았다.
“흑흑, 형님. 제가 일이 없으니 조 장군이 무술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제 장군직을 받았다고 저를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진군은 승태를 빤히 바라보다가 조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 장군, 아직 승태가 덜 맞은 것 같소이다. 정신을 못 차렸어.”
조운이 답 없이 빙그레 웃자, 승태는 마치 크게 배신당한 연인처럼 진군을 바라보았다.
“어찌 형님이 저를 팔아먹을 수 있습니까?”
“진짜 정신을 못 차렸군. 자네, 그 상태로 사공을 뵈러 갈 생각인가?”
승태는 한숨을 푸욱 내쉬고 일어나 말했다.
“혼사를 치렀다고 장난도 안 받아 주십니까?”
진군도 한숨을 내뱉었다.
“자네는 어째서 그렇게 태평한가? 자네가 사공을 지지하여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원소의 입김에 많은 이들이 낙향하여 간을 보고 있는데 말이야.”
승태는 진군의 진지한 말에 풀어헤쳐 진 머리를 정리하며 답했다.
“태평해야지요. 저라도 태평해야 다른 이들이 안심하지 않겠습니까? 원소는 대단하다, 원소는 거대하다, 원소는 강대하다, 원소는 강력하다··· 다들 두려움에 덜덜덜 떨면서 이야기하는데, 나 같은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길 겁니다. 원소가 제아무리 강대해 봐야 사람의 군대이고, 사람이 지휘하는 군대인데요.”
진군은 그런 승태의 모습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허도의 가장 망나니 한 명을 입에서 꺼내었다.
“그렇군. 그래, 하긴 국명정후(조홍)께서도 그리 행동하긴 하지. 속으로 욕을 많이 했는데, 정후께서도 그렇겠군.”
승태는 조홍의 행태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남을 괴롭히지도 않고 법을 어기지도 않는데, 같은 위치에 두는 건 좀······.”
“자네보다 관직이나 작위는 높다만.”
승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되었습니다. 지금 가면 되는 겁니까?”
“응? 아, 아직 시간은 있네. 아무래도 조 사공께서 자네의 공도 있고, 전체적으로 화합을 다지려 하는 것 같더군. 이번에 유 사군(使君, 유비)도 불렀다고 하니 말이야.”
승태는 머리를 긁으면서 진군에게 다시 물었다.
“유 사군이면 현덕 공 말하는 겁니까?”
“그럼 좌장군인 현덕 공이지, 다른 누가 있는가?”
“맞지요, 맞아. 하면 그럼 또 누가 참여한다고 합니까?”
진군은 머리를 굴려 보았다가 이내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는지 어깨만 으쓱이고 말했다.
“딱히 없군. 다른 제장들을 위해 술을 베푼다고는 하였으나, 조가의 자택에 따로 부르지는 않았으니 말이야. 자네와 유 사군, 그리고 없군그래.”
‘논영회냐? 엉? 논영회야? 진짜 그 논영회에 나를 부르는 거야? 조조가 미친 건가?’
승태는 삼국지에서 유비와 조조와 본격적으로 대비시키는 장면인 논영회에 자신이 초대받은 것임을 깨달았다. 조조가 유비의 속을 떠보며 어찌할까 간을 보는 자리에 자신을 초대한 것이었다.
‘조조 이 인간, 나까지 간을 보려고 하는 거야? 아니면 뭐 유비 간 보는데 어떻게든 사용해 보려고? 야,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내가 조조 당신을 위해서 전국옥새도 가져오고, 원술도 쓰러트리고, 다 했는데!’
승태의 얼굴이 썩어들어 가자, 진군이 약간 걱정이 되는지 그의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얼굴이 좋지 않은데, 어디 갑자기 아픈가?”
“아프진 않은데, 아파지고 싶습니다.”
“엉?”
“아닙니다. 그냥 하는 말이에요. 걱정이 되어 그렇습니다.”
“원소의 백만대군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무슨 두려움인가?”
“영웅들의 연회에 끼어야 하니 말입니다.”
