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13)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13화(13/325)
< 13. 입소문의 시작 >
“맛있냐?”
핸드폰을 내리자마자 마르코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그제야 카키는 시선을 돌려 마르코를 바라봤다.
마르코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눈빛이 평소보다 이글이글하다.
말투도 왠지 퉁명스럽고.
“진짜 맛있네, 더 없어?”
“하나를 다 먹어 치웠는데, 또 먹게?”
“형이 먹어봐, 진짜 하나로는 모자란 데?”
카키는 순간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나 싶었다. 마르코의 눈이 너무 살벌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먹어봐’라는 말에 순간 울컥한 것이었지만, 카키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마르코는 금방 정신을 차린 후, 미간에 잡힌 주름을 펴고 봉지를 내밀었다.
“평소에 굶고 다니냐. 여기 치킨도 있어, 먹어.”
봉지 안에는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프라이드치킨이 들어 있었다.
치킨 역시 훌륭한 맛이었다.
느끼함 하나 없이 담백하고, 바삭한 껍질이 예술이었다. 어딘가 고소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하지만……
“소스는 없어?”
“소스?”
“아니, 아까 버거에 올라간 소스가 진짜 맛있었거든. 혹시 따로 딸려 나온건 없나?”
카키는 치킨을 꺼내고 봉지를 뒤엎어봤지만, 소스는 없었다. 명함 몇 장만이 땅에 떨어졌다.
쩝.
치킨 그대로도 맛있었지만, 아까 먹은 소스가 그리워졌다. 카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마르코가 바닥에 떨어진 명함을 줍더니,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네, 거기 한스키친 맞나요? 지금 주문 가능한가요?…… 치킨버거 다섯 개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찾으러 가도 될까요? ….. 네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마르코는 카키를 바라보았다.
“15분이면 된단다. 나 나갔다 올게.”
마르코의 목소리가 흥얼거리듯,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마르코는 클럽 내 규율에 있어서 엄격한 편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내세운 룰 중 하나가 음식반입 금지.
안 그래도 주문을 하고 싶은데 직원들 눈치가 보여 못 하던 차였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카키가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주었다.
VIP가 먹고 싶다는데 어쩔 텐가.
#
클럽의 메인홀.
디제이 부스 앞에서 음악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이 있었다.
긴 머리의 여자는 통칭 효순이.
카키의 팬으로, 오픈 팬톡방을 운영하는 방장이었다.
함께 있는 남자는 같은 톡방에 있는 멤버 맥스.
오늘 처음 보는 사이였다.
혼자서 공연을 보러 오기 어색한 경우, 이렇게 인원을 모아 함께 오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들은 리듬을 타면서도 수시로 부스의 출입구 쪽을 지켜봤지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오늘은 카키가 다시 안 나오네요.”
“그러게요. 원래는 다른 아티스트 나올 때 옆에서 조금 더 있다가 가는데.”
서로 귓속말로 추측을 이어가던 그때,
지이잉!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열어서 확인해 보니, ‘카키의 핫한 팬톡방’이라는 제목의 방 옆에 못 읽은 톡 표시가 70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이 시간에 메시지가 갑자기 봇물 쏟아지듯 올라오는 건, 무언가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다.
효순은 서둘러 톡방의 메시지들을 읽어내렸다.
┗ 카키 라방 벌써 끝 ㅠ
┗ 역시 새벽에 깨어있길 잘했네요 ㅋ
┗ 형 항상 카리스마만 넘쳤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 영상 저장하신 분 계시나요? 저 끝부분만 봐서…. 공유 좀!
카키는 시시때때로 라이브 방송을 했다.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거나, 드라이브를 가거나, 공연을 준비할 때도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방송을 많이 틀었다.
그래서 팬들도 방송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일반적인 방송이었다면, 이 새벽에 이렇게까지 뜨겁게 톡방이 달궈질 리 없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뭔가 특별한 게 나온 것!
별스타에 들어가 보았지만, 이미 라이브 방송은 끝이 나 있었다.
┗ 글고보니 카키 먹는 모습은 처음 봄. 엄청 잘 먹는구나.
┗ 하정우 저리가라입니다. 보니까 배고파 짐. 이 밤에 치킨 주문 들어갑니다.
┗ 원래 형이 맛집 좋아하는 걸로 유명하긴 했죠.
┗ 못 보신 분, 여기 영상 있어요! (영상파일)
효순과 맥스는 눈빛을 교환하고 아무 말 없이 클럽을 나왔다. 조용한 곳에서 제대로 영상을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재생된 영상 안에는 다소 생소한 모습 담겨 있었다.
먹방 BJ로 변신을 한 카키가.
터프하게 버거를 베어먹고, 삼키자마자 또 한입을 먹고. 쉼표도 찍지 않고 달리는 모습.
음식을 ‘흡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무리의 해맑은 웃음.
평소 무덤덤하거나 시크한 표정과 달리, 천진난만한 매력이 있었다.
