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44)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44화(244/325)
244. 그 여자
입궁식으로부터 얼마 후,
베르사유는 ‘그 여자’에 대한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 그거 들었어요?
― 뭘요?
― ‘그 여자’가 이번에는 자기 가족을 전부 궁으로 불렀대요!
국왕은 퐁파두르의 친부에게 반디에르(Vandieres)라는 영지를 내렸다.
반디에르는 부유하지 않은 작은 영지였지만, ‘무슈 반디에르’라는 이름과 함께 베르사유에 거주할 자격을 안겨주었다.
― 저는 그것보다 다른 아버지 쪽이 더 놀랍던데요?
― 다른 아버지라뇨?
― 아, ‘그 여자’가 삼촌으로 부르는 쪽이요. 그쪽도 이번에 쏠쏠하게 챙겼다고 하더라고요.
퐁파두르의 삼촌인 투르네엠은 ‘국왕의 건설 사업 총괄자(Intendant General des Batiment du Roi)’로 임명되었다.
‘건설 사업 총괄자’는 왕실의 모든 건축물과 예술품을 관리하는 직책.
국제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프랑스의 문화 예술에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였다.
투르네엠의 사망 시, 해당 직책은 퐁파두르의 남동생이 물려받는다는 조건까지 덧붙여졌다.
― 가족에서 끝나면 다행이죠. 또 한 명 더 불렀다는데요?
― 누구요?
― 볼테르요. ‘그 여자’랑 친하다고 듣긴 했는데, 생각보다 더 친한가 보더라고요.
퐁파두르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볼테르에게도 행운이 따랐다.
볼테르는 왕실의 역사학자로 임명되었고, 프랑스의 언어를 표준화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일원으로 선출되었으며, 그 역시 베르사유에 방이 배정되었다.
이 모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비단 베르사유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던 일이었으니까.
궁중 정치는 의자 뺏기 게임.
몇 개 없는 의자를 두고 벌어지는 끝없는 경쟁이다.
이 게임에서 실력이나 능력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국왕의 마음에 드느냐 마느냐.
국왕에게 가장 큰 총애를 받는 정부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여성이 직접 의자에 앉을 수 없는 노릇. 따라서 그녀의 친인척이나 친구들이 의자를 차지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 의자를 차지한 이들이 모두 부르주아라는 점이다.
그동안 귀족들만 참여한 게임에 부르주아가 개입하게 된 것. 이 상황을 베르사유의 귀족들이 곱게 볼 리 없었다.
― 아니, 백작가 자제도 자리가 없다고 베르사유에 거주하지 못하는데, 부르주아만 몇 명이 입주하는 겁니까! 이게 말이 됩니까!
― 정말 세상 말세라니까요? 여자 한 명 잘못 들여와서 나라가 기우는 거죠, 쯧즛.
베르사유 귀족들은 퐁파두르의 가족을 ‘반디에르’라고 부르는 대신, ‘아방디에르(avant-hier)’라고 불렀다.
영어로 하면 ‘원터 이즈 커밍.’
‘겨울이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국왕의 마음을 영원히 사로잡는 정부란 없는 법이니까.
― 몇 년만 견디면 되겠죠. 원래 새로운 건 쉽게 질리기 마련이니까요.
― 하긴, 그 어떤 미인이어도 다 잡은 물고기는 흥미가 안가잖아요?
― 몇 년까지도 안 걸릴 겁니다. 최근 들어 베르사유에 방문하는 영애들이 많아졌더라고요. 하나같이 전에 본 적 없는 미인이던데…
국왕의 전 애인들은 모두 대검귀족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국왕의 취향은 명문가 영애라고 여겨졌는데, 퐁파두르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이에 희망을 품은 하급 귀족들은 빼어난 용모를 가진 딸이나 조카를 연달아 베르사유에 보냈고, 베르사유에는 그 어느 때보다 미인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루이 15세는 그녀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 ‘그 여자’에 대한 새로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귀족들을 경악하게 만든 소문이.
― 요즘 ‘그 여자’가 매일 왕비 전하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가는 거 알고 있나요?
― 아침 문안만 하는 게 아니라, 하루에 세 번씩 찾아갈 때도 있더라고요! 왕비 전하의 주사위 게임에도 참여하더라니까요?
