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122)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122화(122/325)
122. 정통으로 가죠!
“왜 이렇게 안 나와?”
“설마 뭔일 있을까 봐.”
“모르는 거지. 젊은 남녀가 아무도 없는 곳에 단둘이 있는데.”
마리오는 불안한 눈빛으로 연신 주방을 힐끔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프란체스코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아니, 방금전까지 어깨동무도 하고 와인까지 건넸으면서 이제 와서 왜 그래? 내가 처음에 일 배울 때도 그렇게 안 하더니만.”
“··· 네놈은 계속 농땡이를 피웠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저놈은, 그, 가족이 아니잖아? 갑자기 기절이라도 하면 귀찮아지기도 하고···.”
갈수록 말꼬리가 흐려졌다. 스스로 봐도 구차한 변명이었으니까. 작업하는 동안에는 이 남자에 대한 경계심도, 발렌티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말았다.
“안 되겠어. 아무래도 직접 가봐야지.”
“그만둬. 형이 그럴 때마다 발렌티나가 반항심 생기는 거 아냐? 가만 놔두면 나처럼 알아서 잘 자란다니까?”
“너처럼?”
“아······”
프란체스코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마리오의 얼굴은 창백하게 씻겨나가고 있었다.
“너처럼 마을마다 아낙 하나씩 애인을 두는 그런 삶을······”
“형?”
“그나마 너는 이탈리아에 있지, 눈이 잘못 맞아서 영국으로 가 버리면······”
튕기듯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주방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옆에서 프란체스코가 소매를 붙잡았다. 녀석을 뿌리치려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렌티나였다.
“뭐가 이리 소란스러워?”
“왜 이리 오래 걸렸어?”
“사람은 둘인데 화로는 하나니까 당연히 오래 걸리지. 주방으로 들어와, 다 됐으니까.”
“주방에서 먹는다고?”
“모처럼이니까 제대로 앉아서 먹어도 되잖아?”
작업하는 동안에는 제대로 앉아서 식사를 즐길 여유가 없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하니까. 그걸 발렌티나가 모를리가 없는데···.
“어서!”
녀석은 이미 자신의 뒤에 서서 등을 떠밀고 있었다.
마지못해 주방으로 들어가니, 기다란 테이블 위에는 이미 상이 차려져 있었다. 무려 두 종류의 요리가 세팅되어 있으니 진수성찬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중 하나는 절로 한숨부터 나오는 요리였다.
“또 돼지 피 파스타냐?”
“싫으면 먹지 말든가!”
돼지 피로 만든 파스타는 여타 지역에서는 별미로 알려져 있다. 신선한 돼지 피가 필요하니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니까. 게다가 발렌티나가 유일하게 잘 만드는 요리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같이 돼지를 잡는 정육사 입장에서는 보기만 해도 질리는 요리다. 그에 비해,
‘저건 뭐지?’
파스타 옆에는 처음 보는 신기한 음식이 있었다.
네모난 빵 위에 녹색 이파리가 수북이 올려진 요리. 빵을 넓적하게 구워내서 쟁반처럼 사용하고 그 위에 채소를 담은 듯한, 조금 독특한 요리였다.
‘빵 맞겠지?’
평소에 먹는 빵과는 모양새가 조금 다르다. 올리브유를 발랐는지 금빛으로 빛나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빵이 부글부글 끓으며 거품을 내는 동안 시간이 멈춘 것처럼, 울퉁불퉁한 모양 그대로 구워져 있었다.
킁킁!
서둘러 빵 쟁반 앞에 앉으니, 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정육사로 지내온 세월이 이미 20년. 냄새만 맡아도 부위를 알 수 있다. 돼지 뱃살로 만든 판체타(pancetta)다.
“이거 마크가 만든 건데 피자라고 부른데. 신기하지?”
“별의별 희한한 음식을 다 만드네. 우리가 놀러 왔냐?”
