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22)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22화(222/325)
222. 평범한 의뢰가 아니야
한길은 곧바로 작업실로 돌아가 니콜라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
주변 로티세리에서 무티에르의 주문을 거부하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다고 해도, 아직 정식 견습생도 아닌 한길이 멋대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는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날파리 새끼들! 쓰레기 자식들! 이런 썩을…”
니콜라는 얼굴을 붉히며 흥분했다. 거친 욕설을 뱉어내기를 한참. 눈을 질끈 감으며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은 니콜라가 사람을 보내 무티에르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견제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마스터. 로티세리에서 저희에게 내줄 물건은 없답니다.”
“그런가.”
소식을 전해 들은 무티에르는 심각한 얼굴로 미간을 구겼지만, 입을 꾹 다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하기를 몇 분.
참다못한 니콜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범인은 로티세리 길드겠죠?”
“그들이 이럴 이유가 있나.”
“최근에 저희가 대관 장사를 많이 했으니까요. 왜, 재작년에도 그런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자기네 손님이 줄어든 것을 저희 탓으로 돌리고 비겁한 짓을 한 적이…”
니콜라는 로티세리 길드를 의심하고 있었다.
최근 무티에르는 레스토랑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로티세리에서 로스트를 구매하는 손님들이 줄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전에도 무티에르를 시기한 로티세리 길드가, 길드원 전체를 동원해서 로스트 판매를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경쟁이 심하네.’
무티에르가 앞으로 전쟁이 될 거라는 말을 했지만, 이곳의 외식업 경쟁은 생각보다도 치열했다.
“지들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될 것이지, 꼭 실력이 없는 것들이 이딴 비겁한 수나 쓰는 것 아닙니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마스터! 정면으로 맞서 싸우죠!”
“우리에게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에 위반되는 건 아니잖은가. 잠깐 진정하지.”
“이게 진정할 일입니까? 이 새끼들이 지금 저희에게 경고하는 것 아닙니까! 알아서 손님 수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물건을 안 주겠다고. 치사하게 뒤에서 수작이나 부리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습니까!”
한길은 오늘 만난 로티세리 주인들을 떠올려보았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한길이 조용히 입을 열자, 니콜라가 싸늘한 눈으로 한길을 쏘아보았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적어도 그들이 저한테 보인 태도는, 경고하는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눈치를 살피는 쪽에 가까웠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내일 하루는 납품을 못 하지만, 그 후에는 꼭 다시 찾아와달라는 뉘앙스였습니다.”
“내일 하루만이라…”
무티에르는 턱을 괴고 한길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잠시 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른 트레퇴르의 짓일 수도 있겠군.”
“다른 트레퇴르요?”
“이번 의뢰는 원래 우리 의뢰가 아니었거든.”
무티에르는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한 후, 말을 이어갔다.
“원래는 무슈 투르네엠이 이번 의뢰를 다른 트레퇴르에게 맡겼었지. 무슈 네베르의 추천을 받은 후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다른 연회 요리사의 의뢰를 무티에르가 가로챈 상황이라는 말이 된다. 처음에 의뢰를 받았던 연회 요리사가 그걸 좋게 볼 리 없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한길과 달리, 니콜라는 무티에르의 설명이 납득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고작 한 명의 요리사가 이런 짓을 벌였다는 말입니까, 마스터? 이 주변 로티세리를 다 매수했다고요? 들어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닐 텐데 왜 굳이 그런 짓까지… 해가면서… 굳이…”
니콜라는 문장을 끝마치지 못했다. 니콜라의 미간에 깊게 자리잡혀 있던 주름이, 서서히 펴지고 있었다.
“이번 의뢰, 보통 의뢰가 아니군요?”
“그런 것 같군.”
어느새 무티에르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걸쳐 있었다.
“단순히 앙심을 품고 지지른 행동은 아니겠지. 화풀이가 목적이라면 주먹을 휘두르는 편이 더 저렴하니까.”
“그렇죠.”
“분명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거지.”
“무슈 투르네엠이 고정 의뢰를 할 것 같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걸 노리는 거겠죠? 저희가 실패하면, 자기가 무슈 투르네엠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무슈 투르네엠은 금융 일을 하는 분 아닌가. 부유하지만, 사교계에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니지. 연회나 디너파티를 연다고 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일 텐데, 그런 고객을 앗아가기 위해 이 정도의 거금을 투자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
“무슈 투르네엠 정도면 돈도 많으니까 귀족들을 모으고 매주 파티라도 여시려는 것 아닐까요?”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흠, 뭔지 몰라도 뭔가 있는 거겠죠?”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한길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웃음을 숨기기 어려웠던 탓이다.
