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43)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43화(243/325)
243. 베르사유만의 언어
안내역인 다이엔 백작 부인은 퐁파두르를 ‘소개인’에게로 먼저 데려가 주었다.
‘소개인’은 국왕의 앞에서 새로이 입궁하는 인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퐁파두르의 소개인은 루이 엘리자베스 부르봉. 콩티 공주(Princesse de Conti)라고 불리는 인물이었다.
콩티 공주는 루이 14세와 그의 정부인 멩트농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핏줄. 신분으로 치면 프린세스 뒤 생 (princesse du sang: 혈통친왕)이다.
쉽게 말하면 국왕의 친척.
베르사유의 서열 체계에서, 국왕의 직계 가족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신분을 갖고 있다.
콩티 공주와는 면식이 없다.
오늘을 위해 루이 15세가 공주에게 부탁한 거다.
콩티 공주의 방은 그녀의 신분을 대변하듯 매우 화려했고, 방 안에는 십여 명의 구경꾼들이 모여 있었다.
‘저분이 콩티 공주구나.’
나이는 대략 50대. 웃을 때마다 눈가에 인자한 주름이 잡히는, 온화한 인상의 중년 여인이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공주 저하.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가 퐁파두르 후작이군. 나야말로 그대를 한번 만나보고 싶었네.”
공주의 눈에 퐁파두르는 이제 막 후작위를 받은 한낱 평민일 텐데, 의외로 살가운 태도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긴장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아직 식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조금 있는데, 여기서 조금 더 머물다 가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그러면 조금 더 편하게 대화를 나누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콩티 공주는 방 한가운데에 마련된 팔걸이 의자에 앉았다.
‘의자.’
의자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각종 상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의자의 올바른 사용법’은 마르셀이 수시로 던지는 ‘베르사유 상식 퀴즈’에 나오는 단골 문제였으니 말이다.
국왕이 함께하는 공식 자리라면, 퐁파두르 후작은 의자에 앉을 수 없다. 그러나 국왕이 없고 프린세스 뒤 생만 있는 자리라면, 접이식 의자에 앉을 수 있다.
하지만, 방 안에는 접이식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모르는 건가?’
아니, 모를 리가 없다.
콩티 공주가 베르사유의 예법을 모르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의도적이다.
웃으면서 말을 걸고 있지만, 의자는 주지 않는다. 베르사유 언어로, 퐁파두르를 후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
‘의자를 달라고 요구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쳤지만, 구경꾼들의 시선을 보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구경꾼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가 의자를 달라고 떼를 쓰기를.
그렇게 하는 순간, 베르사유에 어떤 소문이 퍼질지 눈에 선하게 보였다.
― 베르사유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소개해주기로 한 왕족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기는커녕 의자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 있죠!
― 역시 출신답게 천하게 행동하네요. 권력에 눈이 멀어서…
의자 하나에 이런 식으로 의미부여 하는 게 우스웠지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럴 경우에는 또 다른 소문이 퍼질 테니까.
― 의자가 없는데, 그게 모욕이라는 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웃지 뭐예요!
― 역시 베르사유 예법에 대해 알 리가 없죠. 출신이 천한데…
의자를 요구해도, 요구하지 않아도 곤란한 상황.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요구하면서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퐁파두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했다.
“제 의자가 없네요.”
구경꾼들의 눈이 빛났다.
“하지만 번거롭게 가져다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차에 앉아 있던 시간이 길어서 조금 서 있고 싶어서요. 일어선 채로 대화를 나눠도 될까요?”
그리고 구경꾼들이 실망했다.
완벽한 대처였으니까.
퐁파두르는 베르사유 예법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새로운 신분에 맞게 대우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적당히 겸손하면서, 준비가 미흡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콩티 공주 역시 조금은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예전부터 그대의 살롱에 대한 소문은 들었네. 내 신분에 파리에 있는 일개 살롱에 들릴 수는 없지만, 항상 궁금해하고 있었지. 이곳에서도 살롱을 열 생각인가?”
“저는 베르사유에도 살롱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파리의 살롱과는 다르지만, 베르사유에는 항상 모임이나 디너 파티가 열리고 있지. 원래 사용하던 요리사를 데려왔나?”
“네, 요리사들과 함께 왔습니다.”
