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34)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34화(234/325)
234. 파리의 요리 열풍
살롱 데뷔로부터 한 달.
소문은 순조롭게 퍼져나갔다.
“마담 보먼트, 아직도 에티올 부인의 요리를 맛보지 못했다고요?”
“네. 정말 소문처럼 대단한가요?”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입니다.”
“안 그래도 에티올 부인을 찾아가 봤는데, 대기자 명단이 있더라고요. 3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던데….”
“그래요? 제가 갈 때만 해도 1주일이었는데….”
“어쩔 수 없죠. 한 번에 손님을 20명만 받으니까요. 인원을 조금만 늘리면 좋으련만.”
파리의 귀족들은 모이기만 하면 하나의 주제로 떠들썩했다.
에티올 부인의 살롱 요리.
에티올 부인은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 살롱을 열었고. 그때마다 단 20명의 손님을 디너에 초청했다.
즉, 그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인원은 일주일에 60명이 고작이었다.
문제는, 대기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는 것.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공급은 제자리였고. 콧대 높은 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돈으로 구매할 수 없고, 신분과 지위가 있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게 있다니.
하지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오는 법.
약 2주 후,
“오늘은 조금 특별한 식사를 준비해 보았답니다.”
파리의 3대 살롱을 운영하는 마담 텐신이 평소와 다른 식사를 선보였다. 개인 접시에 차려진 코스 요리. 그림을 그린 듯한 아름다운 요리를.
“요즘 화제인 에티올 부인식 저녁 식사에 한 번 도전해 봤답니다.”
가벼운 시도로 포장했지만, 사실 이 요리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
살롱에 참석한 화가에게 거금을 주며 그날의 요리를 그림으로 그려달라 부탁했고. 다른 참석자들을 찾아다니며 맛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으며. 그 모든 정보를 요리사에게 전달해 그대로 만들어 달라고 해야 했으니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게 에티올식 요리군요!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과연 파리가 들썩일 만하군요.”
대부분의 손님은 공들여 만든 모조품에도 진심으로 감탄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맛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에티올 부인의 샐러드는 햄의 육향이 은은하게 모든 채소를 코팅하고 있었죠.”
“무엇보다 순무칩이 훨씬 얇았습니다. 이렇게 이빨로 딱딱하게 끊어서 먹는 게 아니라, 보기에는 단단하지만 치아에 닿자마자 바스러지는 게 정말 신기했죠.”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그러게요. 다시 맛보고 싶었는데, 먹고 싶다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진품을 맛본 이들은 으스대며 진짜 에티올 요리의 우수성을 설명했고, 에티올 부인의 대기자 명단은 더욱 길어졌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귀족들은 아쉬운 대로 마담 텐신의 살롱에 몰려들었다.
얼마 후,
“저도 한번 시도해보았답니다. 요즘 모두가 궁금해하는 에티올식 요리죠.”
파리의 또 다른 유명 살로니에르, 마담 조프랑이 에티올식 만찬을 선보였다. 마담 드비뇽이 그 뒤를 따랐고, 그다음은 마담 데보로, 마담 트랭탕.
머지않아 파리의 유명 살롱은 모두 에티올식 메뉴를 대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살로니에르에게 그림을 판매한 화가가 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요리사에게 보여주면, 에티올 요리를 그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파리에 있는 모든 살롱이 제 그림을 토대로 요리를 만들고 있죠.”
화가는 귀부인들에게 접근해 그림을 판매했고, 귀부인들은 그 그림을 들고 연회 요리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 주 수요일에 저희 집에 오시겠어요? 요즘 한창 유행인 에티올식 요리에 한 번 도전해보았답니다.”
에티올식 요리는 살롱뿐 아니라 일반 귀족 저택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끝이 아니었다.
의뢰를 받은 연회 요리사들이 있었으니까.
그들은 그림 한 장에 의존하며 까다로운 요리를 만들어야 했고, 모처럼 익힌 요리를 한 번만 써먹을 생각이 없었다.
연회 요리사들은 의뢰가 있는 날에는 귀부인들을 위한 요리를 만들었고, 의뢰가 없는 날은 각자의 작업실에서 서민을 상대로 같은 메뉴를 판매했다.
“이게 요즘 귀족들 사이에서 화제인 에티올식 요리입니다! 한 접시 한 접시가 예술이죠!”
