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115)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115화(115/325)
115. 성자의 연회
“오셨습니까!”
한길이 주방으로 돌아오자, 둥그렇게 모여 앉아있던 요리사들이 한꺼번에 일어섰다.
열 명의 요리사들.
이들은 각 주방의 마스터 쿡과 차기 마스터 쿡. 즉, 왕궁 주방의 엘리트 요리사들이다.
왕궁에 일하는 요리사는 300명이 넘는다. 한길 혼자 그들을 모두 통솔할 수는 없으니, 이들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로 했다. 말하자면, 10명의 수셰프와도 같다.
“어떻게 됐습니까?”
잔뜩 긴장한 파커가 질문했다.
파커 뿐 아니라 10명의 요리사 모두, 하나같이 안색이 창백하다. 내일까지 재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니까.
“해결됐어.”
“정말요?”
“오늘 저녁 중으로 수도원에서 가축과 해산물이 도착할 겁니다. 그레이엄, 육류는 도착하는 즉시 정육 섹션에 전달해 주세요. 페리는 해산물이 연못 저장고에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해주고요.”
“네!”
모두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살았다!’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고.
“그런데 마스터 쿡, 그건 뭔가요?”
분위기가 진정되자 파커가 한길이 들고 있는 바구니를 가리켰다.
“신성로마제국 대사가 보내온 선물인데, 연회에 꼭 사용해 달라고 하더라. 오늘 중으로 주방에 나머지 물량이 도착할 거야.”
“뭔데요?”
한길이 바구니를 덮고 있는 천을 걷어내자, 여기저기서 짤막한 탄성이 터졌다. 좋은 의미의 탄성은 아니었다.
“이걸 요리에 쓴다고요?”
“이런 걸 보내다니. 뭔 생각이지?”
몇몇 요리사들이 다가와 꺼림칙한 표정으로 가지와 토마토를 살폈다. 채소를 내려놓은 후에는 만져서는 안 될 걸 만졌다는 듯이, 바로 냅킨에 손까지 닦았다.
“이게 뭔지 아세요?”
“벨라도나 아닙니까? 크기는 다르지만 생긴 게 비슷한데요.”
“벨라도나?”
“독초입니다.”
한길이 고개를 기울이자, 파커가 옆에 있는 하인에게 정원에서 벨라도나를 갖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하인이 들고 온 벨라도나는, 검은 열매의 식물이었다. 손톱 크기의 작은 열매. 왕관을 엎어놓은 듯한 이파리도 가지와 제법 유사했다.
“비슷해 보여도 이건 벨라도나는 아닙니다. 동쪽에서 들여온 채소고 식용이니까요.”
“그래도 너무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걸 어떻게 조리하죠? 벨라도나가 만드레이크 과였나? 예전에 어디선가 조리법을 본 것 같긴 했는데….”
“타국에서 준 선물이면 안 쓸 수도 없고…”
모두 당황하는 모습.
아마 한길이 없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는 데에만 몇 시간을 허비했을 거다.
“괜찮습니다. 먹어봤는데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한길이 가지와 토마토를 하나씩 따서 입에 넣자, ‘이런!’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당장이라도 독을 먹고 쓰러질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길이 멀쩡하자, 몇몇 용기 있는 자들이 조심스레 열매를 따서 맛보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조리법이 있나요? 부담 갖지 말고 말해주세요.”
“그게…..”
한길의 말에 요리사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재료를 어떻게 요리할지 이미 결정은 했지만, 그래도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이들이 가지와 토마토, 고구마를 어떻게 조리했을지 궁금했으니까.
“한번 푹 삶아주고 물을 뺀 후, 시나몬과 정향을 넣어주고 오븐에 굽는 건 어떨까요?”
“파이 안에 돼지고기 육수와 함께 졸인 후, 사프란을 넣고 설탕을 뿌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듣기만 해도 끔찍한 맛이지만, 영국식 채소요리는 대개 저런 식으로 만들었다. 채소는 무조건 푹 삶고, 마지막에 각종 향신료와 설탕을 올리고.
토마토는 삶으면 토마토소스가 되니 그럭저럭 먹을 만하겠지만, 푹 삶은 가지는 생각만 해도 입맛이 떨어졌다. 흐물흐물한 가지는 결코 맛있다고 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니까.
“이 재료들은 제가 맡도록 하죠. 새콤한 맛이 있으니 중화시키려면 올리브유와 열기가 필요하고, 흑담을 잡아줄 허브도 잘 골라서 사용해야 하니까요.”