’일반 스테이지였다면 이쯤에서 퀘스트가 주어졌으려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번 의뢰는 퀘스트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한 의뢰라고.
지금까지 경험한 스테이지를 보면, 사전에 어느 정도의 로드맵이 마련되어 있었다. 같은 패턴이 적용된다면, 무슈 투르네엠이 베르사유와의 연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무슈 투르네엠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면, 베르사유에 갈 수 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어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문제는,
“로스트가 없군.”
“후우… 그러게 말입니다.”
인근 로티세리에서 로스트 판매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로스트 대신 다른 요리를 올릴 수는 없었다.
로스트는 2번째 코스의 메인 앙트레.
테이블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커다란 동그라미로, 상차림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요리였다.
한국인의 밥상에 밥과 국이 빠지지 않듯이, 이곳에서는 1코스에는 테린 요리를, 2코스에는 로스트 요리를 올려야 했다.
“다른 동네를 가볼까요? 설마 파리에 있는 로티세리 전부를 매수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조금 멀리 가본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왠지 불안하군. 주문을 받아들였다가 내일 ’사정이 생겨서‘ 만들지 못했다고 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어쩌면 우리가 주문을 넣은 후에 접근해서 그 로티세리를 매수할지도 모르고.”
“설마 그 정도까지 할까요.”
“그래도 중요한 의뢰이니 안전하게 가는 게 좋겠지.”
생각을 정리한 무티에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외출해야겠네. 무슈 투르네엠에게 다녀오도록 하지.”
“마르셀을 데려가시겠습니까?”
“아니, 혼자로도 충분해. 아직 기본 준비물도 못 만들지 않았나. 나머지 요리에 지장이 없도록 부탁하지.”
“다녀오십시오.”
무티에르가 서둘러 작업실을 나서자, 니콜라가 한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건 마스터가 알아서 하실 테니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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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하려는 걸까.’
솔직히 궁금했다.
이번 의뢰의 결과에 따라 베르사유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고객의 양해를 구하면 로스트를 안 올려도 되는 건가요?”
“그건 안 되지. 로스트는 필수야.”
“저희가 직접 로스트를 만든다면요?”
“만에 하나 들키면 압수당할걸?”
“그러면 대체…”
“질문은 그만. 너는 아직 우리 주방의 정식 견습생도 아니잖아? 이 이상은 말해줄 수 없지.”
작업하는 중간중간 니콜라에게 질문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몇 번 더 시도해 봤지만, 결국 한길은 호기심을 삼키고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생각할 여유는 없었으니까.
니콜라와 한길은 로스트를 제외한 모든 요리의 밑 작업을 미리 해두어야 했고, 그 작업량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이번 의뢰는 지난 1주일간 만들어온 서민 요리가 아니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접하는 고급요리였다.
서민 요리와 고급요리의 차이점이 뭔지, 제대로 집중하고 살펴봐야 했다. 호기심에 정신을 빼앗겨 중요한 걸 놓쳐서는 안 되었다.
‘적어도 퐁은 크게 다르진 않네.’
한길이 만들어야 하는 퐁은 부용 8종류, 쿨리 7종류, 쥬5 종류였다.
고급요리의 퐁은 조금 다른가 싶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고기보다는 채소를 더 많이 넣는 가벼운(maigre) 육수와 쥬를 더 많이 만드는 정도.
“콩소메는 밖에 내놔. 젤리처럼 굳혀서 사용해야 하거든. 다 하면 부케 가르니 시작하고. 12개 필요하니까 헷갈리지 않게 제대로 만들어.”
“네.”
부케 가르니(bouquet garni)는 허브를 부케처럼 엮은 허브 묶음이다.
굳이 허브를 꽃다발처럼 묶는 이유는 간단했다. 건져내기 쉬우니까. 양파에 정향을 꽂아 어니언 피케를 만드는 이유와 같았다.
부케 가르니에는 파슬리, 타임, 월계수 잎, 바질, 쪽파 등의 재료가 들어갔는데, 레시피에 따라 사용하는 허브 조합이 조금씩 달랐다.
