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80
승태가 군을 이끌고 움직이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유대와 왕충의 대패 소식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진궁이 유대와 왕충의 협조 요청이 적힌 죽간을 받게 되었다.
진궁은 죽간을 받아 들고는 웃음을 지었다. 그 옆의 노숙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노사, 그거 보면 웃음이 나오십니까? 승태가 아주 그냥 멍청이 취급을 받으며 무시를 당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전에 요청했을 때는 그렇게 무시했으면서 유비에게 박살 나고 나서야 협조 요청은 무슨··· 몇 번 부딪친 것도 아니고 한 방에 군이 흩어져서는··· 어휴······.”
“죽을 놈이 하는 욕에 화를 내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진궁의 말에 노숙은 화들짝 놀라 빤히 바라보았다.
“예? 죽는다고 하셨습니까? 이 사람들이 왜 죽습니까? 유비를 공격하다가 죽는 겁니까?”
“그걸 내가 어찌 알겠나? 복사도 아니고.”
“그럼 어찌 죽을 사람들이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주공께서 가절을 받았으니, 유비랑 싸우다 살아도 죽으니 죽었다고 하는 것이네.”
노숙은 눈을 깜박이다가 죽간을 떨어트렸다.
“그러니까··· 저번에 보낸 요청을 핑계로 다 죽일 거라는 이야기입니까? 가절은 군령을 어긴 인물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지. 군령을 어긴 인물을 처벌하는 것이지. 전장에서 도망간 인물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는가?”
노숙은 멍하니 진궁을 바라보았다.
“가절을 쓰지 않을 거면 왜 가지고 있겠는가? 조조는 뭐 그것을 가지고 대충 병사들이나 다스리라고 줬겠지. 이런 일을 저지를 것이라 생각도 못 했겠지만 말이다.”
“주공께서 그들을 직접 죽이겠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소패를 공격하다가 죽을 것인데 무슨 소리인가? 가절은 그들에게 소패를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게 해 주는 방법일 뿐이지.”
“공을 내주는 것입니까? 소패에 유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그럼 소패성은 금방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유비만 없으면 성이 쉽게 떨어질 것 같은가?”
“성은 뭐 성이니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래도 유비가 없는데 끝까지 싸우겠습니까? 불리함이 생기면 항복할 테죠.”
진궁은 약간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것이네. 조조나 유비는 눈과 입이 좋거든.”
“무슨 말씀입니까?”
“유비의 병사들은 마치 무엇에 홀린 듯한 모습을 보이네. 아, 태평도 같은, 그런 것과는 약간 다른데··· 뭐라 해야 하나. 마치 충(忠)을 넘어선 하나의 의(義)가 된 느낌이지. 마땅히 싸워야 하며, 마땅히 지켜야 하고, 마땅히 명을 받들어야 하는··· 그런 것 말이네.”
“그러니까 오자의 병사들처럼 싸울 것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매우 열심히 싸우겠지.”
“그런데 주공이 그곳에 가서 뭘 합니까? 가절을 들고 무엇을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공성 훈련하면 될 것이네.”
“예?”
“어차피 유비가 없다는 말 들으면 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주공이 공격하지 못하게 할 것이네. 이미 장비도 잡은 마당에 공을 더 빼앗기고 싶겠는가?”
“어휴, 절대 아니겠죠. 어차피 유비도 어디로 도망갔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무슨 문책을 받을지 알 수 없으니까.”
“크게 문책당하지는 않겠지. 눈앞에 원소가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전장에 설지 모르니 어떻게든 공을 세워서 좋은 곳에 서야 하기 하겠지. 위충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않는가.”
“하내 태수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래. 위충은 얼마지 않아 죽을 것이네.”
“하긴··· 하내의 원소군을 공격했으니 원소가 제일 먼저 처리할 터인데 왜 도망가지 않는다고 합니까?”
“아들 때문이지. 종요에게 잡혀 있는 아들 말이야. 여 장군을 위해서 장 대사마(장양)에게 구원을 요청하기 위해 갔는데, 결국 장 대사마가 죽고 위충은 잡혀 죽을 자리에서 위태롭게 서 있지 않은가? 자신들은 그런 자리에 앉아서 싸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겠지.”
