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85
불바다가 되어 버린 역성에서 공손찬은 두 개의 창을 잡은 채 말 위에 올라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 공손찬을 향하여 원소는 칼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 역적 공손찬, 네놈의 목을 내놓아라!
― 역적? 내가 스승께 배운 충성과 우국이 역모란 말이냐? 내가 북방의 이족과 싸우며 유주를 지켜 낸 것이 역모란 말이냐? 내가! 동탁을 쫓아내기 위하여 유비에게 군을 빌려주고 출병한 것이 역모란 말이냐? 유우를 황제로 세우려 하고 황제를 인정하지 않는 원소 네가? 감히 나를 역적이라 하느냐!
― 네놈이 황족을 죽여 역적이 되었는데, 나에게 그러느냐! 네놈을 버린 한조를 욕하라!
― 하하하하!
― 역적 놈이 웃어?
― 어찌 웃지 않겠느냐? 한조도 네놈의 가문도 멸문의 지화를 겪을진대!
원소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공손찬을 베기 위해 칼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공손찬은 가볍게 피하고는 역으로 원소의 목을 베어 냈다. 그러고는 껄껄 웃으며 화마 속으로 들어갔다.
마치 역성에서 본 그때처럼 말이다.
“으아아아아아!”
원소가 비명을 지르자 호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침상에서 떨어진 원소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침상을 짚으며 일어나려 하자, 호사들이 원소를 부축하였다. 걱정스러운 눈을 한 호사들을 보고 원소는 도움을 마다하고 기어이 스스로 섰다.
“주공······.”
“걱정할 필요 없다. 단지 흉몽을 꾸었을 뿐이다.”
“주공······.”
“걱정하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원소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하지만 그 탓에 힘이 빠져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다행히 호사가 빠르게 부축하였고, 원소는 넘어지지 않고 침상에 앉을 수 있었다.
“제기랄······.”
그때, 조심스럽게 호관 한 명이 들어왔다. 그러고는 대장으로 보이는 호관에게 귓속말로 무슨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이야기를 들은 호관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원소의 앞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대장군! 급전이옵니다!”
“무엇이냐?”
“유 사군이 강을 건너 여양 근방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원소는 침상에서 바로 일어나 손뼉을 쳤다.
“그래! 이제 되었다! 되었어! 담이가 큰일을 했구나! 그동안 청주에 살며 무슨 공자의 학문에 심취하여 걱정하였는데, 할 일을 하는구나! 유 사군이 도착하면 직접 내 나아갈 것이다.”
***
유비가 업성 근처에 도착하자, 원소는 직접 군을 이끌고 나아가 그를 맞이하였다. 이날, 원소는 이전에 돌린 격문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격문을 다시 작성하여서 뿌렸다.
― 대저 듣기로 밝은 임금은 변란을 억눌러 위태로움을 없이 하고 충성스러운 신하는 어려울 때를 걱정해 권세와 위엄을 세운다 했다. 그러므로 비상한 사람이 있어야 비상한 일이 있고, 비상한 일이 있는 뒤에야 비상한 공이 이뤄지게 되니. 무릇 비상한 일은 오직 비상한 사람만이 뜻할 수 있는 바다. 옛적 진나라는 굳세어도 임금이 여려, 조고가 권세를 잡고 조정을 마음대로 하게 되었다······.
― 조조의 목을 얻는 자에게는 오천호 후에 봉하고 오십만 전을 상으로 내릴 것이며, 조조 아래의 장수나 장교, 관리라도 항복해 오는 자는 그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널리 이 너그러움과 믿음을 펴며 벼슬과 상을 걸고 천하에 포고한다. 천자께서 갇히고 핍박받는 어려움 속에 계심을 알리나니 영이 떨어지는 대로 따르라.
진림의 격문은 대단히 직설적이었다. 교조적이지도 않았으며 그저 이렇게 되면 후일을 짐작할 수 있는, 뼈가 아픈 사실들로 가득 차 있었다.
조조와 조고를 등치시키고 윗대로 환관들의 악행들을 설파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비의 합류로 황도에서 조조가 동 귀인을 참살하였으며 동 귀인이 황실의 핏줄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리었다.