한길은 각 레시피에 필요한 허브를 엮고, 노끈 대신 실파를 사용하여 작은 허브 다발을 만들었다.
“다 끝났으면 빵가루 만들어.”
“네.”
“그게 끝나면 내일 사용할 가재는 우유에 넣어두고.”
“우유에요?”
“우유에 파슬리 조금 넣고 가재를 산 채로 넣어둬. 도망가지 못하게 조금 깊은 냄비에다가.”
“왜 그렇게 하는 거죠?”
“민물 가재라 내장에 진흙이 많거든. 우유를 쓰면 이상한 냄새가 사라져.”
신기한 팁이 많았다.
하나의 작업을 마치면 바로 니콜라가 다음 작업을 주었지만, 한길은 콧노래를 불러가며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파르스(farce)를 만들지.”
“파르스는 뭐죠?”
“양배추 롤이랑 송아지 롤에 채워 넣을 속을 만들어야 하잖아? 이것도 전날 다 만들어 놔야 하거든.”
내일 올라갈 양배추 요리는 슈 알라 생 클라우드(choux a la saint cloud). 양배추 안에 고기소를 넣은, 일종의 양배추 말이였다.
송아지 안심과 돼지 뒷다릿살, 파슬리, 샬럿(shallot: 작은 양파의 일종), 라드(lard: 돼지비계)를 다져서 고기소를 만든다. 양배추 안에 고기소를 채워 넣고 말아준 후, 육수와 화이트와인 안에 반쯤 재워둔 상태로 삶아내는 요리였다.
“이번에는 파보리트 파르스를 만들지.”
파보리트(favorite)라고 불리는 요리는, 닭고기 소를 채워 넣은 소고기 말이였다.
이번에는 고기소로 구운 고기를 사용했다. 닭가슴살을 꼬챙이에 꿰어서 전기구이처럼 구워낸 후, 수엣(suet: 콩팥 주위에 있는 소기름), 허브, 계란을 넣고 잘게 다져준다. 이것 역시 소고기에 돌돌 말아서 육수와 함께 삶아낸다.
손이 많이 가는 밑 작업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마냥 즐거웠다.
지난 1주일 남짓.
레스토랑 수프와 퐁을 만드는 것 외에, 한길은 그 어떤 요리도 만들지 못했다.
비록 밑 작업뿐이지만, 다른 요리를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그만큼 요리에 대한 갈증이 심했으니까.
“너, 진짜 괴물 아냐? 어떻게 하나를 알려주면 바로 따라 하지?”
“니콜라가 설명을 잘해주니까요.”
“내가 견습생을 한둘 겪어보냐?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데… 진짜 주방에서 처음 일하는 거 맞냐?”
“아니라고 하면 쫓아내시게요?”
“설마.”
함께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니콜라가 한길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다.
니콜라는 무티에르의 이인자.
말하자면 이곳의 수셰프였다.
좋게 봐준다면 고마울 따름이었다.
“오셨습니까, 마스터!”
그러는 사이, 무티에르가 귀가했다.
한 손에 커다란 고깃덩이를 들고서.
“이건 내일 아침에 내가 직접 조리할 테니 여기에 그대로 놔두도록.”
“네, 마스터.”
“준비는 잘 되어가나? 오늘 시간을 많이 빼앗겼을 텐데.”
“하하하, 걱정하실 것 없으십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괴물이 하나 붙어 있다고!”
괴물이 누구인지는 뻔했다.
니콜라가 갑자기 한길에게 어깨동무를 걸쳤으니 말이다.
“쓸만하다니 다행이군.”
“어디 쓸만한 것뿐입니까! 이 자식이 복덩이죠, 복덩이. 마르셀이 아니었다면 로티세리 사태도 몰랐을 것 아닙니까!”
평소대로 했다면 내일 아침이 되어서야 견습생이 로티세리를 찾아갔을 테고, 로스트를 구할 수 없다는 상황을 그제야 알아차렸을 거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지, 무티에르의 얼굴이 돌연 창백해졌다.
내일 아침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해결책을 찾지 못했을 거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다른 요리도 만들지 못했을 테고.
“그러고 보니 왜 하루 전날 움직인 거지?”
“글쎄 요놈이 내일 마스터가 요리하는 걸 어떻게든 보고 싶다고, 심부름을 오늘 미리 해도 되냐고 사정하지 않겠습니까. 그 마음이 기특해서 그러라고 했었는데, 진짜 천운이었죠! 이 녀석 아니었다면 진짜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니콜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편, 무티에르는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한길을 바라봤다.
