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18)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18화(18/325)
< 18. 진품명품 >
맛집 전문 블로거 카우신으로 알려진 문경준은 여자친구 혜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무슨 아침부터 버거를 먹으러 온다고….”
“이것도 나름 일이니까.”
시간은 오전 11시.
버거를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점심 러쉬를 피하고 싶어 일부러 조금 일찍 나왔다.
이태원 시장을 끼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얼마 가지 않아 첫 번째 집이 보였다.
“여기야? 분위기 좋네!”
툴툴대던 혜리는 가게를 보자마자 방긋 웃었다.
어두운 푸른 간판. 대리석 테이블.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으로 꾸며진 가게는 모던한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케 했다.
조금 요란한 감이 없잖았지만, 잠시 외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러니까 오랜만에 데이트 오는 것 같아서 좋다!”
“데이트는 자주 하잖아.”
“오빠는 맨날 허름한 데에서 먹자고 하니까.”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들은 오래된 곳들이 많은 걸 어쩌겠냐.”
“입맛이 완전 아재야.”
혜리는 귀엽게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경준은 혜리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경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입맛이 유난히 까다롭다는 것을.
경준은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편두통이 오는 특이체질이었다. 그러다 보니, 외식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어린 나이부터 식당에서 음식이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많았다.
조미료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음식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판매하는 식당에서는 빠르고 편리한 방식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식당도 식당의 사정이 있겠지만, 먹는 입장에서는 조금 더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들고 맛까지 갖춘 식당을 가고 싶었다.
자신이 발견한 소중한 식당들을 블로그에 올리고, 수준에 미치지 못한 식당을 비판한 글들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게 생각보다 인기를 끌면서 취미였던 블로그가 본업이 되어버렸다.
경준이 만든, 맛과 신뢰성을 모두 갖춘 식당 리스트 ? 카슐랭 가이드 ? 는 맛집 투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교과서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뉴욕 브런치에 들어가자마자 경준은 치킨버거를, 혜리는 추천메뉴인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다.
브런치 전문점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에도 사람이 가득 차 있었지만, 음식은 금방 조리되어 나왔다.
“에그 베네딕트입니다.”
“우와!”
혜리가 주문한 에그 베네딕트는 식당 분위기와 어울리는 비주얼이었다.
그러니까, 상당히 비싸 보였다.
손바닥 반만큼도 안 되는 크기가 가격이 만팔천 원.
“치킨버거입니다.”
버거도 아담한 사이즈일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남자 혼자 먹기에도 배가 부를 정도로 푸짐한 양이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은 빵보다도 두툼했고, 그 위에 올라간 소스는 딱 봐도 수제였다.
처음 보는 생소한 허브도 올려있었다.
‘특이하긴 하네?’
먹어보니, 딱 그 정도 감상이었다.
소스에 올리브를 넣었는데, 올리브와 소스가 따로 노는 느낌은 있었지만 나름 특색은 있었다.
치킨은 튀김옷이 고소했지만, 통닭 위에 인절미를 얹어서 먹는 느낌.
따로 먹으면 맛있겠지만, 같이 먹으니 오묘했다. 세 입 정도 먹으니 콜라가 땡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시도는 좋았다고 해줘야 하나?’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준은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식당들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아이디어는 좋았다. 실행에 문제가 있을 뿐.
조금만 다듬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고.
머릿속으로 리뷰를 정리하고 있는데, 혜리가 포크를 내려두는 게 보였다.
“왜, 입맛에 안 맞아?”
“아니… 그냥 조금 배가 불러서.”
“배가 불러?”
손바닥만 한 빵과 계란을 반만 먹고 배가 불러올 정도로, 혜리는 소식을 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혜리가 남긴 에그 베네딕트를 한입 먹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느끼하네.’
홀란데이즈 소스는 계란 노른자와 버터를 녹이고 레몬즙을 넣어 만든 소스다. 그런데 이 소스는 유난히 버터 향이 강했다.
매일같이 버터를 먹는 외국인의 입맛에는 맞을지는 몰라도, 경준의 입맛에는 아침부터 먹기 거북했다.
