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73
직을 내려놓고 쉰다. 관도대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이러면 행복한 결말로 끝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친족이니 죽이지는 않겠지. 그래도 조식처럼 모든 것을 잃게 만든 뒤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걸? 그럴 바에야 손대기 모호할 정도로 세력을 쥐고 있는 게 훨씬 났지.’
“아닙니다. 그저 천하를 걱정할 뿐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사공께서 빨리 천하를 다시 합치는 것입니다.”
순유는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래. 뭐, 딱히 들을 것이라는 생각도 안 했네. 나는 자네에게 경고했네. 나가 보게.”
승태는 어이가 없어서 순유를 바라보았다.
“이게 끝입니까?”
순유는 그렇게 묻는 승태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무엇을 바랬는가? 나는 자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려 주고, 그 대책도 건네주었네. 그런데도 거절한 것은 자네야.”
‘별 시답지 않은 경고를 한다고 나를 감정 쓰레기통처럼 대해 놓고 뭐? 꼰대들, 진짜 가지가지 한다.’
승태는 죽간 쪼가리를 순유의 앞에 던지며 말했다.
“저는 저를 따라서 온 이들에게 한 번도 사공을 거스르라 말한 적이 없습니다. 도리어 상서령께 추천을 해서 중앙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장수들도 그렇지요. 고 도독도 그리하고요. 어떤 병사들을 붙여서 유비를 상대하게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 한번 해봅시다.”
승태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자리를 나가자, 순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죽간을 집어 들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머리는 나쁜 게 확실한 것 같은데··· 이 정도 말했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순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뭐, 밑에 유능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으니 알아서 이해하고 준비하겠지.’
순유는 죽간을 바라보다가 이내 화로에 던져 버리고는 혀를 찼다.
‘종형도 참 거지 같은 주인을 선택하여 여기까지 왔구나. 조조나 원소나, 거기서 거기인데.’
그러고는 머릿속으로 가후를 떠올렸다.
“그 늙은이가 곽가의 자리를 대신하면 굉장히 머리 아파질 것 같은데··· 곽가야 애송이라 다루기 편했지. 제 잘난 맛에 쉽게, 쉽게 일했는데··· 뭐, 조 남양이 데려온 인물이니 빠른 시기 내에는 중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순유는 주변을 스윽 훑어보면서 수염을 쓸었다.
‘하, 대안이라 생각한 인물은 머리가 나쁘고··· 지금 모시는 인물은 목이 메어서 힘들고. 죽겠군.’
“뭐,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
자택으로 돌아온 승태는 분기를 뿜어내며 서고로 들어갔다. 이미 양수가 그 안에서 차를 우려내어 마시고 있었는데, 승태는 오자마자 찻주전자를 들어 올렸다. 승태는 바로 양수의 앞에 앉아 찻주전자를 빼앗듯이 받아 들고는 차를 따라 낸 뒤 벌컥벌컥 마셨다.
“어찌 불렀는가? 우선 차는 잘 마시고 있었네.”
“여우가 죽었더니, 호랑이가 왔네.”
순유의 이야기를 가져온 승태는 그대로 양수에게 쏟아 내었다. 그러자 양수는 이마를 치며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순 시랑께 잘해 드리게.”
자신이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자, 승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분이 나를 치우겠다고 하시고, 막 나를 몰아붙였다 하지 않았는가?”
“하아··· 승태, 자네는 참으로 정치에 대한 머리가 없어.”
“엉?”
“정치 머리가 아니라 그 모략에 대한 생각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지금 순 시랑은 자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이네.”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이라니?”
“생각해 보게. 곽가였다면 자네에게 이걸 알려 줬겠는가? 말이 좀 험한 것은 듣는 귀가 있으니 그럴 수 있지.”
이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양수의 말이 맞았다. 물밑에서 들어온 곽가의 공격은 한 번도 자신에게 미리 알려 준 적이 없었다. 순욱이 넌지시 알려 준 적이 있었을 뿐이다.
‘뭐야? 순유 이 양반, 도와준 거였어? 죽이고 싶다고까지 생각했는데··· 좋은 사람이었네.’
“자네, 무슨 판단을 할 때는 꼭 나를 찾게. 아니면 중달을 부르든가. 중달은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네의 정치 머리보다는 훨씬 뛰어날 테니 말이야.”
“맞는 말이네.”
승태가 너무 빠르게 수긍하자, 양수가 당황해했다.
“뭘 또 그렇게 말하는가?”
“그런데 이번은 어떻게 처리한 건가?”
“딱히 뭐, 어려운 것은 아니라서. 사공을 돕는 일이기도 했고.”
“사공을 도와?”
“조 사공을 죽이고자 한 이들 말이야. 허도 안에 얼마나 될 것 같은가?”
“많겠지?”
승태의 대답에 양수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무척이나 많지. 모든 세력이 조조를 죽이려고 하니까 말이야. 원소 내에서도 죽이려는 세력, 안 죽이려는 세력 유표까지. 어휴, 난리도 아니지. 삐끗하는 순간, 조조는 죽을 것이네. 그런데도 그 칼날 위를 아주 잘 버텨 온 것이 조조고 말이야.”
“그래서 어찌한 것인가?”
“암살의 시작을 알 수 없게 여러 번 의뢰를 돌렸네. 원가에서 황실로, 황실에서 유표, 유표에서 종친, 종친에서 원가였나? 아휴, 내가 말하면서도 꼬이는군. 하여튼 그렇게 하나를 던져 커다란 공을 만들었지. 못 찾아. 절대 못 찾을 것이네. 그게 걱정된 것이겠지?”
