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143)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143화(143/325)
143. 첫 공개
“모두, 눈을 감아주세요!”
“눈까지 감아야 해?”
“그만큼 기대하고 보라는 거죠! 손님이 되어 이 레스토랑에 처음 온다는 심정으로!”
슬아와 데니는 2호점 입구에 모두를 줄 세우고 있었다.
오늘은 완성된 레스토랑을 공개하는 날이다. 기본 공사는 몇 주 전에 마무리되었지만, 가구와 소품까지 세팅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인테리어는 슬아와 데니가 담당했다. 컨펌을 내주긴 했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는 건 한길도 처음이었고.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따라 해 보세요. 나는 손님이다, 나는 손님이다, 나는 손님이다···”
복잡한 의식을 치른 후에야 문이 열렸다.
“이야~ 이게 뭐야? 와인바?”
“느낌 있는데?”
실내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건 웨이팅 바. 식당 홀로 들어가기 전, 손님들이 기다릴 공간이다. 스툴이 있어 편하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고, 가벽 대신 와인 진열장을 이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1호점은 웨이팅 공간이 없어서 불편했거든요. 예약이 몰리면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은데, 괜히 홀을 기웃거리게 되잖아요? 그러면 앉아 있는 손님도 불편하고, 기다리는 손님도 더 재촉하게 되고. 그래서 공간을 한 번 분리해봤어요!”
“거기서 제가 아이디어를 줬죠! 이탈리아는 아페리티보 (aperitivo) 문화가 있으니까 식전에 와인과 함께 간단하게 올리브나 치즈를 내자고.”
“이야~ 니들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있어 보인다?”
“원래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슬아와 데니는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처럼 서로의 공적을 내세우기 바빴다.
“손님을 상대하는 두 사람이니까 나온 아이디어지. 고생했어, 좋은데?”
한길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인테리어는 적당히 분위기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슬아와 데니는 인테리어에도 손님에 대한 배려를 녹여냈다. 그리고 그 배려는 맛과 직결된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짜증이 난 상태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얼마나 맛있는지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먹으면 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맛은 주방에서만 만드는 게 아니다.
손님의 기분도 맛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저 둘은 그 방문의 전문가였고.
‘아페리티보 메뉴도 두어 개 더 만들어야겠네.’
웨이팅이 너무 길어지면, 먹는 데 시간이 걸리는 메뉴를 서비스로 내도 좋을 것 같았다. 데니의 화려한 말솜씨와 와인 페어링까지 곁들이면, 최대 20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오! 홀도 멋스러운데?”
“내부는 이탈리아 고성을 컨셉으로 잡았어요. 저기 포인트 벽도 업체에서는 시트지를 쓰려고 했는데, 일일이 돌로 모양을 잡아서 만든 거라니까요! 이 조명은 말이죠···”
내부는 클래식과 모던의 만남이었다.
연회색 벽돌로 군데군데 포인트를 주고 그럴듯한 액자를 걸어 두니,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주방은 오픈키친.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유리로 막아두었지만,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봐요, 이건 빵 카빙 테이블이에요!”
“빵 카빙?”
“고급 레스토랑은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빵을 썰어준다더라고요. 미리 썰어 놓으면 굳을 수도 있고 향도 날아가니까.”
슬아와 데니는 세세하게 설명했고, 한길은 둘이 원하는 말을 실컷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으니까. 직원이지만 자기 일처럼 나서서 신경 써 주는 것도 기특했고.
“슬아야, 내가 잘못했다.”
“제발 놓아줘··· 이제 미팅도 해야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어쩔 수 없죠. 다음에 2탄 갈게요.”
결국 자리에 앉은 건, 한 시간 반이 지난 후였다. 모두가 둥그렇게 모여앉자, 뒤늦게 레스토랑으로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어? 벌써 시작했어요? 늦어서 미안요. 스케줄 때문에.”
“사장님, 투어를 놓치셨네요?”
“투어?”
회의 참석을 위해 찾아온 카키였다.
