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139)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139화(139/325)
139. 불운의 천재
자물쇠의 주인공은 손님 쪽이었다.
깐깐한 눈으로 상춧잎을 하나하나 살핀 손님은, 삐죽삐죽한 아티초크를 들어 올리더니 채소 장수에게 질문했다.
“이건 요즘 누가 많이 사 가나?”
“그야 당연히 유대인들이지.”
“피렌체 사람들은 아직 안 먹나 보지?”
“몇몇 귀족 집에서도 구매하더군.”
“얼마나 자주?”
“글쎄, 한 달에 두어 번쯤?”
“같은 집안인가, 다른 집안인가?”
“다른 집안.”
대화를 들어봐도 자물쇠 남자의 정체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차림새를 보면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난한 평민도 아니고.
조금씩, 조심스레 남자에게로 다가가자 반투명 창이 떴다.
[체류 기간이 부족하여 퀘스트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해당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3일의 체류 기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잔여 체류 기간은 13시간입니다.]당장 진행할 수 없는 퀘스트라니···
처음 보는 창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스테이지 진입할 때 남자를 찾아가야 한다. 모처럼 발견한 자물쇠를 놓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가서 말을 걸어볼까?’
안면을 터 놓는 편이 좋을 것 같지만···.
한길은 신중한 성격이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가가는 건 내키지 았았다.
‘일단 정체를 먼저 파악하자.’
한길은 거리를 두며 남몰래 남자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미행이라 들키진 않을지 조마조마했지만, 남자는 주변 사람들을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그의 눈은 가판대 위의 재료에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덕분에 어설픈 실력으로도 마음 놓고 그를 관찰할 수 있었다.
자물쇠 남자의 다음 목적지는 치즈 가게였다. 남자는 반가운 얼굴로 치즈 장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로베르토! 아직 살아있었구먼!”
“당연히 살아있지! 내가 죽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네!”
“다행이네! 자네를 보러 피렌체까지 왔으니까.”
“나 때문인가, 요놈들 때문인가?”
“그야 당연히 둘 다!”
태도를 보니, 치즈 장수와는 오랜 사이다.
그리고 자물쇠 남자는 피렌체 주민이 아니다.
“라베지올리(raveggioli)는 내가 말한 대로 한번 만들어 봤나?”
“만들어봤지! 자네 말대로 맛이 훨씬 좋아지더군. 손님들이 하나같이 재구매하는 바람에 전부 동이 났지 뭔가.”
“내 껀 당연히 남겨뒀겠지?”
“그게··· 사실은 깜빡해버렸지 뭔가, 하하. 다음에 만드는 건 자네가 올 때까지는 꼭 남겨두도록 하지.”
“너무 하네, 이 사람! 3월에 만든 치즈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그렇게까지 계절을 고집할 필요가 있나?”
“양이 무얼 먹느냐에 따라 양젖의 맛이 달라지거든! 3월은 새순이 나오는 시기라 우유 향이 가장 좋아.”
“그러면 이건 어떤가? 프로바루라 치즈인데 이건 3월에 만들었어.”
“맛 좀 봐도 되나?”
남자는 시식 후, 몇 개의 치즈를 구매하고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인근 빵집이었다.
한길은 자물쇠 남자를 따라가는 대신 치즈 장수에게로 다가갔다. 치즈 장수가 알고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어서 옵쇼! 무엇을 드릴까요?”
“프로바투라 치즈 한 번 맛봐도 될까요?”
“어유, 물론이죠.”
“이왕이면 3월에 만든 거로요.”
“3월에 만든 치즈라, 제가 아는 손님이랑 닮았군요. 매년 이 시기만 되면 찾아와서 3월에 만든 치즈를 달라는 손님이 있거든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설마 같은 사람은 아니겠죠?”
“어, 스카피를 아시나요? 방금 지나갔는데!”
“스카피?”
한길이 무의식중에 그 이름을 되뇌자, 치즈 장수의 눈이 번뜩였다. 기회를 포착한 눈이었다.
“뭐,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바쁜데 다른 손님 얘기할 틈은 없죠. 뭘 드릴까요?”
“스카피가 제가 아는 스카피라면, 그분이 구매한 재료는 다 보여주세요. 재료 보는 눈 하나는 탁월한 분이시니까요.”
“뭐야, 그쪽도 요리사요?”
