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82
유비와 원담의 병사들은 연주에서 청주로 넘어왔음에도 조조의 군대가 아무런 대응이 없자, 점점 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원담은 산치를 넘자마자 만취할 만큼 술을 마시며 유비에 대한 환영의 연회를 매일 열었다.
“진 공! 내 술을 받으시오!”
진도는 약간 불편한 모습을 보이며 술을 받았으나 차마 마시지 못했다. 그렇게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에게 원담이 말했다.
“허어! 오늘은 이 원모가 유 사군과 재회를 하는, 무척이나 기쁜 날이요. 이런 기쁜 날, 왜 술을 마시지 못하오! 명령이오, 명령!”
진도가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유비가 웃음을 지으며 그의 술을 빼앗아 마셨다.
“하하하, 원 청주. 어찌 나와 원 청주 간의 기쁨을 다른 이와 나누려 하오? 그리고 이치는 사람은 술을 마시면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사람이오.”
유비의 말에 원담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소이까?”
원담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듯이 진도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미안하오! 내 그런 것을 잘 몰라서 말이오.”
진도는 원담의 사과에 놀란 눈을 하며 예를 취했다. 허도에서 들은, 사치가 심하고 어리석다는 소문과 달리 꽤 호방하고 말이 잘 통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말이오! 오늘이 너무 기쁘오. 유 사군을 아버지께 모셔다드리면 분명 나를 다시 볼 것이오. 그리하면 역적 조조를 물리칠 때, 나는 아버지의 곁에서, 가장 앞에 싸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니 큰 공도 세울 수 있겠지. 유 사군! 내, 사군 덕분에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았소이다. 응?”
원담은 술 냄새를 풍기며 진도를 껴안았고, 유비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렇소이까?”
“내 다시 원 숙부(원술)의 서신도 전하여 하남의 원가의 정통성도 가져왔고, 유 사군을 통해 원가가 진정한 한조의 충신이라는 명분도 가져왔소. 이제 이 원 현사가 진정한 원가의 적장자가 될 것이외다. 아버지와 같이 감히 첩실의 아들이라는 말을 못 하게 말입니다.”
원담은 마치 울분을 토해내듯 진도의 품에서 붉은 눈시울을 적시며 말을 꺼내었다.
그렇게 원담이 술을 더 마시려는 순간, 밖에서 징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호사 한 명이 갑자기 군막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원 청주! 조조의 습격입니다! 기마들이 지금 진중으로 들어왔습니다!”
병사의 말에 원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곧바로 진도에게서 벗어나 뒤에 걸려있는 칼을 차고 투구를 썼다. 갑주를 입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니 가장 빨리 준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감시를 어떻게 했기에 기마가 들어오게 두었는가?”
“진중에 술이 돌아 병사들의 기강이 해이해졌습니다.”
원담은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지만, 이내 단호히 말했다.
“군관들의 잘못을 병사들의 해이해짐으로 돌리느냐? 내 이번 전투에서 공을 세우지 못한 군관들의 목을 벨 것이다. 이는 빈말이 아니니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내 직접 나아가 싸울 것이니, 도망가는 자들은 용서하지 않겠다. 내 직접 그들의 가족들을 찾을 것이고, 그 병사을 추천한 부민들도 모조리 참할 것이다.”
병사는 원담의 명에 크게 소리를 치며 뛰어나갔다. 진도는 약간 놀란 눈으로 원담을 바라보았다.
‘실로 단단한 인물이로구나. 한데 어째서 허도에는 무능하고 탐욕에 찌든 사람으로 알려졌을까?’
원담은 술에 약간 취해 몸을 휘청거렸지만, 이내 검을 지팡이 삼아 막사 밖으로 향했다. 그는 나가기 직전에 유비를 보며 말했다.
“유 사군께서는 부곡을 챙겨서 먼저 가십쇼. 이곳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가 돕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제가 할 일은 유 사군이 아버님께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곳은 충분히 제가 막을 수 있으니, 부디 무탈하게 가십쇼.”
