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24)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24화(224/325)
224. 의뢰인의 정체
“우선 테린부터 시작하지. 이번에는 닭고기와 칠면조, 비둘기 브레이즈를 올리기로 했네.”
요리를 가르쳐주겠다는 무티에르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쿠킹쇼를 진행하는 것처럼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이는 곁들이는 걸 보면.
무티에르의 옆에 서서 설명을 듣고 있자니, 감회가 남달랐다.
‘드디어 보는구나.’
이번 스테이지에 진입하고 1주일 만에, 드디어 하나의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게 된 거다.
그것도 고급 요리를.
파리 제일의 요리사라고 불리는 무티에르의 해설과 함께.
“브레이즈는 알고 있나?”
“아뇨.”
브레이즈(braise)는 말하자면 서양식 찜 요리.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현대의 조리법과 다를 가능성도 있기에 일단은 모른 척을 했다.
“그럼 조금 자세히 알려줘야겠군.”
무티에르가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한길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가장 먼저 고기를 준비해야지. 칠면조와 닭, 비둘기를 갖고 와 주겠나.”
한길이 고기를 대령하자, 무티에르는 깔끔한 동작으로 칠면조를 토막 냈다.
닭과 비둘기는 토막을 내지 않았다. 대신 내장을 꺼내고 한번 씻어낸 후, 그 안에 햄과 베이컨을 채워 넣었다.
“브레이즈의 첫 단계는 육류를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는 일이지.”
그 말과 함께 무티에르는 커다란 주물 냄비 안에 돼지비계를 두른 후, 칠면조 토막과 통닭, 통비둘기를 넣어주었다.
치이이이익!
달궈진 냄비 바닥에 고기가 닿는 순간, 맛깔난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졌다.
첫 번째 단계는 시어링(searing).
고기를 구우면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는 작업이다.
“뒤집는 건 한 번으로 충분해. 덜 익혀서도, 태워서도 안 되니 타이밍이 중요하지.”
자글자글 끓는 기름 속에서 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무티에르는 음악을 감상하듯, 눈을 감으며 그 소리에 집중했다.
잠시 후.
공기 중에 구이 특유의 참을 수 없는 기름진 향이 퍼지자, 무티에르가 고기를 뒤집었다.
치이이익!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닭 껍질과 칠면조 껍질은, 반들반들하면서도 크러스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견고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이쯤이면 되겠군. 접시를 가져와 주게.”
무티에르는 한길이 건네준 접시 위에 시어링을 마친 고기를 올렸다.
냄비 안에는 돼지비계와 방금 구워낸 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무티에르는 그 기름 안에 미리 손질해둔 양파와 샬럿, 당근, 셀러리를 넣었다.
치이이이익!
다시금 경쾌한 기름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
마이야르의 맛이 녹아있는 기름을 이용해 채소를 캐러멜라이징하는 작업이다.
“불은 약하게. 억지로 재촉하면 설익은 맛만 나거든.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아이를 달래듯이 기다리면 비교할 수 없는 맛이 나오지.”
저온에서 구운 채소들은, 무티에르의 차분한 손길에 그 안에 있는 당분과 감칠맛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공기 중으로 기분 좋은 달달함과 향긋함이 퍼졌다.
“접시를 부탁하네.”
캐러멜라이징된 채소를 꺼내자, 냄비 바닥에는 갈색 그을음만이 남게 되었다.
칠면조와 닭, 비둘기에서 나온 마이야르의 맛. 그리고 양파를 비롯한 각종 채소에서 나온 캐러멜라이징의 맛이 녹아있는 풍미 덩어리다.
“완두콩 부용을 가져와 주게.”
무티에르는 갈색 그을음 위에 완두콩 채수를 한 국자 부어주었다.
촤아아아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채수가 거품처럼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그 틈에 무티에르는 주걱으로 갈색 그을음을 모조리 긁어냈다.
“이게 디글레이즈(deglaze) 과정이지. 풍미를 남김없이 녹여서 맛의 베이스로 사용하는 거네.”
세 번째 단계는 디글레이징.