“결이 다른데요? 조조의 입장에서 위충은 배반자 아닙니까? 그 사람들은 조 사공에게 귀부한 인물들 아닙니까? 특히 왕충은 유민들을 긁어모아서 귀부한 인물이니 처지가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위충이나 저자들이 다를 것 같은가? 원소에게 중용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조조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이지. 그런 이들이 다른 곳에 끈을 안 대 놨을까?”
노숙은 어수룩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고, 진궁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냥 앉아서 두 사람이 서로 난리 피우다 쓰러지는 것을 보면 될 일이지. 그리고 마지막에 가절을 들어 처리하면 되네.”
***
예주국 풍현에 모이기로 한 삼군 중 가장 늦게 도착한 승태는 멀리서 모여 있는 군막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거, 군막 맞습니까?”
가운데의 대장기가 세워져 있는 군막을 제외하고는 거의 누더기들이나 주변의 짚들로 세워진 병사들의 군막을 바라보며 승태가 한숨을 내쉬었다. 누규는 그의 옆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가 저런 거에 당했죠. 솔직히 저는 저런 행태 때문에 도와주려고 갔는데 습격을 받았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솔직히 그럴 만한 모양이긴 했다. 차라리 거적 더미라도 잘 처져 있으면 상관은 없지만, 거적 더미도 부족해서 짚과 섞여 있었다.
‘병사들 상태도 막장이네. 차라리 내가 받은 병사들이 조금 더 나을 정도잖아? 유비군에 옆구리가 뚫려서 도망갔다고 하길래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 이해가 되네.’
둘의 대화가 멈추자, 창희가 나팔을 불었다. 그러자 행군을 하던 병사들이 멈추었고 승태가 뒤에 대고 외쳤다.
“수고했다. 이곳에 막사를 세우고 주둔한다. 자산(子山)!”
“예! 예!”
보즐이 말에서 내려 승태에게 빠르게 뛰어갔다. 승태의 앞에 서서 예를 취한 보즐은 승태가 내어준 빈 죽간을 받고 멀뚱거리며 섰다.
“이제 네가 군리(軍吏)로서 군수 물품과 군량을 모두 기록하고 보고해라.”
보즐은 눈을 크게 뜨고 승태에게 부복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무슨··· 정확히 적어야 할 것이야. 빠진 것이 있거나 남는 것이 있다면 네가 경을 치를 것이니 말이야. 아, 군막들 정확히 쳐 놓게. 만일 한 채라도 저런 놈들과 비교할 정도가 되면··· 알고 있겠지?”
보즐은 예를 취하고 빠르게 일어나 뒤로 뛰어나갔다. 그런 보즐의 모습에 승태는 웃음을 지었다.
“저게 저렇게 좋은 일인가?”
“굴리는 것을 보면 그럴 만한 것 같은데? 직책 없이 그렇게 굴리는 것은 우리 형님 빼고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으아아! 깜짝아!”
갑작스레 위월이 나타나 말을 걸자, 승태는 깜짝 놀라서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다행히 등자에 발이 걸려 있어 살짝 몸만 기울어졌다.
“호오, 그 발 받침··· 꽤 좋아 보이네?”
승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만들어 드려요?”
“되었다. 그런 거를 보이는 곳에서 사용했다가는 욕이나 먹겠지. 나중에 만들어 주어라.”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 진 노사. 저놈들 어찌 나올 것 같습니까?”
진궁이 말에서 내리자 승태도 말에서 내렸다. 그러자 그 뒤로 그의 부곡들과 장수들이 모두 말에서 내렸다.
진궁이 승태의 옆에 서서 귀에다가 말했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대신 군령장 하나만 쓰게 하면 됩니다.”
