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70
조조가 동승을 잡아들이기 위해 군을 움직였을 때, 그 상황을 보고 받은 조조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소리만 꽥꽥 지르는 동승을 바라보았다.
곽가가 죽었다는 보고에 조조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지금 당장 동승의 머리를 베어내고 몸은 포를 떠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국구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폐하께 가서 따져야 하겠다.”
“네 이놈!”
동승의 외침에 조조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조조는 악진에게서 칼집째로 칼을 빼앗아 동승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에 동승이 침을 뱉으려 했으나, 조조가 그보다 빨리 검집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치는 바람에 그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동승은 어이가 없어 무엇이라 말을 하려 했지만, 눈이 뒤집힌 조조의 공격에 의해 마구잡이로 쥐어 터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의 얼굴에서 더 이상 엄중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끝끝내 화를 참지 못한 조조가 칼을 뽑으려던 순간, 허저가 달려가 그를 막아섰다.
“명공! 더는 안 됩니다.”
“어차피 죽일 놈인데, 지금 죽여야지.”
“하실 일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놈 때문에 곽가가 죽었는데 살려 두란 말이냐! 저놈과 잠깐도 같은 하늘 아래에 있고 싶지 않다!”
그러자 허저가 조조의 앞에서 엎드리며 말했다.
“하오면 더욱 고통스러운 것을 보여 주소서. 어차피 잃어버릴 목숨, 저자는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느낄 수 있는 고통이란 고통은 다 보여 주고 죽이는 것이 옳사옵니다.”
조조는 허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고 나서 팔을 들어 올리자, 악진이 달려와 검을 받아 들었다.
“알았다. 지금 당장 내조로 가겠다. 일을 끝내야 이 혼란이 끝나겠지.”
조조가 다시 움직이자, 조조 휘하의 병사들은 조조의 주변을 호위하며 빠르게 내조로 향했다.
내조로 들어가는 중에 몇몇 병사들이 조조에게 대항하였으나, 조조와 허저, 악진의 무력에 나가떨어졌다. 그 후 합류한 만총의 병력을 이끌고 이윽고 내조를 장악하였다는 말을 전하자. 조조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조회를 하는 마당에 궁내의 관리들을 모으는 사이, 조조와 그의 수하들은 황제를 찾았다.
“폐하, 사공 조조가 역적들을 붙잡아 왔나이다.”
조조의 모습은 마치 넋이 나간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의복에 피가 그득하게 묻어있었으며 머리는 정리되어 있지 않고 풀어헤쳐 진 모습이었다.
병사 몇 명이 달려와 예를 취하자, 조조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그러자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곧바로 답했다.
“황제를 찾았습니다.”
조조는 그 자리에서 병사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조조는 그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감히 폐하를 그리 부른단 말이냐? 내 일대에 죄를 그쳤으니 고마워하거라. 내가 직접 모실 것이다. 앞장서라.”
“예, 사공!”
병사들이 조조를 헌제의 앞까지 길을 인도했을 때, 그는 눈을 감고 조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소?”
어느덧 눈을 뜨고 조조를 바라보는 헌제의 시선에는 후회와 불안이 가득했다. 조조는 예를 표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헌제의 옆에 있던 내관이 조조에게 무어라 하려 하자, 헌제는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왔습니다. 참으로 당당하게 저를 맞으십니다.”
조조의 말에 헌제는 쓰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황제가 신하를 맞이하는 데 당당하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조조는 그렇게 말하는 헌제를 바라보며 이마를 긁었다.
“하! 혹시 저것들이 나를 죽일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조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허저와 병사들이 피떡이 된 병사들을 황제의 앞에 던져 놓고 조조에게 예를 취했다. 그러자 조조가 허저의 몸을 돌리며 말했다.
“폐하가 앞에 있거늘 어찌 나에게 먼저 예를 취하느냐?”
허저는 눈을 끔벅이다가 헌제를 향하여 예를 표했다. 헌제는 이를 꽉 물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역적의 딸은 어디 있습니까?”
