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97
승태는 장합이 원소의 작전을 잘 알 거라며 그에게 조언을 구하였다. 장합은 견성까지 진군하면서 원소의 패잔병들을 미끼로 사용하여 드문드문 세워진 원소군의 둔영들을 확인하고 정리할 것을 간하였다.
“군량은 충분할까요?”
승태의 물음에 장합은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도리어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아무리 오소가 불에 탔다고 하더라도 둔영에 전달된 군량도 있을 것이고, 말이 있는 곳은 분명 건초도 있을 것입니다.”
장료는 그 말에 약간 호기심이 들었는지 물었다.
“그러니까 그놈들을 쫓다가 한 번에 들이치라는 것이오? 노병이라도 있으면, 아무리 철기라도 성치 못할 것이오.”
장합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병에게 화살이 있으면 그럴 것입니다.”
“아니, 후방에도 화살이 없다는 말입니까?”
조운이 놀라서 되묻자, 장합은 자신도 약간 어이가 없는 듯 말을 이었다.
“그전에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대장군이 사공을 무릎 꿇리기 위해 무리하게 궁수, 노병부터 시작해서 하북의 거의 모든 화살을 차출하였으니, 저 둔영에 궁병이나 남아 있으면 다행일 겁니다.”
장료는 그런 장합의 자조적인 말에 이죽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원소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쓴 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 대치하면서 계속 주변을 찌르기만 했어도 이겼을 것 같은데 말이오.”
장합도 코를 긁으며 장료의 말에 동조했다.
“맞는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명분도 나쁘지 않으니, 천천히 임해도 되었을 일이었습니다. 저 도독이나 전 별가도 그런 전략을 지지했습니다. 아마 전 별가의 말대로 했으면 지금쯤 조 사공은 지금 허도에서 벌벌 떨면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야금야금 세력을 집어삼키는 대장군의 공포에 말라갔을 겁니다. 뭐, 전투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전 별가는 업성에 유폐되었고 저 도독은 군권을 잃은 뒤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상황이니.”
승태는 그 말에 더더욱 이해가 어려워 장합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동안 크게 도움이 된 전 별가나 저 도독을 갑자기 군에서 배제한 이유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대장군이라고 부를 정도면, 능력이 있어서 계속 높여서 부른 것 아닙니까? 뒤통수를 거나하게 치고 나오셨는데요.”
장합은 콧등을 긁으며 말했다.
“급해진 것이지요. 소문으로는 좋지 않은 병이 좀 심해졌다고 들었으니 말입니다.”
“급해졌다라······.”
승태는 머릿속에서 망상하며 물었다.
“전 별가 같은 기주계 토착 세력들을 설마 권력에서 배제시키려는 것입니까? 그 수장격인 전 별가를 가장 먼저 탁 처리한 것이고요.”
장합은 승태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꽤 잘 아십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장료는 그런 승태를 보며 말했다.
“승태 공이 크게 보는 것은 참 잘하오. 그런데 그것만 잘하니 딱히 감명 받지는 말고 말이오. 아마 기대하고 있다가는 배신감이 좀 클 터이니. 그런 이야기야 뭐, 실컷 할 수 있을 테니 나중에 하시지요. 그럼 적들은 화살을 쏠 수 없으니 적들이 쏘는 창만 조심하면 될 일이겠군. 이번에도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그리하시지요. 그래도 비장의 한 수 정도로 몇 발 정도 숨겨 두었을 수도 있으니 방심하지는 마십쇼.”
장료는 승태의 말에 그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방심은 무슨. 방심을 했으면 그전에 죽었을 겁니다.”
장료는 화극을 어깨에 올려 툭툭 치면서 앞서 나아갔고 승태는 위에서 활을 점검하였다.
***
그 후, 장료와 승태는 견성에 도착할 때까지 총 여섯 군데의 원소군의 둔영을 격파하고 나서 원소군에 잡혀있는 백성들에게 양초 일부를 넘겨주었다. 그러자 승태가 이끄는 병사들 뒤로 꽤 많은 유랑민이 달라붙기 시작했고 견성에 도착할 즈음에는 수가 꽤 많아졌다.
