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04)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04화(204/325)
204. 다음 목적지는…
“동메달 수상자는 일본에서 온 타카하시 하야시입니다.”
짝짝짝!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본인 참가자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대회 측 회장과 악수를 하고, 메달을 건네받고, 사진사가 사진을 찍는 사이, 진행자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이 참가자는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방대한 지식과 기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확하고 실수 없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감점을 줄래야 줄 수가 없는 참가자였죠. 축하드립니다. 그다음은 은메달 수상자! 프랑스의 다니엘 데콤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며 밝은 갈색 머리의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번 참가자는 기품 있는 서비스는 물론, 요리사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완벽한 조리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똑같은 테이블사이드 서비스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참가자였죠. 그리고 이제는 대망의 마지막, 우승자 발표입니다! 우승자 발표에 앞서, 심사위원의 한 마디가 있겠습니다. 명성 높은 메트로 디이자 레스토랑 그룹 ‘셀레스트’의 CEO, 셀레스트 뒤보아를 모시겠습니다.”
짝짝짝!
진행자의 말에 무대 위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성이 마이크로 다가갔다.
“그냥 후딱 발표만 할 것이지, 왜 이리 끌어? 안 그래, 누나?”
데니가 작은 목소리로 불평을 했지만, 슬아는 답을 해주지 못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자리는 하나.
금메달뿐이다.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수상은 받을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금메달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니…
이 상황에서까지 자신감을 가질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1등을 한 적은 없었는데…’
학교에서 받은 건 개근상뿐이다. 가끔 오리엔테이션이나 축제에서 인기상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상을 받은 기억이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슬아는, 지금껏 초라한 성적만을 거둬왔다.
그런데 금메달이라니…
그것도 세계 대회에서…
설마…
심사위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 참가자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서비스는 항상 손님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틀렸더군요. 한 끼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을 하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죠. 맛있는 한 접시를 만들기 위해 분발한 레스토랑의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진가를 알아보는 손님 역시 멋진 주인공이죠. 손님과 레스토랑을 모두 돋보이게 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독특한 참가자였습니다.”
심장이 쿵쾅대고 멀미가 날 것 같았다.
멍하니 무대를 올려다보는데, 심사위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이번 대회의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금메달 우승자는, 한국에서 온 슬아 림입니다!”
짝짝짝!
다시 한번 박수 소리가 울렸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비행기에 탈 때 갑자기 고도가 바뀌면 그러듯이, 귀가 먹먹해졌기 때문이다.
“우와! 대박! 누나 뭐해? 빨리 무대로 가!”
데니가 팔을 흔들고 나서야, 슬아는 무대로 걸음을 옮겼다.
활짝 웃는 여성 심사위원이 악수를 청해왔다.
“정말 만족스러운 서비스였습니다. 언젠가 한국에 가서 당신이 일하는 레스토랑도 찾아가 보고 싶어질 정도로요.”
“감사합니다.”
악수를 하고, 회장과도 악수를 하고, 고개를 숙이니 목에 묵직한 목걸이가 걸려졌다. 상장처럼 생긴 패를 주길래 그것도 받았다.
“사진 한 번 더 찍을게요! 이번에는 회장님도 같이요!”
무대 앞에 있는 몇 명의 사진사들이 지시사항을 외쳤고, 슬아는 시키는 대로 여러 사람과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었다.
“다음은 짧게 인터뷰가 있겠습니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똑같이 목걸이를 목에 건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무대를 내려가니, 무대 바로 앞 테이블에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이번 대회는 얼마 동안 준비하셨나요?”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상하게 현실감이 하나도 없었다.
“… 평소에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이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무려 4년간 단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이런 교양을 쌓아온 것이죠.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슬아의 옆에서는 일본인이 콧대를 세우며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답변에, 기자들은 난감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당신에게 물어본 게 아니라 금메달리스트에게 물어본 건데요? 슬아 림?”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슬아는 조금 정신을 차렸다.
“글쎄요. 저는 이 시험을 준비한 게 고작 석 달뿐이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일한 지는 이제 1년 반이고요.”
“대단하군요! 타고났다, 이 말씀이신가요?”
“아니요. 여기 이 사람…”
슬아의 시선이 일본인에게로 향했다.
역시, 이름은 들은 기억이 없다.
“여기 라부숑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동메달리스트가 대회 시작 전에 말해주셨었죠. 호텔리어 공부를 안 하면 이 대회는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여기 동메달리스트분께서 알려주시기 전에는 몰랐는데, 한국이 열악한 환경이라더라고요. 고급 생수도 구하기 어렵고, 이런 미식 문화 자체를 접하기 힘들고, 하지만…”
슬아는 잠시, 지난 몇 달간의 준비과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환경이 어떻든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모든 것을 알려주고 도움을 줄 사람은 많았거든요. 저희 레스토랑 식구들, 소믈리에, 요리사, 셰프까지. 모두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의 도움이라… 겸손하군요.”