“그만 가자.”
결국 버거도, 샌드위치도 반만 먹고 일어서고 말았다.
계산대에 가자, 40대 정도 되는 남자가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방금 먹은 음식만큼이나 기름진 표정으로.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아, 네… 뭐.”
“저희 집 요리는 어떻던가요?”
“뭐…”
“최대한 본토의 맛을 재현하고 있거든요. 르 코르동 블루를 나오고 파리에 있는 스타 셰프 레스토랑에서 일하시던 셰프님이 정통 유러피언 소스를 개발하셔서…..”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듣고 싶지도 않은 기나긴 설명을 이어갔다.
중간중간 경준이 들고 있는 DSLR 카메라를 힐끔거리는 게 보였다. 블로그용 사진을 찍기 위해 들고 온 카메라였다.
꿍꿍이가 가득한 얼굴로 웃는 사장은, 경준이 계산을 마치자, 영수증과 함께 기다란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봉투였다.
“이건 뭐죠?”
“항상 수고하시니까, 작은 성의입니다.”
경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봉투를 열어보니, 역시나, 연한 노란색 지폐가 잔뜩 들어있었다.
“어디보자, 하나, 둘, 셋, 넷…. 이거, 뭐 다 세는데 종일 걸리겠네요?”
“아..아니 그런 건 나중에.”
“사장님, 이렇게 꼼수 쓰려고 하지 마시고, 이걸로 요리에 투자하세요. 이 돈 써서 제대로 한 상 차려줬으면 남기지는 않았을 텐데.”
갑자기 식당 안이 고요해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엿듣기 위해 손님들이 대화를 뚝 멈춘 거다. 대놓고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몇 보였다.
사장은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설마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이.
“제 의견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 돌려드리죠.”
“무…무슨 오해가…”
“오해는 무슨, 음식이 장난입니까? 이런 머리 굴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음식에 신경을 쓰세요.”
“아니, 이 사람이 내가 무슨 돈을 줬다고 그래!”
봉투를 다시 돌려주려 했으나, 사장이 손사래를 계속 치는 바람에 봉투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촤르륵!
바닥에 떨어진 지폐는 부채처럼 펼쳐졌고, 몇 장은 아예 손님 테이블 아래로 날아가기도 했다.
사장은 잠시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옆에 있는 알바생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걸 왜 여기 가져다 놨어? 하마터면 손님께 드릴 뻔했잖아? 재료 사려고 준비한 건데.”
“저희가 언제 현금으로 재료를 사 온다고.”
“어… 어쨌든, 빨리 안 주워?”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이였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숙덕이는 게 보였다.
하지만 경준은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열심히, 좋은 음식을 내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도 많아요. 이런 꼼수 부릴 생각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음식 연구나 하시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경준은 식당을 나왔다.
#
“조금 아깝긴 하다.”
“혹여라도 밖에 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마.”
혜리는 식당을 나오자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경준은 단호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지난 5년간, 수많은 식당을 찾아다녔다.
성심성의껏, 음식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친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식당들이 사라지고 이런 장난질하는 식당이 살아남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경준과 혜리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한스키친.
뉴욕 브런치 바로 인근에 있었지만, 좁은 골목이라 한 번도 와본 적 없었던 곳이다.
배가 부르다며 혜리는 샐러드를 시켰고, 경준은 버거를 시키고 기다렸다.
“서비스입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제법 빼어난 미모의 알바생이 빵이 담긴 작은 바구니를 건네주자, 경준은 거절했다.
이미 배가 부른데, 빵으로 배를 채우고 싶지는 않았던 탓이다.
“안 드시면 포장해 드릴 테니까 일단 드셔보세요.”
알바생은 권유라고 하기에는 뭔가 절박한 눈빛이었다. ‘제발 이 빵 좀 처리해주세요’라고 애걸하는 듯한.
내일도 150개의 빵이 온다는 소리를 듣고 빵 처분에 혈안이 된 슬아였지만, 경준이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마지못해 빵을 받아들이고, 독특한 향에 호기심이 일어서 한입 먹어보았다.