“감사하옵니다.”
원담과 유비가 막사 밖으로 나갔을 때, 진 안에는 기마들이 마구 흩어지며 군막들을 태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비는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 하지만 원담은 그 표정이 자신을 걱정하기에 지은 것인 줄 알고 유비의 심기를 다스려 주기 위해 말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사군, 걱정하지 마십쇼. 이정도야 전투를 하며 많이 겪어 본 일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원담이 말을 타고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유비는 혀를 찼다.
‘너를 생각했겠느냐? 내 물건들을 생각했지. 곡식도 그렇고, 물건들이 불에 약한데 말이야.’
“숙지! 빨리 움직이세.”
“예!”
유비는 그 혼란스러운 중에서도 부곡과 자신의 물건, 그리고 원담의 군량을 털어서 달아났다. 우습게도 도리어 우마와 수레의 물건들을 늘어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여건이라니, 역시 내 말이 맞지 않는가.”
“예?”
“불안하다고 말이야. 역시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거지.”
진도는 그런 유비를 보고 숨을 크게 쉬었다.
“주공, 그래도 우리에게 도움을 준 원 청주의 군량을 터는 것은 좀······.”
“좀? 어차피 수가 줄 병사들이네. 수가 줄어들면 필요 없는 군량이고. 그리고 내가 그냥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가져가서 다시 군을 모을 때 쓸 것인데 말이야.”
***
유비는 역성현(역하)이 보일 때쯤 되어서 갑자기 진도에게 말했다.
“숙지, 자네는 부곡들에게 진을 세우게 하고 나를 따르게”
진도는 유비가 직접 순찰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부곡들에게 진지를 세우도록 하였다. 그는 부곡들에게 웃으며 유비의 직접 순찰을 가는 것을 칭찬까지 하였다.
그렇게 그가 말을 타고 나왔을 때, 유비는 네 개의 말이 끄는 마차와 함께 있었다. 마차의 뒤에는 챙긴 물건 중 가장 비싼 물건들이 실려 있었고.
유비의 부곡 중 가장 무예와 충성이 뛰어난 이들이 그를 말을 타고 뒤따르는 것이 진도의 눈에 들어왔다.
“주공, 이게 무슨······.”
진도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아까 세운 진형에서 불이 올라오고 고함이 들렸다.
“주공!”
그때, 유비의 손이 진도의 귀싸대기를 쳤다.
“조용히 하고 따르게. 이미 산속에 병사들이 대비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진도는 그제야 유비가 입고 있는 옷이 아까의 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입는 것임을 깨달았다.
“주공, 설마······.”
“간악한 조조 놈··· 이렇게 나를 쫓다니 말이야.”
진도는 더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소패에 남겠다고 말하지 못한 게 후회되었다.
유비는 기병들과 함께 빠르게 역하의 나루터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커다란 불이 역하의 나루터에 올라오고 있었다. 거의 모든 배가 타고 있었다. 딱 애매한 크기의 배를 빼고 말이다.
“이런 미친! 미친! 그래, 그래도 다행이다. 배가 남아있구나! 역시 이 유비에게는 아직 천명이 남아있음이야.”
유비는 빠르게 말을 달려 마지막 남은 배를 향해 움직였다.
배에는 자리가 충분했지만, 남은 부곡들을 다 태웠다가는 유비가 챙긴 물건들을 옮기지 못할 만한 넓이였다.
유비가 마차에 내려 상자를 옮기려는 순간, 어두운 곳에서 조운이 걸어 나왔다. 유비는 그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자를 떨어트렸다.
“자룡! 자룡 맞지? 그대가 나를 구하러 왔는가?”
그때, 진도가 빠르게 움직여 유비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에 유비는 특유의 넉살을 떨었다.
“자네가 말하지 않았는가? 자네는 덕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말이야.”
***
조운에게 계책을 넘겨주기 전, 진궁은 승태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승태는 전쟁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니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과 대화 하는 것이 더 좋지 않냐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진궁은 굳이 그와 대화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답했다.