“물론, 이 자리에 온 건 도움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교과서 외우듯이 암기하고 공부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이 알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즐겁고, 좋았습니다. 그걸 알아봐 주신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그걸 알아봐 주신 심사위원들이 상을 주셨죠.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몇 개인지 질문이 더 이어지고,
“이제 자리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때도 멍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슬아가 다가가자, 테이블에 앉아서 열심히 무언가를 먹고 있던 데니가 벌떡 일어서며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누나, 완전 멋져! 내가 누나는 이길 줄 알았다니까! 한다고 했지? 우리 금메달리스트!”
데니는 슬아를 끌어안고 들어 올리고 쓰다듬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 모습이 마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와도 같았다.
그리고 데니 옆에는 한길도 서 있었다.
“뭐해요? 형도 우리 누나 축하해 줘야죠!”
데니가 너무 세게 밀치는 바람에, 슬아는 한길의 품에 안기듯이 부딪혀버렸다. 몸은 닿았지만 포옹은 아닌 어정쩡한 자세가 된 와중, 슬아의 등을 토닥거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수고했어.”
한길은 긴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한 마디에 갑자기 모든 소리가 돌아왔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많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하나.
“고마워요.”
속에서 무언가 따뜻한 게 솟구쳤고, 뺨을 타고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흘러내렸다.
“나… 진짜 좋아해요.”
모든 게 다, 너무 좋았다.
“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도, 우리 식구들 만난 것도, 메트로 디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지금까지 노력한 나 자신도 다… 나 정말 좋아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슬아는 서둘러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윽, 뭐야 이게! 왜 이러지? 보지 마요!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
도망치듯이 연회장을 벗어난 슬아는,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걸어 잠그고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안에 꾹꾹 눌러 담은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서인지, 벅찬 기분 때문인지.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안에서 회오리치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한참 동안 시원하게 몸 안에 있는 모든 감정을 눈물과 함께 배출해낸 슬아는, 세면대로 나가 물을 틀고 세수를 연달아서 했다.
거울을 보니, 목에는 묵직한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아, 사진!”
슬아는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으려 했지만, 이내 포기해야 했다. 눈이 너무 부어 있어 도무지 사진을 찍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짜 촌스럽게 왜 이러냐. 고작 금메달 가지고…”
스스로 생각해도 웃겼는지, 슬아는 혼자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금메달이 아니다.
살면서 이렇게 뿌듯한 적도 없었고, 이렇게 무언가를 자랑하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
‘그래, 이런 건 찍어줘야지!’
이 와중 파우치를 챙겨온 스스로가 장했다. 슬아는 파우치를 열고 클렌징 티슈를 꺼내 눈가만 조심스레 닦아낸 후, 아이라이너를 다시 그렸다.
두 배로 커진 쌍꺼풀을 메우느라 평소와는 달리 진한 화장이 되어버렸지만, 일부러 멋 부리기 위해 단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부은 눈이 가려지는 건 아니었지만.
찰칵! 찰칵!
메달을 들고 다각도로 사진을 찍은 후, 슬아는 세면대 위에 있는 화장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아까 정신없는 와중 두서없이 나온 말이, 얼핏 보면 고백처럼 들린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그런 의미는 진짜 아니었는데…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한길의 반응이었다. 살짝 움찔거리면서 경직된 반응.
괜히 억울했다.
고백은 할 생각도 없었는데, 얼떨결에 고백하다가 차인 것 같은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뭐야, 셰프도 내 타입은 아니거든?’
그야, 셰프는 외견으로 보면 멋지긴 했다.
처음 알바를 시작했을 때,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기억도 난다.
– 와, 개꿀 알바 찾았는데 사장님 완전 훈남!
– 진짜? 잘해봐!
– 그런 건 아냐. 진짜 훈남이 이렇게 재미없기도 쉽지 않을걸? 요리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ㅋㅋ 진짜 웃겨 ㅋㅋ
– 에이, 아깝네? 이왕이면 이상형이면 좋았을 텐데.
슬아가 항상 말해온 이상형이 있었다.
재밌고 활기차고 유머가 있는 사람.
한길은 그와는 정반대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형이라는 단어도 너무 유치하게 느껴졌다. 무슨 백마 탄 왕자님을 찾는 것도 아니고, 이상형을 정해두고 그 이상형을 찾는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어린아이 같았다.
‘나, 셰프를 좋아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잠깐 스치긴 했지만…
‘아냐, 절대 아냐.’
