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12)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12화(212/325)
212. 파트 배정
다음날.
“당근은 이제 됐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기본적인 채소 손질을 마친 후, 본격적인 밑 작업의 시간이 다가왔다.
한길은 준비된 자세로 안토니오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중앙을 벗어나야지.’
최셰프의 추측에 의하면, 파트 배정은 내일 즈음에 이루어진다. 이런 레스토랑에서는 오픈 최소 사흘 전부터 손발을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이 실력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
어제 내내 중앙에서 멀뚱멀뚱 서 있었던 만큼, 오늘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르곤졸라 풍선’을 아는 사람 있습니까?”
안토니오의 말에 열 명도 넘는 실습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중에는 한길도 포함되어 있었다.
‘직접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대략적인 조리법은 파악하고 있었다. 어제 술자리가 끝난 후, 새벽까지 페르난도의 유명 요리를 검색하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습한 사람은 한길만이 아닌 듯했다. 어제보다 손을 든 인원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걸 보면.
“행크, 라엘라, 에두아르도. 부탁드립니다. 저쪽에 준비물이 마련된 작업대가 보이죠? 먼저 가 있으면 저도 조금 있다 가겠습니다.”
“오이도.”
“오이도.”
선택받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동안, 선택받지 못한 자들에게는 별도의 명령이 내려졌다.
“매튜로부터 오른쪽은 고르곤졸라 반죽을 만들겠습니다. 나머지는 어제 만들었던 두유를 더 만들도록 하죠.”
“오이도.”
“오이도.”
오늘도 안토니오는 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단순 노동을 할 자와 조리 노동을 할 자를 걸러내는 것.
첫 미션부터 조리 노동조에 발탁되었으니, 시작이 좋다.
‘실험실 같네.’
작업대에는 준비물이 이미 세팅되어 있었다. 주사기, 풍선, 공기 주입기, 자, 액체 질소 통과 스테인리스 볼.
이 모습만 보면, 주방보다는 과학 실험실 같았다.
“잠시 후 저쪽에서 반죽을 가져다줄 겁니다. 반죽의 용량은 30mL, 풍선의 지름은 15센티로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러 오겠습니다.”
“오이도.”
“오이도.”
안토니오는 간단한 지시만을 내린 후, 자리를 떴다. 얼마 후, 중앙 작업대의 실습생이 고르곤졸라 치즈 반죽을 가져다주었다.
‘괜찮겠지?’
인터넷으로 열심히 관련 정보를 찾아봤지만, 직접 만들어보는 건 한길도 처음. 하지만 크게 어려운 요리는 아니니 자신은 있었다.
한길은 우선 주사기를 이용해 풍선 안에 고르곤졸라 반죽 30mL를 채워 넣었다. 그 후로는 공기 주입기를 이용해 풍선을 부풀렸다.
풍선의 지름 15센티.
원하는 크기에 도달하면 공기 주입기를 제거하고 풍선을 묶었다.
어떻게 보면 물풍선과 비슷했다.
물 대신 소량의 고르곤졸라 반죽이 들어가 있다는 게 다르지만.
“행크, 이거 지금 쓸 거야?”
“어, 고마워.”
한길은 라엘라가 건네준 액체 질소 통을 받아들었다. 안전을 위해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후, 스테인리스 볼 안에 액체 질소를 따르자, 드라이아이스처럼 자욱한 하얀 안개가 퍼졌다.
이것이 마지막 단계.
액체 질소 위에서 풍선을 굴려주면서 얼리는 작업이다.
액체 질소의 온도는 약 영하 196도.
풍선 안의 고르곤졸라는 액체 질소에 닿는 순간, 즉시 냉각되어 굳어버린다.
마지막으로 가위로 풍선을 잘라 제거하면 완성. 풍선 모양대로 동그랗게 얼어버린 고르곤졸라 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이 ‘고르곤졸라 풍선.’
어떻게 보면 동그란 타조알 같이 생기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공처럼 생기기도 했다.
한길이 지금껏 접해온 요리와는 너무 달랐다.
“마쳤습니까?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오이도.”
안토니오는 완성된 고르곤졸라 풍선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폈다. 한길의 풍선을 볼 때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려 혹시 실수가 있었나 긴장했지만,
“좋군요. 이대로 서른 개만 더 만들어봅니다.”
“오이도.”
“오이도.”
다행히 무사히 통과했다.
