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94
우금의 말에 악진은 죽어 가는 도중에도 손을 떨었다.
“이제 대답이 되었는가?”
악진은 우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되었네. 또한 자네를 죽여야 하는 이유도 확실해졌네.”
악진이 빠르게 도약하여 우금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우금이 바보도 아니고 악진의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랬기에 살짝 뒤로 물러나며 악진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우금! 싸우지 않을 것이냐! 이 비겁한 새끼야!”
우금은 그런 말을 하는 악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포 공께서도 그랬을 것이다. 아니, 이것보다 더 충격을 받았겠지. 믿고 있던 조조가 오히려 자신을 죽이기 위해 황건적을 몰아 자신에게 밀어넣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시신도 찾지 못 했는데, 너는 멀쩡하지 않으냐.”
복수극을 찍는 것 같은 우금을 보던 장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쿨럭거리면서 비틀거리는 악진을 바라보았다.
“저는 주변 정리나 하겠습니다. 저 상태에서 살기는 그른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장군, 장난치다가 죽지나 마십쇼.”
악진은 조조라는 이야기에 놀라 몸을 급하게 움직이려 했지만, 이내 비틀거리면서 쓰러졌다. 우금은 그런 악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래. 그게 내 상황이었다. 나의 주공께서 빌어먹을 황건적에 둘러싸여 시체도 온전치 못할 때! 그렇게 나도 절규했다. 그 빌어먹을 눈물에 속아 원수를 위해 내 얼마나 일을 했는가!”
“그래서 네놈에게 주공께서 얼마나 잘해 주시지 않았느냐. 포가의 자식들에게도 분에 넘치는 호의를 베푸시지 않느냐.”
우금은 부들부들 떨었다.
“오롯이 조조가 연주의 구원이라 생각하여 몸을 던지고 유대의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이를 못 믿어 죽인 것이 아니냐!”
우금의 말에 악진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명공께 연주를 넘기려 했으면, 그런 명성도 얻으면 안 되었다. 연주의 백성들에게서 그렇게 지지를 얻는데 어찌 명공께서 연주를 온전히 통치하겠는가.”
우금은 분노에 악진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네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내가 자네에게 달려들 일은 없을 것이네.”
우금의 말에 악진은 몸이 점점 낮아지며 계속 쿨럭거리고 있었다. 우금은 그가 죽어 가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는 그래도 원수를 위해 일하지 않으니 다행이 아닌가. 주공과 함께 갈 수 있을 터이니, 저승에서 꼭 지킬 수 있도록 하게.”
“비겁한 놈.”
“난 자네처럼 죽을 자리에 들어가지는 못하니, 그것이 비겁이라 하면 맞겠지.”
그 말을 끝으로 악진이 더는 움직이지 않자, 우금은 그에게 다가가다가 검을 뽑으려 했다. 순간 악진이 일어나려 했지만, 우금은 이미 악진의 머리를 밟고 있었다.
“자네와 내가 하루 이틀을 같이 했는가? 자네의 의지나 행동을 예측은 다 했네.”
“비겁한 놈.”
우금은 악진의 말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
“비겁하더라도 나는 살아남고 살리는 쪽에 서겠네.”
등에서 칼을 뽑아내자, 악진이 기침을 해 대면서 피를 뱉어 내었다. 그리고 우금은 악진의 옷으로 칼을 닦아 내고 그 자리를 떠났다.
***
조조는 베어진 자신의 복부를 부여잡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는 병사들을 불러 자신을 호위하게 하고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말을 찾았다.
“말은 모두 어디 있느냐?”
“우 장군께서 말이 상할 수도 있다며 모두 한곳에 모아 두라 명했습니다.”
“끙··· 이 상황이었으면 문칙이 먼저 군을 이끌었을 터인데······.”
그때, 장수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을 본 조조는 혀를 차면서 이내 웃음을 띠었다.
“설마 장수가 먼저 올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장수가 조조의 앞에 서자, 병사들은 약간 긴장을 하며 칼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조조는 그들을 말렸다.