생각이 들자마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셰프와 함께 데이트하거나, ‘오늘부터 1일’ 같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셰프를 남자친구라고 부르는 모습도, 스킨십을 하는 것도, 아무것도 상상이 안 된다.
슬아에게 한길은 그런 대상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봐 주고, 내 적성을 찾아준 사람. 엄격하면서도 자상하게 가르침을 준 사람. 내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 계속 믿고 따르고 싶어지는 사람.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남자친구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여간, 이게 다 기현 오빠 때문에 그래…’
최근 들어 레스토랑 요리사들이 계속 연애 상담을 해오는 바람에, 관심도 없는 연애가 떠오른 거겠지.
지금 슬아가 하고 싶은 건 연애가 아니었다.
메달은 시작일 뿐.
기본 자격을 갖췄다는 인증서 같은 거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너무나 많았다.
‘아, 그러고 보니 와인 테이스팅 아이디어도 깜빡하고 셰프한테 말 못 했었네? 나중에 붙잡고 말해보자.’
이번 대회를 겪으면서,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범람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주방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홀에서도 재밌는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을 하면,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다.
정리를 마치고 화장실을 나오자, 복도에서 데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나!”
“너, 여기서 뭐 해?”
슬아는 부은 눈을 가리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데니가 활짝 웃으면서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주고 싶었거든. 다시 들어가서 쓰고 나와보라고.”
가면이었다.
반짝이와 모조 큐빅, 하얀 깃털로 장식된 새하얀 가면. 가면무도회에서나 쓸법한 그런 가면.
“… 나보고 이걸 쓰라고?”
“금메달리스트인데, 일반인처럼 다닐 수는 없잖아? 걱정 마, 누나만 쓰는 건 아니니까.”
데니는 품 안에서 똑같이 화려한 빨간 가면과 까만 가면을 하나씩 더 꺼냈다.
“나랑 셰프도 써야지!”
“넌 이런 거 대체 어디서 구하는 거니?”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다 팔아.”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찾아서 보는 거냐고…”
뭔가 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이 가면이라면, 부은 눈은 충분히 가려줄 테니까.
이런 것도 다 추억이고.
“나 잠깐 한번 써보고 올게! 대신, 너랑 셰프도 꼭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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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세레머니가 끝나고, 한길은 슬아, 데니와 함께 가면을 쓰며 박람회를 누볐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
“셰프, 진짜 여기로 가도 되죠? 인당 300유로인가 400유로라는데?”
“더 비싼 데도 괜찮아.”
“안 그래도 제가 진짜 열심히 찾아봤는데, 여기보다 비싼 데가 없더라고요.”
저녁 식사는 인근에서 가장 비싸다는 레스토랑에 예약을 잡아놓았다.
당일 예약은 어려운 곳이었지만, 한번 찔러본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때마침 오늘 캔슬 된 예약이 있다고 하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면 준비하고 딱 한 시간 후에 봐요! 블랙 타이라는 거 같으니까 둘 다 차림새 신경 쓰고!”
슬아와 헤어지고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깨톡! 깨톡! 깨톡! 깨톡!
핸드폰이 방정맞을 정도로 울리기 시작했다.
한길의 핸드폰과 데니의 핸드폰이 동시에.
“아, 형. 제가 방금 우리 식구들 전체 톡방 하나 팠거든요.”
데니는 단톡방을 만든 것도 모자라, 슬아의 우승 사진과 시상식 동영상까지 올려놓았다.
그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 금메달이다!!!!
┗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 자랑스러운 대한의 여아! 일본을 무찌르고 왔느냐!
┗ 슬아 님, 지금껏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 이제 슬아님이 아니라 메트로 디라고 불러! 어? 마, 우리가, 마, 세계 1위 메트로 디가 일하는 레스토랑이라고!
아무래도 결과를 듣기 위해 모두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럴 줄 알면 좀 더 빨리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 결과에 따라 주려고 준비했는데, 이러면 어떻게 하죠?
┗ (사진)
심지어 단톡방에는 카키도 있었다.
카키가 올린 사진에는 작은 상자 세 개가 찍혀 있었다.
┗ 카사장님, 저거, 진짜 금?
┗ 순금, 순은 상자.
┗ 상자가 저 정도면 내용물은…?
┗ 금메달이면 금을 주는 게 맞는데, 모처럼 준비한 게 아까워서. 이러면 어떻게 해요?
┗ 사장님, 금도끼 은도끼 몰라요?
┗ 모름.
┗ 대체 어떤 삶을 살았는데 금도끼 은도끼를 모르시남
┗ 알고 싶어?