한길은 적당히 갈레노스의 사체액설을 근거로 조리법을 설명했다. 갈레노스의 이론에 의하면, 몸에 안 좋은 재료도 조리법에 따라 얼마든지 성분을 바꿀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까. 대충 엉터리로 지어낸 말이지만, 요리사들은 한길의 ‘과학적’인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릇은 어떻게 할까요?”
다음으로 입을 연 건, 그릇을 총괄하는 브라이턴. 연회에서는 상차림도 중요하다 보니, 테이블 세팅 담당자도 함께하고 있었다.
“이렇게 색감이 아름다운 재료인데, 담음새가 중요하죠. 마침 딱 어울리는 접시가 있는데!”
브라이턴이 반짝이는 눈으로 하인에게 지시를 내리자, 잠시 후에 대접이 도착했다. 가장자리에 정교한 무늬가 새겨진 그릇.
보기에는 좋지만…..
“이건 재질이 뭐죠?”
“백랍(pewter)입니다.”
역시.
한길은 짧게 한숨을 내뱉은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랍은 사용 금지입니다. 순금이나 순은으로 하죠.”
“그래도 이쪽이 장식이 화려해서 보기에는 좋은데요.”
“안 됩니다. 이번 만찬에서 백랍 그릇은 일체 사용 금지입니다.”
한길이 더는 논의할 여지가 없다는 말투로 단호하게 말하자, 브라이턴이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을 뱉어냈다.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이건 갈레노스의 이론에 등장하지 않으니 말이다.
백랍은 위험하다.
주석과 납의 합금이니까.
납 함유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지만, 사용을 안 하는 편이 안전하다. 하지만 이 시대 사람들에게 납중독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냥 강하게, 안 된다고 밀고 나갈 수밖에.
‘내가 없었으면 백납 그릇에 냈을까?’
그 생각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납중독은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독성이 누적되지만, 토마토를 사용하면 다르다.
산성이 강한 토마토는 백랍 그릇의 납 성분을 바로 녹여낼 테니까. 한꺼번에 납을 통으로 섭취하는 꼴이 된다. 급성 납중독을 유발하고,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알고 보낸 걸까?’
신성로마제국의 이름을 걸고 보낸 선물인데, 설마 알고 독을 보냈을까?
하지만….
만에 하나 납중독 사건이 벌어져서 사건 조사를 한다고 해도, 증거는 나오지 않을 터. 토마토만 따로 먹으면 독성이 없으니까.
의도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백랍은 절대 금지입니다. 단 한 순간도 요리에 닿으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 네.”
“그러면 다시, 내일 할 일을 정리해 보도록 하죠. 각자 진행 상황 보고해 주세요.”
몇 번을 브라이턴에게 거듭 당부를 한 후, 한길은 다음으로 할 일을 정리했다.
이번 연회의 컨셉은 ‘육해공.’
테이블의 구역을 땅, 바다, 하늘로 나누어 보여줄 생각이었다.
가장 먼저 ‘지상’을 담당하는 그레이트 홀의 마스터 쿡이 입을 열었다.
“통구이는 내일 아침에 바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마스터 쿡이 말씀하신 대로 불 온도를 낮추고 장시간 조리할 예정입니다. 소스는 점심까지 만들어놓을 테니, 그때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상’에 해당하는 테이블에는 통구이를 올리기로 했다. 로마에서 했듯이, 동물의 원형을 최대한 살린 통구이. 지상의 모든 동물을 한데 모아둔 모습을 연출할 생각이었다.
이건 한길이 굳이 일일이 살필 필요도 없었다. 영국은 워낙 고기가 좋은 데다가, 육류 조리법도 뛰어났으니까.
“페로, 과일과 채소는 어떤가요?”
“다행히 래디시 무와 오이는 물량이 충분합니다. 장미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올리고 싶은데, 이건 내일 추가 재료가 오는 대로 확인하겠습니다.”
국왕이 프랑스에서 데려온 요리사 페로는 손재주가 좋았다. 한길이 알려준 과일과 채소 카빙을 곧잘 따라 했다.
지상의 동물 사이사이에 채소 장미와 오이 잔디를 깔아둘 생각이었다. ‘지상’에는 동물만 있는 게 아니니까.
“바다 쪽은 어떻게 됐죠?”
“생선이 조금 부족하지만, 수도원 물량이 도착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조개는 충분합니다.”
“조개껍데기는 꼭 이물질 제거를 확실히 한 후에 사용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바다 요리 하나는 제 주방에서 만드는 걸 잊지 마시고요. 내일 아침에 길버트가 갈 겁니다. 저희 쪽에서 사용하는 해산물을 따로 챙긴 후에 조리를 시작해 주세요.”
“네.”
‘바다’는 국왕의 마스터 쿡 담당이다.