그쪽’도’ 요리사.
스카피도 요리사라는 뜻이다.
“맞나보네요. 어디 요리사죠?”
“아직 별 볼 일 없는 요리사입니다. 스카피는 소문으로 들었죠.”
“벌써 소문까지 날 정도인가요?”
“이름만 들어봤습니다.”
“···.”
“프로바투라 치즈 향이 참 좋네요. 하나 주시죠.”
상인은 입을 꾹 다물다가 한길이 동전을 꺼내자 크게 웃었다. 그리고 손에 동전을 쥐여주고 나서야 다시 수다를 이어갔다.
“손님의 스카피는 어떤 스카피인지 모르겠지만, 제 단골인 스카피는 바르톨로메오 스카피라고 합니다. 볼로냐 주의 대주교이신 로렌조 캄페지오의 마스터 쿡이죠.”
“볼로냐에서 여기까지 온 건가요?”
“대주교의 저택은 로마의 트라스테베레(Trastevere)에 있죠. 가끔 큰 주문은 그쪽으로 직접 가져다드릴 때도 있고요.”
“그렇군요. 로마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글쎄요.”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상인은 눈으로 추가 정보료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 치즈도 하나 주세요.”
“어쨌든, 지금 로마로 가도 스카피는 못 만날 겁니다. 이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얻는데, 그럴 때마다 이탈리아 전체를 돌아다니며 시장을 찾는 괴짜거든요. 여기에 왔다는 건, 휴가 중이라는 거죠.”
“로마에는 언제 돌아가려나요?”
“글쎄요?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데···.”
“파르메산도 하나 더.”
“아, 생각이 났네요! 대개 휴가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피렌체에 들르니까, 2-3일 내로 로마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 많은 치즈를 다 들고 갈 수 있습니까? 원하시면 짐꾼을 부를까요?”
원하는 정보는 얻었지만, 그 대가로 치즈를 네 통이나 구매해 버렸다. 다른 재료도 잔뜩 짊어지고 있어 치즈까지 들고 가는 건 무리였다.
“··· 네, 짐꾼이 필요할 것 같네요. 폰테 베키오 앞에 있는 무화과나무까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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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정산을 시작합니다]+
– 총 501 명의 손님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 퀘스트 보상으로 20,000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만족도로 인한 추가 보상으로 5,230 고르메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총 25,230 고르메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아슬아슬했네.’
정산 창을 보자마자 한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메디치 대회에 정신이 팔려 있는 바람에 식당일은 뒷전으로 한 감이 없잖았다. 대회로 인해 이틀이나 쉬었으니까.
그나마 미리 만들어 놓은 리볼리타의 판매량이 집계되어 다행이었지만, 정말 간당간당하게 클리어했다. 그래도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놀라운 업적을 세웠습니다]– 메디치가의 요리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 알레산드로 드 메디치가 당신의 요리에 감탄했습니다
┗ 당신이 기여한 요리에 대한 소문이 피렌체와 이탈리아 전역에 퍼집니다.
[놀라운 업적으로 인해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추가 보상은 정보 열람권 2 장과 1달 체류 연장권 2 장이었다.
‘미리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체류 연장권이 있었다면, 이번 방문에서 자물쇠 남자의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었는데.
아쉽긴 해도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다시 못 보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알아냈으니까.
한길은 일단 정산 창을 닫고 스마트폰의 검색창을 켰다. 그리고 채소 장수로부터 들은 이름을 입력했다.
바르톨로메오 스카피.
(Bartolomeo Scappi).
검색 결과를 본 한길은, 속으로 숨을 삼켜야 했다.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인데?’
스카피는 르네상스 시대의 스타 셰프였다.
밀라노 인근의 작은 시골 마을 출신인 스카피는, 요리 실력 하나로 수많은 추기경과 대주교의 인정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교황의 전속 요리사가 되었다.
교황은 왕족조차 우러러보는 영적 지도자이자, 유럽 최고의 권력자. 당대 요리사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에 비해 스카피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한 시간여를 번역기와 씨름하고 나서야 한길은 스카피에 대한 하나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불운의 천재, 스카피>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
··· 바르톨로메오 스카피는 혜성처럼 등장하여 유럽 최고의 권력자들을 미각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위트가 넘치는 아이디어.
화려한 퍼포먼스.