“그건 현명하군. 이곳에서는 신분도 신분이지만, 좋은 요리사를 둔 사람이 대우를 받거든. 모처럼 초청을 받아서 갔는데, 음식이 형편없으면 다음 초대를 수락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나.”
의외로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졌고, 콩티 공주 주위에 있던 구경꾼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저도 퐁파두르 후작의 살롱을 소문으로만 접했는데, 새 둥지처럼 생긴 요리가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설탕으로 둥지를 만들고, 그 안에 푸아그라로 알을 만들어 담아냈죠.”
“예전에 파리에 있는 데콤브 백작의 집에서 에티올식 살롱 요리를 맛본 적이 있어요. 얼마나 놀랍던지…”
‘살롱을 운영해서 다행이네.’
만약에 살롱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어떤 주제로 대화가 오갔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귀족들은 퐁파두르를 국왕의 애인이 아닌, 파리의 살로니에르로 대우해주고 있었다. 본인들은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퐁파두르는 환하게 웃으며 모두의 대화를 맞춰주었고, 쏟아지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자리를 잡는 대로 디너 파티를 열어보려고 해요. 그때, 여기 계신 분들을 가장 먼저 초청하겠습니다.”
퐁파두르는 갑작스레 모두를 초대했고, 이어지는 귀족들의 반응을 살폈다.
“어머! 정말이요? 저도 드디어 그 유명한 살롱 요리를 맛볼 수 있겠군요!”
이쪽은 그녀에게 줄을 서려는 사람.
“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머뭇거리는 쪽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사람.
“가고 싶지만, 조만간 조금 바빠질 시기라…”
이쪽은 올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
‘이게 베르사유구나.’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퐁파두르에게 여유를 안겨주었다. 그녀는 스스로 사람을 읽는데 꽤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식의 싸움이라면 자신이 있다.
적응을 마쳤다고 생각한 그때, 콩티 공주가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되었군. 가보도록 하지.”
#
입궁식의 첫 번째 순서는 국왕 알현.
장소는 대회의실이다.
콩티 공주의 방에서 대회의실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양옆으로 구경꾼들이 가득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였지만, 퐁파두르는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 머리가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한다.
마르셀의 말대로였다.
그녀의 몸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베르사유의 걸음걸이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고, 덕분에 그녀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었다.
걷는 속도는 괜찮은지, 몸이 너무 흔들리는 건 아닌지 등의 기본적인 동작에 신경 쓰는 대신, 여기 모인 사람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게 된 거다.
구경꾼들은 하나같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퐁파두르를 위아래로 흘겨보고 있었다.
‘역시 나를 좋게 보는 사람들은 없네.’
호기심에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녀를 보며 혀를 차거나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는 자들도 많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회의실 앞에 도착하자, 문지기가 고개를 숙이며 문을 열어주었다.
‘문.’
이것도 마르셀의 상식 퀴즈에 자주 등장하는 문제였다.
일반적인 귀족이 방에 입장할 때, 문지기는 한쪽 문만 열어준다. 하지만 왕족의 경우, 양쪽 문을 모두 열어준다.
콩티 공주와 함께인 지금, 문지기들은 양쪽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었다. 그 사이로 콩티 공주가 먼저 들어갔고, 퐁파두르가 뒤를 이었다.
‘이래서 콩티 공주에게 소개인 역을 부탁한 거구나.’
루이가 왜 초면인 콩티 공주에게 이 역할을 맡아달라고 한 건지, 지금은 알 수 있었다.
베르사유에 들어온 첫날, 퐁파두르는 두 문을 열고 입장했다. 일반 귀족이지만, 왕족에 준하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의미 아닐까.
조금씩 베르사유식 언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엄청 많네.’
대회의실 안에는 복도의 몇 배나 되는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회의실 한 가운데에는 루이가 앉아 있었다.
“전하, 이쪽은 오늘 입궁한 퐁파두르 후작입니다.”
콩티 공주가 다가가 퐁파두르를 소개하자, 루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퐁파두르가 국왕의 애인이라는 것은, 온 프랑스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 그녀를,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양 소개하는 이 연극이 창피한 거다.
대외적으로 루이는 고고한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퐁파두르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었다.
루이는 지나칠 정도로 주변을 많이 의식했고, 자신의 체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의 사적인 일로 남들이 떠드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도 했고.
입궁식도 필요에 의해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달가울 리 없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퐁파두르는 한쪽 다리를 뒤로 보내고 양손으로 드레스를 살짝 올리며 무릎을 굽혔다. 국왕 앞에 올리는 베르사유식 절이다.