이 과정을 거치면 탁한 하얀색의 채수가,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무티에르는 그 액체를 한 스푼 떠서 맛본 후, 한길에게도 스푼을 건네주었다.
“어떤가?”
잘 구워진 고기의 고소함과 감칠맛, 캐러멜라이징된 채소의 달달함, 그리고 완두콩 채수의 상쾌함이 층층이 쌓인 맛이었다.
“조금 덜 졸여서 맛이 연하지만, 맛있네요.”
“그래, 연하지. 소고기 쥬를 가져와 주게.”
소고기 쥬(jus)는 얼핏 보면 돈가스 소스처럼 생겼지만, 그 맛은 확연히 다르다.
만드는 방법은 방금의 과정과 거의 동일하다.
소고기를 굽고, 채소를 캐러멜라이징하고, 육수를 넣어 갈색 그을음을 긁어낸 후, 그 액체를 약 약 30분간 졸여준다.
쉽게 말하면 액체형 조미료.
그것도 소고기의 마이야르 맛과 채소의 캐러멜라이징 맛을 압축한 농축액이다.
소고기 쥬를 추가하니, 확실히 육향이 훨씬 짙어졌다.
“마지막으로 조립을 해야지.”
이것이 마지막 단계.
냄비 안에 다시 고기와 채소, 허브 부케를 넣은 후, 뚜껑을 닫고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한다.
이때 사용되는 채수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높이. 고기의 일부는 채수에 잠겨서 삶고, 일부는 채수에서 나온 수증기로 쪄낸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뼈에서 고기가 절로 떨어질 때까지.”
최종 모습이 어떨지 절로 그려졌다.
들어 올리자마자 뼈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로, 연한 식감의 살코기.
소스는 마이야르와 케러멜라이징, 그리고 소고기 농축액 맛이 담긴 소스.
장시간 조리되면서 고기 안에 있는 콜라겐이 소스로 스며들겠지. 그러면 입안을 부드럽게 기름칠해주는 질감까지 더해질 터였다.
‘현대랑 크게 다르진 않네.’
현대에서도 거의 동일한 조리법이다.
소고기 쥬는 사용하지 않지만.
“다음 요리는 파보리트로 하지. 이것도 알아두면 좋은 요리니까.”
파보리트는 소고기말이 찜이다.
얇게 썬 소고기 안심 위에 닭고기 소를 올린 후, 김밥을 말 듯 돌돌 말아서 브레이즈 기법으로 익히는 요리다.
브레이즈 과정은 똑같다.
시어링을 하고, 채소를 넣어 캐러멜라이징을 하고, 디글레이징을 한 후, 저온 장시간 조리.
단, 시어링을 할 때는 돼지비계 대신 베이컨을 사용했다. 캐러멜라이징에 사용되는 채소가 달랐으며, 디글레이징을 할 때는 화이트와인을 사용했다. 소고기 쥬 대신에는 밤으로 만든 쿨리가 들어갔고.
한길이 잠시 턱을 괴며 생각에 잠기자, 무티에르가 질문을 했다.
“뭐 궁금한 게 있나 보지?”
“요리마다 어떤 육수를 써야 하는지, 어떤 쥬를 써야 하는지, 정해져 있나 해서요.”
“그건 요리사가 알아서 정하지. 그걸로 실력을 보는 거니까.”
“알아서 정한다고요?”
“예를 들면, 방금의 테린 요리에는 칠면조 맛이 너무 연해서 소고기 쥬로 묵직함을 더해줬지. 그렇다고 육수까지 소고기 육수를 쓰면 너무 과하니까 채수를 썼고. 파보리트에는 조금 달달한 향을 더하고 싶어서 화이트와인과 밤 쿨리를 사용한 거고.”
“생각보다 자유롭네요.”
“당연하지. 요리사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도 같으니까. 주재료는 오브제, 퐁은 물감과 붓이지. 같은 색으로 선을 덧대어서 강조할 수 있고, 다른 색으로 선을 그려서 대비를 시킬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비슷한 색이되 조금 연한 색감으로 맛을 순화시킬 수 있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는 했다.