오감을 사로잡는 요리.
르네상스의 요리사는 하찮은 기술직이었다.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어 대우는 좋지만, 근본은 천한 자들이었다.
그런 시대에, 스카피는 요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유일한 셰프였다. 요리계의 혁신을 불러일으킨 인물이자, 희대의 천재였다.
하지만.
태어난 시기가 좋지 않았다.
60대에 교황의 요리사로 임명되며 최고 정점에 오른 스카피는, 비오 4세의 죽음으로 또 다른 교황을 모시게 되었다.
스카피는 자신의 혼을 담아 차기 교황, 비오 5세의 축하연을 기획했지만, 그 축하연은 영영 열리지 않았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로, 바티칸의 사치와 향락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며 교황청이 몸을 사리기 시작한 것.
미켈란젤로의 걸작인 <마지막 심판>도 천사의 나체가 그려져 있다며 바지를 입히라는 명을 내릴 정도의 엄격한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새로운 교황, 비오 5세는 시작부터 금욕주의를 선언했다.
인류가 전에 본 적 없는 최고의 연회를 기획해온 스카피는, 이후로 삶은 채소와 계란뿐인 식단을 만들어야 했다.
자신이 꾸민 그 순간은 몇몇 사람의 기억에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사라지면, 모든 게 사라진다.
이에 좌절한 스카피는, 자신의 생전 업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살면서 개발한 천여 개에 달하는 레시피.
일생에 거쳐 알아낸 재료에 대한 방대한 지식.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커튼 뒤에서 일어나는 세밀한 조율과정까지.
1570년에 그는 하나의 책을 출판했다.
책의 이름은 요리의 오페라.
(Opera dell’arte del cucinare).
거대한 오페라처럼, 환상적인 순간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기술과 전문 지식, 그리고 요리사가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까지 담은. 이 시대 요리의 집대성이었다.
스카피의 저서는 이례적으로 여덟 번이나 재발행되며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고, 수많은 궁정 요리사들이 스카피로부터 영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한 명의 천재가 시대적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스카피 이후로 또 다른 혜성은 나타나지 않고, 요리사는 다시 천박한 직업으로 여겨지게 된다. 요리사의 명성이 다시 퍼지게 되는 건, 그로부터 몇백 년이 지난 후다.
+
“···.”
기사를 읽은 한길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스카피는 생각보다 엄청난 인물이었다.
르네상스의 정신을 요리에 담아낸 인물.
잊힌 천재.
시스템이 자신을 고대 로마로 보낸 것은, 아피키우스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르네상스로 간 이유는, 분명 스카피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퀘스트는? 혹시···.’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한길은 스카피와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 스카피가 본격적으로 귀족들의 주목을 받게 된 건, 1536년 4월 22일.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찰스 5세를 위한 연회를 기획하게 되면서다.
천재가 처음으로 모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시점. 그게 1536년, 황제의 연회에서다.
‘무조건 로마로 가서 스카피의 주방에 들어가야 해.’
메디치보다도.
영국 사절단보다도.
더 확실하게 황제를 만날 수 있는 길이었다.
심지어 날짜까지 나와 있었으니 말이다.
스카피의 인정을 받고.
황제를 위한 요리를 만들고,
스카피로부터 이탈리아의 요리를 배운다.
“후우···.”
모든 상황이 정리되자, 한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베스트 고르메를 통해 얻은 건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사실 이 게임의 시스템은 친절한 편이 아니었다. 자유도는 높고, 설명은 부족했다.
특히 이번에는 사절단과 떨어지면서 방랑하는 기분이라 답답했는데, 갑자기 네비게이션을 얻은 것처럼 후련해졌다.
그러면 휴식을 조금 취하고 내일···
– 깨톡!
– 깨톡!
– 깨깨토토톡!
갑자기 핸드폰이 방정맞게 울리자, 한길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시간은 새벽 두 시 반.
‘이런 시간에 연락할 사람이 없는데···.’
메시지를 보낸 이는 유소희 셰프였다.
– 셰프, 내일 몇 시에 갈까요?
– 메뉴만 얘기하지 말고 말 나온 김에 몇 개는 만들어 보죠.
– 2호점 주방은 아직 공사 중이니까 1호점 주방에서 할까요?
– 아니, 거기는 장사에 방해될 수도 있겠네요.