연회 요리사들의 작업실에 찾아오는 이들은 목수, 가발 장인, 재단사 등의 프티 부르주아(petit bourgeois). 귀족들이 앵무새라고 부르는 부류였다.
프티 부르주아의 개입으로 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귀족은 전체 인구의 약 2%. 그에 반해, 부르주아는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했으니까. 1만여 명이 공유하던 소문이, 9만여 명에게 퍼지게 된 것.
프티 부르주아는 호화로운 저택에 거주할 형편은 못 되었지만, 일상 속에서 작은 사치를 부릴 여유는 있었다.
그래서 귀족들이 입는 옷을 중고로 구매해서 입었고, 귀족들과 유사한 가발을 썼으며, 귀족들이 그러하듯 허리에 검을 차고 다니기도 했다.
그들은 에티올식 요리에 환호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요리는, 누가 봐도 귀족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였으니까. 이 요리를 먹는 동안만큼은 귀족의 삶을 누리는 것 같았다.
에티올식 요리는 꽤 높은 금액대였지만, 가발이나 검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저렴했다. 덕분에 요리는 불티나게 팔렸고, 머지않아 파리 시내에 있는 연회 요리사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에티올식 요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작은 장작으로 시작한 소문은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 되었고, 순식간에 파리 전체를 휩쓸었다.
어느새 거리 술집에서는 앞으로 나올 에티올의 신메뉴를 예측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번에는 에티올 부인이 구름처럼 생긴 요리를 만들었다던데? 설탕으로 만든 구름인데,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는다더군.”
“그게 말이 되나? 무슨 마술도 아니고.”
“진짜라니까? 게다가 무슨 화분처럼 생긴 요리가 있다는데, 흙처럼 보이는데 채소를 가루로 만들었다는 거야.”
“하아… 궁금하네. 직접 보려면 앞으로 몇 주나 기다려야 하는 거지?”
에티올 부인은 매주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때로는 예술 같은, 때로는 마술 같은 요리를.
그러면 그다음 주에는 파리의 유명 살롱에서 같은 요리를 내놓았고, 그다음 주는 귀부인들의 집에서, 또 그다음 주에는 거리에서 같은 메뉴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귀족, 부르주아, 서민.
신분에 막론하고 파리 시민들은 하나가 되어 에티올 부인의 요리에 열광했다.
파리 최초의 요리붐이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새로운 에티올 부인 요리가 나온다는데 말이야…”
“어제 내 친구에게도 에티올 부인 요리를 소개했는데….”
에티올 부인은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이 되었다.
#
“니콜라, 이게 가능해요?”
“뭐가?”
“요리 하나로 이렇게까지 불타오르는 게 이상해서요.”
소문을 내려는 의도로 플레이팅에 힘을 주긴 했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파급력에 누구보다 놀란 이는 다름 아닌 한길이었다.
한길의 질문에 니콜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파리니까.”
“그걸로 설명이 되나요?”
“원래 파리지앵들은 새로운 것에 환장하잖아? 패션을 봐! 파리는 시즌마다 새로운 원단을 출시하는 게 법으로 지정이 되어 있거든. 5월이 되면 여름 원단이, 11월이 되면 겨울 원단 신상이 나와. 다른 나라에서도 신제품은 나오겠지만, 법적으로 계절마다 다른 패션을 내놓으라고 명령하는 건 프랑스뿐이지. 이쯤 되면 국민성이라고 봐야지, 그냥.”
니콜라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제 몇 달 후면 러시아에서도 에티올식 요리가 유행할걸? 파리가 시작하면 전 세계가 따라 하니까! 하여간, 이 자식! 처음부터 난 놈이다 싶었는데, 볼수록 놀랍다니까?”
최근 들어 니콜라가 이렇게 한길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그건 니콜라뿐 아니라 무티에르도 마찬가지였다.
한 예로, 한길만 보면 뚱한 표정을 짓던 알랭이 칼같이 해고되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니콜라와 무티에르는 단호했다.
―불안 요소를 놔둘 필요는 없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잖아?
그 외에도 달라진 것이 있었다.
한길의 거주지가 바뀐 것.
파리의 미식 열풍 중심에는 무티에르가 있었고, 그로 인해 작업실에 불청객들이 찾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2,000 리브르를 주겠네! 우리 저택으로 오는 건 어떻겠나!