그 말에 진군이 껄껄 웃으며 승태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긴 그렇군. 조 사공이나 유 사군 같은 영웅들 사이에 껴서 술을 먹어야 하니, 술이 코로 들어갈지, 입으로 들어갈지 모르겠군.”
“집밥이나 좀 먹고 가렵니다. 가면 한 입 먹기도 어렵겠습니다.”
진군은 그런 승태를 웃음으로 답하며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
조조의 저택 문 앞에 선 승태는 한숨이 푸욱 내쉬었다. 그 뒤에 서 있는 창희와 조운은 그런 그의 모습에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싫습니까?”
“맞아요. 조 사공의 저택에 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서 말입니다. 조 사공이나 조 사공의 부인이시나 다들 뭔가 다른 분들 아닙니까? 말을 할 때마다 잡아먹히는 느낌이라니까요.”
창희는 그런 승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뭘 두려워합니까? 여기 조 장군이나 이 창모(아무개)가 여기 있는 호사들보다 대단한데.”
승태는 멍한 표정으로 창희를 바라보았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양반아. 저기 보이는 호위병들 다 죽일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그 생각도 잘못됐어. 저기 허저 있다, 허저! 아니다. 유비도 있을 테니까 관우도 있고, 장비도 있겠네.’
승태의 무심한 눈초리에 창희는 움찔했는지 과격한 행동으로 문을 두들겼다.
“문 열어라! 조 사공의 조카, 조 남양 행차 시다!”
문을 두들기었는지 얼마지 않아 꼬맹이 한 명이 문을 열었는데, 창희는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
“허어! 조 남양께서 왔는데, 소동이 와서 안내하는 게 맞느냐! 어서 높은 분을 불러오거라!”
그러자 꼬맹이가 창희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형님의 수하라 하여 덕이 있을 줄로만 생각했는데, 예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네요.”
창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승태는 꼬맹이를 안아 들면서 말했다.
“아이고! 우리 식이 오랜만이다!”
승태의 행동에 조식이 승태를 꼬옥 안으면서 말했다.
“형님, 몇 번 조가 들렸다면서요. 근데 왜 저를 안 찾으셨어요.”
“우리 식이가 공부하는 데 바쁘다고 해서 찾지 않았지. 요즘에는 무얼 공부하나?”
조식은 품에서 춘추좌씨전을 꺼내어 보여 주었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분께서 좌씨전을 좋아하신다 하여 꽤 많이 구하셨거든요. 그래서 읽어보라 하셔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아, 관우. 좌씨전을 품고 다니는 관우를 위해서 애들에게도 공부시키는 거냐?’
승태는 문득 안절부절못하는 창희가 눈에 들어왔다. 이에 승태는 웃으면서 조식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 사람이 이렇게 보여도 누구보다 보물을 잘 아는 사람이란다. 나도 모르는 물건들을 아주 그냥 빠삭하게 알아보지.”
“그래도 형님과 어울리지 않게 거칩니다. 거리를 두는 것은 어떻습니까?”
“충을 아는 사람이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존경하고 나를 따르니, 충경(忠敬)의 표본이라 볼 수 있단다. 배움이 짧을 뿐, 그의 행동을 보면 배울 점도 많단다.”
“역시 형님입니다. 삼인이 같이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三人行必有我師), 형님의 안목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모두 다르니 그것만 찾으면, 누구나 빛이 날 수 있단다. 그 원석을 갈아서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말이야.”
조식은 승태를 보며 물었다.
“귀족의 의무라는 것이죠?”
승태는 조식을 안아 들고 말했다.
“귀족이 아니라 가진 자들을 말하는 것이란다.”
“가진 자요?”
“그래, 가진 자들. 권력을 가지고, 금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가지고 사람을 캐내어 천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천하요?”
“그래. 능력이 있는 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천하는 자연히 발전할 것이거든.”
조식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무엇인가 생각을 하는 듯했다.
“형님, 너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자유라··· 자유로운 천하라··· 마치 태평성대를 다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으구구, 우리 식이.”
승태는 환희에 가득 찬 얼굴마저 귀여운 조식을 위로 던졌다가 다시 잡았다. 이에 조식이 꺄르르 웃으며 승태에게 안겼다.
