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36)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36화(236/325)
236. 이게 베르사유 요리라고?
무도회 당일.
한길은 준비된 의상을 입고 방을 나섰다.
에티올 부인이 마련해준 의상은 지나치게 화려했다.
새하얀 원단. 금실로 수놓은 정교한 문양. 여기저기에 하얀 깃털이 붙어있는 천사 복장이었으니까.
‘이런 건 처음이네.’
그동안 다양한 시대를 경험해왔지만, 이런 요란한 차림새를 한 적은 없었다. 요리사는 대개 수수한 옷을 입기 마련이니 말이다.
의상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불편해.’
신발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이곳의 귀족은 남성도 굽이 높은 신발을 신었는데, 10센티가 넘는 뒷굽 때문에 체중이 앞으로 쏠려 걷는 게 영 불편했다.
가면무도회는 자정 즈음에 시작해서 아침까지 이어진다고 들었다. 그 말은, 이런 걸 신고 밤새 걸어 다녀야 한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춤까지 춰야 하고.
절로 한숨이 나왔지만, 한길은 그 한숨을 삼켰다.
‘어쩔 수 없지.’
이번 퀘스트를 클리어하려면 루이 15세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왕이 평소에 어떤 요리를 먹는지, 미리 봐둘 필요가 있었다.
베르사유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이 정도 불편함쯤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저택 앞에 대기 중인 마차에 올라타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마르셀, 왔어요?”
한 명은 함께 가기로 한 에티올 부인.
그리고 또 한 명은….
“니콜라가 왜 거기서 나와요?”
“나? 나도 궁전 구경 한번 해보려고.”
“그런 말 없었잖아요?”
“왜, 너는 가면서 왜 나는 가면 안 되냐?”
하긴, 한길이 가는데 니콜라라고 못 갈 이유는 없다.
“모처럼 좋은 옷도 받았는데, 방안에 썩혀둘 수는 없잖아?”
니콜라는 에티올 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나들이복을 쓰다듬고 있었다. 꽤 멋진 옷이지만,
“가면무도회 복장은 아닌데요?”
“괜찮아, 소품으로 커버 가능하니까. 이것만 들고 다니면 양치기 소년이라고 우겨도 되지 않겠어?”
니콜라는 기다란 지팡이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렇게 대충 입어도 되는 거였어요?”
“뭐, 안 된다면 다시 돌아와야지. 그나저나 우리 마르셀은 역시 옷걸이가 좋다니까? 이런 옷은 아무나 소화 못 하는 건데.”
니콜라는 한길의 의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옷에 아무것도 묻히지 않게 조심해!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데, 뭔가 묻으면 물어줘야 하거든. 너한테 3,000 리브르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얼마라고요?”
“그 옷, 하룻밤 빌리는데 3,000 리브르라고.”
금액을 들은 한길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금이야 몸값이 많이 올랐지만, 한길이 처음 무티에르의 견습생으로 들어갈 당시만 해도 임금이 1년에 30 리브르였으니까.
그게 평균 임금이라고 가정한다면, 3,000 리브르는 평범한 인부가 100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런 금액을, 귀족들은 단 하룻밤의 유희를 위한 옷을 빌리는 데 선뜻 사용했다.
“우리가 언제 이런 옷을 입고 이런 곳에 가보겠냐, 안 그래?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고! 그나저나, 에티올 부인은 오늘도 아름다우시군요! 이건 무슨 의상인가요?”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요.”
“오오, 여신이라니! 분장이 아니라 진짜 여신이 강림한 느낌이 듭니다!”
에티올 부인은 그리스 여신과 같은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 입는 풍성한 드레스보다 심플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그녀의 미모가 돋보였다.
“마르셀이 보기에는 어때요?”
“예쁘시네요.”
“마르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거면 정말인가 보네요. 고마워요.”
한길이 보기에도 에티올 부인은 상당히 예뻤다.
외모도 외모지만, 그녀에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는 항상 생기가 가득했고, 표정도 다양했으며, 함께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줬다. 삶의 매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한 모습이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기도 했고.
