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67
서재의 안.
양수는 제가 잔을 떨어트렸다는 사실도 인지 못 하고 승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들은 말은 그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다, 다시 한번 말해 주겠나?”
“복수하겠다고 말했네.”
“누구한테 말인가? 자네도 불가능하다는 것 잘 알지 않는가? 그리고 자네가 막고자 한 일 아닌가? 그걸 이제 와서 하겠다고? 그것이 가능할 것 같은가?”
“자네가 놀라는 것이 무리는 아니지만, 나는 목표가 틀리네. 그리고 나도 그들이 성공할 것이라 믿지는 않네. 하지만 다른 과실은 딸 수 있지 않겠는가.”
“무슨 썩은 가지에 과실이 열리겠는가? 엉? 자네 진짜 내가 아는 승태 맞는가? 참고 또 참겠다 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시대가 시작될 때 그때를 위해서.”
양수의 격한 반응에 승태는 머리를 긁으면서 찻잔을 뒤집어엎어 버리고 찻물을 손에 묻히어 탁상 위에 적었다.
[살 봉효.]“이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충분하고.”
“자네, 진심인가?”
“나도 그냥 숙이고 살고 싶네만, 더는 못 버틸 것 같네.”
“그 파급 어떻게 될지 모르네.”
“심장과 같은 사람이니 그렇겠지. 그래야 복수가 되지 않겠는가?”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승태는 입에 침을 바르며 양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떠날 텐가?”
“아니. 이제야 좀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말이야. 나 혼자 준비해야 하는 일이겠지? 자네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것처럼 한 발 떨어져 있을 것이고 말이야.”
“내가 허도 안에서 무슨 힘이 있겠는가?”
승태의 말에 양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 그래도 하고 싶은가? 솔직히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은데.”
“할 수는 있고?”
승태의 묘한 물음에 양수는 콧등을 긁었다. 약간 당황은 했으나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턱을 긁으면서 답했다.
“내 본가가 홍농 양가이네. 원가 다음의 가문의 적자가 나일세. 지금 이 시기에 의기 높은 젊은 유사(儒士) 한 명 섭외하는 것이 어렵겠는가.”
“그것으로 가능하겠는가?”
“약간 흔들 시간만 주면 충분한 일이네. 내가 못 할 것 같나?”
“시간이 촉박한 일 아닌가. 거기다 나는 그자들이 진짜 연회를 열었으면 하거든. 괜히 먼저 산통 깨지기 전에 말이야.”
승태의 말에 양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자네는 친우를 참 잘 사귄 것이네. 연회를 빠르게 열어 주지. 예상하지도 못할 연회라면, 허도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겠지.”
즐거운 듯한 목소리에 승태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양수가 갑자기 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고맙네.”
이에 승태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자, 양수는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솔직히 내가 겪은 일을 그저 그런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니 말이야.”
양수의 말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나도 겪은 것이 있으니 그런 것이네. 그리고 당한 것이 있으면, 더 큰 것으로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가?”
승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양수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허도가 난리가 나면,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조 사공의 원수들을 데리고 올 생각이네.”
양수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뭔가 생각이 났는지 물었다.
“진 노사 말하는 것인가? 진 노사가 다시 모신다고 하면 조 사공도 좋아하긴 하겠지만, 사건을 덮을 정도는 아니 되네.”
“자식을 죽인 원수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장수와 가후 말인가? 그들이 조 사공 휘하에 들겠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승태가 살짝 웃으며 문을 열고 나서려 하자, 양수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섰다.
“자네, 진짜 그 둘이 유표를 버리고 조 사공 휘하에 들겠다고 하던가?”
“그리될 것이네.”
양수는 놀란 눈으로 승태의 뒤를 따랐고, 그 뒤를 창희가 호위하듯 호종하였다. 그 모습을 보는 사마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자리를 옮겼다.
이후, 승태는 다시 임지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허도에서 딱히 만나야 할 사람도 없었고 속 내용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허도에 와서 조조의 면을 세워 주는 일은 끝났으니 돌아갈 생각이었다.
승태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짐들을 챙기자, 최림이 옆에서 일을 도왔다.
“그렇게 신경질이 나시면, 제가 하겠습니다. 귀품(貴品)은 없으나 그래도 종형에게 보내는 물건들이니, 조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승태는 최림을 째려보았다.
“그렇게 보셔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종형과 달라 호탕하지 못하니, 틀어진 것이 있으면 다 뒤집어엎어서라도 다시 정리할 것입니다.”
“덕유(德濡) 공, 그래도 내가 공과 공의 종형의 살 곳을 제공하고 있네만, 지금 제가 이리저리 욕을 먹고 와서 굉장히 언짢은 상황인데, 공을 돕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칭찬을 하면 서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부의 우위에 앉아 제게 거짓으로 말을 하시길 바라시는 것입니까?”
승태는 최림을 빤히 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내 주변에는 무슨, 상황을 보지도 않고 냅다 직구 던지는 인물들이 이렇게 많아? 아니, 못해도 계규(최염) 공도 눈치 보면서 기분을 맞춰 주는데.’
뭐 어쩌겠는가. 최염의 종제이자 미래의 사공인 최림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승태는 죄인 것처럼 말을 했다.
“아닙니다. 됐어요. 허도의 저택을 관리해 주시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생각해야죠. 공부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승태가 죽간 몇 개를 담으며 묻자, 최림은 죽간을 함에 몇 개 쌓다가 고개를 저었다.
“별로 없습니다. 저보다는 노가의 사람들이 조금 주눅 들어 보입니다.”
“주눅이요?”
“집안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남양께서 내려 주신 물건들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태수께서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지 않습니까?”