애써 태연한 척을 했지만, 궁금증이 일었다.
‘어떻게 먹는 거지?’
피자라는 요리는 제법 큼지막했다. 양손으로 들고 먹으면 분명 내용물이 떨어질 터. 질문하려는 찰나, 마크가 커다란 칼을 가져왔다.
“잠시만요, 곧 잘라드릴게요.”
칼날이 닿자, 빵은 선명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귓가에 박히는 소리다.
그냥 서둘러 쓱싹 자르면 될 것을. 애송이의 움직임은 어딘가 굼떴다. 일부러 시간을 들이려는 듯이, 뭔가 조심스러운 손길이다.
기다리는 동안 판체타의 기름진 향, 그리고 뭔가 구수한 향이 코안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가만히 앉아서 그 공격을 참고 있자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모기가 물렸는데 긁지 못할 때의 그런 심정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마크는 차분히 네모난 피자를 6등분한 후에야 칼을 내려놨다.
“손으로 들고 드시면 됩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리오는 손을 뻗었다.
빵 쟁반 위에는 봄을 맞아 이제 막 싹을 피운 어린 루콜라 잎이 올려져 있었다. 채소가 떨어지지 않게 양손으로 조심스레 들어 올리자,
주우욱!
기다란 하얀 끈이 생겼다.
치즈다.
녹인 치즈.
치즈는 일상식이지만, 치즈를 녹여서 먹는 일은 흔치 않다. 작업 중에, 혹은 이동 중에는 딱딱하게 굳은 치즈를 먹을만한 크기로 썰어서 빵과 씹어먹으니까.
녹인 치즈는 쉬는 날이나 벌이가 좋은 날. 여관이나 식당에서나 먹는 음식이다. 사치스럽진 않지만, 일상 속의 작은 호사라고 해야 하나. 그걸 작업 중에 먹다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어느 쪽을 먼저 먹지?’
피자 조각을 들고 이리저리 돌리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채소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반죽이 얇은 부위부터 먹는 게 좋아 보였지만, 화산처럼 울퉁불퉁한 빵의 맛이 더 궁금했다.
루콜라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조각을 돌린 후 입에 넣자,
바삭!
입안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빵이 깨졌다.
크리스피할 정도의 바삭함. 그 바로 아래에는 찰지게 달라붙는 쫀득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적시니, 기분 좋은 짭조름함이 터졌다.
맛있다.
일반 빵보다 훨씬 고소하면서도 찰지고, 기분 좋은 염분이 섞여 있다.
‘다음은 채소랑 같이!’
이번에는 토핑이 있는 부위를 입에 넣자, 전혀 다른 맛이 미뢰를 자극했다.
버펄로 우유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의 묵직한 구수함. 기름지게 구워진 판체타의 포만감. 살짝 꼬리꼬리하면서도 감칠맛을 더하는 파르메산 치즈. 매캐한 루콜라 어린잎이 주는 상쾌함.
거기에 다양한 식감도 층층이 쌓여 있었다.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빵. 입천장을 간지럽히는 채소. 녹아내리는 치즈.
황홀할 정도의 맛이었지만, 똑같은 음식을 먹은 마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역시 양파가 없는 게 아쉽네요.”
“그, 그런가?”
“캐러멜라이징이 더해지고 크리미한 소스가 있어도 좋을 것 같아서요.”
캐러멜라이징이라는 게 뭔지 몰랐지만, 확실히, 크림이 올라가면 분명 더 맛있을 거다. 상상 속의 맛을 아쉬워하는 순간,
“그런 거면 방법이 있지!”
옆에서 게걸스럽게 빵을 뜯던 프란체스코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손에 하얀 대리석 상자를 들고 있었다.
저놈이 저걸 꺼내다니······
“너무 많이는 안 되고, 각자 딱 네 조각씩만 준다!”
프란체스코가 챙겨온 것은 돼지 지방으로 만든 살루미, 라르도(lardo)다. 평범하게 헝겊으로 감싼 라르도와는 조금 다르지만.