“그럼, 출발할까요?”
그녀가 말을 꺼내자마자 마차가 움직였다.
베르사유까지는 약 한 시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니콜라가 쉴 새 없이 떠드는 덕분에 마차 안은 조용할 새가 없었다.
“빈말이 아니라, 제가 보기에는 에티올 부인이 파리 제일의 미인이라니까요? 진짜 사람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해야 할까~”
“안 속아요. 니콜라는 우리 집 하녀들에게도 같은 말을 하잖아요?”
“아하하하! 그건 또 언제 들으셨답니까.”
“하루에도 수십번이나 써먹는데,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가 없죠.”
“에이, 수십번 까지야~~ 아, 그러고 보니 에티올 부인. 어제 볼 파레는 어떠셨습니까?”
이어지는 질문에 한길이 귀를 기울였다.
에티올 부인은 어제, 귀빈들만 초청받는 결혼식 피로연에 다녀왔다. 그 자리에 당연히 국왕도 있었을 테고.
“무슨 좋은 일 있으셨나요?”
“그렇게 티 나요?”
“당연하죠. 무슨 사랑에 빠진 소녀 얼굴인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니콜라의 말대로, 에티올 부인은 얼굴을 수줍게 붉히고 있었다.
‘잘 된 건가?’
국왕과 만남이 조금 더 빨리 성사되었다면, 퀘스트 완료 날짜도 앞당겨질 터. 한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냥, 오랜만에 반가운 분과 만났거든요.”
“그것만이 아닌 것 같은데~”
“숙녀의 사생활은 그렇게 캐묻는 거 아니에요, 니콜라.”
“즐거우셨다면 다행이네요. 전 또 괜히 걱정했거든요.”
에티올 부인을 실컷 놀린 후, 니콜라는 눈에 띄게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 걱정을요? 왜요?”
“그냥, 그… 너무 귀한 분들이 모인 자리라 불편하지는 않을까 해서….”
“역시 니콜라는 친절하네요.”
에티올 부인은 다시금 미소를 지었지만, 어딘가 피로해 보이는 미소였다.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녀는 바로 주제를 전환했다.
“그것보다, 오늘은 두 분의 댄스 실력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자신은 있으신 거죠?”
또다시 별 의미 없는 소소한 대화가 이어졌고, 그러는 사이에 마차 밖에서 환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했나 보네요, 베르사유에.”
#
“이게… 베르사유? 진짜 장관이네요!”
“아름답죠?”
베르사유는 그야말로 빛의 향연이었다.
드넓은 정원에 수백, 수천 개의 촛불과 횃불이 빛나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도심의 야경과도 비슷한 광경.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의 야경은 전깃불을 쓰지만, 이곳에서는 이 모든 불을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붙여야 한다는 것.
매서운 겨울바람에 불이 꺼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터였다.
‘이게 베르사유인가.’
베르사유는 루이 14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궁전. 프랑스의 국력과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압도적인 화려함을 자랑하는 궁전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물로 보는 건 달랐다. 이런 것에 무심한 한길조차 위축될 정도로 호화로웠으니까.
“우와, 사람이 엄청 많네요! 파리에 있는 귀족이란 귀족은 다 모인 것 같은데요?”
“파리가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 있는 귀족들이 왔을걸요? 왕태자의 결혼식은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궁전의 입구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줄을 서며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길의 일행 역시 줄을 서던 그때, 경비병 차림의 남자가 다가왔다.
“무슈, 잠시 따라오시겠습니까? 그 옆에 계신 무슈도요.”
경비병은 수많은 사람 중 한길과 니콜라만을 특정해서 불러냈다.
“무슨 일이시죠?”
“두 무슈께서는 검이 없으셔서요. 검이 없으면 궁 안에는 입장하실 수 없으십니다.”
“아! 깜빡했네요.”
에티올 부인은 양손을 입에 대며 놀라고 있었다. 꼼꼼한 성격의 그녀이지만, 의상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검을 잊은 모양.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이곳에서 검은 신분의 상징이었다.
