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8
삼국지 : 미완의 군주 7화
“공자, 저 처자는 누구입니까?”
오용이 ‘혹시?’라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오해에 승태는 약간 뜨
끔한 표정으로 연을 바라보았다. 그저 이곳의 행동을 배울 생각으로 곁에 둔
아이인데, 이런 상황을 연출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용이 오인할 만도 했다. 조안민이 여인에게 관심이 있다고 여긴 하후돈이
허도에 들어서자마자 옷집에 들러 비싼 비단옷을 쥐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옷으로만 보면 귀한 집안의 처자와 같았다. 거기다 연은 접빈부에서 시
비로 일한 탓에 행동과 자태 또한 귀해 보였다.
그래서일까, 정 부인도 약간 흥미로운 얼굴로 그녀를 보지 않았는가.
“새 시비입니다. 제가 가까이 두고 쓸 아이이니, 방도 내주는 게 좋을 것 같
습니다.”
승태의 말에 오용은 하후돈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에 승태는 고개를 저
으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니, 방을 정리하여 빨리 내주시지요. 아, 그리고 다른 노복들
시켜 하후 백부께서 내주신 물건을 제 방으로 옮겨 주십쇼.”
승태의 말에 오용은 표정이 바뀌었다. 그러고는 잠시 흔들리는 눈으로 망설이
다 이내 말을 이었다.
“공자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이 들려오자마자 조가의 어른이라는 작자들이 쳐들
어와 집에서 많은 부를 가져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저 저택을 유지할 정도
밖에 남지 않아 노복 대부분을 고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승태는 약간 어이가 없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치죄당할 게 두려워 고개를
숙였으나, 승태의 머릿속에는 다른 내용이 들어 있었다.
‘가문의 부를 왜 가져가? 뭐 때문에? 조안민이 누릴 부가 있기는 했나?’
물론, 더 이어 갈 사람이 없으면 본류인 가문이 분가의 부를 가져가는 것은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조안민의 제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부를 가져가
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공자, 가문의 근본인 공자가 돌아왔으니, 마땅히 가문의 부와 조부의 현판을
가져오는 게 옳을 것입니다.”
“뭐라 하셨습니까?”
“돌아가신 가주께서 인정한 조가의 본류인 저희가 조부의 현판을 가져오고,
부를 되찾아 온다고 하였습니다. 공자, 이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승태가 어리둥절해 하며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오용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조부의 가주는 조조 아니야? 동생이 어떻게 가주가 된
다는 거야? 그리고 조조에게서 뭘 가져와? 부와 현판을 떼어 온다고? 자살하
는 또 다른 방법인가?’
승태는 갑작스러운 내용에 정리가 되지 않아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제가 고생이 심하여 머리가 아프니, 그 일에 관해서는 나중에 논하기로 하지
요. 또한, 이 일은 가문의 어른들께서 정할 일이니······.”
“공자! 아니 됩니다! 그리하면 저 무도한 조······.”
그가 황궁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이자, 승태는 그가 말을 이어 가지 못하게
입을 막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했다.
“그런 이야기는 내실에 들어서 천천히 말해 주시지요.”
오용은 갑작스러운 승태의 행동에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가
조심스럽지 못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 같았다.
“죄송하옵니다. 제가 그간 한이 쌓여 추태를······.”
“마차 안에 비단들이 있을 테니, 그것이라도 팔아 노복 몇을 불러오지요. 급
히 팔기 어려운 몇 물건은 제 방에 놓아 주세요.”
오용은 예를 표하고 뛰어서 어디로 가더니, 이내 장정들 몇을 데리고 짐을 옮
기기 시작했다. 승태는 연과 함께 그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선 승태는 침상에 앉아 이마를 짚었다.
‘하아, 이런 골치 아픈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냥 편히
허도에 머물 생각이었는데, 무슨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출신의 비밀을
알아 버린 것만 같네.’
승태는 단순히 집이 따로 있다고 해서 온 것이었는데, 역사서에 한 줄도 쓰여
있지도 않은 묘한 비밀을 알아내 버렸다.
‘현판은 돌려받지 않아도 되는데······.’
솔직히 승태는 역사의 흐름을 뒤엎으며 조조의 자리를 위협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위왕(魏王)이 되면 조 씨라는 이름만 있어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거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문의 부는 아니었다. 현대인이 만족할 수 있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
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큰돈이 필요했다.