“내가 요리하는 게 보고 싶다고?”
“네.”
“그러면 내일은 주방에서 내 보조 역할을 부탁하도록 하지.”
“가, 감사합니다.”
가슴이 벅차올라 겨우 답할 수 있었다.
파리 제일의 요리사라고 불리는 무티에르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보조 역할을 해달라고했으니 말이다. 그때,
댕그랑―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파비앙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다.
표정이 좋지 못한 걸 보니, 방금 무티에르의 말을 들은 모양. 이쯤 되면, 정식 견습생이 누구인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표정이 안 좋은 것도 당연했다.
‘안 됐네.’
파비앙은 나쁘지 않은 요리사였다. 적어도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기본 퐁을 모두 익혀둘 정도의 노력은 했으니 말이다.
약간의 동정심은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고작 1주일 사이에 50개가 넘는 퐁의 레시피를 익히는 건, 한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온갖 잡일을 처리하면서, 적대적인 알랭에게 제대로 된 조리법을 빼 오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고.
한길 역시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이제야 드디어 그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되었다. 어쭙잖은 동정심으로 자신의 자리를 포기할 생각은 추후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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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당일.
한길은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출근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방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방 한쪽에서는 무티에르가 직접 로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그 과정을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콩소메는 몇 병 챙겼지?”
“세 병입니다.”
“쿨리도 여기 있는 단지에 담아둬. 단지에 새겨진 이름이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네.”
한길은 니콜라와 함께 오늘 들고 갈 재료와 조리도구를 정리해야 했다.
어제 미리 만들어둔 육수의 맛이 혹여나 변한 건 아닌지 확인하고, 쿨리나 쥬 등의 재료는 작은 단지에 옮겨 담았다. 가재가 아직 살아있는지 확인하며 죽은 가재는 걸러내고. 채소도 일일이 상태를 점검하고…
그렇게 일일이 준비물을 확인하고 리어카처럼 생긴 인력거에 옮겨 담자, 무티에르가 뚜껑을 덮은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로스트는 떨어트리면 안 되니 내가 직접 들고 가도록 하지. 다른 준비물은 다 챙겼나?”
“네.”
“오늘은 재료 운반할 때 알랭과 파비앙도 함께 가도록 하지. 잘못해서 이동 중에 재료가 쏟아지면 안 되니 양옆에서 제대로 붙들고 갔으면 좋겠군.”
“네, 마스터.”
그 말과 함께 일행은 출발했다.
로스트를 들고 있는 무티에르가 앞장섰고, 그 뒤에 한길이 인력거를 끌고 갔다. 인력거의 양옆에는 파비앙과 니콜라가, 뒤에는 알랭이 버티고 있어 마치 귀한 물건을 호송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북적이는 파리 골목을 벗어나니 깔끔한 거리가 나왔고, 다시 조금 더 걸으니 호화로운 저택이 늘어선 동네가 나왔다. 웅장한 건물을 보니, 그제야 귀족들이 사는 시대로 온 것이 실감 났다.
“저곳이 무슈 투르네엠의 호텔이지.”
무티에르는 걸어가는 내내, 따뜻한 표정으로 한길에게 말을 걸었다.
“호텔에 거주하고 계시는 건가요?”
“그냥 호텔은 아니고 호텔 파티큘리에(hotel particulier)지. 무슈 투르네엠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호텔이네. 파리에 계실 때는 조카 부부와 함께 저곳에서 지내고 계시지. 호텔 파티큘리에를 가본 적이 있나?”
“없습니다.”
“들어가 보면 놀라겠군. 무슈 투르네엠의 호텔은 규모는 작지만, 안목이 있으셔서 꽤 아름답거든.”
신이 나서 이런저런 잡담까지 하는 무티에르였지만, 호텔에 다가갈수록 점차 말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
한길이 가리키는 곳은 호텔의 정문이었다.
정확하게는, 정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그림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두 사람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 명은 꽤 멋들어진 옷을 차려입은 남자.
그리고 또 한 명은, 챙이 말려있는 특이한 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였다.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뒤에서 탄성과 함께 니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폴리스 코미세르.”
자동 번역 기능 덕분에 그 의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폴리스 코미세르(police commissaire).
경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