서른 개의 고르곤졸라 풍선을 만든 후 다시 중앙 작업대로 돌아가니, 다음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사라지는 라비올리’를 만들겠습니다. 아시는 분? 숀, 프릿폴, 그리고… 행크 이쪽으로 와주세요.”
이번에도 한길은 손을 들었고, 다시 한번 조리조에 발탁되었다.
“이건 너무 유명해서 설명을 안 해도 되겠죠? 나중에 확인하러 오겠습니다.”
“오이도.”
“오이도.”
‘사라지는 라비올리’는 페르난도의 시그니처 요리 중 하나.
라비올리는 이탈리아식 만두라고도 불리지만, 페르난도의 라비올리는 파스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밀가루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밀가루 만두피 대신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것.
‘이게 오블라투구나.’
오블라투(obulato)는 감자 전분과 대두 레시틴으로 만든 재료로, 어떻게 보면 라이스 페이퍼와도 유사하게 생겼지만. 훨씬 더 투명하고 티슈처럼 얇다.
가끔 껍질째 먹는 사탕에 사용되는 재료로, ‘먹을 수 있는 포장지’라고도 불린다. 특이사항은 물에 닿으면 금방 녹지만, 기름에는 녹지 않는다는 점.
페르난도는 오블라투 만두피 안에 잣기름, 잣, 그리고 잣 시럽을 채워 넣은 투명한 라비올리를 만들었다.
‘조금 까다롭기는 하네.’
만드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내용물을 흘리지 않으면서 밀봉하는 작업은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다. 손이나 접시에 물기가 있으면 만두피가 바로 녹아버리니 주의가 필요하기도 했고.
‘이번에도 보고 있네?’
작업 중 따끔한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안토니오가 한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저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페르난도의 3문 3답 때도 그랬고, 어제의 자유시간 재료 탐험 때도 그랬고. 여기에 도착한 후로 한길은 줄곧 눈에 띄는 행동만 했으니까.
하지만 눈에 띈다는 건 양날의 검.
주목을 받으니 좋지만, 그만큼 실수를 하면 들킬 가능성도 커진다.
한길은 심혈을 기울여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사라지는 라비올리’를 완성했다.
‘진짜 먹어보고 싶게 생겼네.’
완성된 요리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삼각형 모양의 투명 비닐.
그 안에 담긴 노란 잣기름과 앙증맞은 잣 두 알.
마치 투명한 비닐봉지 안에 가둬둔 금붕어를 보는 기분이었다. 맛있어 보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먹어보고 싶은 요리였다.
「만두피 같은 쫄깃한 탄성은 없는 걸까? 씹어서 터지는 맛이 아니라 저절로 피가 사라지면서 터지는 맛? 그래서 ‘사라지는 라비올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궁금증을 공책에 메모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한쪽 입꼬리를 씰룩거리는 라엘라가 눈에 비쳤다. 저건 좀도둑을 감시하는 가게 주인의 얼굴.
‘이번에는 포기하자.’
가능하면 몰래 맛보고 싶었지만, 보는 눈도 많고 준비물의 수량이 너무 적다.
「오블라투와 오블라투 밀봉기를 따로 구입해서 숙소에서 시도해볼 것!」
메모하는 동안 안토니오가 다가와 다시 최종점검을 했다.
“좋네요. 이대로 사용하겠습니다.”
“오이도.”
“오이도”
이번에도 합격점.
하지만 방심은 할 수 없다.
미션은 끝난 게 아니니까.
“다음은 토끼 손질을 시작하겠습니다. 여기서 토끼를 손질할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이번에도 한길이 손을 들었다.
“디에고, 에릭, 케이트, 라엘라, 그리고.. 행크.”
한길의 이름을 발음할 때, 안토니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상해 보이기는 할 거다. 어제는 한 개의 요리도 몰랐는데, 오늘은 부르는 대로 전부 다 알고 있었으니까.
다른 실습생들도 오늘을 위해 예습을 했지만, 페르난도의 창작 요리는 천 개가 넘는다. 하룻밤 안에 그 많은 요리를 전부 외울 수는 없는 노릇.
그건 한길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저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역시 재료를 봐두길 잘했네.’
한길은 어제 냉장고와 팬트리 안의 재료를 모두 봤다. 재료가 담긴 통의 라벨에는 각 재료의 유통기한이 적혀 있었고.
즉, 빠른 시일 내로 소비해야 하는 재료를 미리 알고 있던 것. 그 재료를 사용해 만들 수 있는 페르난도의 요리만 집중적으로 검색해서 공부했으니, 적중률이 높았다. 어떻게 보면, 시험 범위를 알고 준비한 셈이니까.