‘바다’가 해결되었으면 다음은 ‘하늘.’
“설탕은 재고가 충분합니까?”
“네, 걱정 없습니다. 설탕이 사라지면 난리가 날 테니, 다행히 ‘잃어’버리지 않았네요.”
‘하늘’은 에덴을 컨셉으로 했다. 기본적으로 설탕을 활용한 디저트가 올라갈 예정이다.
한길이 리드하는 왕비의 주방에서는 스페셜 메뉴를 만든다. 여기까지 정리하자, 파커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작물은 어디에 올리나요? 지상인가요, 아니면 하늘인가요?”
한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안전하다고 말을 했음에도 몇몇 요리사들이 꺼려하는 걸 보니, 신재료에 대한 거부감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신재료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러려면…..
“구역 하나를 더 추가할까요?”
“하늘, 땅, 바다 말고 하나가 더 들어가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성 마티아스의 연회니까 의미를 조금 더 두어도 될 것 같아서요.”
이번 연회는 일반적인 궁중 연회가 아니었다. 성 마티아스(Saint Matthias)를 기리는 종교 행사다. 그리고 성 마티아스는 타국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다가 목숨을 잃은 성자다.
기록이 엇갈려 정확히 어느 나라에서 활동했는지는 알 수 없다. 터키에서 활약했다는 기록도 있는가 하면, 에티오피아나 이집트에서 최후를 맞이했다는 기록도 있으니.
하지만 나라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나라들이 모두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는 것.
“이국은 어떨까요?”
“이국이요?”
“네. 아직 기독교 영향권이 아닌, 신대륙이나 아랍권을 통틀어서 하나로 엮으려고요.”
“그건 괜찮네요! 지상이라고 해도 그쪽과 이쪽은 다르니까요. 신기한 요리가 나와도 먹어볼 테고.”
한번 던져봤는데 다행히 반응이 썩 나쁘지 않다.
한길이 수도원에서 느낀, 유럽인들의 이중적인 태도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아랍권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니 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동시에, 아랍의 문명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십자군 전쟁을 통해 들여온 각종 재료나 서적, 보물은 귀하게 여겼고. 동쪽에서 온 향신료나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도 비싼 대접을 받았다.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먹어는 볼 테지.
#
“이국의 요리라니, 뭘 만들려고?”
요리사들이 떠나자, 뒤에서 지켜보던 길버트가 불안한 눈빛으로 다가왔다.
“혹시 사라센(Saracen) 소스를 알아?”
“사라센? 모르지 그건.”
“수도원에서 배운 레시피가 있는데….”
한길은 수도원의 키치너가 알려준 사라센 레시피를 설명해 주었다. 다진 고기로 동글동글한 완자를 만들어 튀긴 후, 사라센 소스를 뿌리는 요리. 소스는 아몬드 우유, 화이트 와인, 향신료를 넣은 후, 계란 흰자로 농도를 맞춘다. 맛도 제법 괜찮았고, 무엇보다 보기에도 이국적이다.
고구마는 간단하게 고구마 맛탕을 만들 생각이었다. 네모나게 썰어서 설탕과 기름을 데운 시럽을 입히는, 간단한 요리.
이곳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한다. 설탕이 입혀진 고구마를 거부할 수는 없을 터.
무엇보다, 맛탕은 만들자마자 모양을 잡아두면 식으면서 단단하게 굳어온다. 조각상처럼 모양을 내기 좋다.
“나머지는?”
한길의 설명을 들은 길버트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을 했다. 그의 시선이 가지와 토마토로 향하고 있었다.
“라따뚜이를 만들어보려고.”
“그게 뭐야?”
역시, 이 시대에는 아직 라따뚜이가 없다.
신작물로 만드니 당연한 거지만.
이건 이름을 뭐라고 할까?
“가지와 토마토 무지개.”
“그거 기대되는걸?”
“손이 많이 가니까 도와줘.”
“얼마든지!”
길버트는 의욕적으로 소매를 걷어 올린 후, 시키는 대로 채소를 썰기 시작했다.
기본 준비물은 토마토, 가지, 그리고 애호박.
이 시대의 토마토는 한길에게 익숙한, 주먹 크기의 토마토가 아니다. 방울토마토처럼 작은 열매같이 생겼다.
가지도 길쭉한 모양이 아니라 동그랗다. 애호박 역시 동그라면서 호박에 가까운 생김새.
라따뚜이는 일정한 크기의 재료를 겹쳐야 보기 좋으니 채소를 썰 때 최대한 크기를 맞출 수밖에.
“다 썰었어.”
“그러면 올리브유를 듬뿍 뿌리고 오븐에 한 번 구워.”
“다 따로?”