헌제는 더 참지 못하고 조조에게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역적의 딸이라니! 감히 네놈이 동 귀인을 그리 말하는가!”
조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헌제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내관이 달려나가 조조를 막으려 했다. 참으로 가상한 행동이었으나, 허저가 달려가 내관의 멱살을 잡고 옆으로 던지듯 끌어 내렸다.
그렇게 조조는 방해 없이 헌제의 바로 앞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헌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조조를 바라보았다. 조조는 품에서 혈서를 꺼내어 그에게 쥐여주었다.
“폐하, 몸조심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조! 동 귀인을 어찌할 것이냐!”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역적의 딸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때, 밖에서 높은 소리의 비명이 들려왔다.
“폐하, 살려 주세요! 폐하! 폐하!”
헌제는 동 귀인의 비명을 듣자마자 무엇에 홀린 듯이 조조를 지나쳐 비명이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아까 내동댕이쳐진 내관이 따라 달려갔다.
헌제가 동 귀인이 있는 곳으로 왔을 때, 병사들은 비단을 이용해 동 귀인을 사지를 묶고 있었다. 황제를 보고 병사들이 예를 차리자, 그 틈을 타 동 귀인이 엉금엉금 기어왔다.
헌제의 발치에 다다른 그녀는 그의 발목을 잡으며 쉬어 버린 목소리로 애원했다.
“폐하, 살려 주세요! 우리 아기! 우리 아기라도 살려 주세요! 저는 죽어도 되니, 제발! 폐하! 폐하!”
병사들이 다시 다가오자, 내관이 그들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이놈들! 하늘이 두렵지 않으냐!”
병사들은 아무런 표정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이에 큰 모욕감을 느낀 헌제는 무엇인가 저들을 죽일 수 있는 물건을 찾았으나, 뒤에서 나타난 조조에 의해 그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폐하, 역적의 딸입니다.”
허저가 나서서 내관을 동 귀인으로부터 떨어트렸다. 내관이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동 귀인에게 달려가려 했다. 조조는 그 모습을 더욱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저가 내관의 복부를 발로 찼고, 그는 커억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 구석에서 무엇인가를 게워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헌제가 손을 부들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복 황후가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도 많이 흐트러져 있으나 황후로서의 기품은 잃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도도하게 좌중을 바라보고는 헌제의 옆에 서서 말했다.
“죽이시지요.”
“황후!”
헌제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지만, 복 황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동 귀인을 바라보았다.
“네 아버지가 동탁의 휘하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죄로 생각하거라.”
동 귀인이 떨리는 눈으로 복 황후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떨어트렸다. 헌제는 동 귀인을 부둥켜안으며 외쳤다.
“조조! 동 귀인을 건드린다면, 네놈은 황실의 핏줄을 건드린 셈이 될 것이다! 이는 대대로 기록되어 네놈의 핏줄 또한 무사치 못할 것이다!”
헌제의 분노한 눈초리가 닿은 이들 모두가 흠칫하였다. 그러나 조조는 인상을 찌푸리고 그의 옆에 쭈그려 앉아 말했다.
“폐하, 진정 한조가 절단 나길 바라십니까? 제가 이 정도면 많이 봐드린 겁니다. 한조의 대신들을 엮지 않았으며, 여기 있는 대다수 내관 또한 잡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헌제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조조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툭툭 털었다.
“폐하, 이 조조를 죽일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이 조조와 병사들은 나가 있을 것이니, 황실에서 결정하시지요.”
조조가 나가자 동 귀인이 헌제에게 달라붙어 애원하기 시작했다.
“폐하! 폐하! 이 배 속에 폐하의 애가 있습니다! 부디! 부디 제발······.”
분명 슬퍼하는 눈일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헌제의 눈은 가느다랗게 떠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기울여 동 귀인 귀에 대고 물었다.
“그 애, 내 애는 맞느냐?”
동 귀인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헌제를 바라보았다.
“폐하.”
“내 언제까지 모를 것으로 생각했느냐? 하긴, 네 아비도 그다지 한조에 충성이 없는 자이지.”
“폐하······.”