‘돈은 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하후돈이 잠깐 생각이 났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이나 망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가문 어른들이 알아서 하겠지. 가문 내에 족인이 죽겠다는데, 돈 좀 쥐여 주
겠지. 설마 안 주겠어? 거기다 가주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돈 좀 쥐어 달
라는 건데, 뭐.”
승태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묻어 두며 생각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밖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소인 오용입니다.”
승태는 감긴 눈을 뜨며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들어오세요.”
오용은 문을 조용히 열며 들어와 다시 문을 닫고 조심히 걸어왔다.
“이미 잠에서 깼으니 그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많이 피곤하신 듯하여 내일 올까 했지만, 이번 일을 알려 드려야 간악한 조
조 놈의 마수에 빠져들지 않을 것 같아 이리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잘 알지 못해 다른 분들이 노고를 겪으니, 안타까울 따름입
니다.”
오용은 엎드리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무엇인가 결심을 했는
지 부르는 명칭도 바뀌어 있었다.
“공··· 아니, 소주, 이제 모든 것을 털어놓겠습니다.”
승태는 눈을 감았다. 오용의 모습을 보니 들으면 안 될 이야기 같았지만, 모
르는 것보다 아는 편이 나중에 일어날 사태에 대응하기 편할 것 같았다.
‘설마 아니겠지··· 뭐, 조조가 아버지를 죽여서 내가 그를 죽여야 하는··· 그
런 진부한 이야기는 아니지··· 그치?’
“소주의 아버님과 할아버님은 간악한 조조의 손에 돌아가셨나이다.”
‘불길한 예상은 항상 틀린 적이 없네······.’
승태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며 얼굴이 굳어졌다. 오용은 그런 표정으로 보
고 그가 분노하는 것이라 착각해 주절주절 말하기 시작했다.
‘그니까··· 서주에서 연주로 이주하는 조숭과 조덕을 조조가 죽여 버렸다? 조
가의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진짜 진부해 미치겠다··· 그거, 내가 꼭
복수해야 하냐? 아니 하겠다는 사람이 미친 거 아니야? 세력 차이가 하늘과
땅도 아니라 지하인데.’
“증좌는 있습니까?”
승태의 말에 오용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가 거짓을
고할 이유가 없으니, 그가 한 말이 거짓은 아니겠지만,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나 증인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 말은 증좌가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증좌가 있다 해도 힘의 차이가 어
마어마한데, 무슨 방법으로 복수를 하겠습니까?”
“하나 소주의 부공과 조부께서 돌아가시자마자 소주께서 받으실 가주의 자리
를 대리한 게 조조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 힘으로 조가와 하후가의 모든 힘을
집중하여 한조를······.”
중언부언 이어 가는 오용의 말에 승태는 콧등을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니까, 그 둘이 죽어 큰 이득을 받은 것은 조조다 이거로군. 이건 설득력이
있네. 근데 이게 사실이면 내 목도 간당간당하긴 하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가주의 자리는 어려울 겁니다.”
“소주!”
승태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했다.
“원한다고 다 할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분간해야
지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사는 것이고, 그다음은 지금의 가주이신
명공을 도와 조가를 우뚝 세우는 것입니다.”
오용은 고개를 들어 승태의 얼굴을 보았다. 오용의 팔은 부들거리면서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잠잠해진 뒤, 웃음을 지었다.
‘그러지 마! 무서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오용은 마치 다짐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예를 표하고 답했다.
“소주의 깊은 뜻을 알겠나이다. 이 오용, 소주의 생각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아니, 무슨 생각? 난 당신이 생각한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그리고 무슨 생
각인데! 알려 줘! 뭔데!’
승태는 이마를 문지르다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예. 내일 사공부에 가야 하니, 준비해 주세요.”
오용은 마치 전장에 나가는 장수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짐하듯 답했다.
“예, 소주!”
그런 모습에 승태는 짜증이 올라왔지만, 이내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침상에
다시 몸을 뉘었다.
‘나도 모르겠다.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일단은 자신의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으니, 무엇인가 명령을 내리기 전까
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승태는 침상에 누워 잠에 빠져들
었다.
***
다음 날, 해가 뉠 때 즈음이 되자, 하후돈이 마차를 타고 저택까지 왔다.
승태는 그와 같이 마차에 올라탔다.
“집에 문제는 없고?”
승태는 하후돈의 의도를 잘 몰라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인상을
팍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나도 들어가서 들었다. 전장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데, 어찌 알았겠느냐.”
‘에이, 이미 알고 있었겠지. 그러니 그 많은 비단을 사서 넘겨 준 거겠지. 밥
이나 먹을 수 있도록.’
그런다고 솔직히 그런 것을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자리에서 목이 떨어
질 수도 있는데.