얇게 썰어낸 하얀 라르도는 피자 위에 올라가자마자 그 열기에 녹아내려 반투명에 가까운 색이 되었다.
라르도는 마크가 말한 크리미함을 제대로 충족 시켜 주었다. 각자 따로 노는 맛을 이불처럼 덮어주고 있었으니까.
혼미해질 정도의 맛이다.
“오빠, 그만 먹어! 벌써 몇 개째야?”
발렌티나의 잔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피자는 어느새 세 조각만 남아 있었다.
마크가 구운 피자는 두 판. 그러면 열두 조각이 있었을 텐데, 언제 이렇게 먹어 치웠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정신을 차리고 소매로 입가를 닦으니, 기름이 흥건하게 묻어나왔다. 얼마나 정신없이 먹었으면.
고개를 돌려보니, 마크 녀석은 얄미울 정도로 여유 있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딘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저는 됐습니다. 한 조각 더 드세요.”
자신 분의 피자 조각을 내밀기까지.
여기서 받아들이면 뭔가 체면이 상하는 건 알고 있지만···.
“크흠, 작업을 하도 많이 하니까 배가 고파서.”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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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반응은 좋네.’
허겁지겁 피자를 먹는 일행을 보며 한길은 안도감을 느꼈다. 재료가 부족해서 한길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부족한 맛이었으니까.
모두가 피자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한길은 계속 외면받고 있는 파스타를 맛보았다.
‘순대랑 비슷한 면이 있네.’
순대 맛은 아니지만, 순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연한 금속 같은 향과 호밀의 향이 얽혀 있었다. 밀가루 면의 매끄러움과 달리, 어딘가 거칠고 까끌까끌한 느낌이 드는 질감이었지만, 그래서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소스는 가볍게 버터와 세이지, 마른 치즈만 들어갔다. 질척일 정도는 아니고, 딱 간만 더할 정도로 사용되어 산뜻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면을 너무 삶아서 흐물거린다는 정도.
“생각보다 푹 삶았네요.”
“어? 원래는 더 삶아야 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더 삶는다고요?”
“두 시간 정도 삶아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이 시대에는 파스타를 알단테로 먹지는 않는 듯했다. 조직감만 살려주면 매력 있는 요리가 될 것 같지만,
‘레스토랑 메뉴로는 어렵겠네.’
돼지 피로 만든 파스타라니. 어지간히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도전하지는 않을 메뉴다.
‘대신 저건 확실히 배워가야지.’
반면, 프란체스코가 하얀 대리석 상자에서 꺼낸 라르도는 욕심이 났다. 첫 만남에서 시식했던 라르도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으니까.
색감부터도 진주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하얀색이었고, 맛도 실키할 정도로 부드러운 맛이었다. 고급 비누로 입안을 기름칠하는 듯한 매끄러운 질감도 중독성이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했지만, 섣부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식사 후에 만들기로 했으니까.
“여기, 이 비계만 써야 해, 최대한 살이 붙어 있지 않은 부위로. 이 지방이 맛있긴 한데, 그냥은 못 먹거든. 꼭 절여놔야 해. 이렇게.”
라르도에 사용되는 비계는 돼지의 등,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두꺼운 지방층이었다. 손으로 꾹꾹 눌러보니, 삼겹살에 딸려 나오는 비계보다 훨씬 단단한 지방층이다.
원래라면 버려야 할 지방을 시간을 들여 숙성시킨 후 먹는 음식이었다.
생각보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막자에 살짝 토스트 한 후추알갱이, 다진 마늘, 로즈메리, 마른 월계수 잎을 넣고,
“아, 이것도!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 이게 들어가야 고기 맛을 더 도드라지거든.”
어두운색의 작은 열매를 넣는다. 호기심에 으깨진 열매를 몰래 맛보니, 시큼털털한 날카로운 향이 확하고 올라왔다.
