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98
원소의 진형은 두 개로 나뉘어 원담이나 원상을 지지하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방관하는 이들로 구분되어 있었다. 이처럼 갈래갈래 찢겨져 있는 것을 방증하듯 둔영도 따로따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그 가운데 원소의 대장기와 막사가 덩그러니 솟아 있었다. 원담의 말에 심배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그동안 그렇게 바라시는 군의 통제권을 드리는 것인데, 어찌하여 화를 내시는 것입니까?”
“부공! 부공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부공께서 그런 명령을 내리실 리가 없다!”
심배는 마치 가르치는 듯한 말투로 그의 말을 받아주었다.
“부공이시라니요? 숙부가 맞는 표현입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원담이 칼을 뽑아 심배에게 달려가려 했으나 왕수가 그를 막았다. 그때, 봉기도 옆에서 이죽거리면서 말했다.
“남자가 되어서 칼도 뽑지 못하니··· 어휴, 쯧쯧.”
붉어진 원담의 얼굴은 터질 것같이 보였지만, 애를 써도 왕수의 손을 뿌리칠 수 없자, 그저 분노에 회의장의 상을 내리쳤다.
쿵!
커다란 소리가 나자, 회의 석상의 모든 이들이 원담을 바라보았다. 원담은 그들의 시선을 그대로 느끼며 외쳤다.
“그래, 좋네! 숙부의 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내 이곳을 지키면 숙부께서 무사히 도강할 수 있겠는가?”
원담의 결정에 원상을 지지하는 이들이 웃음을 지으며 서로 무엇인가를 논했다. 그 후, 그들 중 가장 높은 인물인 심배가 나서 말했다.
“당연한 일입니다. 자사께서 이곳을 지킨다면, 저들도 쉽게 이곳을 넘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기주에서 온 군수품들도 있으니 병사들의 사기는 다시 올라갈 것이고 원가의 혈통이 지키는 이곳은 안전하다고 여길 것입니다.”
원담은 그 말을 하는 심배의 입을 쥐어박고 싶었으나 애써 참으며 허리춤의 검집의 끈을 단단히 묶었다.
“그런 것은 지휘할 내가 신경을 써야 하니 자네는 숙부를 잘 모실 생각이나 하게.”
심배는 대답 없이 예를 취하였고 원담은 주먹을 한 번 쥐고 난 뒤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원담은 자신의 막사에 들어오자마자 주변의 물건들을 박살 내면서 분노를 풀었다. 그의 손에서 무엇인가가 휘둘려질 때마다 막사 안의 물건들이 공중을 날았다.
그때, 원담이 창대로 주변을 휩쓸자, 자그마한 등불대가 날아가다가 곽도의 앞에 떨어졌다. 곽도는 넘어진 등불대를 주어 넘어진 세워 둔 뒤에 부싯돌로 불을 켰다. 그러고는 원담에게 말했다.
“그렇게 뭘 부숴 봐야 상황이 바뀌는 것은 없을 텐데요.”
원담은 곽도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 이 상황인가! 그대의 계책으로 원가는 몰락하게 되었네!”
곽도는 원담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원가의 몰락이 아니라 공자의 몰락이겠지요.”
“공칙!”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잘 듣고 있습니다.”
“그대가 어찌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가!”
“공자니까 이리 말하는 것입니다. 주공의 생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원담은 눈을 크게 뜨고 원담을 바라보았다. 원소의 생사를 알지 못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분명 심배는 원소가 아직 무사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원소가 작성한 서필을 전하였다. 원담은 너무도 똑같은 서필을 보고 그것이 거짓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곽도는 마치 원소가 이미 죽은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부공의 생사를 모른다는 게 정말이오?”
곽도는 등불을 원담의 무너진 상 위에 균형을 잡아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곳에 무사히 온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 맞지요.”
원담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를 문질렀다. 원담의 표정은 그야말로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불안감과 분노, 아버지에 대한 걱정, 그리고 배신감이 모두 원담의 얼굴에 표현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오? 뭐, 그럼 내가 군사를 몰고 가서 심배 같은 빌어먹을 놈들 모가지를 모조리 쳐 버리고 아버님을 구하라 이 말이오?”
“그것도 주공이 여기 있다는 것이 맞아야 할 수 있는 행동이겠지요. 저쪽은 오히려 공자께서 그리 나오기를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나보고 어쩌라는 것이오! 모사라면 그대가 나를 도와야지, 모호한 말로 자네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면 나는 어찌하라는 것이오!”
“마음의 준비를 해 두시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모든 것을 보여 주려 하시지 마시고 청주로 돌아가 칼을 갈며 원상이 이빨을 드러낼 때, 그때 내리칠 수 있게요.”
그러나 원담은 곽도의 말에 회의적이었다. 심배가 지지하는 원상은 하북 삼주(기, 연, 병주)를 아우르는 대세력이었다.
반면, 자신은 황건적이 휩쓸고 간 청주 하나였다. 물론 이제 겨우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정도로 전황을 뒤집어엎을 수는 없었다. 원담은 단상에 걸터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소. 허나 내 아무리 생각해도 내 미약한 힘으로는 하북을 어우르는 이들을 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군.”
곽도는 그런 원담에게 물었다.
