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100)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100화(100/325)
< 100. 설탕으로 만드는 마법 >
“왜 빵 안에 생선이……?”
생각지도 못한 존재에 왕비가 당황하자, 요리사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빵이 아니라 소금입니다.”
“이게 소금이라고?”
요리사의 말을 듣고 몇 번을 다시 봐도, 눈앞의 갈색 덩어리는 빵으로 보인다.
표면은 짙은 갈색으로 단단하게 구워지고 내부는 하얀 속살이 보이는, 하인들이 먹는 갈색 빵.
며칠 방치한 것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기는 하지만.
이게….
정말 소금이라고?
호기심을 못 이기고 작은 빵 부스러기를 들고 혀에 살짝 갖다 대니, 정말로 압도적인 짠맛이 입안을 덮쳐왔다.
“이건! 진짜 소금이군요! 소금으로 빵을 만들다니, 처음 봅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컴프턴 경도 왕비와 똑같이 소금 부스러기를 할짝대고 있었다.
‘다행이네.’
생각지 못한 요리의 등장에 잠시 주의가 흐트러졌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자리는 요리를 즐기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국왕의 귀에 들어갈 만한 밥상을 선보이는 자리지.
어떻게든, 헨리의 입에서 저녁 식사에 초청해달라는 말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나머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요리사는 별도의 망치와 길쭉한 꼬챙이를 들고 오더니, 조금씩 빵을 쪼개기 시작했다.
탕! 탕!
망치와 정으로 조각상을 만들 듯이 도구로 빵을 두드리자, 큼지막한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고개만 빼꼼 내밀던 생선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요리사는 작은 빗자루 같은 붓으로 생선 주변의 하얀 가루를 털어냈다.
정말 조각상을 만들 듯이, 하나의 예술품을 다루는 듯한 손길로.
‘맛있어 보이네.’
그렇게 탄생한 생선은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생선의 배가 갈라져 있었는데, 그 사이로 반가운 노란 동그라미가 보였다.
레몬.
레몬은 영국에서 자라지 않아 포르투갈에서 수입해와야 하는, 비싼 과일이다.
그런 레몬이 숨김없이 들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레몬 아래에는 파슬리가 깔려 있었고.
코끝을 찌르는 향으로 보아서는, 마늘과 버터, 후추도 들어갔다.
자주 사용하는 향의 조합은 아니다.
대부분의 생선 요리는 식초나 정향, 시나몬이나 와인, 아니면 견과류를 사용하니까.
소금 빵 안에서 구운 생선은 무슨 맛일까?
“이제 드시면 됩니다.”
“이대로? 카빙을 해야지 않느냐.”
“….. 물론이죠.”
요리사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짧은 침묵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자는 아직 왕실의 예법을 모른다.
귀족의 식탁에서는 각 귀족이 직접 소지한 칼로 요리를 잘라 먹지만, 왕족의 식탁에서는 손질이 필요한 요리는 카버(carver)가 손질해서 건네준다.
통구이나 생선같이 가시를 발라내야 하는 요리의 경우.
‘하긴, 이건 왕족을 가까이서 모시는 시녀나 하인들만 알 수 있는 예법이긴 하지.’
왕비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옆에서 대기하는 시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크레이븐 경을 불러오도록.”
잠시 후, 왕비의 카버인 크레이븐 경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갑작스러운 명령과 처음 보는 요리에 크레이븐 경도 당황하는 게 느껴졌지만, 이내 능숙한 손길로 생선의 살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두툼한 하얀 생선 살이 왕비의 그릇 위에 있는 트렌처(trencher) 빵 위에 올려졌다.
약간 노릇하면서도 버터 향이 솔솔 풍기는 생선 조각이다.
손으로 생선 조각을 집어 들자, 두툼한 살점이 탱탱하게 손가락의 압력에 저항해 오는 게 느껴졌다.
탄력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손에 힘을 주면 이대로 무너질 것 같다.
‘조심히….’
생선이 부서지지 않게 주의를 하면서 손으로 조심스레, 덩어리를 입안으로 옮겼다.
부드러운 향이 덮쳐왔다.
버터의 향.
혀를 기름칠하는 버터의 부드러운 질감을 먼저 느끼고 있는데. 뒤늦게 버터에 녹아있는 다른 맛들이 하나하나 등장했다.
비린내 하나 없는 담백한 생선의 맛.
잘 구워진 마늘, 상큼한 레몬, 쌉싸래한 파슬리 향.
제각각 본연의 맛을 한껏 뽐내고 있는데, 이상하게 부딪히지 않고 입안에서 절묘하게 얽혀있다.
“강한 향이 아닌데도, 맛이 잘 살아있네요.”