“잠시만 기다리면 토끼를 가져올 겁니다.”
안토니오를 따라 별도의 작업대로 이동하자, 잠시 후에 보조들이 커다란 상자를 여럿 들고 나타났다.
“윽..”
“헉…”
그리고 주위에서 당황하는 반응이 들려왔다. 손질해야 하는 토끼가 예상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상자 하나에는 동그란 토끼 머리만 있었다. 가죽을 모두 벗겨낸 토끼 머리에는 가지런한 치열이 그대로 보였는데, 그 모습이 인체 모형을 떠올리게 했다. 또 다른 상자에는 털이 그대로 붙어있는 토끼 귀가 들어 있었다.
상자의 내용물을 본 실습생 한 명이 손을 들어 올렸다.
“네, 디에고.”
“죄, 죄송하지만 토끼 머리는 손질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저희 방식이 따로 있어서 지금부터 알려드릴 참이었습니다.”
“그, 그게…”
“힘들면 안 해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안토니오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중앙 작업대로 향한 후, 다른 실습생을 데려왔다.
“그러면 지금부터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잘 보세요.”
“오이도.”
“오이도.”
안토니오는 동그란 토끼 머리 하나를 집어서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식칼을 두개골에 갖다 댔다.
“이쯤에 칼날을 넣어야 합니다. 너무 힘을 많이 주면 뇌막이 찢어져서 뇌 조직이 사방으로 튀고 상당히 지저분해지죠. 힘 조절에 유의해 주세요.”
안토니오는 식칼로 토끼의 머리를 반으로 가른 후, 반쪽짜리 머리를 들고 머리 안에 있는 뇌를 숟가락으로 떠냈다.
뇌는 별도의 용기에 담고, 특이한 집게를 가져와 혀를 뽑았다.
다음은 토끼의 귀.
새끼 토끼인지, 앙증맞은 크기의 귀에는 빳빳한 털이 아니라 솜털이 나 있었다.
“토끼 귀는 털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오기 때문에 직접 제거합니다. 이 귀는 바로 튀김으로 만들 건데, 이물질 제거가 가장 중요하죠.”
안토니오는 끓는 물에 귀를 데친 후, 면도칼과 같이 생긴 도구로 표면을 살살 긁어서 솜털을 모두 제거했다. 다음으로는 면봉으로 귀 구석구석 숨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한 후, 꼬챙이에 꿰어서 쟁반 위에 평평하게 놓았다.
“이대로 부탁드립니다.”
“오이도.”
“오이도.”
명령을 들은 실습생들은 침울한 얼굴로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겪은 시련과는 또 다른 시련. 한길의 옆에 있는 라엘라는 토끼 귀를 바라보며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얼마 후.
묵묵하게 작업하는 한길에게 라엘라가 말을 걸어왔다.
“행크, 넌 왜 이리 잘해?”
“뭐가.”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애들을 다루는데 그렇게 망설임이 없어? 누가 보면 연쇄살인마인 줄.”
라엘라의 눈에는 알 수 없는 원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건 말이 너무 심한데?”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무 주저함이 없으니까…”
“그런가?”
주위를 보니, 토끼를 손질하는 사람들 모두 안색이 지나치게 창백했다. 몇 명은 헛구역질을 간신히 참고 있었고.
‘하긴, 나도 처음에는 거부 반응이 있었으니까.’
현대 주방에서는 육류가 어느 정도 손질되고 가공된 상태로 들어온다. 선홍빛 살코기는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처럼 깨끗해서, 원래 살아있는 짐승의 피와 살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기 쉽다.
하지만 퀘스트 속은 다르다.
고기를 먹고 싶으면 직접 살아있는 짐승의 숨을 끊고 도축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 약간의 거부 반응이 있었지만. 이 과정을 자주 겪다 보니 갈수록 목숨을 바친 짐승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피 한 방울, 내장 하나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재료다.
그것보다 신경 쓰이는 점은 따로 있었다.
「왜 토끼 머리와 귀만 쓰는 걸까? 페르난도의 요리는 새로움이 중요해서? 살코기는 이미 너무 많은 조리법을 시도해서 새롭지 않을 수도? 페르난도 요리는 특이한 재료에서 시작된다?」
메모를 마친 후 고개를 들자, 이번에도 안토니오와 눈이 마주쳤다.
‘진짜 왜 저러는 거지?’
단순하게 궁금해서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안토니오가 누구에게 부탁을 받아서 한길을 감시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수는 절대 하면 안 돼.’