┗ 금도끼 은도끼는 착한 나무꾼이 연못에 도끼를 떨어트렸는데…
┗ 3줄 요약
┗ 착한 사람에게는 금, 은, 쇠도끼를 세트로 줌.
┗ 당첨.
┗ 오오! 메트로 디! 돌아오면 한턱 크게 쏴랏!
┗ 잠깐!!!! 스톱!!!! 나 방금 기사 발견!!!
┗ (기사 링크)
┗ 나도!
┗ (기사 링크)
난리를 피우는 와중, 누군가가 링크를 올렸다. 한 시간 전에 올라온 기사였다.
[한국인 메트로 디, 처음으로 국제 대회 우승] [임슬아, 한국인 최초로 웨이터 월드컵 금메달 획득]모두 외신 기사를 인용한 기사들이었다. 한국에서는 조지 밥티스트 대회가 잘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찾아내고 번역해서 기사를 낸 건지, 놀라울 정도였다.
┗ 와, 우리 내일부터 손님 터지는 거 아냐?
┗ 역시 그렇지?
┗ 한국인 우승자가 일하는 레스토랑인데, 애국심이 있다면 무조건 와야지!
┗ 셰프,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홀 안내 알바 다섯 명만 더 찾아보겠습니다.
┗ 그렇게 하세요
┗ 두 분, 업무 얘기는 다른 곳에서…
┗ 니들도 놀지 말고. 위에 기사 봤지? 내일은 라구도 두 배로 준비해
┗ 여기 업무방 아니거든요 ㅜ
┗ 빨리 폭파 시켜버려!
끝없이 이어지던 메시지들이 조금 잦아들었다. 겨우 핸드폰을 내려놓으니, 데니가 잔뜩 흥분한 얼굴이었다.
“진짜, 우리 또 주목받는 거 아니에요? 이러면 누나도 유명인인가? 슬아 누나, 이름 나온 거 봤죠? 이러면 레스토랑에서도 우승자의 테이블사이드 서비스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네.”
루앙 오리는 오리 피를 이용한 소스라 일반 대중이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지만. 이번 대회에 나온 크레프 마드모아젤은 퍼포먼스 측면에서 보면 효과는 어마어마할 거다.
하지만 그 요리는 2호점의 컨셉에는 맞지 않다.
하려면 1호점인데…
‘나중에 저녁에 통화하면서 한번 물어봐야겠네.’
그건 최셰프가 알아서 해주겠지.
#
다음 날 아침,
데니와 슬아는 공항 바닥에 좀비처럼 주저앉았다.
“으… 너무 마셨어…”
“이래서 비행기 어떻게 타…”
“그러니까 적당히 하라고 했잖아.”
“적당히 할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어젯밤.
레스토랑에서 초호화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슬아가 아는 사람을 만나버렸다.
레스토랑 평가 시험에 도움을 줬던 셰프와 요리사들이었다.
‘이런 것도 운명!’ ‘우리 덕분인데 한턱 쏴야지!’를 연발한 요리사들에게 끌려 호텔 바로 향했고, 결국 바텐더가 강제로 쫓아낼 때까지 뒤풀이를 하게 되었다.
“너네는 한 시간 남았네? 빨리 게이트로 가 봐.”
“형 혼자 안 외롭겠어요?”
“내가 애냐?”
“그러면 셰프, 조심하세요!”
“선물 사 와요, 형!”
슬아와 데니는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한길의 목적지는 다르다.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를 경유해서 카탈루냐의 피게레스라는 곳으로 간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20분이나 달려야 도착하는 로사스라는 작은 해안 마을이 최종 목적지다.
즉, 목적지는 스페인이다.
스페인 요리를 배울 생각은 없다.
2호점을 위해서라면 이탈리아를, 그게 아니라면 모처럼의 유럽이니 프랑스로 가고 싶었지만. 한길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 무조건 스페인에 가야 한다고 했었다.
– 대부의 귀환이라니까요? 이 사람은 전설이야, 전설! 셰프 안가면 제가 가요?
– 어차피 스페인 요리도 아냐. 이 사람 요리는 국적이 있는 요리가 아니거든.
– 셰프, 이건 생각해 볼 것도 없습니다. 무조건 가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에 있는 일류 셰프들이 모두 이 사람의 주방을 거쳤습니다.
스페인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페인에 사는 셰프에게 배우기 위해 가는 거다. 모두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셰프라고 평하는 인물을 만나기 위해.
‘그러고 보니 현실에서는 처음이네.’
그동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승을 많이 만나온 한길이지만, 모두 퀘스트 속에서였다.
현대의 스승은 처음이다.
과거가 아닌, 현대에서 배울 건 뭐가 있을지…
–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항공편 IB2045, 보딩 시작합니다.
안내 방송을 듣고 한길은 서둘러 게이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