거기다 격문의 주체가 원소에서 황실의 일원인 유비로 바뀌면서 격문의 신뢰성과 호소력은 더욱 강하게 변했다.
허도의 사공부는 점점 등청하는 인물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원소의 본대가 남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대부분의 승태가 조조의 권위를 세워 줄 때보다 더욱 많은 수의 인물들이 하야를 하였다.
이에 조조는 저번에 승태가 보고 없이 왕충과 유대의 죽음을 방조한 일에 대한 죄를 사하고 그에게 다시 군직을 내려 따르는 부곡들을 모아 유연을 구할 것을 명하였다.
***
“편장군 등청이오!”
한조의 조정에 두 번째로 등청한 승태는 저번과 다르게 익숙한 모습으로 황제에게 예를 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헌제는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대를 보니 과거 조 사공이 나를 구원했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승태는 헌제의 말에 부복하였다.
“성은이 감읍하옵니다. 하지만 저를 사공과 비교하는 것은 너무 높은 상찬이오니 차마 받을 수 없사옵니다.”
헌제는 그런 승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조가의 인물들이 모두 충신임을 칭찬한 것일 뿐이니 마다치 말아라. 조 사공이 백마의 유연이 위험에 빠져 급히 군을 모아 출병한다고 하였는데, 그대가 옆에서 이를 도울 것이라 들었다.”
“그렇사옵니다.”
“자네가 사공을 옆에서 도울 정도가 되었구나.”
“그저 폐하의 명을 받들 뿐이옵니다.”
헌제는 순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헌제의 눈에 보인 대저 신하들의 모습은 황제를 바라보기보다는 순욱의 입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헌제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분노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이내 자신을 향하여 예를 취하고 있는 승태를 바라보았다.
‘저자의 휘하에 여포와 서주 세력, 그리고 젊은 사족들이 따르고 있다. 저자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헌제는 그간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승태와 조조 사이에 은근히 알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조조가 계속 커져 나가는 승태의 군사들을 보고 어떻게든 각지로 흩어 버린 이야기는 알고도 쉬쉬하는 이야기였다.
이번의 전투가 끝나고 장비가 승태의 휘하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돌자, 조조는 장비와 관우, 그리고 그의 부곡을 거두려 했다. 그러나 조조와 직접 만나는 연회에서 장비가 이를 거부하였다. 특히 장비가 전한 관우의 말은 크게 회자되었다.
― 관 형의 말을 들려드리리다. ‘나는 조공(조조)께서 후히 대우해 주시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유 장군(유비)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고 함께 죽기로 맹세했으니 이를 저버릴 수는 없소. 나는 여기 끝까지 머물 수는 없으나 반드시 공을 세워 조공께 보답한 뒤에 떠날 것이오’. 관 형의 뜻이 나의 뜻이며 부곡들의 뜻이니 걱정치 마시오.
이에 조조는 장비와 관우를 칭찬하며 감탄했으나 그가 조정에 돌아와 나온 결과는 승태에게는 엄청난 후폭풍이 되었다.
장비를 북로장군으로 임명하여 승태보다 위에 세워 둔 것이다. 또한, 고순은 여남에 유벽을 토벌하게 하도록 남겨두었으며 창희는 장패의 휘하에 두어 떨어트렸다. 조운은 장비, 관우와 친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돕도록 하였다.
최염은 사람을 보내 등용하여 순욱의 옆에 두었다. 사마의는 조비를 가르치는 문학연으로 양수는 장안으로 보내어 종요를 돕도록 하였다.
이렇게 승태의 부곡들을 담당하던 휘하 무장과 승태의 옆에서 모략과 일을 하던 이들을 흩어 버린 조조는 시혜를 베풀 듯 유비를 쫓아낸 공을 인정하여 수춘현의 후로 삼았다.
수춘현.
좋은 땅이기는 했으나 전쟁이 오래되어 많은 땅이 황무지가 되었으며 역적의 땅이라는 이유로 성을 허물고 대다수 백성을 흩어버리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거의 아무것도 없는 땅을 내어준 것이었다.
