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88
진규는 서주의 호족을 마치 벌레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여대가 문을 열고 들어와 진규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전했다.
“진 가주, 장 낭야는 당연히 가담하겠다고 하십니다.”
“사람이라면 그리해야지. 죽이지 않고 그 자리에 앉혀 준 것이 조 서주이지 않느냐.”
“그리합니다.”
진규의 말에 호족들을 침을 삼켰다. 아무리 봐도 진규가 노망이 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진 노공! 작금 서주자사는 공석이오! 하비태수가 대신 각지를······.”
진규는 소리를 지르며 반박하는 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무서웠는지 그가 말을 멈추자, 진규는 지팡이를 바닥에 두들기며 말했다.
“자네는 조 서주를 탄핵한 이들 중 한 명이로군.”
“노공!”
“아, 부르지 말게. 난 자네 같은 인간들이 두 번째로 싫으니 말이야.”
“노공!”
“부르지 말라니까!”
성성한 목소리와 함께 진규는 묶여 있던 그의 입에다 지팡이를 그대로 밀어 넣으며 넘어트렸다. 그 탓에 그는 이가 깨져 바닥에 나뒹굴었지만, 아무도 그런 것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어거더 므아하 거 아으가?(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은가?)”
“그것은 곧 죽을 자네가 걱정할 것은 아니군.”
진규는 그대로 지팡이로 짓눌러 목뼈를 부러트렸다. 이제야 현실을 인지한 다른 호족들이 서둘러 진규의 앞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묶인 몸으로 그러고 있자니 마치 구더기와 같아 진규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대들 모두를 죽일까 생각을 했네. 살아 있으면 조 서주께 해가 되고 위험이 될 그대들 아닌가?”
“진 노공! 우리가! 우리가 잘하겠소! 응? 이제 조 서주가 조조를 죽이고 정권을 잡으면 우리가 도움이 되지 않겠소?”
진규는 그들을 빤히 바라보다가 허허 웃음을 지었다.
“도움이 된다······.”
진규가 설득된 것처럼 보이자, 그들은 몸을 비틀며 다시 자리에 앉아 같이 웃음을 지었다.
“그렇소! 돈도 필요하고, 각 지역에서 세금도 자세히 걷으려면 우리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점점 당당해지는 그들의 눈빛에는 희망과 욕망이 보였다. 그러한 눈빛을 가만히 지켜보던 진규는 나직이 말했다.
“여기서 거래를 하려 하다니, 대단하기 그지없군. 내가 좋게 대해 주니 만만해 보이나 보는군. 자네들을 대신해 행동해 주는 이를 죽이는 것을 봤는데 말이야.”
“아니요. 그럴 리가 있겠소? 서주 사람끼리 잘해 보자는 이야기요. 아무리 그래도 조 서주는 서주 사람이 아니니 곳곳의 애로사항을 잘 알겠소? 조 서주께서도 한주가 아니라 삼주(예, 서, 연)··· 아니, 원소를 꺾고 하북과 중원을 모두 다스리려면 우리가 필요할 것 아니요.”
진규는 여전히 웃음을 지은 채 그들의 손을 잡아 주며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그들은 기고만장해져서 병사들에게 자신의 포박을 풀라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진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진규는 문밖을 향해 걸어나가며 여대에게 말했다.
“저치들, 아직 정신 못 차렸네. 하긴 뭐, 정신 차린 이들이야 이미 우리와 뜻을 같이하기로 한 것도 있겠지만 말이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
여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진규는 고개를 저으며 답해 주었다.
“저들의 처우 말이네.”
“저는 잘··· 그래도 저들의 말을 들어 보면 맞는 말이지 않습니까? 그곳에 잘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세를 걷을 것인데······.”
진규는 여대를 빤히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다 죽이게.”
“가주!”
저도 모르게 큰 소리가 튀어나오자, 여대는 화들짝 놀라 제 입을 막았다.
“주공께서 생각하는 시대에는 필요 없는 자들이네. 자네도 잘 생각하게. 주공께서 생각하는 시대는 저런 구더기 같은 이들이 즐길 수 없는 세상이니까.”
진규는 한 손으로는 벽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피 묻은 지팡이로 여대의 가슴을 툭툭 밀었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
그런 진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쫙 돋는 것 같았다. 한참이나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자신을 풀어 달라며 소리치는 이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
8월, 원소의 군이 조조를 관도를 에워싸면서 고립시켰다.
원래 조조는 원소의 군대 규모를 보고 자신이 얼마 정도만 더 버티면 그가 스스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힘은 조조가 생각하던 것을 웃돌았다.
하북에서 쏟아지는 군량은 조조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양이었고, 오히려 황폐해진 서주와 각지에서 반기를 드는 이들로 인해 조조는 점차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원소는 마치 역경에서 한 것처럼 수많은 방법을 이용하여 조조의 진형을 위협했다. 특히 원소가 지은 토성에 쏟아지는 화살은 조조의 병사들로 하여금 방패 없이 돌아다닐 수 없게 만들었다.
원소군 진 앞에는 거대한 토성들이 세워져 있었고 그 위에는 망루가 있었다. 그런 토성을 향하여 조조군은 투석을 날리며 어떻게든 그것을 무너트리려고 하였다.
이를 바라보던 원소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참으로 격렬하군. 어째 공손찬의 역경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 조조는 언제쯤 항복할 것 같은가?”
옆에 서 있던 곽도가 먼저 나와 예를 취하며 말했다.
“조조가 집요한 부분이 있어 아마 주공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항복할 것입니다.”
원소는 곽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겠지.”
그때, 원소의 옆에 있던 저수가 넌지시 물었다.