“그러네. 레몬 향이 은은하면서도 제대로 느껴져서 좋군.”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두 번째 생선 조각은 씹는 대신, 혀에 올려놓고 입천장에 갖다 대고 으스러트리며 그 맛을 음미했다.
“정말 특이한 요리 일색입니다. 다음에는 무슨 요리가 나올지 궁금하군요.”
컴프턴 경은 눈으로 왕비를 재촉하고 있었다.
망치는 왕비에게만 주어졌으니까.
왕비 역시 궁금하기도 했고.
탕! 탕!
옆에 있는 또 다른 동그란 빵을 열자, 이번에는 안에서 빨간 덩어리가 나왔다.
비트.
똑같이 소금 빵 안에 구워낸 비트는, 왕비가 지금껏 먹어온 비트와는 차원이 달랐다.
씹을 때마다 따뜻한 즙이 쏟아져 나왔다.
대지의 맛이 느껴지는 듯하면서도 달달한데, 은은하게 단맛이 있는 즙이다.
‘다음은….’
왕비는 즐겁게 테이블 위의 요리를 살펴본 후, 이번에는 조금 단단해 보이는 계란 조각상 위에 망치를 올렸다.
콰직!
접시가 깨지는 것처럼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금이 가며 계란이 갈라졌다.
그 안에는…..
“고기?”
“닭고기입니다.”
컴프턴 경은, 닭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 계란에서 닭이 나오다니, 재밌군요. 이 요리사는 계란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주의인가 봅니다.”
“일개 요리사가 무엇을 알겠나. 고대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했듯이, 이건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수수께끼거늘.”
요리사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배를 갈라보세요.”
크레이븐 경이 닭의 배를 가르자, 그 안에서는 계란이 나왔다. 저도 모르게 왕비의 입가에도 커다란 미소가 걸쳐졌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라니까.”
위트가 있는 요리다.
헨리라면 이런 요리를 좋아할 거다.
특히 타국 대사를 모아놓고 이런 요리를 내면, 자신의 방대한 지식을 자랑할 기회니까.
크레이븐 경이 잘라준 닭고기의 날개를 맛보니, 살점은 쫀득하면서도 씹을 때는 부드러웠다.
소스는 아몬드와 화이트 와인, 사프란, 버터가 조금 들어간 소스다.
항상 먹는 소스와 비슷한데….
이상하게 혀에 다가오는 맛이 달랐다.
닭고기 맛.
유난히 진한 맛을 지닌 닭고기 육즙이 빈틈을 알차게 채워주고 있었다.
‘가둬놔서 그런가?’
삶거나 구워서 먹는 닭고기와 달리, 저 계란은 닭을 꽁꽁 가둬두며 조리하니 맛이 도망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다음은….”
이번에는 망치를 들고, 주변에 있는 파이를 향해 휘둘렀다.
와자작!
파이가 너무 큰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흩어져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손가락 두께 이상의 두꺼운 파이와 달리, 이번에 나온 파이는 종잇장처럼 얇았다.
으스러진 파이 내부에는 동글동글하면서도 폭삭해 보이는 손가락만 한 덩어리들이 있었다.
“돼지고기 튀김입니다.”
“튀김?”
와사삭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시끄러운 요리였지만, 손으로 들고 먹기에 나쁘지 않았다.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소스에 찍어 먹어도 제법 맛있었고.
‘재밌네.’
나중에 엘리자베스에게도 같은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옆에서 흥을 깨는 컴프턴 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밌긴 한데 간이 조금 심심하군요.”
“간이?”
“단맛이 많이 빠진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왕궁의 모든 요리는 마무리로 설탕을 조금씩 뿌려서 내는데, 이 요리들은 다 설탕이 빠져 있었다.
맛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아니, 오히려 설탕 대신 다양한 맛들이 느껴져서 혀는 즐거웠지만…..
이래서는 품위가 없다.
왕비의 밥상에 설탕이 빠지다니!
왕비의 얼굴이 조금씩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헨리는 허영심이 많은 남자다.
식탐도 대단하지만, 식탐보다 중요한 건 보이는 모습. 자신의 부를, 자신의 지식을, 자신의 권력을 온몸에 두르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남자다.
그런 남자의 최측근을 불러놓고 설탕이 빠진 밥상을 차리다니!
맛과 별개로, 이건 용납할 수 없다.
요리사에게 두 번째 코스에는 지금에라도 설탕을 뿌려서 내놓으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듣는 귀가 있는데 말을 할 수도 없고.
‘이쪽을 보라고!’
왕비는 최대한 요리사를 쏘아보며 눈치를 주려 했지만, 컴프턴 경의 설탕 발언을 듣고도 요리사는 능청스럽게 실실거릴 뿐이었다.