“아, 레스토랑 투어? 멋진데?”
“그렇게 스치듯이 봐선 모르죠. 걱정 마세요, 나중에 제가 프라이빗 투어 해드릴 테니까!”
“도망가요, 사장님!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야!”
“자, 장난은 그만하고.”
잠시의 소란이 이어졌지만, 한길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모두 알다시피 내부 준비는 완료됐고, 이제 오프닝을 위한 아이디어를 받고 싶은데···”
레스토랑의 상황은 이미 전날 미팅에서 모두와 공유한 상황이었다.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 인증을 받아야 하고, 미적지근한 상공회의 태도 때문에 오프닝을 보다 임팩트 있게 하고 싶다는 말도 전달해 두었다.
오늘은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모으는 자리였다.
“요즘은 너튜브죠, 너튜브 광고 어때요?”
“저번 요리 배틀 같은 거 올리면 조회수 팍팍 오를 텐데, 그 조회수를 모두 손님으로!”
“거기에 우리 카사장님까지 출연하면 올킬이지!”
“누가 어느 세월에 그 영상을 만드는데? 그리고 영상만 올리면 요즘은 바로 묻힌다고.”
여러 아이디어가 오간 후, 카키가 입을 열었다.
“런칭 파티는 어때요?”
“런칭 파티요?”
“앨범 나올 때 런칭 파티하면 반응이 나쁘지 않거든요.”
“안 그래도 그쪽으로도 알아봤는데요!”
카키가 아이디어를 내자, 슬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덧붙였다.
“일반 레스토랑의 런칭 행사는 처참할 정도로 반응이 없더라고요. 런칭은 충성고객이 있어야 하니까.”
“우리도 단골이 있잖아?”
“저희 손님은 엄밀히 말하면 1호점 충성고객이지, 아직 브랜드 충성고객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사장님의 충성고객을 빌려야 할 것 같은데···”
“뭐, 별스타 포스트 올려주면 돼?”
“에이, 포스트 하나 갖고 되겠어요?”
슬아가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씨익 웃자, 카키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왜, 뭘 시키려고?”
“시키다니요. 이왕이면 저희 레스토랑 음식과 컨셉까지 소개하자는 거죠. 포스트 하나만 딸랑 올리면 사장님 팬들만 몰려오잖아요? 사장님은 어디까지나 모델이고, 제품이 보여야죠, 제품이!”
한길 역시 카키를 활용한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카키는 한길의 아래에 있는 직원이 아니다. 동업자다. 심지어 본업이 요식업도 아니고. 본업에 지장을 주면 안 되니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직원 신분인 슬아는 오히려 당당했다.
“이게 저 좋자고 하는 일이에요? 사장님 레스토랑인데. 그리고 사장님,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스케줄 없으시다면서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요, 매니저님이 알려주셨지. 며칠만 시간 내서 와서 시식해 주시는 건 어때요? 앨리스 메뉴처럼 직접 맛보고 리얼한 반응을 보여주는 거죠! 사장님 먹방은 꽤 볼만하거든요!”
“와서 밥만 먹으면 되는 건가? 그런 건 언제든.”
“밥도 먹고~ 여기저기 투어도 해주고~”
카키는 선뜻 동의했지만, 요리사들은 은근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빵 터지게 이벤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게. 와서 먹기만 하고 레스토랑 구경만 하면 너무 밋밋하잖아? 임팩트가 있어야지, 임팩트가.”
그 말을 듣고 슬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헛바람을 마구 뿜어댔다.
“이봐요, 저희 레스토랑은 있는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임팩트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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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카키는 매니저와 함께 레스토랑을 찾았다. 매니저는 카메라맨 역할이었다. 그래 봐야 스마트폰을 들고 따라올 뿐이지만.
“형, 30분 일찍 도착했는데 괜찮아? 뭐 정해진 동선 같은 게 있어?”
“그런 게 어딨어. 그냥 평소 하는 라이브 방송처럼 해.”
“그래도 괜찮아?”
“뭐, 숨기는 것도 없는데.”