정욱은 승태의 뒤에 있는 많은 사람과 양초를 보며 감탄했다.
“양초와 사람들은 다 어디서 구한 것입니까? 병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원소가 임시로 세운 둔영들을 습격하였습니다.”
정욱은 그런 말에 더 놀라 승태를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큰 공을 세웠습니다.”
“아닙니다. 여기 보이는 장군들이 한 것입니다.”
정욱은 승태의 뒤의 장수들을 바라보고 나서 그들에게 크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견성의 정모가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주변의 원소의 잔당들이 큰 걱정이었는데,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장료는 정욱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큰 공이랄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그저 적군을 쫓다 보니 이렇게까지 온 것일 뿐입니다.”
“아닙니다. 견성의 군세가 작아 직접 나서 처리하지 못하니, 백성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사공께서 크게 다친 이때 장 장군께서는 원소가 잔병들을 모아 군세를 다시 일으켰음에도 이를 격파하여 주변의 많은 현들이 고민을 끝내고 돌아섰으니··· 큰 공을 세운 것입니다.”
정욱의 말에 승태는 놀라며 정욱에게 물었다.
“조 사공께서 다치셨단 말입니까?”
“예. 유비가 조 사공의 진형을 급습하였다고 합니다. 악 도위와 호위인 중강이 죽을 정도로 치열했다고 하니,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승태는 정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저가 죽을 정도라면 확실히 조조는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해내었구나.’
솔직히 우금과 장수를 설득하는 일은 거의 모험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진궁에게는 마치 자연스럽게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처럼 우금과 장수를 설득하였다.
특히 진궁은 우금을 공범으로 만들었으니 군을 조련하는 일만큼은 걱정이 필요 없을 것이라 말했다.
― 우금의 중요성은 단순히 조조 휘하의 유능한 장수가 아니라 연주의 포가를 책임지는 가문이라는 것입니다. 포가의 온후함에 은혜를 받지 않은 자가 연주에 드무니 우금이 주군을 따른다면 연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금이 진궁의 제안을 수락하였을 때, 진궁은 승태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 이제 정욱의 마음만 얻어 낸다면, 연주와 서주를 아우르는 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연주의 머리인 정욱만 남았다고 하며 정욱의 마음을 얻으면 연주는 승태의 손에 들어올 것이라 말했다. 정욱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필요한지는 알지 못하여 진궁에게 승태는 그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었다. 진궁은 약간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정욱은 옳다고 여기는 일은 돌아보지 않고 반드시 하는 인물이며 그러한 성정 때문에 적도 많지만, 그만큼 그를 따르는 이들도 많습니다. 능력 또한 출중합니다. 그뿐 아니라 자족함을 아니 밑에 두고 쓰기에도 좋으며, 맡은 일은 반드시 행하니 부림에도 좋습니다. 또한, 곧은 마음으로 이군(貳君)을 하지 않으니, 반드시 주군을 조 사공의 후사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진궁의 자조적인 웃음은 정욱과 순욱으로 인하여 장막의 반란이 실패하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능히 연주를 석권할 수 있었을 과거에 대한 생각에 진궁은 안타까움이 깊게 남았다. 잠시 상념에 차 있는 동안 정욱이 승태를 보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정욱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정욱은 가문의 존장이 위태롭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이 많은 상태처럼 생각하여 승태에게 위로의 말을 꺼내었다.
“사공께서는 굳센 분이니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두 장군의 일은 안타까우나 전쟁 중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하아, 맞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원소가 황하를 건너는 일을 막는 것이니 말입니다.”
“혹 창정진을 예상하시는 것입니까?”
그때, 장합이 예를 표하며 나와 말했다.
“그렇습니다. 연진과 백마 모두가 이미 떨어졌으니 남은 것은 창정밖에 없고 원소의 잔병들 모두가 그쪽으로 모이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할 것입니다.”
