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76
난장(亂場).
여러 사람이 어지러이 뒤섞여 떠들어 대거나 뒤엉켜 뒤죽박죽된 곳,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승태가 맞이한 병사들의 상황이 딱 그러한 상황이었다.
조정의 명을 받아 장군직에 오른 승태는 패국에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고 남양에서 바로 패국으로 향했다. 배정된 주둔지에 도착한 승태는 안 그래도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 개판이 난 주둔지 때문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파직.
승태는 머릿속의 퓨즈 한 개가 부서진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 오천이 넘는 병사들이 이 모양이네. 정말··· 정말 감사한 양반이네, 슈벌······.’
병사들의 군기는 그야말로 밑바닥이었다. 장비들도 전혀 균일되어 있지 않았다. 딱 봐도 예비군들의 모습이었다.
차라리 예비군이었다면 다행이지. 그들은 당근을 주면 그만큼 해내는 인간들이었다. 그러나 이 병사들은 딱 봐도 막장의 막장이었다.
‘진 노사 말대로 진짜 고기 방패로밖에 못 써먹을 것 같은데······.’
창희는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고 힐끔힐끔 승태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수하들에게 물었다.
“저런 놈들을 훈련하려면 며칠이나 걸릴까?”
“그냥 어디 농민들 모아 놓은 것 같은데요? 이거 진짜 동승 휘하의 병사들 맞습니까? 어디서 모아온 이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달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요? 저놈들 아무리 봐도 도적들보다 못한데··· 도적은 무슨 도적입니까? 이런 놈들이랑 비교하면 바로 칼침 맞을 겁니다.”
그 대답을 옆에서 듣고 있던 조운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흑산적이나 백파적 정도의 크기의 도적들이라면 이정도로 엉망은 아닙니다.”
“아, 그래요?”
창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태의 말에 답해 주었다.
“예. 도적들도 위계와 질서가 잡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건을 나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위계와 질서가 잡히면 군율이 생기고, 군율이 잡히면 군기가 잡히게 되어있습니다. 그 군율이 일국의 그것과는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저것들은 대체 뭐라고 생각해야 합니까?”
“하아, 아마 조정에서 급하게 이곳저곳에서 데려온 병사 중에서 급이 떨어진 병사들을 모아 둔 것일 겁니다.”
조운이 한숨을 쉬며 답하자, 창희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제길··· 출병이 보름 후인데, 이런 놈들을 데려가다가는 짐만 되겠습니다. 분명 행군하다가 다 사라질 겁니다.”
승태는 고순의 말이 떠올렸다.
― 주공, 무도한 병사는 법 위에선 공포로 그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법이 없다면 문제가 될 것이고, 공포가 없다면 명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법 위에선 충격이라.”
승태는 아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승태는 조조가 내린 품속의 가절을 움켜쥐었다.
그는 병사들 앞에 서서 말했다.
“일어나라.”
그 말에 어슬렁거리며 일어나는 병사들과 개가 짖나 하는 표정을 짓는 병사들이 있었다. 승태는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고 말했다.
“일어서지 않으면 군령으로 벨 것이다.”
승태의 말에 겁을 먹은 몇 이들이 빠르게 움직였으나, 언제나 말을 안 듣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사실 이들을 이끄는 장수들의 끗발이 떨어졌기에 처벌을 잘못하면 자신들이 도리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군법을 어겼음에도 가절이 없으면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태형 정도로 끝냈다.
그러나 승태는 그들과 급이 다른 사람이었다.
“일어나지 않는가?”
“어린놈의 말을 누가 들어? 어차피 우리 고기 방패 세울 거잖아? 어차피 죽을 거.”
승태는 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을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끄아아아아악!”
앉아 있던 병사의 가슴에서 얼굴까지 실금이 그어지면서 피가 파악 튀었다. 주변의 병사들이 놀라 한발 뒤로 물러났다.
승태는 무심한 표정으로 발광을 하는 병사의 목에 정확히 검을 넣었다 빼었다. 병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목을 막다가 쓰러졌다.
승태는 가절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군령에 어긴 자! 모조리 벨 것이다.”
그때, 병사 둘이 승태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죽인 자와 좀 친한 놈들이 칼을 뽑은 것 같은데, 승태는 그들의 검격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최소한 검격 위치를 다르게 해서 피하기 어렵게 하든가. 이정도는 나 같은 녀석도 막겠다.’
승태는 옆으로 살짝 피한 뒤, 빠르게 병사의 팔을 쓰윽 그어 버렸다. 병사는 칼을 놓치고 팔을 부여잡으면서 뒹굴었다.
그 후, 승태는 빠르게 다른 병사의 칼을 쳐내고 가슴팍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그 병사는 소리를 치면서 뒤로 넘어갔다.
승태는 곧바로 그의 가슴에서 검을 뽑아냈다. 그 탓에 피가 푸욱 올라오면서 하고 얼굴에 튀었다.
승태는 약간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주위를 바라보며 물었다.
“더 있나?”
“······.”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음에도 주변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승태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말했다.
“없지? 그럼 모두 부복할 수 있도록.”
그러자 주변 병사들을 시작으로 모든 이들이 몸을 벌벌 떨면서 엎드리기 시작했다. 승태는 그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그들을 사이를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흠칫거렸다. 승태는 창희와 조운에게 다가가 물었다.
“호위해 주셔야 할 분들이 왜 안 오십니까?”
그러자 조운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 정도야 못 막겠습니까? 제가 가르친 무예인데.”
창희도 조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제 검으로 제 거치도를 몇 번이나 막아내시지 않습니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혹시 몰라서 창은 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병사들 정도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일어나라.”
