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84
장비에게 사모를 직접 쥐여 주고 말을 태워 소패로 보내는 승태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황과 위월, 그리고 창희의 얼굴에서 약간 걱정스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저놈 다시 잡으라면 못 잡을 것 같은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위월의 말에 창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그때 사모가 날아오는 걸 생각할 때마다 손이 얼얼합니다. 주공은 정통으로 그렇게 맞으시고 저 작자를 풀어 줄 생각을 하는 게 신기합니다.”
서황도 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관 제(관우)이면 몰라도 저놈은 불안하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거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
위월의 말에 서황은 자신이 반말을 받아야 하나 생각하는 생각에 인상 찌푸렸다.
그 순간, 장비에게로 화살이 날아갔다. 그것을 보고 위월이 소리를 치자, 서황의 시선도 장비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장비의 사모가 휘둘러졌고, 날아오는 화살들은 힘없이 튕겨 나갔다. 장비는 소리를 질렀다.
“유 사군의 의제, 장익덕이 여기 왔으니 문을 열어라!”
잠시 후, 소패성의 문이 열렸고 장비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보는 위월은 턱을 긁으며 말했다.
“그냥 장비가 문을 열어 주면 기병들이 죄다 달려들어 더 빨리 넘어갔을 것 같은데.”
그때, 진궁이 나타나 말했다.
“그랬다면 그 안에 들어가 다 죽었을 것이네.”
위월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진궁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멀리서 바라만 보던 진궁이 직접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뭐, 진 노사께서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차라리 안의 사람이 부족해 보이니 뒤에서 한꺼번에 밀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럼 하면 될 것 아니오. 사실 저 장비라는 놈도 오래 쓸 수 있는 놈도 아니고. 제 형님 고쳐지고 귀 큰 놈의 행방을 찾으면 떠난다잖아.”
그러자 옆에 있던 창희가 위월의 말에서 빠진 점을 말해 주었다.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위월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대가? 대가는 무슨··· 그놈이 잘도 지불하겠네. 조 장군(조표)에게도 그 대가를 주질 않아서 모가지 따 버린 놈들인데.”
진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냥 주지는 않을 것이네. 아마 저자가 생각하는 바가 따로 있겠지.”
“저놈이 생각하는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위월은 궁금한 표정으로 진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뒤로 서황과 창희도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 모습을 보고 진궁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조조나 여포의 곁에 있을 때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인데, 꽤 색다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먼저 간 희지재가 이렇게 말한 것이군.’
“장비의 속마음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진궁의 말에 창희와 서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하지만 진궁을 꽤 오래 겪어 본 위월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궁을 바라보았다.
한편, 장비가 소패성으로 들어오자, 병사들이 창과 활을 그에게 겨누었다. 장비는 그런 병사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오환기병들이 여기 있었구나. 말들은 어찌했냐?”
“먹었소.”
장비는 ‘말값이 얼마인 줄 알고 먹는다는 말인가’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그들의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내의 백성들은 어찌했는가?”
“산 위로 올려보냈습니다.”
“여기서 옥쇄하다가 죽을 생각인가?”
“공께서는 항복한 것입니까?”
오히려 항복했냐며 추궁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장비는 한숨을 더욱 깊게 내쉬었다.
“하아, 항복해야 살아서 다시 형님을 보니까.”
“저는 살아서 다시 볼 가족이 모두 죽었습니다.”
장비는 그의 뒤에 서 있는 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들도 같은가?”
“비슷합니다.”
“비슷한 것이지, 기다리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조조에게 원한을 가진 것은 모두가 같습니다. 조조의 휘하에 들어갈 바에야 차라리 죽을 것입니다.”
장비는 결의에 찬 눈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창 들고 있는 것 말이야, 힘들지 않나? 치우고 말하지.”
병사들이 그들을 이끄는 부민의 눈치를 보자, 장비는 그들의 창을 사모로 툭툭 치며 말했다.