지금껏 수많은 레시피를 만들어오면서, 한길 역시 같은 작업을 거쳤으니까.
한길은 이 모든 작업을 본능적으로 해왔다. 일일이 맛을 보고, 조금 과하다 싶으면 덜어내고, 산미가 필요하면 산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그런데 무티에르의 방식에는 룰이 있었다.
브레이즈의 조리법은 정해진 단계가 있다.
시어링을 하고, 캐러멜라이징을 하고, 디글레이징을 한 후에 저온 조리.
하지만 각 단계에서 사용하는 퐁은 요리사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었다.
레시피를 외우는 것과는 다르다.
규칙은 있지만, 자유롭게 움직이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도 있으니까.
‘악보 같은 건가?’
그러고 보니 현대에서 그런 설명을 들었던 것 같다.
음악으로 치면, 한길은 악보를 읽을 줄 모르면서 즉흥 연주를 하는 피아노 연주자였다.
그에 반해 무티에르의 방식은, 오선지 위에서 음자리표를 그려두고 다양한 음표를 그려내는 방식이었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악보를 읽고 연주하는 것과 즉흥 연주는 다르다.
‘그래서 요리도 클래식 훈련을 받는다고 하는 걸까?’
한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악보의 존재를 처음 깨달은 뮤지션이 이런 기분이겠지.
클래식 훈련이라는 건, 한길이 모르는 지식을 새로이 배우는 과정이 아니었다. 지금껏 한길이 해온 작업의 규칙과 이론, 패턴을 익히는 일이었다.
‘이걸 익히면….’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다양하게 각종 요리를 만들 요령을 터득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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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모두 마친 후, 하녀가 의뢰인으로부터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무슈 투르네엠께서 식사를 마친 후에 마스터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러죠.”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
어질러진 주방을 모두 정돈한 후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이 틈에 다른 질문을 해볼까.’
한길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나열하는 도중, 무티에르가 다가와 한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는 제대로 감사의 인사를 못 했지.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네.”
“인사는 이미 하셨는데요.”
“그걸로는 부족하지. 자네는 내 생명의 은인이니까.”
고마워하는 마음은 이해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생명의 은인이라는 건 과장이 조금 심했다.
그 생각이 표정에 드러난 걸까.
무티에르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혹시 바텔(Vatel)의 일화를 아는가?”
“아뇨.”
“바텔이라는 유명한 요리사가 있었지.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에 활약한 요리사인데, 모든 귀족이 앞다퉈 그를 고용하려 했다고 전해지고 있지.”
“유명한 분이군요.”
“그렇긴 하지만, 바텔이 유명해진 건 요리 때문이 아니네. 그의 죽음 때문이지.”
한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무티에르가 다시금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르 그랑 콩데(Le Grand Conde)가 루이 14세 전하의 위엄을 축하하는 연회를 열었었지. 바텔이 그 연회의 요리를 맡았고. 무려 2천 명의 귀족이 참여하는 대연회였는데, 연회 첫날에 참석이 불가하다고 했던 귀족들이 갑자기 나타났다더군. 그래서 결국 하나의 테이블에는 로스트가 나가지 못했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주방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바텔은 좌절했지만, 르 그랑 콩데는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그를 위로해줬네. 그런데 연회 이튿날, 주문한 해산물이 한 수레만 도착하는 것 아니겠나. 하필이면 금식의 날이라 육류 요리를 낼 수 없는데 말이지. 상인들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되물어도, 자신들은 주문이 들어온 것만 가져왔다고 우기기만 하고.”
“끔찍하군요.”
“그렇지. 그때, 바텔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아나.”
한길이 고개를 저었다.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검으로 심장을 찔렀네. 한 번으로 죽지 않아 무려 세 번이나.”
“….”
“뒤늦게 나머지 해산물을 실은 수레들이 도착해서 그 소식을 전달하러 갔더니, 따끈따끈한 주검만 있었다는군.”
무티에르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마치 이게 이야기의 끝인 마냥.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이 이어지지 않자, 한길이 질문했다.
“그래서 요리는 어떻게 되었나요?”
“요리?”
“마스터를 잃은 상태로,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연회를 마쳤는지 해서요.”
