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91
장합과 고람이 퇴각하는 순간, 관도성에서 효시 하나가 날아왔다. 병사가 이를 장합에게 가져왔고 그는 그곳에 묶인 작은 서한을 보며 말했다.
“조조군은 돈도 많나 보군. 화살은 우리가 많이 줬으니 그렇다고 치지만, 전쟁 중에 서지(書紙)라니.”
장합은 보내진 서신을 펼치고 글을 쭉 읽어 보고 서지를 찢으려 했다. 그 순간, 고람이 달려와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는가?”
“어차피 퇴각하여 돌아가면 문책당할 것이라 적혀 있습니다. 차라리 대장군의 둔영을 공격하면 높이 쓰일 것이라고요. 하북의 기둥이 어찌하여 이런 대우를 받느냐고! 아, 짜증나!”
장합이 투구를 던지려 하자, 고람이 그를 막으며 말했다.
“그러다 투구의 이음새 다 터지네.”
“어차피 앞에서 싸우지도 못하는데 터지라 하죠, 뭐!”
장합의 말에 고람은 피식 웃었다가 이내 투구를 벗었다. 그러고는 서신을 장합의 어깨 너머로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말이네, 맞는 말 같아서 약간 무섭네. 만일 진짜 대장군이 아프면 말일세.”
“형님! 우리가 하북 사정주입니다, 사정주!”
“이제 우리 둘 남지 않았는가. 그리고 둘 다 기주 출신이고.”
고람의 말에 장합은 손을 꾹 쥐었다가 폈다.
“그럼 그때 말한 대로 하실 겁니까?”
“이미 결정한 상황 아닌가?”
“그건 그냥 상황이 답답하니 말해 본 것입니다. 대장군께 그간 받은 것이 있는데요.”
장합이 멍하니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이전에 한복을 배신할 때의 일이 생각이 난 것이다. 그는 이내 코밑을 긁으며 말했다.
“장부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죠. 좋습니다. 한 번 대장군을 떠보고 나서 결정하는 것으로 하지요.”
이에 고람은 잠시 무엇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좋네. 나는 밖에서 준비할 것이니, 자네는 대장군께 한 번 기회를 드리게.”
***
장료와 조운, 그리고 승태와 그를 따르는 휘하의 장수들이 각각의 부곡들을 이끌며 둔영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장료는 어깨를 특이한 모양의 극으로 두들기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화살이 날아올 걱정 없이 씻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았는데, 꽤 가벼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장료가 승태에게 퉁명한 말투로 물었다.
“그러니까··· 장합과 고람이 투항할 거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거랑 지금 병사들 죄다 모아서 이렇게 대기하는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설마 달려가서 원소군을 때리려는 겁니까? 대장인 조 장군이 안 된다고 했는데, 굳이 부곡을 데리고 이리 가야 합니까?”
약간 비꼬는 듯한 말에 승태가 뭐라 대답하려던 찰나, 순유가 걸어와 장료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혼란에 빠진 원소 군 사이에서 자네와 자네의 철기만이 무사히 나올 수 있으니,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요.”
“순 공의 말대로라면, 저에게 죽을 자리로 가라는 것 아닙니까?”
“맞는 말이지요. 죽을 수도 있는 자리.”
장료는 약간 짜증이 났는지 눈썹을 매만지다가 물었다.
“그럼 무엇을 물어올 수 있습니까?”
“대장군 원소요.”
순유의 말에 장료는 정신이 약간 아득히 멀어져서 순유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려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화극을 단위에 올려놓고 얼굴을 계속 매만졌다.
“진짜 가능한 일입니까?”
“가능하지요. 상산병도 이번 공격에 참여할 것입니다. 장 장군을 도와주는 역할로 말입니다.”
장료는 순유의 말에 크게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그것참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그럼 몸을 좀 풀어 둬야겠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말입니다. 아, 혹시 아무 일도 없는데 밀어 넣는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이지요. 원소의 진영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움직일 것입니다.”
승태는 자신을 도와준 순유를 바라보았다. 이에 순유가 물었다.
“내게 물을 것이 있는가?”
“장 장군에게는 왜 말을 올리시는 겁니까? 나이나, 가문의 위치로 보나 순 공께서 높지 않습니까?”