“주공께서는 이번 전투에서 원소가 유비를 구하기 위해 군을 일으킬 것 같습니까?”
승태는 고개를 저었다.
“군을 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사서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할 수 없는 승태는 무엇인가 변명을 찾았다.
“음, 그 서주가 쓸모가 없으니까 아니겠습니까?”
진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군요.”
승태는 멍하니 차를 바라보며 마치 교수님과 미팅을 진행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생각을 꺼내며 물었다.
“유비가 가진 명분만 가져가기 위해서? 유비는 아무리 봐도 위험하니까?”
진궁이 고개를 끄덕이자, 승태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맞습니까? 다행입니다.”
진궁은 그런 승태를 빤히 보다가 물었다.
“그럼 주공께서는 유비의 무리를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승태는 진궁의 말의 의도를 알아차리기 위해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궁이 한숨을 내쉬었다.
“유비를 어찌할지는 주공의 선택에 달린 것입니다.”
“제가 살리고 싶으면 살리고, 죽이고 싶으면 죽일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럼요. 조 장군이 아니라 장 태수께 부탁하면 될 일이니까요.”
진궁의 말에 승태는 숨을 크게 내쉬며 물었다.
“진 노사는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비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하지만, 힘을 모두 잃었는데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라면 죽일 것입니다.”
승태는 자신의 짧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하긴··· 유비는 적벽대전으로 조조가 권력을 잃고 나서 형주를 차지한 후에야 힘을 얻은 것이니까. 유비가 진짜 필요할까?’
“유비는 조 사공과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이전에 조 장군에게 말하듯 거짓된 인의라 하더라도 조 사공 천하에 인의로운 인물이 되었고, 한조의 종친이자 충신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를 따르는 의제들은 만인지적의 능력을 갖춘 인물입니다.”
승태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진궁에게 유비에 관한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주었다.
“그래서 주공은 어찌하고 싶냐고 묻는 것입니다.”
“진 노사 말대로 유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죽든 살든 말입니다. 하지만 유비의 의제들 때문이라도 제 손으로 죽이는 것은 안 됩니다.”
“그들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까?”
“얻고자 하나 저에게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장비는 이미 하후가의 일원이니 조 사공에게 중용될 것이고, 관우는 유비가 없다면 조 사공께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이런 데에서 머리가 잘 굴러갑니다.”
“이런 데요?”
“좀 먼 미래를 예측하는 일 말입니다. 마치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승태는 당황하여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차를 들이켰다.
“무슨 그런 말을 합니까?”
“유비는 뭐 그렇게 처리한다고 생각하고··· 이제 조 사공을 겪어보니 어떻습니까?”
“힘드네요. 서주를 떠난 뒤에 이렇게 지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제가 바라면 조 사공도 알아주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아니지요?”
“예. 전혀 알아주시지 않더군요.”
“알아주기 바라는 것이 이상한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 잘하셨지 않습니까.”
“너무 잘하다니요?”
“조 사공이 서주로 보낸 이유는 그곳에서 여 장군과 치고받고 싸우라고 보낸 것이었는데, 뭐 여 장군이 졸하여 그런 것도 있지만 가장 먼저 움직여 주공의 중심으로 군이 몰리지 않았습니까. 누가 그 정도 크기의 군이 지지하는 인물이 자신의 휘하에 있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승태는 진궁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묵묵히 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궁은 남은 찻물을 입에 털어 넣고 말을 이었다.
“유비와 원담은 살리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뭐, 원담이야 죽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우니 그냥 좀 고초를 겪도록 만든다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진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승태에게 말했다.
“주공, 이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곽가가 죽어 시간이 늘었다고 하지만, 조조는 원소가 쓰러지고 하북을 모두 차지하고 나면 더는 독자적인 세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승태는 진궁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궁이 예를 취하고 말했다.
“조 사공의 승리가 아니라 이제는 주공의 승리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때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진궁이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승태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찻물을 바라볼 뿐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