진궁이 승태에게 비단으로 된 군령장 두 개를 쥐여 주었다. 그러고는 승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퍼 주면 안 됩니다. 어느 정도 깐깐하게 맞춰 줘야 저들도 속을 테니 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승태가 군막의 천을 들며 들어가자, 고기의 기름 향으로 시작하여 질펀하게 술을 마시며 어디서 잡아 온 여인을 끼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승태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패전한 거 아니었어? 뭐가 이렇게 당당해? 아니, 당당하다 못해 뻔뻔한데?’
“오! 왔구려, 조 장군! 장비를 잡은 영웅이 당연히 올 줄 알았지.”
유대가 술 냄새를 심하게 풍기면서 말했다.
“······운이 좋았지요. 대신 오환기병에게 군량을 털렸으니 군량은 꽤 부족해졌습니다.”
승태는 우선 군량에 대한 부탁을 막기 위해 밑장을 빼었다. 군량을 빌려주는 것은 공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넘치게 받으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 그것참 아쉽군. 우리도 유비에게 양초를 빼앗겨 많이 부족한데, 장군이 참 준비성이 없군. 군병도 약해서 다 잡은 오환기병을 놓쳤나 보군. 쯔쯔··· 우리가 전날에 술만 마시지 않았으면 유비를 잡았을 터인데.”
‘아니, 설마 나한테 하는 말이냐? 내가 털렸냐? 너희가 털렸지. 그리고 옆구리 뚫리자마자 도망간 건 네놈들이잖아.’
“그것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도와드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져와 보겠습니다.”
승태의 말에 그들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내, 도망친 병사들 잡아들이느라 참으로 어려웠는데, 이제 군량까지 채워지면 소패는 우리 손에 떨어지는 것이나 다름없겠군.”
그러자 승태가 약간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그럼 저도 전투에 참여해야 합니까?”
승태가 두려움에 떠는 것으로 생각한 둘은 웃음을 지었다. 왕충은 승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술을 따라 주며 물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장비도 잡은 공이 있는데 말이야. 소패를 함락하는 전투에 참여하는 건 빠지는 게 어떤가?”
“그래도 됩니까? 그래도 조 사공께서 서주 서쪽을 빠르게 공략해야 한다고 했는데··· 조카인 제가 빠진다면 어찌 사람들이 말할지······.”
“뭐, 그런 생각을 하는가? 그럼 우리가 장담했다고 하지. 자네가 군량만 주면 다 처리하는 것으로 했다고.”
“소패에 유비가 없다는 소식이 있는데, 제가 참여해서 빨리 유비를 쫓는 것이······.”
그러자 유대가 나서 말했다.
“아니네, 아니야! 유비가 도망간 것을 어찌하겠는가? 그리고 혹시 아는가? 소패성에 유비가 있으면··· 어휴, 큰 위험 아닌가? 자네는 팽성도 얻었으니 위험한 일에는 잠시 물러나도 좋아.”
“제가 겁이 많아 죄송합니다.”
“허허, 아니네. 진짜 겁쟁이였으면 공을 세웠겠는가?”
“그렇습니까? 제가 겁이 많아 그러는데, 혹 군령장을 써 주실 수 있습니까?”
승태의 말에 유대와 왕충이 인상을 썼다.
“아니··· 군량 때문이 아니라 혹여 나중에 소패를 함락 못 시키면 제게 귀책이 나올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설마 그게 그렇겠는가?”
“제게 가절이 있는 이유가 책임을 지고 감시하라는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혹 유비가 없는 소패를 못 넘으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제가 장 중랑장을 설득해 항복하게 하······.”
가절이라는 말에 유대나 왕충이 흠칫했으나, 승태의 항복이라는 말에 혀를 차며 답했다.
“남자가 숫기가 없어서는··· 항복은 무슨 항복인가? 빨리 군령장을 내오게.”
승태가 품에서 군령장을 꺼내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왕충과 유대가 바라보았다. 하지만 승태는 그들을 보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윽고 그들이 서를 쓰고 각 잡호장군의 인장을 찍는 것을 보고 승태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저렇게 놀고 있으니 군수가 엉망인지 아닌지도 모를 텐데. 보름 안에 소패는 안 떨어질 거다. 크크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