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15)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15화(215/325)
215. 왜 프랑스지?
“모르는 게 그렇게 이상합니까?”
한길이 되물었지만, 파코는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하비에르, 이 자식 예리한데? 이제라도 물려야 하나? 아니, 이 정도 상식도 없이 여기까지 온 게 어떻게 보면 더 대단하기도 하고… 그래, 외국인이니까 모를 수도 있지…”
핸드폰을 꺼내든 파코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큰 결심을 내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가 무슨 얘기 중이었지?”
“클래식 훈련이 뭔지 여쭤봤었습니다.”
“음, 이게 뭐 정확한 사전적 정의가 있는 건 아니고. 우리 때만 해도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도제식 훈련받는 걸 뜻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요리 학교도 클래식 훈련으로 여겨지더라고. 뭐,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프랑스 요리 기술을 집중적으로 배웠다는 거지.”
‘또 프랑스 요리인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예전부터 듣긴 했었다. 양식의 기본은 프랑스 요리라고. 그 이유는 프랑스가 유럽문화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라고.
모두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지만. 들은 걸 억지로 외우는 상식일 뿐, 진심으로 이해하고 납득하는 건 아니었다.
왜 양식의 기본은 프랑스 요리일까?
오히려 인기나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이탈리아 요리가 더 뛰어나지 않나?
프랑스 요리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한길 역시 라따뚜이나 베샤멜 소스 등 몇몇 프랑스 레시피를 만들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왜 양식을 전문으로 하려면 파스타 대신 프랑스 요리를 배워야 한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지금껏 당연하게 여겼던 사실들이, 갑자기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은…
“파인 다이닝을 하려면 클래식 훈련이 꼭 필요한가요?”
“있으면 좋지.”
한길의 레스토랑은 프랑스 요리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프랑스 유학파인 최셰프와 요리 전문학교 출신인 유셰프가 헤드셰프로 있긴 했지만, 적어도 한길은 프랑스를 의식하고 레스토랑을 운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한길의 레스토랑은 파인 다이닝으로써 한계가 있다는 걸까?
여러 생각이 떠올라 괜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런 심란함이 한길의 얼굴에 비쳤는지, 파코가 다시 입을 열었다.
“클래식 음악이 뭔지는 알고 있지?”
“베토벤 같은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그거랑 같다고 보면 돼.”
“….”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쳐. 혼자 건반을 두드려가면서 배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하지만 대부분은 악보 읽는 법부터 배우고, 이론을 배우고, 클래식 연주부터 시작하잖아?”
“그렇죠.”
“특히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클래식 훈련은 당연히 거치지. 클래식이 아니라 재즈를 전문으로 하는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클래식으로 시작하고. 안 배워도 성공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배워두면 유리해.”
“그렇군요.”
아직 확 와닿는 건 아니었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다.
한길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지도 어느덧 10년이다. 지난 10년간 독학으로 배운 것과 지난 며칠간 실습생으로서 배운 걸 비교하면,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만약 이런 실습 생활을 10년 이상했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했을 터.
‘뭐, 지금 와서 이런 생각 해도 소용없지만.’
아쉽긴 했지만, 이제 와서 자신이 키워온 레스토랑을 내팽개치고 실습생 생활을 길게 할 생각은 없었다.
“혹시…”
또 다른 질문을 하려 했지만, 파코가 손을 들어 올리며 한길을 막았다.
“미안한데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지. 별로 좋아하는 주제는 아니거든. 정 하고 싶으면 나중에 실습생들 모아놓고 찬반론이라도 펼쳐보든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 이 이상의 대화는 거부하는 모습이었다.
“그것보다는 하비에르 공략법에 대한 팁 좀 전수해줄까? 내가 계란 얘기를 해줬던가?”
“계란이요?”
“어, 하비에르 앞에서는 절대로 계란을 모서리에 깨는 짓은 하지 마. 꼭 평평한 곳에서 깨트려. 그러는 편이 껍질에 있는 오염성분이 덜 들어가거든. 이거 안 하면 ‘제대로 된 주방에서 안 배웠네’ 소리 나오니까 절대 주의하고.”
궁금증 해결은 나중이다.
