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72
가절(假节).
가절은 받는다는 것은 황제의 권위를 받아 전시에 군령을 범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었다. 물론, 권한도 제한은 있다. 가절월, 사지절, 지절, 가절로 나뉜 그 권한은 각 등급에 따라 나뉘며 가절이 가장 낮았다.
가절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인도 말년에 받은 것이 가절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승태의 나이나 직급에 받을 수 없는 그런 물건이었다.
‘가절? 진짜 가절을 주는 거야? 아니, 그리고 뭐? 어딜 가라고? 진짜?’
승태는 너무도 갑작스러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조는 그저 담담하게 가절을 들고 있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하느냐? 가절이 대단하긴 한가 보구나? 어차피 내가 받은 가절이다. 빌려주는 것도 못하겠느냐? 네가 소패를 토벌할 때 당연히 필요한 일이니 내 빌려주는 것이다.”
“사공의 명을 받듭니다.”
승태는 조조가 내어주는 가절을 극진한 예로 받아 들고 몸을 숙였다. 그러자 조조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소패를 토벌할 때, 네 너의 권위가 서지 않을 것을 걱정하여 가절을 내리는 것이다. 네가 나의 가절을 가지고 소패를 토벌하고자 한다면 능히 장수들도 따를 것이고, 너를 나를 보듯이 할 것이다.”
승태는 누가 이번에 소패를 공격하는 데 참가할지는 몰랐기에 그저 예를 표할 뿐이었다. 조조는 웃음을 지으며 승태의 어깨를 짚었다.
“이제 남양은 장수에게 내어주면 될 일이고, 너는 허도로 올라오는 것이 어떻겠냐? 유비가 감히 자신의 위치도 모르고 난을 일으켰으니, 네가 나를 돕는 것이 좋을 듯하구나.”
승태는 당했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분명 높은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자리겠지만, 이제 더는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조의 역적들이 날뛰어 천하가 어려운데, 어찌 제가 황도에 들어와 편안하길 바라겠습니까? 차라리 천하의 어려운 곳으로 나아가 구제하기를 바라옵니다.”
조조는 그런 승태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불허한다. 동생들의 혈족이라 하여 너와 란(청하공주)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돌이켜 보니 내가 그간 친족을 보호하지 못한 일에 대해 후회하여 이리하는 것이다. 하여 친족들을 높이 쓰고 가까이하고자 하니, 거절하지 마라.”
승태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자, 조조가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주나 남양에서 한 것처럼만 한다면 능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바뀌어 버린 조조의 행동에 승태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예를 취하고 물러났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조조는 승태가 나가고 들어온 순유를 보고 물었다.
“이만하면 되었는가?”
순유는 조조를 향하여 예를 취했다.
“충분합니다.”
“자네의 말대로 흘러가겠는가?”
“그럴 것입니다. 본시 가장 껄끄러운 인물은 가까이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조 남양은 무릇 유비와 같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인물이니, 명공의 휘하에 둔다면 그의 능력을 명공의 능력으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 뒤의 일은 원가를 무너트리고 이야기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조조는 숨을 크게 쉬고 나아가 순유의 어깨를 쥐며 물었다.
“승태의 세력을 깎아 나에게 매달리게 만든다는 자네의 생각 말이네. 원가를 무너트리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를 무너트리면서 하는 것이 쉬울 것 같은데 말이야.”
“원소를 쓰러트리는 일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명공.”
“그러나 가장 위험한 일에 승태를 쓸 수 있겠지. 이번에도 그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하시지요.”
조조는 잠시 천천히 순유를 내려다보았다.
“반대할 줄 알았는데, 좀 놀라운 대답이군.”
“소신은 종형과 달라 그저 쉽게 쓰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또한, 명공의 집안사람을 쓰는 것이야 명공의 재량이지 않겠습니까? 소신도 명공을 도와 대업을 이루고자 할 뿐이옵니다.”
조조는 껄껄껄 웃으면서 순유를 지나쳐 나갔다. 순유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가 발소리가 사라지자 그제야 자리를 떴다.
***
승태는 자리를 떠나자마자 이 일을 의논하기 위해서 창희에게 부탁하여 양수를 찾았다. 왜 갑자기 조조의 태도가 그렇게 바뀌었는지,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태가 저택에 돌아오기도 전에 순유에게 잡혀 버리게 되었다.
“조 남양,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승태는 눈을 끔벅이며 순유를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하던 승태는 거절하려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순유가 가까이 다가와 한마디를 건네었다.
“조 남양을 허도로 들어오게 한 것이 나의 입김 때문이니, 대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옆을 지키는 호위도 없고, 둘이서 이야기하기 좋을 것 같은데.”
승태는 그 말에 입을 다물고 순유를 바라보았다.
“이제 갈 마음이 생기나?”
승태는 크게 숨을 쉬며 물었다.
“제가 순 시랑을 따라가면 무엇을 알고 얻을 수 있겠습니까?”
순유는 승태의 물음에 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무엇을 알 수 있고 얻을 수 있냐니, 이 얼마나 치기 어린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조 남양이 명공께서 걱정할 정도로 위험한 인물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군. 딱 봐도 겨우 치기 어린아이 정도인데 말이야.’