“사공,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적들의 수가 얼마지 않은 것 같은데, 차라리 적들을 정리하는 것이 중하지 않겠는가?”
“아닙니다. 수는 적으나 적들이 효무하기 그지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악 도위가 당한 것 같습니다.”
“문겸이 죽었다고?”
조조는 놀라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제가 급히 달려오며 본 일이옵니다.”
“설마 문칙도 당한 것인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말에 타시지요.”
조조가 병사들을 바라보자 병사들고 예를 표하며 말했다.
“명공, 부디 살아남으십시오.”
“자네들의 가족들은 내가 챙길 것이네.”
“감사하옵니다.”
장수는 조조를 태우고 그 자리를 떠나갔다. 그러자 병사들은 소리를 쳤다. 마치 자신들에게 시선을 모으기 위하는 것 같았다.
멀어져 가는 이들을 바라보던 조조는 이내 장수에게 약간 호탕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하하! 과거, 자네가 나의 목숨을 노렸을 때도 이렇게 도망갔는데, 지금은 자네가 나를 이렇게 살리는군.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야.”
장수는 빠르게 말을 몰다가 이내 갑자기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조는 약간 이상한 낌새를 느껴 비도를 뽑아 장수를 찌르려 했다.
하지만 장수의 주먹이 더욱 빨랐다.
장수의 주먹이 조조의 팔꿈치를 후려치자, 그는 비수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조조는 말에서 굴러 떨어졌고, 장수는 그런 그를 잡기 위해 말을 돌렸다.
조조는 다시 둔영으로 향하기 위해 움직였다. 장수는 말을 타고 천천히 조조를 사냥하듯이 움직였다.
조조는 도망가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부상으로 인하여 움직이기 힘들어진 조조로서는 장수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었다. 조조는 결국 둔영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장수에게 뒤를 잡히고 말았다. 뒤가 잡힌 조조는 장수와 대화를 시도했다.
“네놈! 네놈이 내 장남을 죽이고 전위를 죽였음에도 너의 귀부를 받아 주었는데! 어찌 나를 배신하느냐!”
장수는 그런 조조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말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창으로 조조의 허벅지 안쪽을 긁듯이 베었다. 그러자 조조는 뒤로 넘어가듯 주저앉았다.
“나는 귀부하고 싶지 않았다. 나 혼자였으면 말이다.”
“부귀를 누리고 조가의 일원이 되었는데도 말이냐!”
장수가 한 걸음 다가가자, 조조는 뒤로 빠르게 기어 갔다. 조조는 한 번도 이러한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전 황제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껴 호위도 몇 중으로 해 두었고 원소의 기세가 대단하자 항복할 생각까지 하며 죽음은 자신과 가장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한 조조였다.
“누구인가? 누가 얼마나 제시하였어? 내가 그보다 높이 올려 주겠네.”
그러나 장수는 조조가 들어줄 수 없는 것을 제시하였다.
“내 숙모를 다시 살려 주시면 생각해보겠소.”
조조는 눈을 크게 떴다. 장수의 말은 자신을 살려 주지 않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렇기에 조조는 차라리 크게 소리를 쳐서 주변의 병사들을 부르거나 허저가 오게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
“겨우 여인 때문에!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겨우?”
“네놈의 부인도 아니고! 엉! 남편이 죽고 없으니 내가 달래 준 것을 가지고 말이야!”
장수는 조조의 말에 분노가 머리까지 올라왔다. 그는 즉시 창으로 조조의 중요 부위를 찔러 버렸다.
“끄아아아아악!”
장수는 자신의 중요 부위를 잡고 뒹구는 조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놈의 그 더러운 것으로 숙모를 더럽히고 내가 네놈을 죽이려고 각오했을 때, 숙모는 자결하셨다. 알고 있었느냐?”
계속해서 뒹굴고 있는 조조를 바라보던 장수는 시원하다는 감정을 느꼈다. 과거, 세력이 없어 홀로 무예를 뽐내며 협행을 하던 때도 생각이 났다.
“아마 기회가 없었으면, 네놈에게 언제나 머리를 숙이고 있었을 것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수하들을 팔아먹는 사람은 아니라서 말이다.”