한길은 공책을 꺼내 파코가 알려주는 공략법을 열심히 필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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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억울하지 않아?”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 안.
라엘라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뭐가?”
“결국 우리 둘 다 시식이 가능한 파트로 갔잖아?”
“그렇지.”
“이럴 줄 알았으면 몰래 재료 주워 먹고 다니지도 않았을 텐데.”
“맞아.”
“실제로 나는 한 번 들켜서 주의를 듣기도 했고. 괜히 점수 깎아 먹었다고 생각하면 속에서 열불이 난다니까?”
“그렇네.”
“왜 그리 남의 일처럼 말해? 나보다도 더 도둑질을 많이 한 사람이.”
한길이 건성으로 대답하자, 라엘라가 불만스레 얼굴을 찡그렸다. 그 후로도 무언가 더 투덜거리는 것 같았지만, 솔직히 딱히 관심은 가지 않았다.
아까 파코와 나눈 대화가 신경 쓰였던 탓이다.
“라엘라, 가볍게 한잔 어때?”
“지금? 어제도 마셨잖아.”
“갑자기 술 생각이 나서.”
한길의 제안에 라엘라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어딘가 불편해하는 얼굴.
“그… 원래 이쪽 업계에서는 그러니까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엘라가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보다 더한 말도 들어왔거든. ‘너는 되먹지도 못한 쓰레기’라든지, ‘너 따위가 셰프가 될 것 같냐’라든지, 그런 말은 밥 먹듯이 듣잖아? 오히려 하비에르 정도면 신사적으로 말한 거고…”
그러고 보니 아까 하비에르가 한길에게 한 소리할 때, 크리에이티브 파트의 실습생들 모두가 듣고 있었지.
아무래도 라엘라는 한길이 하비에르의 말에 상처 입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완전 잊고 있었는데…’
괜한 트집을 잡았으면 모를까. 적어도 오늘 하비에르가 한 말은 딱히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한길이 기본 조리 용어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건 따라잡으면 그만이다. 기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이미 알고 있는 조리법의 정식 명칭을 외우면 되는 거니까. 그 외에도 양파 피케 같은 것들을 알아내서 암기하면 그만이고.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이걸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는 걸까 싶었지만,
“그래, 이럴 때는 한잔하는 게 좋지! 마시고 잊어야 강해지는 거니까!”
이 오해 덕분에 라엘라가 술자리에 응한 것 같아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매튜랑 크리스토프도 같이 가도 될까? 술값은 내가 낼 테니까.”
“음, 매튜도?”
“네 룸메이트도 부르면 좋고.”
“괜찮겠어? 인원이 너무 많지 않아?”
“사람은 많을수록 좋지.”
“그래도 비용이…”
“그건 신경 안 써도 돼. 올 수 있는 사람은 다 부르고 싶거든.”
참석자는 많을수록 좋다.
파코의 말대로 해볼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 정 하고 싶으면 나중에 실습생들 모아놓고 찬반론이라도 펼쳐보든가.
한길은 내친김에 실습생들을 한데 모아놓고 좌담회를 열 생각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한길은 매튜와 크리스토프에게도 술자리 제안을 했다. 사람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신이 난 매튜가 이방 저방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인원은 총 13명.
명문 레스토랑 출신이 8명, 일반 실습생은 한길을 포함해서 5명.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이곳의 실습생 대부분은 지나칠 정도로 목표지향적이었고, 친목을 다지러 이곳에 온 게 아니라는 오라를 풍기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많이 모인 편이다.
이 인원을 모두 수용 가능한 라운지 바를 찾아 자리를 잡고, 적당히 요리를 시켰는데도 다들 서먹서먹했다. 아직은 서로를 견제하는 느낌.
“한 잔씩 마실 사람들은 시켜도 돼.”
“진짜 행크 네가 쏘는 거야?”
“어, 진짜 괜찮으니까 비용은 신경 쓰지 말고.”
맥주를 한 잔씩 돌리니 조금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추가로 와인 몇 병을 돌리니, 대화가 더 활발해졌다.
“스타터 파트는 어때? 나도 거기 가고 싶었는데…”
“실제로 하는 일은 메사 센트랄과 크게 다르진 않았어. 적어도 오늘은.”