“여기 한번 피로 적셔 줘?”
“하아, 들어오세요.”
소패성의 밖에서 기다리던 승태는 약간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혹여나 장비의 안위에 문제가 생기면 역사의 흐름도 흐름이고, 혹 쓰러진 관우가 일어났을 때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그것을 모르는 위월은 대뜸 승태 쪽으로 말을 몰아서 물었다.
“장비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혹 배반한 것이 아닌지 싶은데··· 그럼 저것을 쏴 볼 수 있는 것입니까?”
어쩐지 승태가 만든 소형 투석기를 보는 위월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조립이 가능하게끔 만든 투석기가 도착하고 이리저리 조립할 때부터 위월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구석구석 훑어보았을 뿐만 아니라 돕는다면서 직접 부품을 날랐는데, 완성된 투석기를 보자마자 언제 쏴 볼 수 있는지 계속해서 물어 왔다.
“성을 날리면 다시 짓는 것도 일이지 아니겠습니까? 장 중랑장이 무사하기를 바라야지요.”
“한 번 쏘는 것은 어떻습니까? 경고 차원에서라도 좋을 것입니다.”
“경고가 아니라, 말 타고 습격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어찌 가절을 들고 계신 장군의 말을 어기겠습니까?”
“그럼 기다리시지요.”
“흐음··· 알겠습니다.”
위월은 대답을 하면서도 투석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치 독수리 오형제의, 버드 미사일을 쏘고 싶어서 하는 2호의 눈이었다.
잠시 후, 장비가 소패성에 백기를 들어 올렸다. 그것을 본 위월은 정말 진심으로 아쉬워하며 투구를 옆구리에 꼈다.
그때, 진궁이 다가와서 승태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 나오게 하지요.”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승태는 손을 들고 말했다.
“나와서 무릎을 꿇고 죄를 표하라.”
그러자 승태의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이 크게 소리쳤다.
“나와서 무릎을 꿇고 죄를 표하라!”
그 말이 끝나자, 장비를 따라 몇천의 병력이 성문 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후, 그들은 승태의 말 앞에 서서 무릎을 꿇었다.
장비를 가만히 바라보던 승태는 약간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짜 귀부하게 만들었네요.”
“내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귀부를 시켜 주셨으니, 저도 원화(화타)공께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알겠네.”
승태는 고개를 돌려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저분들 말입니다.”
“응?”
“어떻게 할 겁니까?”
“응? 어떻게 하다니?”
“뭐 하고 먹고살게 할 거냐 묻는 거죠.”
“아··· 네가 챙겨 주면 좋겠는데?”
“제가요? 왜요? 장 중랑장이나 관 장군께서 항복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조 사공이 알아서 해 줄 겁니다.”
“으음··· 그럼 애네 다 자결할 거다.”
승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앞의 병사들을 보았다. 장비의 말대로 그들은 정말 자결이라도 할 것처럼 모두 품에 단도를 들고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귀부하겠다면서 왜요?”
“조조 밑에 있을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던데.”
“하, 이런 건 중랑장이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 돈 없어요!”
“뭘 돈이 없어. 그럼 저기 있는 병사들 갑주는 땅 파서 나왔느냐?”
“아니!”
승태가 당황하여 말에서 내려 뭐라고 하려고 하자. 장비가 사모를 뒷부분을 바닥에 꽂으며 말했다.
“네가 지원만 해 주면 된다. 그 대신, 내가 원가와 직접 싸워 주겠다.”
“그걸 조 사공께 부탁드리면··· 어어··· 칼! 칼!”
자신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이들을 바라보며 승태는 기겁했다. 이윽고 그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아, 양가나 사마가에 물어보겠습니다. 제가 다 받아들이기에는 힘드니 말입니다.”
“혹여나 조 사공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얹혀살려는 사람이 너무 당당하네요. 그런데 아까 한 말 말입니다.”