약간 시큰한 사우어도우 빵.
보기에는 호밀 빵 같아 보였는데, 진득하게 구수한 맛이 났다.
“저, 혹시 이게 무슨 빵이죠?”
“카뮤밀이라는 걸 써서 만들었대요.”
“카뮤밀?”
“마음에 드시면 하나 더 드릴까요? 아예 포장으로 두 개 챙겨드릴게요!”
알바생이 알려주는 재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흔치 않은 재료이긴 했다. 최근 해외에서 수퍼푸드로 불리는 고대 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밀가루의 99%는 앉은뱅이 밀(semi-dwarf wheat)이다. 생산량이 월등히 뛰어난 종인데, 1960년대부터 전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지만, 밀가루를 먹으면 속이 불편해지는 증상이 이 밀과 관련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귀리, 퀴노아, 메밀 등의 고대 밀이 수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카뮤밀은 잘 알려지지 않지만, 슬슬 주목받기 시작하는 고대 밀 중 하나였다.
‘이런 데까지 신경을 쓰다니.’
굳이 손님에게 말하지도 않고 조용히, 좋은 재료를 챙겨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지중해 치킨버거랑 지중해 샐러드 나왔습니다.”
음식이 나오자, 경준은 약간의 데자뷔를 느꼈다.
재료, 소스, 플레이팅.
복사기에 돌린 것 같이, 방금 먹은 버거와 똑같은 모습이었으니까.
그래도 맛의 비교를 위해 왔으니 먹어야지.
버거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려 입 가까이 대자, 연하게 깨를 볶는 것 같은 고소한 향과 치킨의 담백한 기름 향이 풍겨왔다.
한입을 베어 먹자, 경쾌한 소리를 내며 튀김옷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육즙이 터져 나왔다.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육즙.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닭고기.
그 모든 맛을 고소한 튀김옷이 감싸고 있었다.
조금 기름진 맛이 강하다 싶을 때에 새콤달콤한 타르타르 소스가 등장해, 입안을 헹궈주었다.
‘뭐지?’
다시 한입 먹자, 이번에는 소스에 숨어있던 올리브가 느껴졌다. 작은 고기 완자 같은 특이한 질감의 올리브는 입안에서 뭉개지면서, 특유의 향을 더해주었다. 쌉싸래하면서 매콤한 허브가 곁들여졌다.
마치 삼겹살과 함께 먹는 상추와 깻잎처럼, 이 두 향이 제대로 감초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우적우적.
한입을 먹고 나면 바로 다음 한입이 기대되었다.
방금 먹은 맛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 버거는 명품 가방 같았다.
한땀 한땀, 손으로 바느질을 한 듯한 정성이 느껴졌다.
그에 비교하면, 아까 먹은 버거는 색깔만 같고, 너덜너덜하게 실밥이 터져 나온 누더기였다.
‘아, 혜리!’
버거를 다 먹고 나서야 여자친구 생각이 나서 고개를 돌려봤다.
그런데 혜리는, 한참을 굶은 강아지가 사료를 먹듯이, 그릇 속으로 빠져들 것처럼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아! 아니…. 사실 아까 조금 느끼해서…. ”
“나도 한입만 먹어봐도 돼?”
“그.. 그래.”
마지못해 허락하는 표정이었다.
혜리는 그렇게 식탐이 강한 편은 아닌데.
하지만 샐러드 한입을 먹어보니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루콜라를 비롯한 허브가 푸짐하게 들어간 샐러드는, 마치 허브 정원 속에서 뒹구는 그런 싱그러움을 주었다.
“우리, 저거 샌드위치도 한번 시켜볼까?”
“샌드위치?”
배는 불렀지만, 어떻게든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먹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지중해 수란 샌드위치는, 마성이 넘치는 맛이었다.
방금 먹은 빵이 살짝 구워져서 구수함이 배가 되었고, 그 위에 훈제 연어와 채소들이 상큼함과 무게를 더해주었다.
계란은 입안에서 사라지는 솜사탕처럼,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마늘향이 얼핏 느껴지는 진득한 소스가, 자칫 낯설 수 있는 맛을 편안하게 엮어주고 있었다.