“잘만 하면 중간에도 옮겨 주는 걸까?”
“글쎄.”
모두의 혀가 적당히 풀어질 무렵, 한길은 본격적으로 좌담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프랑스 요리의 특징이 뭘까?”
“프랑스 요리의 특징?”
“한국에서는 프랑스 요리가 별로 인기 있는 편은 아니거든. 그래서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은데, 개별 레시피가 아니라 요리 전체의 특징이 뭘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쉬운 것 같으면서도 사실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인에게 한식의 특징을 설명해 보라고 해도, 사람마다 다른 말이 나올 테니 말이다.
“프랑스 요리는 역시 소스지? 모체 소스도 다 프랑스에서 온 거니까.”
“아니, 프랑스 하면 기술이지. 플람베나 브헤제 같은 거?”
“나는 저온 장시간 조리가 제일 특징적인 거 같은데?”
“프랑스 요리하면 무조건 제철 재료지.”
이런저런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개중에는 한길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 있는가 하면, ‘그건 다른 요리도 마찬가지잖아?’ 생각이 드는 말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길은 조용히, 두서없이 쏟아지는 말들을 머릿속에 메모했다. 그리고 정보 취합을 완료한 후에는, 가장 중요한 주제를 던졌다.
“파인 다이닝을 하려면 클래식 훈련이 꼭 필요한 걸까?”
말을 꺼내자마자 파코가 왜 진절머리가 난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자기 격한 토론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클래식 훈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딱 보면 티가 난다니까? 적당히 좋은 요리 한두 개는 만들 수 있을지언정, 그 이상은 진화를 못 해.”
“그건 편견 아냐? 클래식이 언제적 클래식인데. 솔직히 요즘은 아시안이나 에스닉 퀴진을 접목한 퓨전이 더 핫하잖아?”
“기본도 없이 만드는 퓨전은 퓨전이 아니라 컨퓨전이야. 혼란 그 자체라고.”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거지. 솔직히 지난 10년간, 클래식이 주목받은 적이 있었나?”
“요리는 진화하는 거야. 누벨 퀴진도 오트 퀴진이 없었으면 생기지 않았을 테고, 다음 트렌드도 누벨 퀴진을 모르면 나올 수가 없어.”
“그럴 거면 프랑스나 갈 것이지 여긴 왜 온 건데?”
“네가 몰라서 그러나 본데, 페르난도도 클래식 훈련을 받았거든? 이번에 더불독의 이름을 더불독1846으로 바꿨잖아? 1846는 에스코피에 생년에서 따온 거고.”
클래식 훈련 찬성파와 반대파가 대립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졌다. 여기저기서 인상을 쓰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고함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화가 사그라들 즈음에 한마디를 던지면, 금세 다시 불이 지펴졌다.
“앞으로도 계속 볼 사이니까 말은 너무 험하게 하지 말고, 내일도 일해야 하니까 이제 그만 일어날까?”
한길이 미소를 지으며 계산대로 향하자, 등 뒤에서 라엘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무슨 꿍꿍인데?”
“뭐가?”
“평화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왜 애들 싸움을 붙이는 건데?”
“싸움은 무슨. 그냥 대화하자는 거였지.”
분위기는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괜찮은 정보를 꽤 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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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숙소로 돌아온 한길은, 거실에서 한국과 영상통화를 했다. 적당히 업무 얘기가 마무리될 때 즈음, 최셰프와 유셰프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두 분은 파인 다이닝에 클래식 훈련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최셰프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 당연히 찬성파일 것이다.
유셰프는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프랑스에 적대적인 인물이었다. 슬아의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불란서 놈들’이라는 말을 수백 번도 넘게 들었으니까. 이쪽은 아마도 반대파.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훈련에만 너무 익숙해 지면, 룰에 집착하느라 사고방식이 다소 경직되어 버리거든요.
― 아니, 절대적으로 도움이 돼요. 구구단을 외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구구단을 외워 놓으면 두자릿수, 세자릿수 곱셈도 할 수 있잖아요? 안 외워도 계산은 할 수는 있겠지만 훨씬 오래 걸리겠죠.
프랑스 출신인 최셰프는 중립. 프랑스 혐오증을 앓고 있는 유셰프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쪽이었다.