“조 사공, 아니, 백부께서는 어디 계실까?”
“먼저 온 분이랑 먼저 후원으로 가셨어요.”
승태는 조식을 내려놓고 웃으며 등을 두들겼다.
“밤에는 잠도 자고 그래야 키 큰다. 그러니까 운동도 하고, 밤에는 잠도 자렴.”
그러자 조식이 돌아보며 물었다.
“그럼 형님과 같이 되는 겁니까?”
“나?”
승태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조식의 이야기에 젖살이 빠지지 않은 조식의 볼을 주물럭거리면서 말했다.
“나 같은 사람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돼야지.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고, 사람들을 감동을 주는 그런 사람 말이야.”
조식은 놀란 눈으로 승태를 꼬옥 껴안았고, 승태는 등을 두들기고 보내 주었다. 창희는 조식과 승태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주공의 우의가 굉장히 좋습니다. 저런 동생 한 명만 있으면 참 좋겠네요.”
그러자 승태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시동이라 하지 않았나?”
“주공! 그건······.”
“장난입니다, 장난. 그리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저기 노려보고 있는 놈 보이죠?”
승태는 살짝 턱짓으로 조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은 나를 엄청 싫어하거든요.”
“눈깔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요.”
승태는 창희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높은 자리에 오르면 나를 노릴 것 같으니까, 그 자리에 못 오르게 만들어야지.”
승태는 잠깐 조비에 대하여 말을 하다가 이내 조운에 관해 생각이 닿으며 돌아보며 그에게 물었다.
“유 사군의 의제들도 있을 거고 유 사군도 볼 수 있을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조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별생각 없습니다. 이미 따를 사람을 찾았는데, 굳이 다른 생각을 하겠습니까?”
“맞소, 맞소! 조 장군처럼 대단한 사람을 알아주는 사람이 주공밖에 더 있었습니까? 유 사군이 그 맛있는 음식들 직접 만들어 주더이까? 없지, 없어.”
승태는 별 이상한 것으로 자신을 칭찬하는 창희의 모습에 한숨을 내뱉으며 후원으로 넘어갔다. 그러던 도중에 관우와 장비, 그리고 간옹이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예를 취했다. 승태의 모습에 반가운지 장비가 먼저 다가가다가 이내 혀를 핥으며 말했다.
“반가운 얼굴들이로군. 믿기지는 않았는데, 자룡의 얼굴을 보게 되는군.”
관우도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약간 언짢은 표정으로 조운을 바라보다가 장비에게 말했다.
“그저 연이 닿지 않았을 뿐이지. 형님이 조금 아쉬워할 것 같군.”
그때, 간옹이 술을 들고 마시다가 둘의 목소리에 약간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 진짜 자룡이라고?”
간옹은 눈을 가늘게 뜨며 확인하더니 이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조운과 승태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내가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상산의 조자룡 맞네. 에이, 술맛 떨어지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간옹은 술을 동이째로 입에 부으며 멀어졌다. 관우는 어색한 웃음을 보였고, 장비는 화가 나는 것인지 짜증이 나는 것인지,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승태, 자네도 사공의 부름을 받았는가?”
“예. 그런데 좀 늦은 것 같네요.”
그때, 옆쪽에서 하후돈이 나와 말했다.
“아니다. 원래 먼저 유 사군과 대화하다가 중간에 유 사군께 너를 소개하려 한 것이니, 늦은 것이 아니다.”
“하후 백부.”
“아만이 기다린다. 이만 빨리 가 보거라. 같이 데려온 이들은 내가 챙겨 주마. 어쭙잖게 주변의 사람들이랑 인사하면서 뭉그적거릴 생각하지 말고 빨리 가 봐.”
“그게 보입니까?”
“그래. 다 보이니, 빨리 가 봐.”
하후돈의 말에 승태는 정원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 높은 정자 위에서 유비와 조조가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것이 들려왔다. 승태는 그 모습을 보면서 크게 숨을 들이켠 뒤, 계단을 걸어 올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