“그대를 환영하네.”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루이는 그 후로도 무언가를 말했지만, 그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고, 발음도 부정확했다.
“… 겠네.”
“네.”
“그러면 물러가게.”
“감사합니다.”
퐁파두르는 다시금 절을 올렸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
“….”
“….”
대회의실 안의 웅성거림이 사라지고 완전한 침묵이 찾아왔다. 조용히 수다를 떨던 귀족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탓이다.
뒷걸음질의 순서다.
기대가 서린 얼굴들이 보였다. 평민 출신의 정부가 어떤 망신스러운 모습을 보여줄지, 즐거운 상상을 하는 얼굴들이었다.
‘정말 쉽네.’
베르사유 군중의 심리가 너무 빤히 보여서 더욱 여유가 차올랐다.
퐁파두르는 당당하게, 보란 듯이 완벽한 뒷걸음질을 선보였다. 그 어느 귀족보다 우아한 몸놀림으로.
그러자 급격히 실망하는 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대놓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반면, 루이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퐁파두르는 적당한 거리까지 이동한 후, 뒷걸음질을 멈추고 콩티 공주를 향해 몸을 돌렸다.
“다음은 왕비 전하의 방으로 가세.”
이어지는 말에 웅성거림이 다시 살아났다.
왕비와 정부의 만남.
모두가 기대하는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
왕비의 방에는 대회의실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후우…’
퐁파두르는 조용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베르니 신부가 그녀에게 해줬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왕비 전하께서 ‘옷이 멋지군’ 이 한마디만 하신다면, 베르사유 언어로 침을 뱉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늘은 마지못해 얼굴을 보지만, 두 번 다시 보지 말자’는 의미죠.
새로이 입궁하는 사람을 환영하는 경우, 왕족은 길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경우, 짧게 한마디만 던지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왕비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뻔했다.
그녀를 곱게 볼 리는 없었으니까.
‘이분이 왕비 전하구나.’
왕비는 조금 푸짐하게 생긴 여인이었다.
나이는 루이보다 7살 연상이라 들었으니, 40대 초반이려나.
진한 화장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는 베르사유의 여타 귀족과 달리, 그녀의 얼굴에는 화장기 하나 없었다. 드레스도 어두운 보라색. 전체적으로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
“전하, 이쪽은 오늘 입궁한 퐁파두르 후작입니다.”
콩티 공주가 다시금 소개를 했고, 퐁파두르는 최대한 공손하게 베르사유식으로 예를 올렸다.
고개를 숙인 와중, 왕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옷이 멋지군.”
예상했던 말이었다.
여기부터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던 그때,
“그대가 그 유명한 살로니에르군.”
왕비가 말을 이어갔다.
‘무슨?’
‘잘못 들은 건 아니지?’
‘두 마디나 하신다고?’
구경꾼들의 당황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퐁파두르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듣자 하니 재밌는 요리를 많이 만든다고 하더군. 계란 껍데기 안에 수란을 담는다고 들은 적이 있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궁금했었지.”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계란 껍데기를 절단하고 한번 씻어낸 후, 그 안에 계란을 다시 담고 물에 띄워서 조리한다고 합니다.”
“물에 띄워서 조리를 한다고?”
“네, 강가에 배를 띄우듯이, 냄비 안에 계란을 띄운다고 합니다. 잘못해서 뒤집어지면 큰일이니, 냄비 옆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신기하군.”
왕비는 생각보다 퐁파두르의 살롱 요리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었으며, 그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살롱에 대한 질문이 끝나갈 무렵,
“그대의 가문이 사이삭 후작가와 친분이 있다고 들었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사이삭 후작 부인이 베르사유에 찾아온 적이 있었지. 혹시 최근에 만난 적이 있나?”
“이탈리아에 다녀오신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지만, 돌아오신 후로 아직 뵙지는 못했습니다.”
사이삭 후작부인은 투르네엠 삼촌과 친분이 있는 귀족이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서로 친분이 있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이건 베르사유 언어로, 왕비가 퐁파두르 후작을 환영한다는 뜻이었다.
‘왜?’
감사한 일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는 퐁파두르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으니까.
‘세상에! 벌써 스무 마디나 나누고 계시네요!’
‘자존심도 없으신가?’
‘저런 천한 여자한테 왜 저러시는 거죠?’