가늘게 눈을 뜬 순유를 보던 승태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따르겠습니다.”
***
순유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순유는 차를 내어 승태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자신의 자리에 앉은 순유는 차를 마시고 나서 무엇인가 음미하며 물었다.
“자네가 홍농 양가와 함께 이러한 차를 허도에 유통한다고 하더군? 홍농 양가와 친분이 깊은가?”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양 주부와 친분이 있습니다. 과거 서주에서 인연이 있어 같은 나이에 서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가? 흐음, 알았네.”
“시랑, 저를 허도로 불러드린 것이 시랑이라 하셨는데, 그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인데, 어찌 의미를 따지는가? 뭐, 종형이나 조 사공이 에둘러 표현하기를 좋아하시니 그렇지. 나는 종형과 다르니 말에 딱히 의미를 따질 생각하지 않아도 되네.”
“그럼 가절을 내어준 것 또한 순 시랑의 생각입니까?”
“그렇지.”
“무엇 때문입니까?”
“별 뜻은 없네. 잘 싸우라는 이유일 뿐이네.”
“예?”
“자네 휘하에 들어갈 이들 대다수가 황건적이나 도적들이던 이들이니, 당연하게 권위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순유는 마치 뭔가 생각이 난 듯 말을 이어 나갔다.
“아, 잊을 뻔하였군. 고 도독은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번에 자네를 호종하지 못할 것이네. 여남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이 나와서 말이야.”
승태가 눈을 크게 뜨며 무엇인가 따지려는 순간, 순유가 승태에게 말했다.
“지금 명을 어기고 고 도독을 부르려 한다면 자네가 죽을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이건 경고이기도 하고, 걱정해 주는 것이기도 하네.”
‘곽가를 죽여서 편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우가 가고 범이 온 거야? 내가 직접 군을 이끌어서 유비를 상대하라고? 죽으라는 거야?’
“왜? 마치 죽으라고 밀어 넣는 것 같은가?”
“유비가 온전히 서주를 차지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그런 승태의 말에 순유는 그저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머리를 두들기다가 승태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아, 그게 지금 요점이라 생각하는가? 지금 반기를 든 유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자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그리고 진짜 유비 따위가 서주를 전부 석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절대 안 될 것이네.”
“사공께서 하신 일로 서주는······.”
순유는 한숨을 내뱉으며 승태를 손으로 가리켰다.
“서주는 자네 덕에 유비가 감히 못 얻는다는 것이네. 소패와 하비, 그래, 그 두 개만 얻으면 서주를 얻은 것인가? 서주의 북쪽과 남쪽, 모두가 자네가 앉혀 놓은 사람 아닌가?”
승태가 무슨 말을 하려고 뻐끔거리는 순간, 순유가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요점을 못 잡으니 내가 잡아 주지.”
순유는 죽간 하나를 바닥에 툭 던졌다. 승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순유가 던진 죽간을 들고 글을 읽었다.
― 공을 인정하여 조 승태를 편장군이자 우 중랑장으로 임하게 하고 유비를 토벌토록 한다.
“오늘 올라갈 조서네.”
“이게 어떻게··· 저는 군무를 직접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순유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네. 원술을 꺾은 공이 있지 않은가? 명공께서도 목숨을 걸고 꺾은 원술를 쉽게 무너트렸으니, 대단한 것이지.”
승태는 직접 전장에 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두려움이 커졌다. 해 봐야 뒤에서 보급한 것을 조조나 조조의 모사들이 조정에 굉장히 상세하게 보고를 했기 때문에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승태는 억울한 감정에 순유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저는 서주를 재건하고 원술을 쓰러트리고 장수를 포섭하였으며, 손책을 견제하여 강동에 태사자를 지원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공을 위한 일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사공사직도 모사분들이 저를 치워 버리고 싶다고 하는지 당최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순유는 굉장히 짜증이 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명공의 심기를 흔드는 것은 이제 자네밖에 남지 않았네. 죽은 좨주가 만든 모략으로 황실의 힘을 모조리 가져왔으니, 남은 것은 자네에게 기댄 장수들밖에 없네. 명공께서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도 어려운 지금, 자네가 무엇이라고 우리가 굳이 어리석은 자네의 기분을 맞추어 가며 이렇게 장수들을 허락받듯이 써야겠는가?”
승태는 순유의 말에 식겁하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직접 승태를 이렇게 표현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순유가 곽가를 대신한 자리에 앉자마자 성향이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승태는 생각을 달리했다. 순유가 자신을 이렇게 몰아넣는 것은 뭔가 불안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마음은 조조에게서 나온 것일 테고 말이다.
“제가 명공을 흔든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닌가? 나는 지금 기회를 주려는 것이네. 고개를 숙이고 관직을 내려놓게. 관리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이야. 그리하면 자네도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네. 그 후 사세가 안정되면 명공께서 후일 다시 부를 것이네. 어떤가?”
승태는 이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원소를 꺾은 뒤, 충, 의, 효 상관없이 하나의 능력만 있어도 중용하겠다는 조조가 공융도 불효죄로 죽였는데, 위험을 피해 힘을 내려놓는 순간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가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