“황제가 있는 허도를 치는 것은 어떠하십니까? 유비가 유벽을 도우러 갔다고 하나, 허도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저수의 말에 원소가 고민하고 있자, 곽도가 나서 말했다.
“주공, 이것은 주공과 조조의 싸움입니다. 혹여 허도를 공격한다면, 예주의 뭇 선비들이 원 공의 행동에 두려워 감히 나서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조조를 처리하고 원 공의 의로움을 알리소서.”
“조조와 나의 싸움이라······.”
“싸움이라고 보기에도 어렵습니다. 조조의 발버둥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한가?”
“예. 조조가 순욱에게 우는소리를 하며 후퇴를 건의했다고 합니다. 아마 이제 항복을 할 시간이 다 와 가는 것입니다.”
그 말에 원소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맹덕, 그는 원래부터 호들갑이 많은 아이였지.”
원소는 멀리 허도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도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조조와 내가 싸워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가지게 되겠지.”
그때, 저수가 나와 말했다.
“주공, 허도가 아니라면 다른 곳들을 노려 조조의 보급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조조의 조카인 승태가 작금 예주 일대에 반기를 드는 이들을 처치하고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원소는 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죽을 듯이 싸울 것이네. 나는 조조가 나를 상대로 미친 듯이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아. 새롭게 재편될 원가의 세상에 친우가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원소의 근처 막사에 커다란 돌이 날아왔다. 이에 막사가 무너지고 병사들이 깔려 비명을 질러 댔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도 원소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저 흩날리는 먼지가 기분이 나빠 손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들어가지. 먼지가 많이 날리는군.”
그렇게 원소가 군막에 앉아 업에서 올라온 죽간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곳에는 허유의 부정부패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원소는 죽간을 쭉 읽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허유가 진정 악한 짓을 많이 했군.”
“주공, 지우인 자원(허유) 공은 주공과 같이 기반을 세운 분입니다. 또한, 전장에 나와 모사를 벌하는 것은 큰 위험이 되옵니다.”
저수가 원소에 말에 놀라 말했다. 원소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처벌하지 말라는 것인가? 부패의 근원을 뿌리 뽑아 하북의 기틀을 잡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자네였네.”
“지금 상소로 올라온 것은 아직 정확한 정황을 알 수 없으니 이후에 처벌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때, 곽도가 나서 말했다.
“저 도독의 말이 맞사오나 빠르게 가족을 사로잡는다면 자원 공도 감히 명공께 반기를 들지 못할 것입니다.”
“알았다. 자원도 여기서 공을 세운다면 내 그 죄를 사할 것이니, 이 점도 말해 주어야겠군.”
저수는 어이없고 안타까워 다시 한번 말을 하려 했지만, 원소는 그들을 내보냈다.
막사를 나온 곽도는 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찌해서 그리 말하는가?”
저수는 도리어 어이가 없어 곽도에게 되물었다.
“자네는 왜 그렇게 말을 하는가! 자원 공이 부를 탐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대우를 받을 정도는 아니네. 또한, 전쟁 중에 모사를 벌하는 것이 어떤 일을 벌어지게 만드는지 알지 않는가.”
“그 늙은이가 뭐가 무서워서?”
“뭐가 무서워?”
저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곽도를 바라보았다.
“대장군의 아래, 상석에 앉아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이 자원 공이었네. 그런 분이 이런 일을 당하면 어찌 될지 알고 말하는 것인가?”
“조조에 가서 징징거리기나 하겠지.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인물이 두렵나?”
“곽도!”
곽도는 그런 저수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그 자리에서 멀어져 갔다. 저수는 계속 꼬여 가는 정국에 한숨을 내뱉었다.
***
한편, 조조와 승태는 독대를 하고 있었다. 조조는 승태가 가져온 차를 마시며 전쟁 중에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에 웃음을 살짝 지었다.
“내가 네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군.”
“예주 동부와 서주 근처의 반발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입니다.”
“관도로 오는 것이 늦은 게 서주에서 원소를 지지하는 이들을 처리하는 일이었으니, 이 백부가 이해해야지.”
조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서주목직을 다시 달라는 것이냐?”
“주실 겁니까?”
“주지 못할 이유는 없지.”
이렇게 말해 놓고 주지 않을 것이 빤하다고 승태는 생각했다. 조조는 지금까지 그가 자율적인 세력을 가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원소의 아들들처럼 일주를 다스리게 만든다니. 분명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그저 공을 세워 충의를 보이고자 함이니, 공을 세울 기회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나설 수 있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알았다. 우선 네가 서주 쪽의 보급을 담당했으면 하는구나. 묘재가 많이 힘들어하더구나.”
“예, 알겠습니다.”
승태는 만남이 끝난 뒤, 곧바로 모사 진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승태의 옆에는 병사 둘이 방패를 들어 위에서 내리는 화살비를 막아 주었다. 모사부로 향했는데, 진짜 화살이 비와 같이 떨어지고 있었다.
‘화살에 대한 군수는 할 필요가 없겠네. 그런데 진짜 원소는 무슨 이렇게 화살을 쏘냐.’
모사부에 들어가자, 폐인같이 앉아 있는 이들과 가후, 그리고 순유가 관도의 배치도를 계속해서 움직이며 명령을 내리고 보고를 받고 있었다.
군량의 수급과 예상치까지 적어 놓은 지금의 상황에 승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순유가 승태를 보고 자리를 안내하였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순유는 피곤한 눈으로 승태의 말에 답했다.
“수레 수천 승을 불태워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생각을 접었소. 지금 이렇게 버티는 것도 한계인데, 양초는 바닥을 보이고··· 더 끌어올 곳도 없고······.”
그 순간, 군막이 올라가며 전령이 들어와 예를 표했다.
“순 총사께 보고 드립니다. 허유가 투항해 왔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