무티에르는 이런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이미 에티올 부인과 고정 계약을 맺은 데다가, 그녀가 누구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기에 굳이 옮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연이어 찾아오는 불청객들 때문에 작업 속도에 차질이 생겼고, 소식을 들은 에티올 부인이 독특한 제안을 했다.
―계약 기간 동안 제 저택에서 지내시는 건 어떠세요? 작업실에서 오가는 시간도 절약하고, 아마 더 쾌적할걸요?
무티에르는 그 제안을 즉시 받아들였고, 한길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에티올 부인의 저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에티올 부인은 요리사들에게 각각 하나의 방을 내주었다. 두툼한 융단이 깔린 방은, 무티에르의 건물에 비해 훨씬 따뜻했다. 게다가,
“마르셀, 장을 봐왔습니다.”
“잠시만요.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에티올 부인은 주방 업무를 보조할 하인 3명을 제공해주었다.
길드 규정상 연회 요리사는 단 두 명의 견습생만 고용할 수 있었지만, 하인에 대한 룰은 없었다. 즉, 길드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일손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하인들은 요리는 할 수 없었지만, 장을 봐오거나, 재료를 씻거나, 설거지는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길은 잡일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게다가,
“마르셀! 일전에 말씀하신 도구가 완성되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네, 지금 갑니다!”
에티올 부인은 한길이 필요로 하는 도구도 제작해주었다. 현대와 유사한 핀셋이나 짤주머니, 소스 병 등을 만들 수 있었고, 덕분에 보다 정교한 플레이팅이 가능해졌다.
한길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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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무티에르 일동과 에티올 부인은 다음 주에 선보일 메뉴를 정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육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메뉴요?”
“네. 무슈 무티에르, 혹시 루소를 아시나요?”
“잘 모릅니다.”
“자연주의라는 걸 믿는 분이세요. 쉽게 말하면,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거죠. 그분의 말에 의하면, 육식은 자연적인 식습관이 아니라고 하거든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군요.”
“저희가 먹는 육류 대부분이 초식동물의 고기잖아요? 육식 동물의 고기에는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게 인류에게는 육식이 자연스러운 식습관이 아니라서 그렇다는 거죠. 과일은 날것 그대로 먹어도 되지만, 고기는 인위적인 조리 방법을 거쳐야만 먹을 수 있잖아요? 육식은 우리가 원래 가진 미각이 아니라, 학습된 미각을 필요로 한다는 거죠. 어때요?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글쎄요. 저는 이런 학구적인 얘기는 특기가 아니라 무슨 말인지…”
무티에르가 머리를 긁적이며 한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길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시죠?”
어느새 에티올 부인과 요리사들은 꽤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매주 새로운 코스 요리를 함께 준비하면서, 묘한 동료 의식을 느끼게 되었으니까.
“꿍꿍이라니요?”
“분명 다른 생각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어머? 서운하게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는 항상 모두의 지적 호기심을 향상할 메뉴만을 고민하고 있는데.”
에티올 부인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었지만, 한길은 속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 함께 일하며 그녀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에티올 부인은 은근히 분란을 조장하는 걸 즐겼다. 불씨를 던진 건 본인이면서, 막상 싸움이 터지면 먼발치에서 걱정근심 가득한 얼굴로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길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에티올 부인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요, 사실대로 말하면 되죠? 사실은, 볼테르의 반응을 보고 싶거든요.”
“왜요?”
“볼테르는 루소의 자연주의에 반대하고 있으니까요. 자연이 그렇게 좋으면 문명을 떠나라는 식이죠. 한번은 ‘당신의 의견을 듣다 보면, 왠지 네발로 기어 다녀야 할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내가 네발로 기어 다닌 건 50년 전의 일이라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거든요. 어때요? 이번에도 그런 어록을 남겨주면 꽤 화제가 될 텐데.”
무엇보다, 그녀는 사람들이 환호하는 자극적인 주제를 찾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오오! 이번에도 싸움을 붙이시는 겁니까?”
니콜라가 흥분 가득한 목소리로 주먹을 불끈 쥐자, 에티올 부인이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순진한 얼굴을 했다.
“싸움이라니요! 그럴 리가요! 저는 그저 대립하는 의견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뿐이랍니다.”