– 내일 댁으로 갈게요.
– 몇 시에 가면 될까요?
그러고 보니.
현실에서는 내일 당장 2호점의 메뉴에 대한 회의를 하기로 했었다.
‘잠깐 세수만 하고 바로 메뉴 준비를 해볼까?’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어섰지만, 곧바로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 내일 7시 괜찮아요?
– 전 일찍 일어나니까 6시까지 연락 주세요.
– 아, 혹시 집에 페코리노 있나요? 없으면 들고 가려고요.
– 뭐야, 이거 표시 사라졌잖아요? 읽씹인가요?
“후우···.”
답변을 입력하면서 귓가에서 코시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메디치 대회 전날, 눈을 끔뻑이며 졸고 있는 코시모를 깨울 때 코시모가 한 말이 있었다.
– 그렇게 독하게 굴다간 너랑 똑같은 놈한테 당한다! 이 세상은 행한 대로 돌아오게 되어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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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하루 만에 했다고요?”
“네.”
“뭐에요, 어제 생각해 둔 게 있었으면 알려 주면 좋았잖아요.”
소희는 정확히 새벽 6시 55분에 집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한길은 밤새 만든 요리를 그녀에게 선보였다.
대부분 이번에 코시모로부터 배운 요리들이었다.
리볼리타, 프리타타, 애호박꽃 튀김, 빵가루를 입힌 피치 파스타, 멧돼지 라구를 곁들인 파스타, 네치···.
“흐음··· 관광객 메뉴가 아니라 정통메뉴네요. 정말 이탈리아 가본 적 없어요?”
“네, 없습니다.”
“이거 찾는데만 해도 한참 걸렸을 것 같은데···.”
하나씩 맛을 본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이 흐물흐물 풀어지고 눈꼬리가 내려간 걸 보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맛은 어떤가요?”
“그야, 뭐, 정통 맛이네요.”
말을 걸자, 강제로 눈에 힘을 주며 입꼬리를 내렸다. 칭찬에는 인색한 편인 것 같고.
“그런데 채소가 아쉽네요. 조금 더 억센 채소를 쓰는 게 좋은데, 카볼로 배추는 여기 안 파니까··· 케일? 케일은 너무 쓰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몇 가지 생각해 둔 게 있어서 시도해 보려고요.”
“하지만 제일 아쉬운 건 빵이네요. 조직감이 너무 달라요.”
“토스카나 빵을 당장 구할 수 없어서요.”
“흠··· 소량이라도 가게로 납품할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아니, 메뉴에 빵이나 디저트 비중에 높아지면 아예 제빵사 한 명을 두는 건 어때요?”
맛있는 요리라고 해서 메뉴에 바로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재료 수급을 확인해야 하고. 비용을 계산해야 하고, 또, 식당 분위기와 컨셉에 맞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할 일이 태산이었지만,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소희는 즐거워 보였다. 무의식중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고, 가끔 한길이 돌아보면 헤벌헤벌 풀어진 얼굴을 가다듬고 구태여 다시 인상을 썼다.
“아, 그런데 잠깐만요! 우리, 컨셉이 이탈리아 20주 밥상 아니었나요?”
“그렇죠.”
“이 메뉴들은 다 토스카나인데요? 나머지 19개는 어디다 팔아··· 아니, 어디로 갔을까요?”
“아직 없습니다.”
“토스카나 식당으로 가려고요?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토스카나는 주로 가정식이라 파인 다이닝화하기는 어려울 텐데···.”
“아니, 20개주 밥상은 할 겁니다.”
“네??”
한길은 어리둥절한 소희를 보며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한길은 아직 이탈리아의 20개 주를 전부 가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탈리아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까지 무작정 레스토랑 오픈을 미뤄둘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있다.
“오픈은 토스카나 레스토랑으로 오픈할 겁니다. 그리고 차츰차츰 다른 지역 요리도 추가할 겁니다.”
“흠··· 그러면 뭔가 준비가 덜 되어 보이지 않나요? 미완성 같아 보이기도 하고··· 평양냉면집에서 함흥냉면도 같이 파는 것 같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컨셉으로 가는 건 어떨까 싶어서요.”
“스테이지요?”
“예를 들면 이탈리아 지도에 자물쇠를 걸어두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토스카나로 시작해서 하나씩 새로운 지역을 해금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