파리 시내에서 본 귀족들은 항상 허리춤에 검을 차고 다녔고, 귀족의 흉내를 내는 부르주아 역시 검을 차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다시 돌아가는 건 그나마 나은 상황.
만약 이것으로 한길과 니콜라가 귀족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발각되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어디까지 가는 거죠?”
“가보면 압니다.”
경비병은 한길의 일행을 인파와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추궁을 시작하면 다시 한번 진상 짓을 하며 빠져나와야 하는 걸까. 그게 과연 먹힐까. 여러 생각이 들어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에티올 부인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경비병은 어두컴컴한 층계 밑에 도착한 후에야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에티올 부인이 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경비병에게 쥐여주었다.
“두 자루만 빌릴게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한길이 어리둥절한 사이, 경비병은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검 두 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검을 찰 줄은 아십니까?”
“직접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 물론이죠.”
경비병은 활짝 웃는 얼굴로 검이 꽂혀 있는 벨트를 한길과 니콜라에게 채워주었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한두 시간 후면 익숙해질 겁니다. 끝나면 이쪽에 반납하시면 됩니다. 이왕이면 주변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와주시면 좋고요.”
“끝인가요?”
“네, 왔던 길로 다시 가시면 됩니다.”
다시 인파 쪽으로 이동하는 길.
한길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니콜라를 노려봤다.
“저 경비병, 우리가 귀족이 아닌 걸 눈치챈 것 같던데요?”
“그런가?”
“그런데 검을 대여해주네요?”
“그러게?”
니콜라는 그동안 평민이 베르사유에 들어오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했었다. 그래서 최대한 신분을 들키지 않게, 이런 거추장스러운 차림새에 댄스 레슨까지 받은 거였고.
그런데 경비병은 한길이 귀족이 아님을 알면서, 아무렇지 않게 검을 대여해줬다. 그 말은 곧….
“푸핫.”
니콜라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베르사유에는 옷만 멋지게 차려입으면 누구나 출입할 수 있어. 돈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정원까지는 대중에게 열려있거든. 궁 안에 들어가는 건 조금 더 까다롭지만, 지금은 국민 대축제잖아? 이럴 때는 평민이 들어가도 눈을 감아줘. 이 김에 용돈 좀 벌려고 검을 대여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한마디로, 이 모든 게 니콜라의 장난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장난인 걸 알아도 표정이 쉽게 풀어지지는 않았다. 지난 며칠간의 댄스 레슨이 떠올랐으니까.
“야야,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마르셀, 너는 너무 인생을 즐길 줄 몰라. 그래서 이 김에 조금 더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려고 이 형님이 노력한 거 아니겠냐, 안 그래?”
“….”
“그리고, 마, 솔직히 우리가 이런 장난칠 사이는 되잖아?”
“….”
“진짜 너를 위해서였다고!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아는 거야. 이게 다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된다니까?”
“….”
“맞아요. 놀이도 학습하는 것이랍니다. 우리는 정말로 마르셀을 위해서 한 일이었다고요.”
뒤를 돌아보니, 에티올 부인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건 니콜라 혼자 벌인 일이 아니었다. 댄스 레슨에 옷을 대여하는 비용까지. 일반 요리사는 감당할 수 없는 비싼 장난이었으니까.
에티올 부인은 한길을 보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정말 즐거웠어요.”
티 하나 없이 해맑은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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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아침에 마차 앞에서 다시 봐요.”
궁 안에 입장하자마자 에티올 부인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고, 한길과 니콜라만이 남게 되었다.
오늘은 베르사유 안에 있는 7개의 방이 개방된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무도회장인 거울의 방.
그리고 나머지 6개 방은 살롱, 즉 응접실이었다.
음식은 응접실에만 차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무도회장보다 응접실의 앞이 더 붐비고 있었다.
“음, 마르셀… 저기에 꼭 들어가야 하나?”
니콜라는 안절부절못하며 한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우리도 그냥 거울의 방에 들어가는 건 어때?”
“….”
“그러면 마르셀만 다녀올래? 난 무도회장에 있을 테니까.”
“….”