“의외네요.”
― 셰프도 경험해보면 알 거예요. 프랑스 특유의 완벽을 추구하는 느낌이 있거든요. 타협이 없는 요리라고 해야 하나? 1년만 경험해도 요리를 보는 시각이 전혀 달라진다니까요?
― 있으면 좋지만, 꼭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 셰프는 절대 필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 왜요? 비싼 돈 들여 그쪽까지 가신 김에 프랑스도 한번 갔다 오면 좋잖아요? 기다린다고 젊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이 더 들면 스타쥬로도 안 뽑아줘요.
― 아니, 셰프는 이 이상 자리를 비우시면 안 됩니다.
― 에이, 최셰프님과 제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이쪽에도 갈등이 생기고 있었다. 아까 실습생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저는 여기 스타쥬가 끝나면 무조건 돌아갈 겁니다.”
― 물론이죠! 하지만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프랑스 쪽으로도 언제든 자리를 알아봐 드릴 수 있으니까요.
대충 대화를 마무리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한길의 침대 위에 처음 보는 책이 놓여 있었다.
<프랑스 요리 레파토리>라는 제목의 책.
두께는 백과사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하루 이틀 본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이틀이나 연속으로 얻어 마셨으니까. 잠깐 빌려주는 거야, 이틀 동안만.”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주인은 크리스토프.
침대에 누워 등을 돌리고 있어 자는 줄 알았는데, 아직 깨어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고맙다.”
“잘 거니까 불 꺼.”
한길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조명 삼아 한 장, 한 장 책을 넘겨 보았다.
백과사전에는 육수 종류만 19개, 소스는 121개, 버터는 18개가 수록되어 있었다. 거기에 채소별, 육류별 레시피까지… 대충 후루룩 훑어서 봤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이건 이쯤하고, 다른 것도 알아봐야겠지?’
책을 덮은 후, 한길은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프랑스에 각 시대별로 전쟁이 일어난 시기와 지역,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와 지역 등등. 알아두면 좋을 큼지막한 사건이나 배경은 최대한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현실에서 여행을 가도 준비할 게 많은데, 시간 여행은 두말할 것도 없으니까.
‘이 정도면 되려나?’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는 이미 해가 뜨고 있었다.
한길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시야 한쪽에 있는 카운트다운 시계를 바라봤다. 쿨타임은 이미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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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쿨타임은 이미 몇 주 전부터 채워져 있었다. 아직 로마나 이탈리아를 재진입할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스테이지는 언제든 진입 가능하다는 안내창이 뜨기도 했고.
하지만 한길은 서둘러 진입하는 대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회를 함부로 쓸 수는 없으니까.’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간 여행을 갈 만큼 한가하지는 않다.
기왕 스테이지에 진입할 것이라면, 앞으로 열릴 3호점에 유리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3호점의 컨셉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지금까지 미뤄뒀을 뿐.
‘지금도 컨셉은 미완성이지만….’
파인 다이닝의 근간이 된다는 프랑스 요리를 경험하고 결정을 내리는 게 좋아 보였다.
한길이 상점의 [보상] 탭을 열자, 익숙한 목록이 떴다.
+
▶ 스테이지 체험권 (2장):
퀘스트 (1)회로 구성된 스테이지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 스테이지 지정권 (1장):
차기 스테이지의 지역 혹은 시대를 지정하고 진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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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체류 기간이 꽤 길다. 스테이지 지정권은 조금 더 명확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쓰는 게 좋을 거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스테이지 체험권을 사용하겠습니까?] [Y/N]선택을 마치자, 지금껏 봐온 것과는 조금 다른 형식의 반투명 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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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할 스테이지를 선택해 주세요.
1 중국
2 한국
3 프랑스
4 멕시코
…
14 인도
15 스페인
※ 체험 스테이지에는 히든 퀘스트가 없습니다.
※ 체험 스테이지의 시대는 최적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플레이어에게 가장 적합한 시대로 지정됩니다.
+
고민은 없었다.
선택을 마치자, 익숙한 어둠이 찾아왔다.
암전된 시야에는 하얀 반투명 창만이 떠 있었다.
[체험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체험 스테이지: 프랑스 (174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