순유는 삐끗하는 느낌에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내 어이가 없어 웃었다가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나는 군을 어찌 움직일지 물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어차피 제가 나서지 않을 것인데,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적진을 돌파하고 움직이는 데는 장 장군이나 조 장군이 가장 뛰어나지 않겠습니까.”
순유는 빤히 승태를 바라보았다. ‘마치 아닐 것인데’라는 말을 얼굴로 하는 것 같았다. 순유는 승태를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진 선생께 한 번 물어보게. 그럼 자네가 어디에 서야 할지 알려 줄 것이니 말이야. 너무 몸을 사리면 아무것도 못 하네.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어.”
그때, 진궁이 나타나며 말했다.
“물어볼 필요 없습니다.”
순유는 진궁을 보자 예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고 진궁도 예를 차렸다. 그 후, 진궁은 승태에게 활을 쥐여 주며 말했다.
“주공께서도 전장에 나가셔야 합니다. 상산병과 함께 말입니다.”
“진 선생이 왜 활을 들고 오시나 했는데, 바로 준비하도록 만든 것이군요.”
순유가 승태를 보며 맞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진궁이 말했다.
“이제 주공께서 직접 승리를 챙겨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활을 매고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뜨자, 진궁과 순유만이 그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순유가 먼저 진궁에게 물음을 던졌다.
“진 공, 조제를 돕는 일을 보니 마치 아이 키우는 것 같은데··· 저런 분을 주인으로 삼는 것이 괜찮으십니까? 지금이라도 조 사공께 고개를 숙인다면 높이 쓰실 겁니다.”
“인제 와서 무슨··· 그리고 좀 뭔가 빠져 보여도 말이네, 능력이 있는 아이 아니겠는가? 안목도 꽤 괜찮고, 명성도 나쁘지 않지. 전장에 임하는 자세도 오자와 같이 병사를 생각하니, 그 또한 나쁘지 않고···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모략이나 귀계는 나나 다른 이들이 도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저렇게 보여도 흑심이 꽤 있는 사람이네. 야심은··· 모르겠군.”
“보좌해야 하는 일이 한둘이면 상관이 없겠으나 제가 순가에서 올라온 이야기를 들어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던데요?”
“쉽지 않을 게 무엇인가. 내가 조 사공을 추대한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가?”
“그것은······.”
“솔직히 말해 나는 조 사공이 패도(覇道)를 걸을 것으로 생각했지. 하지만 설마 패악(悖惡)한 일과 패권(霸權)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만도(瞞道)를 걸을 줄은 몰랐지.”
“만도라니 무슨······.”
“명군의 가면을 쓴 암군은 말이네. 일대(一代)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삼대를 넘기 힘들 것이네. 그의 죄악이 흘러넘쳐 자신을 덮칠 것일 테니 말이야. 자네도 그래서 지금 선을 대는 것이 아닌가.”
순유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자, 진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네 종형에게나 말을 잘해 두게. 눈에 낀 콩깍지를 벗고 조조를 직시하라고 말이야. 조조와 같이 혈로 위에 서서 칼로서 한조를 협박하고, 아래로는 자신을 비판하는 인물을 미워하는 인물이 어떻게 주나라의 문공처럼 될 수 있겠는가. 지금이야 필요하니 상서령의 꿈에 조조가 맞추려고 하지. 만약 상서령이 필요하지 않다면 과연 그러겠는가?”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여포고 조제입니까?”
“아, 자네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내가 선택한 것은 장 태수(장막)였네. 여 장군은 따르고 말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내가 패도로 보이는 자를 선택하여 후회했는데, 그보다 더한 이를 고르겠는가? 나는 패도를 버리고 사람의 길을 선택했을 뿐이네. 느리더라도 그게 맞는 것으로 생각했네. 끙······.”
진궁이 허리를 쭉 펴면서 자리를 옮기려 하자, 순유가 물었다.
“진 선생께서 직접 제게 전하여 편장군을 따르는 이들을 흩어 버리며 가야 할 곳을 정해 주었습니다. 저야 조 사공께서 원하는 바이기도 하여 실행하였는데 말입니다.”