‘살얼음판이네, 살얼음판. 사람 좋아 보이는 하후돈도 이렇게 능구렁이 같은
데, 아니, 이래서 더 무서운 건가?’
“집안의 노복들도 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제가 죽은 줄 안 가문의 어른들께서
위패와 가문의 재산을 가져가서 좀 싸늘했습니다.”
하후돈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가문의 사람들에게 말해두마. 걱정하지 마라.”
하후돈이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은 마치 기어오르지 말고 알아서 기면 쌀을 줄
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
허도의 사공부에 도착한 둘은 위병들의 안내를 받아 조조가 궁내에 기거하는
별채로 향했다. 하후돈은 조조와 조홍이 생환을 축하한다며 조촐하게 준비한
자리라 말했다. 그런데도 승태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별채로 향했다.
그리고 승태는 그곳에서 달빛을 벗 삼아 술을 마시며 아름다운 시를 내뱉는,
인자한 살인마를 볼 수 있었다.
승태의 눈에는 그 누구보다 무서웠으나, 아름다웠으며 당당해 보였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왔구나! 치아야!”
조조는 얼굴에 한껏 웃음을 담으며 승태에게 다가왔다. 이에 예를 표하자, 그
가 승태를 안으며 말했다.
“오늘 밤은 참으로 길겠구나.”
상석에 앉은 조조는 아들이 죽었음에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술 한 잔에 시를
부르고 조홍, 하후돈과 함께 노래를 읊조렸다.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 무엇이 즐거워 저리 노는 것이지?’
승태의 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보고 있는 승태는 온몸이 굳어서 힐끔거리면서 술만 홀짝일 뿐이었다.
그러다 조조가 재미가 떨어졌는지, 술잔을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조인과 승
태를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승태는 움찔하며 눈치를 봤고, 조인은 무심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술을 들이켰다.
“즐기자고 모인 자리인데, 저 안민이나 자효는 영 풍류가 없어 재미가 하나도
없네! 그래도 이 자리의 주인공은 안민인데··· 그래! 네 이야기나 해보라!”
승태는 눈을 굴리자, 하후돈이 곁에 다가와 큰 술 동이를 내밀며 말했다.
“말을 못 하면! 석 잔!”
그러자 조홍이 상을 두들기며 말했다.
“말을 끊어도 석 잔!”
“조카야, 술로 죽고 싶지 않으면, 살아 돌아온 이야기를 안줏거리 삼게 꺼내
보아라!”
‘진짜 친족이 죽은 것을 아는 사람들인가? 내가 뭐라고 해야 하는 거야?’
승태는 도대체 아들이 죽어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조조와 그의 무리를
상대로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큰 고민 끝에 승태는
버벅거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각색 없이 꺼내어 놓았다.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듯이 들으면서도 승태가 버벅댈 때마다 술잔을 두드리며
술을 마시게 했다. 술 때문에 말이 끊어져도 술을 마시게 했다.
“으··· 머리 아파······.”
낮은 도수지만, 마시는 양이 많으니까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조
조는 재미있다며 웃어 댔고, 신변잡기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때, 하후돈이 취기가 올랐는지 정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승태는 멍
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 승태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말라며 경고하던 이야기들이 하후돈의 입에서
술술 뱉어져 나왔다.
“그러니까, 여옥이가 그런 말을 했다 이 말인가?”
하후돈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태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뱉었다.
“치아도 들은 말이네.”
모두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술기운이 올랐는지 속에서는 욕지기
가 올라왔다.
‘말하지 말라면서 아주 세세히 아주 구석구석 말하네! 왜? 정부인이 호통치자
마자 깨갱 해서 말도 못 한 것도 말하지? 친족이 죽은 것도 즐기는 개만도 못
한 놈들이.’
이미 취해 버린 승태는 필터를 많이 거쳐서 꺼내야 할 말을 몇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꺼냈다.
“백모께서 장양의 집에 쳐들어갈 때의 모습으로 기다릴 것이니, 돌아올 거면
목을 씻고 오라고 전해 달라 했습니다.”
승태의 말에 놀란 이들을 보며 술에 약간 맛이 간 승태는 속으로 조소를 날렸다.
‘이야, 차라리 우리 백모님이 훨씬 나은 분이다. 이 사이코패스 같은 놈들···
내가 나중에 네놈들이 이루어 놓은 거 다 먹어 줄게. 어차피 사마씨에게 빼앗
길 거 아니야? 그놈들이 막장을 치는 것보다는 내가 먹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