젊은 관리들이 공과 비교하면 땅이 좋지 못할 뿐 아니라 기운이 좋지 않다고 반대하였다. 그러나 조조는 강동이 혼란스러우니 백성들과 함께 가장 앞장서서 그곳을 다시 회복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승태는 담담히 받아들이고 가솔들과 함께 수춘에 다시 거점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수춘의 재건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는 도중, 조조가 불러들였고 이에 응해 승태가 황도에 도착한 것이었다.
***
승태가 돌아와 말 위에 올라가자, 진궁, 노숙, 보즐, 이전, 위월이 승태의 뒤에 말을 타고 움직였다.
승태는 진궁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 노사, 조 사공은 잘 뵈었습니까?”
진궁은 그 물음에 웃음을 지었다.
“잘 보았지요. 되지 않는 물음에 제가 답을 드렸고요.”
“왜요? 아직도 같이하자고 묻습니까?”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원소와의 싸움에 관하여 묻기도 하고요.”
“무어라 대답하셨습니까?”
“별말 하지 않았습니다. 정석적인 이야기를 하니 조 사공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더이다.”
“놀리는 것으로 생각했겠지요.”
“놀리는 것이 맞으니 정확하게 알아본 것이기도 합니다.”
“같이하자고 하시는 말에는 무엇이라 하셨습니까?”
“위충을 다시 불러 휘하에 들게 하면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생사도 알지 못하는 그자를 부르는 것이니, 대단하십니다. 조 사공 앞에서 그렇게 말하시는 것은 진 노사밖에 없을 겁니다.”
“글쎄요. 전무(前無) 할 수는 있겠지만, 후무(後無)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진궁의 말에 승태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
연진으로 향하는 조조의 병사들이 높게 깃을 올렸다. 상대와 10리밖에 안 되는 거리에 조조의 병사들이 나팔을 불며 안량을 도발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신경도 쓰지 않는군.”
조조의 옆에 서 있는 관우는 자신들의 경기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숫자가 적으니 무시하고 백마를 무너트리는 것이 좋겠지요.”
그 말에 조조는 크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 만인지적의 무장이 있는 것은 모를 것이오! 오늘 안량은 우리를 무시한 벌을 톡톡히 받을 것이네.”
조조는 관우와 장료에게 기병을 맡기어 선봉을 세우고 진군을 시작하였다.
한편, 기백의 경기병이 후방을 향하여 돌진하는 것을 본 안량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놈들은 죽을 자리로 들어오는구나.”
그때, 부관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조조가 백마성으로 들어가는 것을 숨기기 위해 저리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까의 부대들도 아마 부대의 집중을 풀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진짜 조조가 저기 있다면 알아서 죽을 것이니, 걱정할 바도 아니다. 연진으로 향한 병사들을 추격하기 위해 움직인 곽 도독과 순우 도독도 그들을 잡고 금세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백마에 집중한다. 오백의 기병을 보내어 저들을 처리하라.”
부관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고, 오백의 기병들이 관우와 장료가 선봉으로 선 기병을 막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관우는 멀리 다가오는 기병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바로 언월도를 한 번 휘두르고는 두 손으로 언월도를 잡았다.
기병들과 관우가 충돌하는 순간, 길게 잡힌 언월도가 좌로 휘둘러졌다.
그 순간, 앞에 놓인 기병들이 짓이겨지며 날아갔다.
그러고는 우측의 기병이 공격을 그대로 튕겨내면서 대각선으로 뜯어내듯 몸을 갈라 버렸다.
관우가 선봉을 그렇게 뚫어 버리자, 뒤따라오는 병사들이 돌파력이 무너진 기병을 마구잡이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병을 박살 내며 돌파하는 그 뒤로 조조의 군대가 나팔을 불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안량도 이제 더 무시하지 못하고 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우는 안량의 시선을 끌었다고 판단하자마자 기병을 이끌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조조가 이끄는 보병이 부딪치고 있을 때, 관우는 안량의 옆을 쳤다.
관우의 기병이 보병의 좌측을 뚫으며 짓이기는 순간, 그의 눈에 안량의 휘개(麾蓋)가 들어왔다. 관우는 언월도의 피를 털어 내고 한 손으로 고삐를 다잡으며 아무런 말 없이 그 방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장료는 화들짝 놀라 관우를 막으려 했으나 너무나 빠른 돌파에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그저 외칠 뿐이었다.
“관 공!”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