한길은 입을 꾹 다물기만 했다.
니콜라가 저렇게 불안해하는 이유는 알 것 같다. 다시 업무 복귀할 때를 두려워하는 거겠지. 한길이 마음만 먹으면, 니콜라에게 되돌려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사실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만. 니콜라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은 왠지 재밌었다. 조금 속이 시원해지기도 했고.
“우리가 계속 같이 붙어있을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 장난까지 칠 정도로 친한 사이라면서요?”
“아하하하, 그건… 그렇지? 그러면 일단 무도회장에 갔다가 다시 오는 건 어때?”
“그러다 음식이 모두 사라지면 못 보잖아요?”
니콜라는 베르사유의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게 조금 이상했다.
무티에르처럼 인생을 바칠 각오까지는 아니어도, 니콜라 역시 요리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있었으니까.
“니콜라는 안 궁금해요?”
“뭐가?”
“베르사유 요리.”
“음, 뭐. 멋지긴 하다만, 우리랑은 별 상관없는 요리라서.”
“본 적이 있어요?”
“베르사유 요리는 아니지만, 베르사유풍 요리라면 본 적이 있거든. 가끔 고객들이 대연회를 열면 나오니까. 뭐, 그때도 우리가 만드는 건 아니고, 옆에서 다른 요리사들이 만든 걸 곁눈질로 본 거지.”
니콜라의 시큰둥한 얼굴이 한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무리 봐도 니콜라는 베르사유풍 요리를 싫어하는 기색이었으니까.
“어떤 요리인데요?”
“음, 굉장히 웅장하지. 지금 이 장소에 딱 어울리는 요리라고 해야 하나. 이건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그냥 직접 보는 게 나을걸?”
한길은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베르사유의 정원도 화려했지만, 내부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여기저기에 샹들리에가 가득했고, 벽에는 각종 벽화가 그려져 있었으며, 가구는 하나같이 금칠이 되어 있었으니까.
거기에, 평민이 100년을 일해야 빌릴 수 있는 사치스러운 옷을 입은 귀족들이 한가득. 귀족들이 몸에 걸친 보석의 빛까지 더해져 눈이 부셨다.
이런 장소에 어울리는 요리란 대체 뭘까?
응접실에 입장한 것은 약 30분 후.
정글 밀림처럼 시야를 방해하는 드레스를 헤치며 방안을 돌아다니자, 응접실 한쪽 구석에 세팅된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무대?’
방의 한쪽에는 무대처럼 단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 계단 같은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다. 계단의 각 층에는 화려한 금색 접시가 액자처럼 진열되어 있었고.
여기저기 걸쳐진 색색의 화환.
수많은 화병과 꽃.
계단의 가장 아래층에는 각종 과일과 페이스트리가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었다.
화환과 제사상을 합친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 특이한 세팅이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 베르사유 요리는 우리랑 별 상관없는 요리라고 했지?”
어느새 다가온 니콜라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이게… 요리라고요?”
“응, 이게 베르사유풍 요리.”
확실히, 이 장소와 잘 어울리기는 했다.
이 정도로 요란한 세팅이 아니면 배경에 묻힐 테니까.
하지만, 이건 요리보다는 장식에 가까웠다.
무대 위에 부를 과시하듯, 온갖 금색 접시를 진열한 모습이었으니까.
이런 건 한길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크레덴자 같네.’
스카피의 시대. 그러니까,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는 크레덴자라고 불리는 뷔페 테이블이 별도로 차려졌다. 그 위에 각종 비싼 접시를 진열하고, 차가운 요리를 올렸더랬지.
훨씬 화려하고 정교했지만, 베르사유풍 요리는 르네상스 크레덴자와 매우 유사했다.
그리고 스카피의 시대라면,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 귓가에 다시금 니콜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랄까. 멋지긴 하지만, 뭔가 조금 올드하지?”
솔직히 말하면 실망스러웠다.
베르사유의 요리는 이 나라의 정점에 있을 거라고 멋대로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실망과 별개로 한길의 입꼬리가 절로 당겨졌다.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 하는 한길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해볼 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