퐁파두르에게 들린다면, 왕비에게도 들릴 터. 하지만 왕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것도 의도적이다.
“앞으로 자주 보겠군. 그러면 그만 들어가 보게.”
무언가에 저항하는 듯한 태도와 말투.
그 순간, 퐁파두르는 왕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야.’
왕비의 행동은, 구경꾼들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구경꾼들은, 젊은 애인에게 질투하는 나이 든 왕비를 보고 싶어 했다. 둘 사이의 막장 드라마를 기대하며.
왕비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남편의 젊은 애인에게 질투하는 비참한 여인의 역할을 거부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퐁파두르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깊이 숙인 후, 예법에 따라 장갑을 벗고 왕비의 드레스 자락에 입을 맞추었다.
#
“이곳이 앞으로 지내실 곳입니다.”
왕세자 부부에게 인사를 올린 후에야 퐁파두르는 자신의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리고 방에 들어온 지 5분도 안 되어 손님이 찾아왔다.
퐁파두르의 예절 교육을 담당한 베르니 신부와 곤토 후작이었다.
“정말 완벽하셨습니다! 너무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다 나지 뭡니까.”
“감사합니다. 전부 두 분 덕분이죠.”
“지금 베르사유가 발칵 뒤집힌 건 아십니까! 이번 입궁식에서 당신이 실수를 몇 개나 할 것인지로 내기를 걸었던 사람들이 몽땅 다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베르니 신부는 특히나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번 입궁식에서 그녀가 실수 하나 없을 것이라는 데에 돈을 걸었고, 오늘 무려 2천 리브르나 벌었다고 했다.
예절 담당자들이 돌아간 후, 퐁파두르는 요리사들을 불렀다.
“축하드립니다.”
항상 무뚝뚝한 표정을 짓는 무티에르도, 오늘만큼은 감격에 겨워하는 얼굴이었다.
“전부 무슈 무티에르 덕분이에요.”
“제가 무엇을 했겠습니까.”
“저희가 열었던 살롱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이곳에서는 뛰어난 요리사를 가진 귀족이 대우를 받는다고 들었거든요.”
“물론입니다.”
무티에르 옆에 있는 니콜라는 눈가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니콜라, 설마 우는 거예요?”
“부인이 이런 대단한 분이 되는 걸 보다니…”
“니콜라한테도 감사해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이 정도로 놀라진 마시고요.”
“네, 물론…입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니콜라를 달래주고 그다음은 마르셀.
마르셀을 보니, 이상하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이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던 탓이다.
“잘하셨습니다.”
결국 마르셀이 먼저 담백하게 입을 열었고,
“고마워요.”
퐁파두르는 간신히 대답만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도 참 이상하네.’
이 중에서 가장 어린데, 이상하게 가장 듬직했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놀라지도 않았고.
정말 신비로운 아이…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후우…”
“왜 그러세요?”
“마르셀, 오늘 같은 날도 그렇게 재촉해야 하나요? 누가 쫓아와요?”
마르셀은 마르셀이었다.
퐁파두르는 못 말린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린 후, 입을 열었다.
“여기서도 디너 파티를 열 생각이에요. 하지만 그에 앞서, 니콜라에게 부탁이 있어요.”
“네! 무엇이든지요!”
“왕비 전하에 대한 정보를 구해와 주세요.”
“네?”
니콜라는 상당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왕비 전하를 음해하는 건.. 그…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몰릴 수 있어서..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는데.. 저는 이런 임무에는 적합하지가 않아서…”
“이상한 걸 알아 와달라는 게 아니에요. 제가 알고 싶은 건, 왕비 전하가 무엇을 좋아하시는지에요.”
“…?”
“꽃을 좋아하시는지, 취미는 뭔지,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그런 거요.”
“…?”
니콜라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의도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마르셀의 얼굴에도 물음표가 떠 있었다.
항상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건방진 표정을 짓는 마르셀이 간혹 이렇게 당황할 때면, 이상하게 짜릿했다.
소복이 쌓인 눈에 가장 먼저 발자국을 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친구가 되고 싶거든요.”
“네?”
그녀의 말에 마르셀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며, 퐁파두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마르셀이 저 정도로 반응한다면, 다른 이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저러는 게 당연하지.’
왕비와 친해지고 싶다는 정부가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래서 기대가 되었다.
베르사유의 군중은 어떻게 반응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