승태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그거야 제가 비단옷이랑 잘 안 맞아서 그런 거고. 비싼 물건들이야 잘 써 주면 되는 것인데··· 거기다 육아는 제자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육아의 가족분들이 쓰는 것이 제가 쓰는 것이지요. 그냥 그리 생각하고 쓰시라 하세요. 혹시 진짜 부담이 되면 알아서 하셔도 되고요. 맘 편하게 제일 좋지 않겠습니까?”
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함의 뚜껑을 닫았다. 그러고는 승태에게 예를 취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이 정도를 가지고.”
쾅쾅쾅.
승태는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마치 자신감이 넘쳐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승태의 온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계시오? 여기, 사공사직(司空司直)이 왔는데, 누가 좀 나와 보오!”
그때, 최림이 먼저 몸을 움직이며 문으로 달려갔다. 승태도 그 뒤를 따라 느리게 움직였다. 문이 열리자, 호쾌한 얼굴의 두기가 최림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말했다.
“걱정할 정도의 관상은 아닌데? 자네가 조 남양인가?”
두기의 무례한 말에 최림은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미리 연통도 없었는데, 누구입니까?”
두기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
“자네가 아니로군?”
최림도 약간 화가 올라오는지 약간 언성이 높이며 말했다.
“누구신지 물었습니다. 혹 답이 없으시면 들어가지요.”
최림이 문을 닫으려 하자, 두기가 문을 잡으며 말했다.
“허어, 내 문을 두들기며 말하지 않았는가. 사공사직(司空司直)이라고 말이네.”
최림은 그의 옷맵시를 천천히 보았다. 자유분방한 그의 모습을 보고 최림이 문을 닫으려 하자, 두기는 손에 힘을 꾹 쥐었다.
“자네가 혹여 이리하면 주인인 남양 태수가 곤란해질 수 있네. 응? 그러니 백후(伯侯)가 왔다고만 말해 주게. 전할 말이 있어서 말이네.”
승태는 최림의 뒤에 서 있다가 두기의 자가 나오자, 최림을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맞으신 것 같은데, 문을 열어 줘도 될 것 같습니다.”
두기는 열린 문틈에 몸을 집어넣고 승태의 얼굴을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흐음, 뭐 괜찮군.”
최림은 두기의 행태에 분기를 내보이며 말했다.
“아무리 사직이라 하시더라도, 사람을 그리 평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두기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최림을 보며 물었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내 딱 보아도 강직하고 정직하니, 무난히 높은 자리에 무던히 높은 자리에 오를··· 아, 아니군. 무던히는 아니겠어.”
최림은 과거 자신의 종형이 말한 것과 비슷한 말이 두기의 입에서 나오자, 잠시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가 이내 말을 바꾸는 두기에 호기심이 올라 직접 물었다.
“어찌하여 ‘무던히’가 아닙니까?”
“아, 자네가 가까이 지내는 자가 무던히 살 사람은 아니거든.”
최림이 고개를 돌려 승태를 바라보았다. 승태는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우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뭐, 나?’
두기는 승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들어가세. 상서령의 전언도 가져왔으니 말이야.”
상서령의 전언이라는 말에 승태는 급히 두기를 자신의 서재로 안내했다. 서재에 들어온 두기는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물었다.
“자리와 나이에 비해서 어째 물욕이 없군그래. 원가의 보물을 몰래 숨겼다고 하는데, 여기가 아니라 남양에 있는 것인가?”
“쓸데없는 것을 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리고 좋은 물건들도 있습니다. 여기 없어서 그렇지.”
두기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면서 승태가 직접 만든 물건들을 만지작거렸다.
“이 물건이 원가에서 나온 물건인가?”
승태는 물 위에 바늘이 떠 있는 나침반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재료는 원가에서 나온 것은 맞으나, 제가 만든 것입니다.”
“바늘을 물에 띄우는 것이 무슨 아름다움이라고. 필요 없는 것은 치운다는 말은 잘 맞지 않는 것 같군.”
두기는 어깨를 으쓱인 뒤, 터벅터벅 걸어 상석에 앉아 승태를 보았다.
“내 상서령과 같은 나이이니 자네에게 말은 놓겠네.”
“그리하시지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가? 우선 상서령이 가신 일들은 모두 잘되었다고 하시는군.”
“다행이군요. 사직께서도 일의 자초지종을 아십니까?”
“모르겠는가? 사공이 이리저리 저렇게 급하게 움직이는데 말이야. 뭐, 내 자리가 자리이기도 하고 사공과 친하기도 하니 그런 것도 있지만 말이야. 하여튼 그 이야기는 아니고.”
두기는 한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자네가 당한 일로 상서령께서 약간 걱정이 있으시네. 솔직히 상서령이 직접 오려고 했는데, 원소가 군을 일으켜 업성에 군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서 말이야.”
“제가 당한 것이 아니라 양 주부가 당한 일입니다.”
두기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알고 있지, 알아. 양 주부야 아버지의 일이 있어 움직이지는 못하는 인물이니, 자네가 걱정이 아닌가.”
승태는 두기의 말에 인상을 팍 쓰게 되었다. 즉, 승태 자신은 거리낄 것이 없으니 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렇게 보지 말게. 상서령이 그런 말을 했겠는가? 다 내 자의적인 생각이네. 상서령은 그저 자네 마음이 다쳤을까 걱정할 뿐이고.”
“무엇이 걱정이시라는 말입니까?”
두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자네가 장수와 접촉한다는 이야기가 무성하게 들려와서 말이네. 혹여 다른 생각이 있나 해서 묻는 것이네.”
‘젠장··· 꼬여도 이렇게 꼬이네. 하긴 들키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승태는 입술을 깨물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