저놈은 기어코 오늘 채찍형에 처하고 말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두 번째 코스입니다.”
다음 코스가 나왔다.
차례차례 올라오는 열다섯 개의 요리.
필수 메뉴인 스튜나 몇몇 통구이도 보였지만, 솔직히 그쪽으로는 시선조차 가지 않았다.
“저건 대체……”
너무 아름답게 세공된 유리 조각들이 나왔으니까.
갈색을 머금은, 반투명한,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나는 조각들.
그런 조각들이 과일과 커스터드 위에 하나씩 얹혀 있었다.
그 모양도 다양했다.
회오리 모양.
머리카락 굵기의 가느다란 실뭉치가 엮인 모양.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갈색 바구니도 있었고.
“세상에, 이런 건 어찌 만든답니까?”
컴프턴 경도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정말.
미켈란젤로를 데려와도 이렇게 정교한 조각은 만들지 못할 거다.
그걸, 일개 요리사가 만든다고?
“이건 뭐지?”
“설탕입니다.”
“설탕?”
“설탕물로 만든 조각상입니다.”
설탕 조형물은 왕족의 밥상에 항상 나오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이런 모양새는 아니다.
대부분 아몬드 우유와 섞은 하얀 설탕을 틀에 넣고 찍어낸 모양이다.
“어제도 드셨잖습니까. 계란 위에 올라간 갈색 조각과 똑같습니다.”
“아!”
그 폭발적인 단맛이 다시 떠올라 순식간에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때는 그냥 갈색 표면이라서 몰랐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세공할 수도 있는 거였구나.
“이건…. 너무 아름다워서 손을 대기가 무섭군요.”
“다시 못 먹을 것도 아니고, 언제든 다시 먹을 수 있는데 아껴서 뭐 하나. 먹어보게. 아까부터 설탕을 찾지 않았나.”
왕비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컴프턴 경에게 설탕을 권했다.
컴프턴 경은 갈색 조각을 넣자마자 동공이 풀려버렸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왕비도 작은 유리 조각 하나를 들고 입안에 넣었다.
깨물지 않고 그대로. 살살 혀 위에 굴리며 그 단맛을 음미했다.
가볍게 혓바닥을 스치는 다른 설탕과는 맛 자체가 다르다. 이 맛은 무게가 있고, 깊이가 있다. 일반 설탕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하면서도 호화롭고, 밀도 있게 오밀조밀하게 뭉쳐놓은 단맛이다.
설탕 조각은, 함께 내온 커스터드와도, 절인 과일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이겼다.’
이렇게 아름다운 요리를, 그것도 설탕으로 만든 요리를, 헨리가 궁금해하지 않을 리 없다.
그렇게 승리를 확신할 때,
“마지막 요리는 이 자리에서 하겠습니다.”
아, 잊고 있었다.
직접 눈앞에서 조리하는 요리가 하나 더 있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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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합격인 것 같은데?’
왕비도 컴프턴 경도.
한길의 존재는 물론, 서로의 존재도 잊은 채 캐러멜의 맛에 흠뻑 빠져있었다.
이해는 갔다.
캐러멜을 처음 맛볼 때 누구나 갖는 반응이니까.
이 시대에는 아직 캐러멜이 없었다.
모든 요리에 설탕을 뿌리긴 했지만, 굳이 설탕물을 졸여서 갈색으로 만드는 과정까지는 실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저 갈색의 위력을 모른다.
‘마법을 보여주려면 설탕만 한 게 없지’
설탕은 열기를 얼마나 더해주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재료다.
한번 녹아내린 설탕은, 식으면서 결정체로 변한다.
한길이 이 변화를 처음 경험한 건 아직 초등학생이던 어린 시절. 집에 있는 국자에 설탕과 소다를 섞어 달고나를 만들었을 때다. 그때의 설렘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설탕은 열기를 얼마나 주느냐, 얼마나 자주 휘저어주느냐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지만, 맛도 달라진다.
특정 온도에 다다르면, 설탕 입자는 수백 개의 맛의 입자로 나누어지며 새로운 맛을 탄생시키니까.
흐물흐물한 표정들을 보니 이쯤에서 멈춰도 될 것 같지만, 아직 보여주고 싶은 요리가 하나 더 있었다.
먹는 게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인 이곳이라면 이 것도 통할 터.
“마지막 요리는 이 자리에서 하겠습니다.”
한길의 말을 신호로, 대기하고 있던 길버트가 준비물을 가져다주었다. 한길은, 왕비와 컴프턴 경이 잘 보이는 자리에 작은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준비물을 올렸다.
하얀 가루가 듬뿍 담긴 쟁반.
그리고 도넛 모양의, 가운데 구멍이 있는 덩어리.