그리고 카키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제가 오픈하는 두 번째 레스토랑을 한번 찾아왔는데요. 저도 완성된 모습은 처음이라··· 그냥 보시죠.”
대충 오프닝 멘트를 하고 레스토랑 내부로 들어간 카키의 눈에 슬아가 들어왔다. 다가가려 했지만, 도저히 말을 걸 분위기가 아니었다.
“접시를 내릴 때 달그락 소리가 나면 안 되지!”
“와인잔이 동선에 걸리면 엎지를 수 있으니까, 그럴 때는 ‘실례하겠습니다’하고 잔을 치우고 그릇을 내려!”
“소스가 튀기는 요리는 ‘튈지 모르니까 잠시 뒤로 물러서 주시겠어요?’ 말하고 서빙!”
슬아와 데니는 홀 스텝을 모아놓고 특훈 중이었다. 얼마나 열중하는지, 카키가 눈에도 안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음··· 바쁜 것 같으니까 주방으로 가자.”
뻘쭘하게 서 있던 카키는, 직접 주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주방에 울려 퍼지는 소희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경우, 파스타가 왜 8분이나 걸려? 5분으로 줄여!”
“승환, 소스 유화가 안 됐잖아!”
“민욱, 후각 뒀다 뭐해? 마늘 탄내,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 급하다고 서두르지 말고 처음에는 약불로! 집중해, 집중!”
날카로운 지적을 하던 소희는, 카키를 포착하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뭐야, 사장님 왜 벌써 왔어요?”
카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소희는 누가 봐도 ‘방해하면 죽인다’는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으니까.
“20분 기다려요. 종민! 팬 없는 거 안 보여? 이걸 꼭 말로 해야 세팅해?”
저도 모르게 공손한 자세가 되어 뒤로 물러선 카키에게 매니저가 입 모양만 뻥긋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할까?’라고.
‘라이브로 하지 말 걸 그랬나?’
투어랑 먹방까지 해달라더니, 막상 당사자가 왔는데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생중계되는 라이브 방송을 지금 시점에서 끊는 것도 이상했다. ‘그냥 찍어’라는 뜻으로 고개를 까딱이자, 어디선가 급하게 한길이 달려왔다. 그제야 카키는 안도했다.
“카키, 일찍 왔네요. 지금 러시 트레이닝 중이라 방해하면 안 되니까, 흠, 잠깐 살루메리아 보러 가죠.”
지하로 내려가니, 예전에 봤던 살루메리아(salumeria: 살루미를 판매하는 매점)는 작은 델리 샵처럼 꾸며져 있었다. 진열장에 각종 소시지와 햄이 맛깔나게 전시되어 있고, 바퀴 모양의 치즈 휠까지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치즈는 미리 자르면 풍미가 달아나서 휠로 주문해놨거든요. 레스토랑 치즈랑 살루미는 다 여기 있는 걸 사용해요.”
짧은 설명 후, 숙성실 안으로 들어가자, 모처럼 카키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장님!”
“카사장님!”
숙성실 한 켠에 있는 작업실에서 돼지를 발골하는 직원 두 명이었다. 통돼지를 본 카키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우리, 돼지도 직접 잡아요?”
항상 여유로워 보이는 카키의 웃음이 어딘가 경직되어 있었다. 그 얼굴이, 요리사들의 장난기를 부추겼다.
“뭐야? 사장님 모르셨어요?”
“사장님이 모르는 곳에서 별의별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세상에, 돼지를 직접 잡는 레스토랑이 어딨어요?”
“심지어, 그거 알아요? 이거, 제주도 천연기념물 흑돼지인 거?”
“··· 처, 천연기념물?”
이번에는 카키의 웃음이 완벽하게 지워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일해. 오전 중에 끝내놔야 오후 트레이닝 조인하지.”
“예스, 셰프.”
“셰, 셰프, 정말 천연기념물인가요?”