“카키가 이런 면도 있네요.”
“그러게요.”
“여기서 찍은 거겠죠? 라방이니까?”
여러 번 영상을 되돌려보는 두 사람의 귀에 클럽 입구에 있는 두 남자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원재, 너도 나중에 잠깐 대기실 들어와.”
“이 시간에요?”
“버거 사 올 거니까 먹고 해. 그동안 내가 입구 볼 테니까.”
“먹어도 돼요? 형, 여기 음식 금지…”
“카키가 쏘겠다는데?”
잠시 후, 계단을 올라오는 남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효순과 맥스의 눈이 다시 마주쳤다.
방금 대화……
“약간 더운 것 같은데 잠깐 산책이나 갈까요?”
“하하, 그럴까요?”
대놓고 미행하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효순은 톡방에서는 항상 스타의 사생활을 보장하는 개념팬이 되자고 강조해 왔었으니까.
사생팬처럼 따라다니는 건 민폐다.
‘하지만, 이건 카키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순수한 팬심.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닐까.
그냥 카키가 강력 추천하는 맛이 궁금했다.
두 사람은 산책하는 것 치고는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큰길을 꺾으면 나오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자,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식당이 보였다.
간판에 적힌 이름은 한스키친.
그 앞에 다가가자, 아까 클럽에서 본 남자가 봉지를 들고나오고 있었다.
남자가 스쳐 지나가면서 치킨 향이 풍겨왔다.
“혹시, 배 안 고프세요?”
“지금이 딱 야식이 땡길 시간이긴 하죠.”
두 사람이 한스키친 안으로 들어가자, 식당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사장님, 지금 주문되나요?”
사장은 한눈에 봐도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편하신 자리에 앉으세요.”
“치킨버거 두 개 주세요.”
두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주문을 넣었고, 요리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치킨버거 두 개 나왔습니다.”
“우와!”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훌륭한 비주얼에 두 사람은 작은 탄성을 터트렸다.
포장주문이 아니라 접시에 플레이팅 되어 나왔는데, 안에 담긴 재료가 더 잘 보였다.
참깨가 박혀있는 빵은 버거 위에 비스듬하게 얹혀 있었는데, 노릇하게 토스트 하듯 구워진 단면이 보였다.
푸릇푸릇한 상추 위에 올라간 황금빛 치킨은, 보기만 해도 바삭함의 결정체였다.
새하얀 소스 이불이 덮여 있었고, 그 위에 새빨간 토마토와 양파링, 그리고 동글동글한 푸른 허브가 올려 있었다.
색감부터가 아름다웠다.
‘무슨 소스지?’
효순은 하얀 소스에 포크를 살짝 갖다 대고 맛을 보았다. 약간 마요네즈 같았는데, 조금 달랐다.
산뜻하면서도 약간의 산미가 들어가 있고, 어딘가 묵직한 맛이 나서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한길이 만든 올리브 타르타르 소스였다.
‘어떻게 먹지?’
버거는 푸짐해 보였지만, 그 푸짐함 때문에 오히려 곤란해졌다. 나이프로 썰어도 입에 들어가기 힘들어 보였으니까.
그때, 한길이 다가와 물티슈를 건네주었다.
“버거는 두 손으로 들고 드시는 게 가장 맛있어요. 물티슈 더 필요하시면 말하세요.”
두 사람은 비스듬히 세워진 빵 뚜껑을 버거 위에 올리고 두 손으로 버거를 들었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려 한입!
바삭!
귓가에 튀김옷이 깨지는 소리와 상추의 아삭이는 소리, 잘 구워진 토스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음을 넣듯, 각자 다른 음의 바삭임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에 반응할 겨를은 없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씹을 때마다 수많은 맛이 입안에서 섞였다.
촉촉하고 담백한 닭고기는 감칠맛 넘치는 육즙을 터트렸다. 튀김인데도 전혀 느끼함이 없이 고소했다.
토마토의 산미와 양파의 알싸함이 시원함을 더했고, 타르타르 소스가 이 모든 맛을 부드럽게 덮어 주었다.
“맛있어!”
“그쵸?”
이런 버거는 처음이었다.
미각이 깨어나는 것 같은 맛.
두 사람은 그 이후로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우걱대며 먹기만 했다.
카키의 폭풍흡입 먹방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효순은 일순, 언젠가 들었던 노래 가사를 떠올렸다. 진정한 사랑을 하면 보고 있어도 그리워진다는 가사.
그런 기분이었다.
먹고 있는데도 먹고 싶어지고, 입안에 버거가 사라지자마자 그리워지는.
순식간에 버거를 해치운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생각보다 오늘 배가 고팠나 봐요.”
“그러게요.”
“진짜 맛있긴 하네요. 역시 카키 입맛 인정.”
그동안 두 사람을 알면서도 모른 척, 카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맥스의 한마디로 금기가 깨졌다.
“다들 궁금해하던데, 사진 한 장 올릴까요?”