“그건 뭐지?”
“이 가루는 쌀가루입니다.”
“쌀가루?”
현대에서는 옥수수 전분을 쓰지만, 이곳에는 아직 옥수수가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쌀은 있기에, 제빵 담당에게 가서 쌀가루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이 덩어리는 설탕 반죽입니다. 설탕물에 꿀을 넣어서 만들었죠.”
꿀은 설탕이 결정으로 굳는 과정을 방해한다.
그래서 이 두 재료를 섞으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는 반죽을 만들 수 있다.
“잘 보세요. 이 설탕은 늘어납니다.”
어느새 왕비도, 컴프턴 경도.
마술쇼를 지켜보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반죽에 쌀가루를 듬뿍 묻힌 후, 반죽을 돌돌 돌려가며 조금씩 잡아당기자, 어느새 커다란 목걸이처럼 늘어났다.
긴 목걸이를 두 겹으로 겹치면,
“이러면 반죽이 두 가닥이 되죠.”
“그렇지?”
“이걸 3만 가닥을 만들 겁니다.”
“무슨, 3만 가닥이나.”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두 사람을 보며 한길은 조용히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설마 이걸 여기서 쓸 줄이야.’
한길이 지금 만들려는 요리는, 아주 오래전, 만들어본 적이 있는 요리였다.
아직 본격적으로 요리사가 되기 전, 갖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매일같이 인사동에 출근하여 수백 개를 만들었었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길거리 간식.
꿀타래.
가느다란 설탕 실을 만든 과자다.
실 놀이를 하듯, 반죽을 양손에 끼고 팽팽하게 당겨준 후 다시 겹치고.
“이러면 네 가닥이죠. 다시, 여덟 가닥. 맞죠?”
눈앞에서 여덟 가닥의 실을 보여주고 여기서부터는 속도를 올려준다.
가루를 묻히고, 당기고, 묻히고, 당기고.
“16가닥, 32가닥, 64가닥, 128가닥, 256가닥.”
잠깐 멈추고 다시 한번 256가닥의 실을 보여준다. 아까의 손가락 두께 실은, 어느새 가느다란 일반실의 굵기로 변했다.
“어머!”
“이건 또 희귀하군!”
온갖 신기한 영상이 범람하는 현대인에게도 신기한 광경인데. 이들에게도 당연히 신기할 거다.
이 과정을 일곱 번 더 반복하니, 32,768 가닥이 생겼다.
얇은 실타래를 왕비의 눈앞에 대고 펼쳐보았다.
매끄럽게, 비단실처럼 흐르는 하얀 실은, 마치 엘프의 머리카락 같기도 했다.
“믿기지 않아…. 이게 정말 설탕이라고?”
“안 믿으실 것 같아서 직접 눈앞에서 보여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이건 정말 마술 같구먼. 제가 홀린 건 아니죠, 전하?”
실타래를 적당한 크기로 끊어주고, 그 안에 다진 견과류를 소로 채워준다.
그리고 완성된 하얀 덩어리를 두 명의 관객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이건, 뭐라고 부르는 요리지?”
“드래곤의 수염입니다.”
요리명을 듣고 관객의 눈이 다시 한번 빛났다.
중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과자를 용수당이라고 부른다. 용의 수염이라는 뜻이다.
“드래곤이라… 그래, 그리 불릴만 하지.”
왕비도. 손님도.
이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판타지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이다.
기괴한 괴물인 코켄트리스보다는, 드래곤의 수염이 어느 모로 보나, 우위에 있다.
게다가.
이 요리는 이곳에서 가장 진귀한 재료인 설탕으로 만들었고, 맛도 좋다.
“하나만, 하나만 더 만들어 줄 수 있겠나?”
“얼마든지요.”
여전히 동공이 풀린 상태로 부탁을 하는 컴프턴 경은, 결국 다섯 개의 드래곤 수염을 먹은 후에야 초점이 돌아왔다.
“자, 자네는 그레이트 홀에서 일하는 요리사인가? 어디, 나와 함께….”
몽롱한 목소리로 컴프턴 경이 제안을 하자, 왕비가 그 말을 가로챘다.
“이 자는 왕비의 주방에서 일하는 자일세.”
[퀘스트를 무사히 완료했습니다.]생각보다 빨리 클리어 했다.
시야의 한쪽에 있는 카운트다운 시계를 보니, 이곳에서 체류하는 기간은 아직 사흘이 더 남았는데.
‘잘하면 결승까지 치르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엘리자베스 공주를 위한 밥상이 예선이었다면, 이번 왕비의 미션이 본선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결승전.
컴프턴 경의 표정을 보니, 생각보다 그날이 빨리 올 것 같았다.
< 100. 설탕으로 만드는 마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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