“어, 따로.”
오븐에서 일차적으로 조리를 하면, 열기에 수분이 날아가면서 각 채소의 맛이 농축된다.
길버트가 채소를 굽는 동안, 한길은 소스를 만들었다.
소스 팬에 올리브유를 듬뿍 넣고 양파를 먼저 조린다. 갈색으로 변하지 않도록 저온에서 살살 데워준 후, 다진 마늘을 넣어주고. 마늘 향이 올라오면 다진 토마토와 타임 허브를 넣고 끓여준다.
진득진득한 잼과 같은 질감으로 졸여지면, 동그란 파이 페이스트리를 준비한다.
파이 바닥에는 토마토소스를 넉넉하게 깔아두고. 그 위로 애호박, 가지, 토마토를 겹친다. 각자의 색이 드러나도록. 토마토는 크기가 작아 여러 개를 겹쳐야 했지만, 그래도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파이 뚜껑을 덮어서 2시간 동안 구워주고, 마무리는 뚜껑을 열고 30분간 굽는다.
“손이 생각보다 많이 가는데? 그냥 한 번에 다 조리하면 안 되나?”
“그래도 되긴 하지만, 그러다 잘못하면 야채 스튜 맛이 나겠지.”
“그래?”
“각 재료가 따로 맛을 내는 것과 섞어서 맛을 내는 건 다르니까.”
“흠….”
길버트는 아직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한번 맛을 본 후에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기 시작했다.
“와! 이거구나! 진짜 맛이 다 살아있네?”
“먹을만해?”
“너무 맛있는데? 맛이 굉장히… 이걸 뭐라고 하지? 복잡한데 따뜻해.”
“복잡하다고?”
길버트의 표현이 이해가 가지 않아 한번 맛을 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여러 식감과 질감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채소의 윗부분은 맛깔나게 그을려 있었다. 불 맛을 입은 채소에서만 나는 단맛. 연한 캐러멜 향이 느껴진다.
채소의 아랫부분은 토마토소스에 잠겨서 오랜 시간 구워서 부드러웠다. 혓바닥에 닿자마자 그대로 녹아내릴 정도로. 녹아내린 자리에는 토마토소스의 농후한 감칠맛과 가지, 애호박 특유의 향이 남아있었다.
이 맛에 익숙한 한길이 먹어도 맛있는데, 처음 먹은 길버트는 충격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나 성공했으면 다음 요리도 만들자. 시간이 없어.”
“또 있어? 뭔데?”
주방에 도착한 재료의 물량은 엄청났다. 그중 가장 많은 게 가지였고. 그래서 가지를 활용한 요리를 하나 더해줬다.
중동에서 자주 먹듯이, 가지 속을 비워내고 그 안에 토마토와 양파를 넣고 구웠다. 자주색 가지의 모양을 최대한 살리니, 보랏빛 카누 안에 빨간 토마토가 담겨 있어 보기에도 좋았다.
그리고….
아랍 하면 역시 보석.
갖은 금은보화가 넘치는 땅.
“설탕도 좀 찾아와줘. 꿀이랑, 흠. 레몬도 조금. 색을 입힐 재료들이랑 장미수도.”
“오케이!”
다음으로 만든 건, 이 시대에는 없을 테지만 현대에서는 익숙한 중동식 디저트.
설탕을 끓이고, 설탕의 결정체를 방해할 꿀과 레몬즙을 넣어서 농도를 조절하면, 엿처럼 말랑말랑한 설탕 액이 만들어진다. 그 안에 붉은색, 파란색 자연 색소를 넣고, 장미수로 향을 더해주고, 마무리로 설탕 가루를 입혀주면.
“우와, 이건 완전 보석 같은데?”
“그렇지?”
“어, 맛도 엄청 쫀득쫀득한데? 이건 이름이 뭐야?”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까, 아니면 원래 이름을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원래 이름을 쓰기로 했다.
“터키시 딜라이트.”
“터키의 기쁨 같은 건가? 또 있어?”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지 않아?”
“충분한 게 아니라 넘치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디저트.
가지로 만든 배.
라따뚜이 무지개.
사라센 소스를 곁들인 아랍식 고기튀김.
고구마 맛탕 장식.
여기에 각종 아랍 과일을 곁들이고, 각종 설탕 조각상을 올리면 화려함으로는 밀리지 않을 터.
“이건 진짜 빈말이 아니라, 정말 기대되는데?”
어느새 한길을 보는 길버트의 눈에 걱정은 사라졌다.
물론, 일개 요리사인 길버트를 만족시키는 것과 온갖 호화로운 요리에 익숙한 귀족을 만족시키는 건 다르지만….
실패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연출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