조조는 장수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확실한 일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었든 자신은 죽었다는 말이 아닌가.
“어, 어떻게······.”
고통으로 인하여 어눌하게 말을 꺼내었고, 장수는 그런 조조에게 다가가 물었다.
“천리를 어긴 적이 없는가?”
조조는 장수의 말에 수많은 일이 떠올랐고 차마 어떠한 것을 딱 꼬집지 못했다.
“너무 많나 보군. 하기야 그러하니 많은 사람이 너를 죽이기 위해 가담을 했겠지.”
장수가 창을 들어 올리자, 조조는 악을 썼으나 그를 구해 줄 그 누구도 없었다. 전위도, 허저도, 악진도, 조앙도, 그 누구도 더는 그의 곁에 서 있지 않았다.
장수는 그의 팔 근육을 베어 내고 말했다.
“이제 살 방법은 없을 것이다. 피도 충분히 흘렀고 걷거나 기어갈 수 있는 모든 근육을 베어 버렸으니 말이다.”
“네놈! 네놈!”
장수는 버둥거리는 조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유비의 기습에 죽는 것으로 할 것이오.”
조조는 더욱 난리를 치며 장수에게 외쳤다. 갑자기 어디서 그런 힘을 되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조조의 얼굴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내가 유비에게 당했다고? 유비가 이런 일을 했다는 이 말이냐! 내가! 이 조조가 유비에게 당했다고!”
장수는 그런 조조의 행동이 보기 짜증이 났는지 창을 들어 올려 죽이려 했다. 그 순간, 한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명공! 소인! 허저가 왔습니다!”
허저는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다. 장수는 깜짝 놀라서 빠르게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허저가 걸어오는 방향을 향하여 창을 들어 올렸다.
“명공! 제가 왔습니다!”
장수는 거대한 철퇴를 질질 끌고 오는 허저의 모습에 놀란 말고삐를 꽉 쥐었다. 하지만 허저는 마치 장수를 보지 못한 듯 조조의 소리가 난 곳을 향하여 걸어갔다.
“명공··· 명공··· 허저가 왔습니다. 걱정하지 마소서.”
조조는 허저의 모습을 보고 약간 안심이 되었는지 표정을 풀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조조는 입을 떡 벌렸다.
“누구냐!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허저의 몸은 정상적인 곳이 없었다. 여기저기 베인 흔적뿐만 아니라 어깨는 탈골된 듯 힘이 없었으며 팔 한쪽은 탈골되어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양쪽 다리는 거의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철퇴를 들고 있는 허저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인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유비의 의제를 막지 못했습니다.”
허저의 말에 조조는 더욱 분노에 타올랐으나 피가 너무 빠져나온 상태라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조조는 자신의 차게 식어 가는 몸에서 죽음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며 허저에게 말했다.
“나를 이렇게 만든 놈을 죽여라. 어떻게든 살아남아 나를 이렇게 만든 놈을 죽여라.”
조조는 그 말을 끝으로 초라한 죽음을 맞이했다. 원래 역사에서는 거대한 발자취를 남기고 죽어야 할 조조는 그저 악행과 잔혹함만 남기고 죽음을 맞이하였다.
허저는 조조의 마지막 말을 듣고 철퇴를 질질 끌며 장수에게 다가갔다. 장수는 창으로 허저를 겨누었다. 그러자 허저가 물었다.
“네놈이 명공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장수는 어이가 없어 허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하면?”
“널 죽일 것이다.”
“그 몸으로 가능하겠는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아니, 못할 것 같군.”
화살 몇 발이 허저의 다리에 꽂히고 장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미안하네. 자네들이 포로로 잡으라 하니, 솔직히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닌가.”
어느덧 나타난 장비의 몸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허저와 비교한다면 그나마 나아 보였다.
무릎은 꿇지 않았지만, 더는 걸음을 걸을 수 없을 것 같이 보이는 허저. 그는 미친 듯이 장수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 탓에 주변 흙은 온통 파여 있었다. 그것을 본 장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 괴물을 상대한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