승태의 말에 순식간에 병사들이 일어났고, 들리지 않은 병사들은 다른 이들을 따라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의 명은 가절을 받은 명이며 여기 보이는 이들에게 통솔과 처벌권을 줄 것이다. 지금부터 전시에 들어가 너희를 통솔할 것이다. 이상.”
승태는 단상에서 내려와 그들을 떠났고, 조운과 창희가 그 뒤를 따랐다.
병사들은 그들이 사라지자 순식간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승태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
이후, 승태의 훈련은 교활한 면모를 보여 주었다. 군 편성을 5군으로, 천 명 단위로 군을 나누었다. 그러고는 현대의 육군 훈련소의 제식을 그대로 집어넣었다.
다른 점이라면 총 대신 창과 깃을 넣은 것과 밤낮 상관없이 종을 쳐서 훈련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불복종은 죽음이었다. 제식 훈련에서 틀린 횟수가 적은 군은 휴식과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가장 많은 군은 배를 곪고 훈련을 하게 만들었다.
과한 훈련과 항명으로 인해 열댓 명이 넘게 죽어 나갈 때쯤이 되자, 병사들이 종이 다 치기도 전에 뛰어나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깃발 색과 나팔 소리에 따라 움직임이 정확히 바뀌었다.
승태는 궁수나 노병(弩兵)은 집어넣지 않냐고 물었으나, 진궁은 고개를 저었다.
“궁병이나 노병 운용이 무슨 투석병인 줄 아십니까? 그냥 뚝딱 활이나 노를 들면 되게. 그리고 화살은 충분히 보급할 수 있다고 합니까?”
승태는 진궁에게 잔소리를 듣자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니··· 고 도독은 쉽게 키우기에 그랬죠.”
진궁은 한숨을 내뱉으며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건 고 도독의 눈이 남달라서입니다. 함진영의 결원이 생겨도 빠르게 다시 인원을 비슷한 인원으로 채우는 것 보십시오.”
“그런가요? 그래도 쥐여주고 훈련을 하면······.”
“창이나 도 같은 자기 병기 관리도 못 하는 병사들이 활이나 노 관리는 잘 하겠습니까? 궁은 다 늘어나서 거리가 맞지도 않을 테고, 노는 부품이 사라져 딸깍이다 죽을 것입니다. 궁병이나 노병은 훈련이 된 사병들로만 구성하시는 게 좋습니다.”
승태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알겠습니다. 병사들 훈련은 어떻습니까?”
승태가 물음을 던지자, 최염이 예를 표하며 나섰다.
“주공이 훈련법을 만들어주신 덕에 간단한 명령은 완벽하게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소종(小鐘)만 울리면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집고 자리에 모일 겁니다.”
“다행이네요. 그러려고 한 일이니 말입니다. 힘 좋은 이들에게 오장(伍長)을 맡기고 진을 짤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때, 막사 밖에서 보즐이 죽간을 조심스레 들고 왔다.
“하아, 이제야 누가 오나 보네.”
승태는 죽간을 풀고 꼼꼼히 누가 오는지 봤다.
‘꽤 괜찮은 장수들이기는 한데··· 항장 아니면 조조가 싫어하는 인간들이네.’
유대, 서황, 주령 등이 적힌 죽간을 쓰게 입맛을 다시며 본 승태였다. 그는 죽간을 진궁에게 전해 주고 입을 열었다.
“문관이 유비 공격에 수장이라니··· 말도 안 되네요. 혹 일부러 지려고 이렇게 보내는 건가? 서황을 보내는 것을 보면, 또 그것은 아닌 것 같고······.”
잠시 승태의 머릿속에 순유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유비를 꺾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관우가 있는 하비성으로 몰려갔으니 말입니다.”
“군사 숫자만 보면 하비 쪽이 더 크니, 그곳으로 가는 것이 맞기는 합니다.”
승태는 조조가 관우에게 느끼는 감정을 생각하며 한숨을 지었다.
‘단순히 그런 느낌이 아닐 것 같은데······.’
“어차피 하비야 조 사공이 알아서 할 겁니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죠.”
승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보즐이 빠르게 뛰어갔다. 그는 천이 걸려 있는 곳에서 막을 치우고 지도들이 그려진 천을 들고 와서 막사 내부의 큰 탁상 위에 펼쳤다. 보즐이 지도를 빳빳하게 만들기 위해 지도의 균형을 맞추며 조정하는 동안 진궁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승태와 장수들도 지도의 주변에 서성이자, 진궁이 보즐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보즐이 빠르게 뛰어 깃발이 달린 동그란 모형들을 가져왔다.
진궁이 급수와 수수 사이에 파란 모형들을, 급수 밖에 붉은 모형들을 세워 놓았다.
“유비는 분명 패국과 전장 사이의 보급을 끊으려 할 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만 끊어 낸다면,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 상태로 계속 연주를 계속 압박하면 원소의 원군을 기다리는 동안 버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병력이 굳이 많이 필요하지 않겠군요.”
“그렇지요. 유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진궁은 파란 모형을 모아서 소패까지 올려 보냈다.
“이런 식으로 한 번에 휘몰아쳐 소패를 치는 방법.”
“보급이 안전하겠습니까?”
진궁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끊임없이 괴롭혀질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에 쫓기게 될 겁니다. 소패는 그들에게 굉장히 익숙한 지형이니 하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킬 수 있다면 중책 정도가 되겠지요.”
“그럼 상책은 무엇입니까?”
진궁은 병사들을 소현에 올려놓고 붉은 깃들을 급수를 넘겨 두었다. 그러고는 성무와 산양에서 군을 세워 두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유비를 속이는 것입니다. 아니, 알고도 오게 만들어야 하겠지요.”
진궁이 붉은 깃을 넘어트리자 우르르 붉은 모형들을 쓰러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