카키는 조심스레 한길에게 물어봤지만, 한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먹어도 되는 겁니다. 제주도 농장에서 직접 받아오거든요.”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생각이 복잡해졌다.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지만, 수천 명의 온라인 증인이 있는 상황에서 그럴 수도 없고.
‘천연기념물을 먹어도 되는 건가?’
갑자기 신문 기사의 제목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 카키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얼굴을 보고 매니저가 다시 입을 벙긋하며 물었다.
‘형, 진짜 이거 그대로 나가도 돼?’
카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시점에서 끊으면 더 수상하다. 그냥 농담처럼 넘겨야지.
“지금쯤이면 마무리됐을 테니까 다시 올라가죠.”
다시 2층을 향하니, 트레이닝을 마친 요리사들이 기진맥진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사장님 오셨네. 다들, 메뉴 준비! 경우랑 승환이는 먼저 가서 피치 만들고 있어.”
“5분만··· 제발 숨만 돌리고···”
“사장님, 왜 이리 걸음이 빨라요···”
울먹이는 얼굴로 자신을 원망하는 요리사들을 보니, 죄책감이 들었다. 조금만 더 노닥거리다 올 것을. 하지만 소희는 무자비했다.
“왜 이리 굼떠? 빨리 움직여!”
잠시 후, 오픈 키친의 요리사들이 밀가루를 치대며 반죽을 만드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파스타도 직접 만들어요?”
“이번 시즌 메뉴는 전부 수제 파스타입니다.”
또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한길이었지만, 카키는 요리사들의 표정에 묻은 순도 100%의 피로와 절박함이 신경 쓰였다. 평소 사람 좋은 한길이 요리사들에게만 혹독한 게 이상하기도 했고.
‘굳이 소시지랑 파스타까지 직접 만들어야 하나?’
거기에 돼지까지 직접 잡고 있다.
요리는 전적으로 한길에게 맡겨두고 있었지만, 울상을 짓던 요리사들이 눈에 밟혀 의견이라도 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맛에 차이가 나면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막상 요리가 나오자, 모든 걱정과 의문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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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는 표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한때 다양한 방송에 나왔던 카키의 모습이 ‘복붙’이라는 설명과 함께 짤로 공유된 적도 있었다. 스무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을 캡쳐했는데, 표정과 자세까지 복사해서 붙인 것처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하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여유로운 웃음.
고개를 옆으로 조금 기울이고 턱을 위로 추어올리다 보니, 거만해 보이기도 하다.
카키의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건, 이번 라이브 방송이 처음이었다.
희귀한 장면.
그래서인지, 그 모습은 움짤이 되어 공유되었다. 여러 자막이 얹어진 채로.
광대뼈가 축 늘어지고 경직된 얼굴 아래에 궁서체로 [망했어요]가 붙었다. 동공이 있는대로 확장되고 입을 벌린 얼굴은 [동공 지진], 금목걸이를 목에 걸고 모자를 비뚤지게 쓴 카키가 얌전히 두 손을 모으는 모습은 [급겸손].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짤은 천연기념물 짤이었다.
[처, 천연기념물???]자막 위에는 두 번 다시 못 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말 천연기념물 같은 오묘한 표정을 짓는 카키의 얼굴이 있었다.
작은 커뮤니티에 올라간 짤은, 깨톡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했다.
┗ 이거 진짜 카키야?
┗ ㅇㅇ 영상 확인필. 영상이 더 골때림.
┗ 무슨 방송인데?
┗ 방송 아니고 별스타 라이브 (링크 첨부)
┗ 너튜브에도 있음. 누가 편집해서 올렸는데 편집본이 더 웃겨 (링크 첨부)
카키의 라이브 방송을 챙겨보는 이들은 주로 골수팬이었다. 카키의 음악은 즐겨 들어도,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생중계하는 라이브 방송을 굳이 챙겨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움짤이 퍼지자, 카키의 팬도 아닌 일반인까지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너튜버들이 그 인기에 편승했다. 자막과 효과까지 넣어 재가공한 영상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항상 VIP 대접을 받던 카키가 투명 인간이 된 모습. 뻘쭘하고 당황하는 모습. 소희의 외침에 순수한 공포를 느끼고 경직된 모습. 천연기념물 소식에 잠시 육체 이탈한 모습. 너무 빨리 걸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
마치 카키의 몰래카메라처럼 진행되는 영상은,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처음에는 카키의 반응만 봤지만, 영상을 반복해 볼수록 다른 쪽으로도 시선이 갔다.