[주니퍼 베리(1등급)가 고르메 상점에 등록되었습니다.]주니퍼 베리는 영국 수도원에서도 얻은 적 있는 재료다. 현대에서 사용하는 재료이기도 하고. 칵테일 진토닉의 알코올, 진을 만들 때 사용되는 주재료다.
생긴 건 열매 같지만 사실은 솔방울의 한 종류다. 과일처럼 먹을 수는 없지만, 양념장에 사용하면 희미하게 솔잎 향과 시트러스 향을 더해준다.
그렇게 모든 재료를 막자에 갈아준 후, 굵은 소금을 섞어주고 비계의 위아래에 진득하게 바른다. 그리고 거무튀튀한 알갱이 옷을 입은 라르도를 별도의 통에 넣는다.
햇빛을 차단하면서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빛은 지방의 적이니까.
“그런데 나무통이네요?”
“어?”
“아까 꺼내신 건 나무가 아니어서요.”
“아, 그거? 그건 아무나 못 쓰는 거거든. 무려 카라라(Carrara)의 하얀 대리석이니까!”
프란체스코는 한길이 무슨 반응을 하길 기다리는 듯했지만, 잠시 후 실망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아, 마크는 외국인이었지? 카라라라고 대리석이 유명한 지역이 있거든. 미켈란젤로도 일부러 거기 대리석만 쓰려고 한다니까. 카라라에서 일하는 채석공들은 이 대리석에다가 숙성시키더라고. 이러면 조금 더 기름지고 달면서도 그··· 알 수 없는 향이 더해지거든.”
대리석으로 숙성시키면 그런 효과가 있던가? 한길이 아는 과학적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대리석 라르도는 실제로 맛이 명백히 달랐다.
굳이 비유하자면, 장독대에 오래 숙성시킨 김치에서 나는, 그런 알 수 없는 깊이와 감칠맛이 있었다.
“테루아르(terroir)라고 해야 하나. 그 지역의 대지가 내는 그런 맛이 있는 거니까. 이건 내 보물이라고, 크크크.”
대리석은 먹을 수 없으니 상점에 등록되지 않는다. 하지만 잘하면 그 지역의 대리석은 아직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속으로 메모를 하는 동안,
“야! 요리사! 노닥거리지 말고 이리 와봐!”
이번에는 마리오가 불렀다.
“이거 꽉꽉 붙잡고 있어. 묶어야 하니까. 공기 들어가지 않게 더 꽉!”
“네!”
마리오는 판체타를 만들고 있었다.
판체타는 미리 염지해 둔 삼겹살 부위 위아래에 로즈메리, 후추, 월계수 잎을 바르고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밧줄로 묶는다. 전부 묶고 나면 롤 초밥 같은 소용돌이 문양이 생긴다.
넓적다리를 통으로 사용하는 프로슈토와 달리, 판체타는 현대의 삼겹살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다 된 건가요?”
“아니, 이제 시작이지. 진짜 실력을 발휘할 때니까!”
큼지막한 토막들은 모두 작업을 마쳤고 남은 건 자투리 고기뿐이었지만, 마리오는 그제야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었다.
“다음은 살라미거든. 다른 부위들은 돼지 자체의 맛을 살리는 거지만 살라미는 만드는 사람의 비법이 중요한 거니까!”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모습에서 그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살라미는 돼지의 목살, 등 비계. 그리고 와인과 허브를 잘게 다져서 창자 안에 채워 넣는 소시지였다.
일반 소시지와 다른 점은, 이 역시 날고기라는 점. 육회를 소시지 케이싱 안에 넣고 발효한 후, 굽지 않고 그대로 먹는 요리다.
“와인은 항상 그 지역에서 빚은 와인을 써야 해. 토지의 맛이 중요하니까!”
“토지의 맛이요?”
“테루아르 말이야. 이 지역은 야생 펜넬도 많이 쓰니까 펜넬 씨앗을 넣어줘도 좋겠지. 가서 좀 갈아와.”