효순은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폰을 꺼내 오픈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 카키 맛집 발견! (사진) 진짜 맛있습니다!
┗ 헉 방장님 무지 빠르심;;;
┗ 와! 비주얼 대박! 어디에요? 이태원?
┗ 여기 위치가…..
#
그다음 날,
“사장님, 대박! 이거 봤어요?”
여느 때보다 가게에 일찍 나온 슬아가 오자마자 큰소리로 외치자, 주방의 간이의자에서 잠시 꾸벅 졸고 있던 한길이 눈을 떴다.
“아, 슬아야. 일찍 나왔네?”
“그보다! 사장님, 이거!”
슬아는 부스스한 눈을 뜬 한길의 앞에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 안에는 아무 말 없이, 버거를 먹는 한 남자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이건 뭔데?”
“어제 카키, 여기 왔었어요?”
“오진 않았지만……”
어제 찾아온 건 테이크아웃 남자 손님 한 명과 야식을 먹은 남녀 커플뿐이었다.
아직 어리둥절한 한길에게 슬아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했다.
“오늘부터 사람 막 몰려오는 거 아니에요?”
“설마.”
“왜, 방송 한번 타는 맛집들 다음날부터 줄 엄청 서고 그러잖아요?”
“방송은 아니잖아?”
슬아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줄이 설 정도로 효과는 없었다.
그래도 한길의 입장에서 보면, 주말 영업치고는 놀라운 변화였다.
단 한 순간도 가게가 텅 빈 순간은 없었으니까.
“사장님, 치킨버거 두 개 주세요.”
라이브 방송을 보고 온 손님들은 한눈에 티가 났다. 어제 막 개시한 버거를 앉자마자 주문하는 손님들.
이들 대부분은 그저 호기심에 찾아온 이들이었다. 궁금해서 한번 먹어볼까 하는 사람들.
“사장님, 여기 버거 두 개 포장해주세요.”
하지만 한번 버거를 맛본 사람들이 추가 주문을 할 때는 호기심 따위의 이유가 아니었다. 순전히 그 맛에 반해버린 것이었다.
라방의 여파는 월요일까지 이어졌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한가했던 식당에, 오후에도 저녁에도 손님이 가득했다.
“하아….”
쉴 틈 없이 조리를 한 한길은 마감 시간이 되자, 온몸이 축 늘어지는 걸 느꼈다.
매출을 확인해 보니,
‘213 인분?’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한 달만 이 상태를 유지하면 월 매출이 무려 4천만 원이 넘어간다.
‘이대로라면 잘하면…… 몇 달 후에 대로변의 매장을 알아봐도…..‘
그 생각을 하던 한길이 갑자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래, 너무 서두르진 말고. 일단 유지만 제대로 하자.’
#
“젠장!”
테이블 위에 꽝하고 주먹을 내리치며 씩씩대는 남자. ‘뉴욕 브런치’의 사장, 호승이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호승은 여느 때처럼 SNS에 올라온 이태원의 맛집 피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에 띄게, 아니, 거슬리게 계속 올라오는 영상이 있었다.
카키의 먹방 영상.
그 아래에는 짜증 나는 태그가 붙어 있었다.
#이태원맛집 #이태원카키맛집 #이태원치킨버거 #카키버거
‘하필이면!’
화제의 버거를 만든 곳이 한스키친이었다.
같은 골목에 있는 비슷한 업종의 식당.
이대로 한스키친이 유명해지면 뉴욕 브런치의 버거 판매가 줄어들 건 눈에 빤히 보였다.
호승은 카키의 별스타 계정을 들어가 보았다.
상단에 뜨는 팔로워 수는 무려 55만.
하긴, 연예인이니까.
영향력만으로 보면, 그 어떤 인플루언서와 비교를 할 수가 없는 대상이다.
게다가.
카키의 먹방 영상은 그 설득력이 어마어마했다. 열중해서 먹는 모습과 마지막에 보여준 해맑은 웃음이 그 어떤 광고보다 진정성 있어 보였다.
“후우….”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호승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자신의 가게 밖을 나와 골목길을 들여다봤다.
이미 한스키친 앞에는 다섯 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 여기서도 보일 정도로.
다시 짜증이 일었다.
“야, 경우.”
호승은 홀을 정리하고 있는 알바생을 부른 후,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너, 한스키친 좀 갔다와.”
“네?”
“거기 메뉴, 버거랑 치킨이랑 샌드위치 샐러드 다섯 개씩 사오라고.”
잠시 후, 알바생은 양손 가득 묵직한 비닐봉지를 들고 왔다.
호승은 낚아채듯 그 봉지를 들고서는 주방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세요, 사장님?”
주방에 있던 두 명의 셰프와 두 명의 주방보조가 놀란 눈으로 호승을 바라봤다.
호승은 그들 앞에 봉지를 꽝하고 세차게 내려놨다.
“이거 먹어보시고 이대로 만들어 주시죠.”
< 13. 입소문의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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