┗ 주방 여신님, 셰프 맞지? 존예!
┗ 서빙하는 사람도 연습생인줄.
┗ 방송 촬영 유출본 아닐까요? 출연하는 분들 외모가 다 훈훈하네요. 남자 셰프님, 모델인 줄!
┗ 전 빨간 수트의 댄디남! 손놀림(?)에 반했어요!
┗ 방송이라면 당장 챙겨본다. 조연 캐스팅까지 완벽하누.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수상한 레스토랑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씬스틸러는 요리였다.
“안티파스토(antipasto: 전채)인 아페타티(affettati: 모듬 살루미)에요.”
가장 먼저 등장한 건, 나무 도마 위에 차려진 살루미 플래터.
얇게 저며썬 프로슈토는 아름다운 핑크색과 새하얀 마블링을 뽐내며 고이 접혀 있었다.
카키가 손으로 들어 올리자, 프로슈토는 바람에 흔들리는 시폰 커튼처럼 차르르하고 움직였다. 햄이라고 믿기 어려운, 뻣뻣함 하나 없는 그 유한 움직임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형, 다음은 이거! 살라미도 먹어봐요. 피노키오나(finocchiona)라고, 토스카나에서 먹는, 펜넬을 넣어 만든 살라미거든요. 펜넬 향이 향수처럼 입안에 확! 퍼지는데, 절대 입을 열지 말고 그대로 머금고 있어요. 바로 씻어낼 와인을 줄 테니까! 이 두 향이 섞이면 진짜 절묘하거든요! 입안에서 회오리가 몰아치는데~”
데니는 신이 났는지, 살루미 한점 한점마다 각기 다른 와인을 추천했다.
맛을 본 카키의 얼굴은 무방비하게 풀어져 버렸다.
새하얀 라르도와 빈티지 샴폐인의 조합을 맛보았을 때는, 카키답지 않게 눈꼬리가 내려가며 바보같이 ‘흐흐흐’하며 웃을 뿐이었다. 카키의 입에서 흐물흐물한 목소리가 탈출했다.
“녹~는~다···.”
물론, 이것도 인기 짤이었다.
빵가루가 묻은 우동 면발 같은 면 파스타도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메인은 당연히 고기였다.
“비스테까 피오렌티나입니다.”
얼굴만 한 크기의 티본 스테이크.
스테이크 계의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부를 정도의 미친 존재감은 보는 이를 현혹했다.
선명하게 찍혀 있는 그릴자국.
압도적인 크기.
포크로 한 점을 찍어서 들어 올리자, 단계적으로 색이 변하는 속살이 그대로 보였다.
가장 위층은 짙은 갈색.
맛깔나게 구워진 표면은 육즙이 올라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릴 자국을 보기만 해도 숯 향이 떠올랐다.
그 아래는 연한 갈색.
그 연한 색감만큼이나 식감도 부드러워 보였다.
그리고 정중앙의 강렬한 빨간색.
육회를 떠올리게 하는 선홍빛 고기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쫄깃해 보였다. 당장이라도 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자태로, 보는 이의 침샘을 자극했다.
‘뭘 그리 꾸물거려? 빨리 먹어, 먹어!’
영상을 보는 이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고기를 감상하는 카키를 원망하게 되었다. 직접 먹지는 못해도, 화면으로라도 저 고기를 입에 넣고 물고 뜯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건, 본능적인 욕구였다.
하지만 티본의 먹방은 없었다.
갑자기 화면이 흔들리며 까매졌으니까.
“아씨, 형! 나도!”
카메라맨 역할을 하던 매니저가 본분을 잊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