한길은 감시 아래에서도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결과는 대만족.
한길은 이날, 중앙 조리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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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채소 손질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다음날.
안토니오는 출근하자마자 실습생들을 줄 세워놓고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파트 배정이 있겠습니다.”
그 한 마디에 좌중이 고요해졌다.
공기 중을 가득 메우는 긴장감.
“지금부터 호명 받은 사람들은 즉시 해당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주세요. 35명의 실습생 중 20명은 파트장의 보조로, 15명은 메사 센트랄에서 작업하게 될 겁니다. 콜드 스테이션 파트. 아메드, 케이트. 스타터 1 파트. 프릿폴, 샬럿, 에두아르도…”
안토니오는 시간을 단 1초도 허비할 수 없다는 태도로 호명을 했고, 이름이 불린 사람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쉬움과 안도가 반반 섞인 표정이었다.
1지망인 크리에이티브 파트에 붙지 못한 아쉬움. 하지만 최하 파트인 메사 센트랄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크리에이티브 파트의 순서가 다가오자, 남은 실습생들은 기대감에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다음은 크리에이티브 파트. 크리스토프, 라엘라, 클레어, 앤서니. 크리에이티브 파트는 주방에서 작업하지 않습니다.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의 가장 끝에 하비에르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주세요.”
“오이도.”
“오이도.”
역시나 당첨된 이들은 하나같이 명문 레스토랑 출신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구매 파트, 행크. 담당자는 파코입니다. 파코 역시 개인 사무실에서 작업하는데, 하비에르의 사무실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주세요.”
“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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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네?”
예상대로, 구매 파트의 파트장은 어제 팬트리에서 마주친 파코였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얼굴에 홍조가 전혀 없었다.
“오늘부터 구매 파트에 배정된 행크입니다.”
“그래, 그래! 잘 왔어! 합격할 줄 몰랐는데, 다행히 통과했나 봐?”
“파코가 선택해주신 것 아닙니까?”
“한 표 던지긴 했지만 내 표만 유효한 건 아니라서, 하하하.”
파코는 솥뚜껑 같은 손으로 한길의 등짝을 세게 두드리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한길의 손에 강제로 종이 하나를 쥐여주었다.
“자세한 업무 설명을 해주고 싶지만, 지금이 가장 바쁠 시간이라서. 미안하지만 바로 할 일 좀 해줘야겠어. 그 목록에 나와 있는 재료 중 6번에서 10번까지를 찾아서 들고 와 줘.”
파코가 건넨 종이에는 총 10개의 재료가 적혀 있었다.
1 마토 치즈 (mato)
2 엘더플라워 주스
3 스네이크 후르츠
4 체리모야 (cherimoya)
5 피코이드 글라시알 (ficoide glaciale)
6 오카 (oca)
7 노팔 (nopales)
8 블랙 래디쉬
9 아귀 간
10 고사리순 (fiddlehead)
생소한 재료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지만, 어제 재료 창고를 모두 확인했으니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내가 1번에서 5번까지 준비할 테니까 행크는 6번에서 10번까지. 분량은… 아, 그러고 보니 올해 크리에이티브 파트는 보조가 몇 명이지?”
“4명입니다.”
“하비에르까지 포함하면 5명, 너랑 나도 있으니까 7명. 페르난도도 있으니까 8명이지만… 뭐, 페르난도는 여유분을 준비하는 걸 좋아하니까 넉넉하게 10명이 시식할 수 있는 분량으로 준비해줘.”
준비하는 건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 건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이 재료로 무얼 하시려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알고 움직이면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맞다! 이거 프로덕션 단계에서 활동하는 게 하도 오랜만이라 순서가 뒤죽박죽이구먼, 하하하.”
파코는 특유의 웃음을 터트린 후,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11시에 페르난도에게 10개의 재료를 보여줘야 해. 그걸 페르난도가 크리에이티브 파트와 함께 시식한 후에 신메뉴를 개발하지.”
“그렇군요.”
새삼 안토니오가 왜 한길을 그렇게 유심히 지켜봤는지, 왜 ‘이 주방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느냐’고 물었던 건지,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온 실습생들은, 하나같이 페르난도와 말 한 번이라도 섞어볼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길이 새로 배정받은 자리는 매일같이 페르난도와 마주치는 자리였다. 마주칠 뿐만 아니라….
‘시험인가.’
매일같이 페르난도 앞에 새로운 재료를 선보이고 시험받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