“하하하하!”
무티에르가 일순 멈칫하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한길은, 결국 무티에르의 웃음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하, 이 일화를 듣고 요리가 어떻게 되었나 물어보는 이는 자네가 처음이군.”
“그런가요?”
“이 일화의 교훈은 그게 아니니까. 요리사가 요리할 때 임해야 하는 각오에 대한 건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각오를 하고 있다면 연회의 결과가 궁금하겠지, 하하하.”
무티에르는 한참을 웃다가, 이내 진정하고 한길의 어깨 위에 한 손을 올렸다.
“….”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티에르는 한길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불렀으니까.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는 와중,
“… 여기 사람들이 부러워 죽겠다니까? 이런 미인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는 남자는 믿을 만한 남자가 못 되던데~~.”
버터를 잔뜩 바른 목소리와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콜라와 하녀의 목소리였다.
의뢰인의 주방에서, 업무 도중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무티에르가 말한 ‘요리사의 각오’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혹여나 무티에르가 성을 내는 게 아닐까 싶어 고개를 돌려봤지만, 무티에르는 반짝이는 눈으로 그 둘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듣자 하니 마담 에티올도 상당한 미인이라던데, 미인 주변에는 미인만 있나 봐?”
“우리 르넷 아가씨요?”
“아가씨? 이미 결혼하신 분 아닌가?”
“아, 그렇죠. 하지만 집안에서는 아직도 애칭으로 불리시거든요.”
‘알아내라고 시킨 거구나.’
그러고 보니 의뢰가 들어온 날, 그런 말을 듣긴 했었다. 이번 의뢰인이 고정 고객이 될 것 같고, 그 결정을 내리는 건 아마 의뢰인의 조카 부부. 그중에서도 마담 에티올일 것이라고.
“정말 파리 전체를 뒤져봐도 우리 아가씨만큼 고운 분은 안 계실 거예요. 외모도 외모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분이죠. 게다가 어릴 적부터 최고의 예술가와 화가들의 교육도 받으셔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분이시군.”
“그렇죠! 무슈 투르네엠도 아가씨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사실상 자기 딸처럼 여긴다니까요? 오죽하면 자기 조카에게, 르네 아가씨와 결혼하면 상속자로 인정해주겠다고 말했겠어요?”
“자기 딸도 아닌데 그 정도까지 한다고?”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딸이니까요. 르넷 아가씨의 어머니가 마담 푸아송이거든요. 마담 푸아송도 정말 아리따운 분이시죠. 우리 르넷 아가씨가 어머님의 미모를 똑 닮으셔서…”
대화를 엿듣던 한길이 순간 멈칫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은 이름 같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우리 르넷 아가씨는 정말 엄청난 운명을 갖고 태어나신 분이라니까요? 글쎄, 르넷 아가씨가 9살일 때 파리의 유명 점쟁이를 찾아갔는데, 그때 그 점쟁이가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뭐라고?”
“아가씨가 국왕 전하의 진정한 사랑이 될 거라고 했다니까요? 그 후로 집안 사람들은 아가씨를 ‘작은 왕비님’이라는 뜻으로 르넷(Reinette)라고 부르는 거고요.”
생각났다.
한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니콜라와 하녀는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연인 같은 끈적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한길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질문했다.
“르넷 아가씨의 성함이 어떻게 되죠?”
“네? 갑자기 왜…”
“혹시 제가 아는 분인가 해서요.”
다소 직설적인 한길의 태도에 하녀가 당황했지만, 니콜라가 귓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자 다시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 아가씨죠. 만난 적 있으신가요?”
“… 아니, 착각했나 보네요.”
“방금 표정은 알아차린 표정이었는데?”
“아닙니다.”
한길은 바로 등을 돌린 후, 아무도 없는 주방의 구석으로 향했다.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
아는 이름이었다.
이곳에 오기 직전에 벼락치기로 공부한 프랑스 역사에서 등장한 이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다른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었다.
죽을 때까지 20년 동안 루이 15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
왕관 없는 왕비라고 불린 인물.
퐁파두르 여후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