“어머니의 마지막 남은 유품과 나를 이곽과 동승에게서 도망치게 해 준 내관에 대한 업보라 생각하거라.”
“폐하······.”
동 귀인의 목소리가 줄어들며 그를 찾았으나, 황제는 마지막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네가 죽음으로써 조조는 한조를 흔드는 악인이 될 것이다. 천하의 의인들이, 살아남은 대신들이 조조를 노릴 것이다. 잘 가거라, 청아.”
헌제가 동 귀인의 손을 떨쳐 내며 일어나자, 귀인은 그저 흐느끼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헌제가 방에서 나오자, 조조는 그를 보며 물었다.
“폐하, 결정하셨습니까? 하명해 주시지요.”
조조를 바라보던 헌제는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말없이 사라졌다. 조조는 혀를 차며 병사들 향해 손을 휘젓고 그 자리를 나왔다.
조조는 동 귀인과 이번의 일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 상참(常參)을 급히 열었다. 거의 모든 궁내의 관리가 병사들에 의하여 끌려왔다. 그들을 쭈욱 둘러보던 조조는 허저가 내준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
이윽고 헌제가 어느새 나타나 상좌에 앉았다. 뭇 신하들은 끌려왔음에도 헌제에게 예를 차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조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까닥였다. 그러자 동승이 병사들의 손에 질질 끌려왔다. 조조는 동승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국구가 사사로이 궁에서 군을 일으켰소. 이에 각부가 공격당했으며, 허도는 혼란에 빠졌소! 이는 역모이며 역도가 할 일이오. 내가 잡은 이들이 많으니, 혹 자수할 사람은 없소?”
이에 동승이 킥킥거리면서 조조를 가리켰다.
“네 이놈, 조조야! 네놈이 동적(동탁)과 무엇이 다르더냐? 아니, 차라리 동적은 악신들을 죽였으니 그가 옳고, 충신들을 죽인 네가 더욱 그른 것이 아니냐?”
조조는 인상을 찌푸리며 동승에게 다가갔다. 이에 동승은 그 자리에서 혀를 이로 잘라 조조의 얼굴에 피를 뿜어내었다.
“자결을 막아라!”
조조가 다급히 명했으나, 이미 쇠약해져 있던 동승의 몸은 더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제길······.”
그러나 꺼낸 말과 달리 조조의 얼굴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
조조의 저택도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사병들과 정 부인은 직접 칼을 차고 나아가 유협들의 목을 베었다. 처첩들이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가자, 정 부인은 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계속해서 유협들의 목을 베었다.
“감히 네놈들이 조가를 넘보느냐?”
유협 중 한 명이 정 부인의 무예에 놀라 목소리를 떨면서 외쳤다.
“가, 감히 아녀자가 어디를 나서느냐!”
정 부인은 칼을 올려 그자를 가리켰다.
“내 너희는 살려 주마. 저놈만 남겨놓고 가거라.”
“그, 그럴 리 없다! 우리의 의리가······.”
한껏 겁을 집어먹은 그가 바들바들 떨며 말했지만, 이미 다른 유협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하고 있었다. 그는 상황 타개를 위해 정 부인을 노리고 빠르게 달려갔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 보이기도 전에 이미 정 부인의 검이 그의 목에 닿아있었다.
가장 앞선 유협이 죽자, 나머지들은 등을 돌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병사들 누구도 움직이지 않자, 정 부인은 그들을 향해 말했다.
“뭐하는가?”
“예?”
“화살을 쏴야지.”
“살려 주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저런 놈들을 살려 주면 분명 다른 곳에서 강도질할 것인데, 그런 놈들에게 무슨 놈의 약속인가?”
이내 정 부인이 직접 활을 들고 쏘기 시작했다. 그제야 사병들도 헐레벌떡 같이 활을 따라 쏘았고, 유협들은 조조의 저택을 넘지 못하고 모두 쓰러졌다.
“사공의 저택까지 노리는 것을 보면, 원소가 환관을 베어 넘길 때가 생각나는군.”
정 부인은 주변의 민가에서 타오르는 불을 보며 인상을 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