“진정 그 마음을 가진다면, 제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원담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제 영천계의 거두는 그대와 순 선생밖에 남지 않았소. 그런데 어찌 방법을 찾는다는 말이오? 안 그래도 부공의 곁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들리는데, 아니, 밀려난 것인가? 부공의 얼굴도 못 보니 말이오,”
곽도는 원담의 비꼼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저까지 떠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곽도의 말에 원담은 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떠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행여나 그 성격에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고, 원상의 옆에 있는 이들하고도 이미 강을 건넌 사이이고. 게다가 기주 호족인 전 별가와 저 도독을 옥에 가두고 방구석으로 밀어 넣은 것이 곽 도독인데, 어디로 간다는 말입니까?”
곽도는 원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옷을 털어 내며 일어났다.
“하긴 그렇군요. 그럼 모략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냥 영천으로 돌아가 아이들이나 키우며 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원담은 그런 곽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생각에도 없는 말은 하지 말고 모략을 내놓는 게 좋을 것이오. 어차피 내가 원상과 대등하게 싸워 주어야 저기든 여기든 그대의 입지가 생길 것이니.”
곽도는 원담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제가 공자께 져 주는 수밖에요.”
원담은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자신의 간을 보는 곽도의 모습에 원담은 창대로 곽도에게 가리키며 말했다.
“정확히 하시오. 나를 버릴 것이면 버리고, 나를 도울 것이면 도우시오. 이렇게 간을 보면서 나를 떠보지 말고 말이오. 나는 부공과 달라서 화가 나면 화를 내고, 기쁘면 같이 기뻐하는 사람이오. 이런 식으로 나를 떠본다면 나도 참지 못하오.”
“이게 성격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주공의 옆에서 일이 년을 받드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하아··· 뭐, 부공이 속을 모를 분이긴 하지. 그러면 이제 그대의 모략을 들을 수 있겠는가?”
곽도는 웃음을 지으며 원담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가 꺼내어 놓은 계책은 하북을 나누어 적을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위위구조(圍魏救趙)와 같은 계책에 원담은 뭔가 확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원담은 원상이 삼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것은 원소가 살아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고간은 원소 정도가 아니면 무릎을 꿇지 않을 사람이고 원희는 가문 내의 싸움에서 자신이 위험해지지 않는 이상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원소의 죽음이 진실로만 밝혀진다면, 확실하게 자신이 정국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부공의 죽음을 저들이 숨기고 있었다고 알릴 것이오?”
“저들이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들 스스로 대장군께서 졸했다는 것을 알리게 해야지요.”
“조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소? 조조가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원상을 공격하게 해야지요. 업성을 공격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이번 일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번 일이라 하면······.”
“저쪽은 지금 조조의 휘하에서 여러모로 고초를 겪는 인물이 조조의 중태로 인해 군을 대신 지휘하고 있다고 합니다. 군을 이끄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용인이 대단하여 큰 전투에서도 패한 적이 없다더군요. 그와 거래를 하죠.”
원담이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곽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만 이런 분란을 겪을 수는 없지요.”
곽도는 승태에게 공을 주어 지금 구속된 저수와 같은 이들을 내놓는다면, 저들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리라는 것이었다. 조조가 쓰러진 이때, 조조에게 압박을 받는 승태를 이용하여 조조군을 뒤집어엎자는 이야기였다.
원담은 곽도의 말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곽도의 말대로 된다면 원가의 분열뿐만 아니라 조조군에도 분열의 씨앗을 던지는 것이었다.
“조조 세력도 우리를 신경 쓰지 못할 테니, 우리의 행동은 좀 더 자유로워지겠구려.”
“조제와 손을 잡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조제를 지지하는 세력이 서주이니 후방을 더욱 안정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알았소. 이번에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이만 가 보게. 나도 준비를 해야 하고 말이오.”
곽도는 웃음을 지으며 예를 표하고 자리에서 나갔다. 잠시 후, 원담은 눈썹을 긁으면서 장막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도독, 나와 보시지요.”
저수는 한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제게 이런 모습을 보여 주려고 저를 여기에 몰래 데려오신 것입니까?”
원담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저수의 앞에 앉아 말했다.
“스승님께 기회를 드리는 것입니다. 솔직히 제가 곽도와 같은 모략을 배운 적이 없지 않습니까?”
“지금 이 정도도 제가 보기에는 훌륭한 모략입니다.”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이게 모략이라고 볼 수 없죠. 이건 그냥 제가 스승님을 경애한다는 증거 정도일 뿐입니다.”
저수는 그런 말을 하는 원담을 바라보며 물었다.
“경애라 그렇다면 이런 치욕을 주지 않았겠지요.”
원담은 관자놀이를 긁으면서 물었다.
“그럼 곽도의 계략대로 갈까요?”
원담의 말에 저수는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주공이 이루신 모든 것을 무너트릴 생각인가!”
“내가 가질 수 없는데, 무슨 상관이오. 아버지의 장남인 내가 가져야 할 것을 막내가 황실의 피를 이었다는 이유로 모두 가져가려는데.”
“겨우 그런 질투로······.”
“끌끌끄끄끄··· 하하하하하! 겨우? ‘겨우’라고 그랬습니까? 스승님, 내 것입니다. 나는 아버님을 위해 내 인생을 바쳤습니다. 아버지의 세상은 내 것이니까요. 그런데 겨우? 겨우 질투라 했습니까? 하아··· 스승님은 이해해 주실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이런 것을 이해해 줄 수 있겠습니까?”
원담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스승님이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겨우 아버지의 꿈을 같이 이루었다는 자기만족 정도입니까?”
“공자!”
“그러니까 나와 함께하자는 것입니다. 나는 아버지의 유산을 온전히 차지하고 스승님은 아버지와 함께한 꿈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