마치 돈세탁을 하는 것같이 이리저리 돌리다가 이내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양수였다. 모략을 마치 예술과 같은 경지로 만든 양수를 대단하다는 듯 승태가 바라보았다.
양수는 짐짓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뱉으며 말했다.
“크흠, 그건 뭐 넘어가고. 순 시랑이 전해 주신 그건 어찌할 것인가? 자네, 군을 직접 지휘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양수의 말에 승태는 얼굴이 굳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직접 지휘해 본 적이 없지.”
“거기다가 거의 무슨 도적들을 모아서 자네에게 던져 줄 생각인 것 같은데, 뭔가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승태는 순간 그런 이들을 데리고 유비를 상대할 생각을 하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돌아가 생각해 봐야지. 아직 조서가 내려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 고 도독이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했으니, 대신할 인물을 찾기는 해야지.”
승태는 고개를 저었다. 고순을 대신할 인물이라고 해 봐야 지금 조운이나 창희 정도인데, 그들이 유비보다 더 용병이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웠다.
‘장비의 무용을 당해 낼 수 있으면서 병을 운용할 수 있는 자가 없다. 혹여 장비가 무용을 이용하여 훈련되지 않는 병사들을 돌파한다면 한꺼번에 무너질 텐데.’
승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이네. 무예야 창 도위나 조 장군이 있으니 상관은 없는데, 지휘는 모르겠군.”
“계규 공은 어떤가? 본시 학문에 임하기 전에 군문에서 일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떠한가?”
“글쎄··· 잘 모르겠군. 도적들이 모인 병사라면 병사들을 훈련할 인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지. 지금 이렇게 이야기해 봐야 뭐가 되겠는가? 지금 자네 덕에 순 시랑께서 나를 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 정도면 된 것 아니겠는가?”
“하긴··· 여기서 무엇을 한다고 해도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럼 나가 보겠네.”
“왜? 말 좀 더하다 가지.”
승태가 일어나는 양수를 잡자, 그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자네 때문에 아닌가. 어디서 나온 병사들이고, 누가 자네 옆에 붙을지 알아야 대책을 세우지. 유비를 상대하는 데 그림 안 나오게 자네만 덩그러니 보내지는 않을 것 아닌가? 대장이 누구고, 얼마나 올지 알아야지.”
“고맙네.”
“고맙긴, 자네가 밖에서 잘돼야 나중에 빌붙기 쉬우니 하는 일이야.”
승태는 웃음을 보이며 양수를 보냈다.
승태가 양수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후가 누규와 함께 승태의 자택을 찾았다. 승태는 허겁지겁 다식과 차를 내왔고, 가후는 기쁜 듯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승태는 가후를 보며 의문을 표했다.
“가 선생께서 오실지 몰랐는데, 어떤 일이십니까?”
“집금오를 제수받은 후에 이러한 기회를 주신 조 남양을 보러 온 것입니다.”
“말은 낮추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곧이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실 텐데요.”
“제가 말씀입니까? 글쎄요?”
승태는 왜 가후가 이곳에 왔는지 이유를 알고자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가후가 눈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저보다는 남양께 여기 누자백을 휘하에 두게 하고자 이리 왔습니다.”
“예?”
“유비를 토벌하는 데 조 남양에게 일군을 통솔하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여 이리 찾은 것입니다.”
“그것과 자백 공을 소개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군직으로 제수되는 순간, 호부와 영을 받아 출병할 것입니다. 유비를 상대하시는데, 그 드센 백파적과 청주병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승태는 놀란 눈으로 가후를 바라보았다. 가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모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번에 맞을 병사들이 동승의 휘하 병사들과 저희와 부딪친 후에 생긴 포로 등을 모아 만든 잡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도적들을 뭉쳐서 주는 거잖아?’
“그렇군요. 사실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 있지요. 어차피 동승이 죽었으니 그의 휘하의 정병을 제외한 병사들을 이용하여 줄여야 하는데, 참으로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누자백을 데리고 온 것입니다. 본시 자백은 객인들을 많이 사용한 인물이니, 능히 그들을 병사로 만들 것입니다.”
“저는 참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럼 공이 받는 이득은 무엇이기에 이분을 소개해 주십니까?”
그때, 차만 마시던 누규가 입을 뗐다.
“넓은 판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승태는 가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여기저기 줄을 대는 겁니까?”
“글쎄요··· 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저는 이번에 조 남양이 겪게 될 일을 전해 주었을 뿐입니다. 결정은 여기 자백이 한 것이고요.”
승태는 고개를 돌려 누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일어나 예를 취하며 승태에게 인사했다.
“정식으로 승태공의 휘하에서 일하고자 하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승태는 한숨을 푸욱 쉬면서 물었다.
“왜 저입니까? 차라리 사공의 곁에서 일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아닙니까?”
“항장(降將)이 해 봐야 어디까지 하겠습니까? 집금오와 장 장군의 귀부와 같이 가장 위태로울 때 날아오를 인물 곁에 서야 귀히 여기지 않겠습니까?”
승태는 지금의 상황에 한숨을 내뱉었다. 맞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승태는 누규의 예를 받아들였고, 다시금 자리에 앉아 가후에게 물었다.
“상황은 잘 아실 것이니 물어보겠습니다. 유비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겠습니까?”
가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승태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말입니까? 전쟁에서, 아니면 전투에서 이기는 것입니까? 이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굳이 싸우는 것을 택할 이유는 없을 텐데요.”
승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다가 근래에 뜸해졌지만 위월과 계속 서신을 나누어 이야기한 일을 기억해 냈다.
승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후에게 예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집금오. 덕분에 한 번 해볼 만해졌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