장합의 말에 정욱은 약간 걱정된다는 어투로 말을 꺼내었다.
“혹여 속임수이지는 않을는지요? 이번 유비의 일을 보면 허도를 노리는 것처럼 하면서 조 사공을 노리는 것을 보면 수가 간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에 장합은 입을 다물었다. 원소군의 상장이던 자신도 모르는 조조 기습 계책이 있었다는 것은 다른 계책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쉬이 창정으로 원소가 갈 것이라고 다짐할 수가 없었다.
장합이 말을 이어 내지 못하고 코만 문지르고 있자, 옆에 있던 승태가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조 의랑(조인)께서도 창정으로 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하아, 조 씨는 몸을 사리지 않고 한조를 일으키기 위해 이렇게 동분서주를 하는데, 황실의 일원이라는 인물들은 이를 알아주지 않으니······.”
승태는 정욱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저 주어진 일에 힘을 쓸 뿐입니다. 일단 이곳에서 정비하고 정보를 모아 창정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겅욱은 승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정 모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원가의 세력을 연주에서 모조리 몰아낼 수 있을 테니 제가 발 벗고 나서야지요. 한데 병력은 경기와 철기로만 이루어 가실 요량입니까?”
“아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혹여나 원소가 강을 건너기 전에 잡아야 하는데, 늦으면 안 되니 말입니다.”
승태의 말에 정욱은 수염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기마 보병 오백을 차출하겠습니다.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보중하십시오.”
장료는 정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태산과도 가까우니 창 도위나 장 태수 (장패)라도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승태는 약간 불안한 감정으로 장료에게 답했다.
“원소를 붙잡지 못하여 사공께서 일어서지 못한 상태에서 혹 다시 내려온다면······.”
그러자 장합이 승태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장군, 원소와 같은 잘못을 저지를 생각입니까? 어차피 원소가 살아 돌아가더라도 쉽게 황하를 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전에 패전으로 인한 권력 공백으로 각지에서 일어날 반란부터 막아야 할 것이니 말입니다.”
승태는 장합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
이틀 후, 승태는 조인, 장패 등과 합류하여 창정에 도착하였다. 창정에 도착한 이들은 두 번을 대패한 원소군이 생각보다 강세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승태는 이전의 장합의 말대로 곳곳의 원소군의 주둔지를 공격한 것에 차라리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들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물자가 저들을 굳건하게 만들었을 테니 말이다.
승태는 높은 곳에 올라서서 아래로 원소의 군영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조조가 바라보고 있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들자 승태는 약간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조인이 다가왔다.
“너 그러다가 당하는 수가 있다. 무예도 뛰어나지 않은 놈이 말이야. 호위는 열 이상을 챙겨라.”
“그러면 이런 곳을 올 수가 없지 않습니까.”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원소군의 진형을 본 조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네가 이런 진영을 본다고 해도 대응이나 할 수 있겠느냐?”
승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였고 조인은 그런 그를 나무라며 말했다.
“명공께서는 조심했음에도 습격에 당하여 쓰러졌는데, 너까지 이러면 어찌하겠느냐?”
“시정하겠습니다.”
“되었다. 그래, 뭐 보니 어떤 것 같으냐?”
“제 생각에는 빨리 넘어갈 것으로 여겼는데, 의외로 지지부진하네요.”
“저들도 고민이 될 것이다. 황하를 넘을 교두보는 여기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곳을 내주자니 너무 아깝지 않겠느냐? 이전의 백마와 연진을 교두보로 만들기 위해 병사를 몇이나 죽였는지를 생각해 보아라.”
“아깝긴 하겠네요. 닭갈비처럼.”
승태의 말에 조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비유는 어디서 배웠느냐? 하여튼 이전과 달리 기주에서 넘어온 보급도 충분할 것이고 병사들도 생각보다 많이 모였으니, 그냥 교두보를 넘기고 가자는 쪽과 아닌 쪽이 나뉘어 있겠지.”
***
원담은 심배를 향하여 삿대질하며 말했다.
“나를 죽이겠다는 거야! 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