“그게 싸움이죠!”
“아니,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거죠. 살롱은 지식 교류의 장이니까요.”
“네네, 그런 걸로 해드리죠.”
니콜라가 에티올 부인과 가벼운 농을 주고 받는 동안, 무티에르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 중이었다.
“고기가 없는 메뉴라니. 저는 잘 모르겠군요.”
“왜요?”
“고기가 없다면, 먹기도 전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차라리 선택지를 주는 건 어떻습니까? 손님의 취향에 따라, 루소 코스와 일반 코스를 고를 수 있게 한다면요?”
“그러면 주제가 흐려지는걸요?”
“그건 그렇군요.”
“흐음… 마르셀은 어때요?”
모두의 시선이 한길에게로 쏠렸다.
회의는 항상 이렇게 흘러갔다.
에티올 부인이 주제를 던지면 모두가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했고, 한길이 마무리를 장식했다.
대개의 경우, 한길이 내린 결정이 최종메뉴가 되었다. 이 살롱에 한해서는, 플레이팅이 가장 중요했으니까.
“두 개 다 하시는 건 어떨까요?”
“두 개 다요?”
“마스터가 말씀하신 대로 루소 코스와 일반 코스를 내는 거죠. 단,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둘 다 맛보게 하는 겁니다.”
“하루에 두 코스나 먹을 수 있을까요?”
“이번 주만 살롱을 6일간 여는 건 어떨까요? 월화, 수목, 금토. 이렇게 이틀 단위로 번갈아 가며 루소 요리와 일반 요리 코스를 주면…”
“하하하! 에티올 부인! 농담입니다, 농담!”
대화 도중에 갑자기 니콜라가 난입하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가끔 우리 마르셀이 이런 재미없는 농담도 합니다! 일주일에 6일이라니! 저희 요리는 너무 손이 많이 가서 그건 불가능하죠, 불가능!”
“계획만 잘 짜면 충분히…”
“하하하! 마르셀, 이 자식! 내가 유머 공부 좀 하라고 했잖아?”
니콜라는 최선을 다해 한길의 말을 덮어버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에티올 부인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니콜라. 주방 요리사들을 혹사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마르셀, 방금 얘기하신 건 힘들 것 같아요.”
“작업 일정 때문이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요?”
“아니,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일주일에 두 코스나 만들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기 힘들잖아요?”
“니콜라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니, 니콜라가 아니라 파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요.”
한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에티올 부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무리가 생겨버렸잖아요? 무리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없게, 보폭을 맞추면서 걸어야죠.”
“소문을 독점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요?”
“하지만 혼자보다는 무리를 끌고 다니는 게 덜 외로운걸요? 가까이 있는 사람은 이름을 불러주죠. 하지만… 혼자 떨어져 있는 사람을 가리키려면 손가락질을 할 수밖에 없답니다.”
“그렇군요.”
한길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매주 새로운 플레이팅을 시도했고, 무티에르로부터 이 시대의 요리에 대해 차근차근 배우고 있었으니까.
일주일에 한번, 쉬는 날에는 니콜라가 파리 시내 구경을 시켜주기도 했다.
요리를 마음껏 할 수 있었고, 몸도 편했으며, 파리 관광까지 하며 휴식도 마음껏 취할 수 있었다.
‘그럴 시간은 없는데….’
그게 불편했다.
한길은 휴식과 여유에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이럴 시간에 하루라도 빨리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돌아가서 할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 베르사유에 닿을 소문도, 더는 필요 없으신 건가요?”
“소문은 벌써 닿았는 걸요?”
살롱에는 베르사유에 거주하는 귀족들도 가끔 찾아왔다.
그들의 입을 통해 궁전에 소문이 퍼지고, 그러면 언젠가 국왕도 찾아오는 게 아닐까….
그렇게 기대했지만, 기다리는 귀빈은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한번은 에티올 부인에게 떠본 적도 있지만,
―이런 미천한 곳에 그런 귀한 분이 오실 리가요. 그분은 파리의 귀족들과는 다릅니다. 뵈려면 직접 가야지요.
이런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요.”
에티올 부인은 한길의 마음을 읽은 마냥, 이해심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한 거지. 그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뭐가요?”
“흐음, 축제?”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이상의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베르사유로부터 초청장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