결국 이파리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모든 그릇을 비워버리고 말았다.
“아… 배불러!”
“진짜, 많이 먹었…. 앗, 리뷰!”
어느새 먹는 데에만 열중하다 보니, 맛의 분석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버거를 포장 주문하고 나서야 경준과 혜리는 식당을 나왔다.
“혜리야, 우리 카페 좀 가도 될까?”
“카페? 나 커피 들어갈 공간도 없을 것 같은데?”
“아니, 나 잠깐 글 좀 쓰고 싶어서.”
이상하게 고조된 기분.
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당장 글을 쓰고 싶어졌다.
#
‘그래도 손님은 많네.’
오늘 오전에 있던 망신스러운 사건을 잊기 위해 호승은 홀에 있는 손님들에게 집중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손님은 더욱 늘어나 있었다. 웨이팅을 하는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예약전화도 쉴 새 없이 걸려왔다.
‘그래, 까짓거. 블로거 한 명 쯤이야.’
호승의 호의를 거절한 사람은 처음이었지만, 가끔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실수 한 번쯤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었다.
뚜루루!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을 보니, 푸드 컨설턴트인 태준이었다.
“어, 형! 무슨 일이야?”
―너, 버거 시작했냐? 나한테 말도 없이?
“아, 그러고 보니 깜빡하고 못 말해줬네. 그럴 일이 있었어. 한시가 급했거든.”
―상의 없이 메뉴를 만드는 건 하지 말라고 했지! 심지어 버거로 홍보에 혈안이 되어있던데,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 몰라? 돈 처바르는 거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 일 있어?
평소 같으면 대충 미안하다고 사과하겠지만, 호승은 오전에 있었던 일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무엇보다, 태준의 말투가 상당히 거슬렸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식당 사장은 자신인데 이런 말투는 아니지 않나.
―내가 항상 말했잖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신메뉴를 만들어도, 시그니처 메뉴를 덮어버릴 정도로 홍보하는 게, 생각이 있는 거냐? 모르면 차라리 전문가한테 맡기라고. 그렇게 무식하게 하다가 말아먹는 거, 한순간인 거 몰라?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뚝!
짜증을 간신히 눌러 참으며 호승은 전화를 끊었다.
다시 홀을 살펴보니, 손님은 많았다.
다들 만족하는 것 같았고.
‘친한 사이라고 저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이참에 다른 컨설턴트를 알아볼까? 아니면 이제는 슬슬 홀로서기를 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들렸다.
#
“오늘 왔던 사람 중에 있었을까요? 아니면 저녁에 올까요?”
브레이크 타임이 되자마자, 슬아는 블로거에 대한 얘기만 하고 있었다. 계속 카우신의 블로그를 새로 고침만 하면서.
“글쎄, 오면 오고 안 오면 안 오겠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건 저녁 장사 후에.”
평소보다 손님이 많이 몰려오는 바람에, 한길은 쉴 틈이 없었다.
저녁 장사 때도 이만큼 손님이 올 경우를 대비해서 재료 손질을 더 해야 한다.
“설령 왔다고 해도 그렇게 바로 올라올 리가 없잖아?”
“혹시 모르잖아요.”
“한가하면 빵 자르는 것 좀 도와줘.”
“어, 올라왔다!”
계속 핸드폰만 보던 슬아가 갑자기 혼자 열중해서 글을 읽더니,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과장된 리액션을 하기 시작했다.
“와, 대박! 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네! 와~”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크크, 사장님, 솔직히 궁금하죠?”
슬아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한길 옆으로 다가왔다.
“읽어드릴까요?”
“아냐, 됐다.”
“에이, 읽어드릴게요.”
으흠, 하고 한번 목청을 비운 슬아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낭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드디어 카슐랭 가이드에 3 스타를 받을 자격이 있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맛집 평가에 앞서, 음식의 신뢰성에 대해 잠시 얘기해 보자 합니다…..“
< 18. 진품명품 > 끝
ⓒ 글망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