“혼란스러운가 보군? 내가 직접 자네와 조 사공을 만나 주공을 따르는 이들을 모조리 이리저리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고 설득하였으니, 마치 세력을 지우고 조조의 발치에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는 것으로 보였나 보군. 그런데 이렇게 대화를 해 보니 그것은 전혀 아닌 것 같고 말이야.”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이렇게 보기에는 단순히 순응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자네가 주공을 도운 일도 있으니 조금 들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준비를 할 수 있게 말이야. 주공의 주변에 너무 능력이 출중한 이들이 서서 주공의 모습을 가리지 않게 하는 것이 첫 번째였네. 그리고 내가 흩어 버리라고 말한 이들의 면면을 잘 보면, 자네 정도의 인물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네.”
진궁이 자리에서 사라지자, 순유는 곰곰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흠 소리를 내었다. 그러고는 자리를 옮기며 말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
원소군의 막사 앞에서 장합은 어이가 없어 자신을 막은 병사에게 물었다.
“진짜 대장군께서 들어오는 것을 막았는가?”
“그렇습니다.”
“진짜 막은 것이냐?”
“몇 번을 말합니까? 대장군께서 다른 모든 분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라 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장군께서 후퇴 준비를 하라 하였습니다.”
장합은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투구를 던지고 싶었지만, 이만 갈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막사 안에서는 원소가 곽도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조금 전, 장합을 막은 병사가 들어와 몸을 낮추었다.
“퇴각하라는 명은 내렸는가?”
“예, 대장군.”
“잘했다. 다른 이들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주게.”
“충!”
원소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 친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는데··· 내가 잘못한 것인가?”
“주공.”
“말하게.”
“아닙니다. 조조가 그렇게 매달릴지 모르기도 하였고, 순우 도독이 몇 배나 되는 이들을 상대로 질 줄 알았겠습니까?”
“그 친우가 잘하지 못할 리는 없으니··· 천시가 좋지 않았겠군.”
“바람으로 인해 화공이 너무 커졌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일이로군.”
“이렇게 퇴각을 하여 돌아간다면, 크게 반발이 많은 것입니다. 특히 기주의 토호들이 더욱 날뛸 것입니다.”
“하여?”
“기주 인물들을 실각시켜야 합니다.”
“하나 우리 중 대다수가 기주 출신 아닌가?”
곽도는 예를 취하며 말했다.
“하나씩, 하나씩 실각시키면 됩니다. 기주 출신들이 군권과 힘을 가지면, 어찌 후대가 안전하겠습니까?”
원소는 곽도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주공께 일방적으로 충성하는 심 공은 모르겠으나 전풍과 같이 주공께 역(逆)을 할 수 있는 이들은 모두 치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장합과 고람이다?”
“예, 주공. 이미 떠올리셨겠지만, 사정주(四庭柱)라 불리는 장수 중에 기주 출신의 장수만 남았습니다. 순우 도독까지 돌아가셨으니, 군은 그 둘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 도독이나 다른 도독들도 있지 않은가?”
“직접 전장에 뛰는 앞에서 싸울 수 있는 이들은 저들이 가장 뛰어납니다. 병사들 입장에서도 앞에 서 싸우는 장수와 뒤에서 명령을 내리는 장수, 둘을 믿는 정도가 다르지 않겠습니까? 대장군께서 굳이 이리 친정을 하시는 이유도 그런 이유이시고 말입니다”
“알았네. 자네가 알아서 저들을 처리하게.”
***
장합은 막사에 들어가자마자 소리를 치며 투구를 던질 듯이 들어 올렸다. 그러나 고람이 던지는 질문 때문에 이내 투구를 옆에 끼고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장합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직. 아직은 대장군이 확실한 답을 내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투옥되고 나서야 일을 벌일 것인가?”
그때, 장합의 수하 중 하나가 막사에 들어왔다. 그 탓에 장합과 고람은 기침을 하고 하던 말을 그만두고 물었다.
“무슨 일인가?”
병사는 조심스럽게 품에서 죽간을 꺼내었다.
“곽 도독이 장군에 관하여 적은 내용입니다. 이것을 다른 분들에게 몰래 돌리셨는데, 꼭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죽간을 받아든 장합은 그것을 고람에게 건네주었다가 다시 그것을 병사에게 돌려주었다.
“돌아가도 좋다. 내 나중에 너에게 감사를 표하마.”
병사는 예를 표하고 나서 자리를 떠났다. 장합은 투구를 쓰고 나서 말했다.
“형님, 일어납시다. 곽도, 이 빌어먹을 인간이 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거나하게 말아먹어 줘야겠습니다.”
고람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자, 장합은 웃음을 지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