“뭐, 원가와 싸우겠다는 말?”
“예. 원가와 싸우겠다는 말··· 진심입니까? 혹여나 원소의 휘하에 유 사군이 있으면 일이 복잡해질 텐데요.”
장비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음만 지었다.
***
승태는 군을 물리며 진을 정리하는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로 진궁이 다가와 옆에 의자를 놓으며 물었다.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하십니까?”
“별 걱정은 아닌데··· 영 엉망진창이라 그렇습니다.”
“병사들이 진을 정리하는 것이 그렇다는 말씀입니까?”
“설마요. 누가 가르친 것인데요.”
“주공께서 직접 알려 주셨지요. 그럼 무엇 때문에 그리 걱정을 하십니까?”
“유 사군 휘하의 사람들 때문입니다.”
“하는 말들이 못 미더운 것이겠죠?”
“이해가 되지 않는 말로 거래를 한다고 하니, 제가 판단하기 어렵네요.”
진궁은 신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관 장군이나 장 중랑장이 원소를 치는 것은 어찌 보면 유비를 돕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게 어찌 그렇게 됩니까?”
“권력의 공간이 원소보다는 조조가 많으니까요.”
“공간 말입니까?”
“조 사공이 휘하에 뛰어난 인재를 모은다고 천하에 알려졌지만, 결국 자신을 따르는 호족들의 군대를 모집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반면, 원소는 이미 자기 아들들을 각주를 맡게 하여 군을 이끌고 있으니 그에게 군이 집중되겠군요. 그것이랑 원소가 치는 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주공께서도 유 사군이 단순히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원소를 죽여야 한다?”
“단순히 원소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조 사공과의 전투에서 둘 다 큰 손해를 입고 원소가 지는 것이 맞을 겁니다. 원소가 죽으면 더더욱 좋을 것입니다. 원소의 군사력은 아직도 조 사공이 넘을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 사공은 계속 하북에 매달릴 것이니 말입니다.”
승태는 아무 말 없이 진궁을 바라보았다. 역사도 진궁의 말 그대로 흘러갔기에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에는 장 중랑장도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움직이겠네요.”
“실망하셨습니까?”
그러자 승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차라리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장 중랑장의 모습을 보면 누구보다도 계산을 잘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마치 관 장군의 모습을 뒤집어쓴 것으로 보여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서 그랬습니다.”
“서주병들은 어찌할 예정입니까? 장비의 휘하에 두실 예정입니까?”
“글쎄요··· 장 중랑장이 심중에 단순히 그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그것이 제게 이득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습니다.”
진궁은 승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분위기가 약간 바뀐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주공이 승리할 방법을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글쎄요. 저는 언제나 도망가는 방법만 찾고 대신할 사람만 찾고 세웠습니다. 한데 제가 승리하고자 하니··· 참으로 생각이 많아지는군요.”
그 말에 진궁은 끌끌끌 웃으며 말했다.
“혼자 앉아 이상한 것만 만들 생각 하지 말고 구상을 하시지요. 주공의 멀리 보는 혜안과 사람 보는 눈만큼은 조 사공과 유 사군에 비견하니 말입니다.”
‘그건 역사를 아니까 그런 것이고.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역사를 완전히 틀어 버리자는 거라고요.’
승태는 조조가 죽고 난 뒤를 노리려 했다. 조조의 눈과 귀를 자신에게서 떨어트리고 몸을 낮추고자 했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고 역사에 크게 영향이 없는 자들을 하나둘 처리하며 자신의 입지를 늘려 나가려 한 승태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러한 계획은 이룰 수 없었다. 조조는 여전히 자신을 중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고 도리어 계속 시험하고 세를 가르는 것이었다.
그것과 동시에 진궁의 조언을 듣고 승태는 점점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진 노사. 이 사람은 진짜 이간질 하나는 잘하는 것 같단 말이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