한길은 최대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틈만 나면 질문을 했다. 그 비법을 최대한 알아내고 싶었으니까.
“공기 방울이 생기면 안 되니까. 이렇게 방울이 있는 데는 바늘로 찔러서 공기를 빼야해. 아니면 먼지가 생기거든.”
“소금이 너무 많으면 안 되지. 고기 맛을 가리면 안 되니까.”
“살루미는 연금술이야. 이걸 그대로 먹어봐, 맛이 있는지. 그런데 우리 손만 거치고, 시간이 더해지면 수많은 맛이 탄생하거든.”
다행히 마리오는 조금만 질문해도 알아서 비법을 털어놓는 성격이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 프란체스코! 아직도 작업 중이야?”
“아니, 다 됐습니다! 여기! 코파!”
“고생했어. 가는 길에 빵이라도 먹으라고 들고 왔는데.”
“안젤라의 마음이 담긴 빵이라니! 이거 아까워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정신없이 작업하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마리오와 한길이 서둘러 남은 살라미를 마무리하는 동안, 프란체스코는 아부를, 발렌티나는 대금을 받고 있었다.
[소피아가 당신의 요리에 만족했습니다. 1/100]···.
[안젤라가 당신의 요리에 만족했습니다. 18/100]돼지는 두 마리만 잡았지만, 미리 도축해서 염지해둔 고기도 작업했기 때문에 다행히 손님 수는 더 많았다.
“고생했어!”
마지막 손님이 떠난 후, 마리오는 한길의 등짝을 세게 내리쳤다. 뿌듯함이 담긴 손길이었지만,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 상당히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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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정산을 시작합니다.]눈앞에 뜬 정산 창을 닫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사무실 풍경이었다. 고르메 키친의 사무실이다.
‘진짜 오랜만이네.’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체류 연장권까지 이용한 데다가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으니까.
영국에서의 연회, 샤푸이의 음모,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위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도 있었고. 이탈리아에 진출하기도 했다.
마리오네 일행과는 일주일만 동행하기로 했지만, 은반지를 건네준 후에도 내내 함께했다. ‘어차피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얻어타자, 일해온 정이 있는데!’라는 이유로.
제노아 인근 농촌 마을에서 시작해 무려 다섯 개의 마을을 거쳤다. 마을에서는 살루미 작업을 하고, 중간중간 이동하는 길에는 여관에 들러 요리를 배웠다. 주로 서민 음식이긴 하지만.
‘집에 가야 하나?’
이미 새벽이지만, 왠지 조급함이 느껴져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몇 시간만 기다리면 수셰프가 온다.
수셰프는 항상 새벽 여섯 시 경에 출근하니까.
잠시 눈만 붙이며 기다리자고 생각했지만, 바로 다음 순간 누군가가 몸을 흔들고 있었다.
“셰프, 또 집에 안 갔죠? 이런 데서 불편하게 주무시지 마시고 잠시라도 소파에 가서 누워서 주무세요. 깨워드릴 테니까.”
수셰프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결정했습니다.”
“뭐를요?”
“2호점이요. 역시 이탈리안으로 가죠.”
집에도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 이유.
빨리 자신의 결정을 알리기 위함이다.
수셰프는 조금은 아쉬운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수셰프는 프랑스 요리 전문이라 그쪽을 더 원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본인의 욕심을 무작정 밀어붙일 사람도 아니다.
“이탈리안이라······ 확실히 대중성 면에서는 그쪽이 더 낫죠. 파스타나 피자 전문점들이 워낙 많다 보니 차별화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지만, 물론 그 부분은 생각해 두셨죠?”
“물론이죠.”
수셰프의 눈에 담긴 건 기대감이었다.
한길은 잠시 이 순간을 음미하듯,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결의에 담긴 목소리로 선언했다.
“정통 이탈리안 요리로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