― 그 정도가 아니에요! 툭하면 선물 공세를 하는 것 있죠?
퐁파두르가 왕비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거다.
#
루이 15세의 아내, 마리아 레슈친스카(Maria Leszczynska)는 폴란드의 왕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름뿐인 왕녀, 나라 없는 왕녀였다.
그녀의 아버지 스타니스와프 1세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로 왕위에서 쫓겨났고, 그 후로 레슈친스카 왕족 일가는 기나긴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유럽에서 가장 빈곤한 왕족.
그 어떤 권력도, 세력도 없는 왕족.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그녀가 프랑스의 왕비로 간택 받은 이유였다.
그녀는 가톨릭 교도였으며, 프랑스 안의 그 어떤 파벌과도 인연이 없었고, 결혼으로 인해 프랑스를 까다로운 동맹 관계에 끌어들일 일도 없었다.
한마디로,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이었다.
마리아는 처음부터 베르사유와 어울리는 여인이 아니었다.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아온 탓에 신앙심이 깊었고, 빈곤한 삶을 살아온 탓에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었으니까.
그녀는 베르사유의 향락 풍조에 끝내 적응하지 못했다.
― 왕비 전하는 왜 화장을 안 하실까요? 수수한 외모로 태어난 것까지는 어쩔 수 없어도, 노력은 할 수는 있을 텐데….
― 그쪽에 관심이 영 없으시니까요. 아직도 주사위 게임밖에 안 하신다니까요? 그거, 유행이 지난 게 언젠데…
마리아는 촌스러웠다.
패션과 유행의 중심지인 베르사유에서, 그보다 더 큰 죄는 없었다.
하지만 루이 15세는 왕비를 사랑했다.
― 조금 놀랍지 않나요? 그야,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조금 예상 밖이라고 해야 할까…
― 그러니까요. 얼마 전에 전하께서 크레숑 백작에게 ‘내 아내가 베르사유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다더라고요.
― 참으로 이상하죠? 국왕 전하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미녀들이 그렇게 많은데 거들떠보지도 않으시더니…
귀족들은 알지 못했지만, 루이 15세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미인들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헌신적이며 얌전한 아내를 아꼈고, 그녀의 상냥함과 정숙함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리고 무려 8년간, 국왕은 다른 여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왕비는 그런 루이에게 10명의 자녀를 선물해주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출산에 지친 그녀는 루이와의 동침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 그거 들었어요? 어제 왕비 전하께서 또 국왕 전하를 돌려보내셨대요!
― 아직도 몸이 안 좋으시대요?
― 아니, 어제가 무슨 성자의 날이었다는데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성자이긴 하지만….
― 뭐, 성자가 한둘이어야지 말이죠. 대체 왜 그러시는 걸까요?
― 이건 다르젠슨 백작이 왕비 전하의 시녀 중 한 명한테 들은 얘긴데… ‘항상 침대에 누워있고, 항상 임신 중이고, 항상 출산 중이네‘하며 한탄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 어리석네요. 누가 봐도 이건 기회 아닌가요?
그로부터 얼마 후,
국왕은 정부를 들이기 시작했다.
루이 15세의 정부들은 루이 14세의 정부들과는 달랐다. 비교적 수수한 외모에, 구멍 난 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로 검소한 성향이었으니까.
국왕은 정부에게 커다란 권력을 주지 않았고, 그녀들도 국왕의 애정만을 갈구하며 그 외에는 커다란 요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섯 번째 정부는 달랐다.
퐁파두르의 전임인 샤토루 공작은 야망이 가득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공작위를 주기 전까지는 정부가 되어줄 수 없다고 했고, 왕비보다 호화로운 마차를 요구했으며, 국왕이 전쟁으로 원정을 떠날 때도 아내를 두고 자신을 데려갈 것을 강요했다.
그리고 샤토루 공작을 계기로, 왕비는 베르사유에서 천대받기 시작했다.
왕비의 식사는 대중에게 공개되었지만,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구경꾼은 없었다. 왕비는 매주 응접실에서 주사위 게임을 벌였지만, 그녀의 절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 참석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 왕비에게, 새로 들어온 정부가 다가가기 시작한 거다. 그것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 ’그 여자‘가, 입궁식에서 왕비 전하가 궁금해하신 요리를 선물해 주더라고요!
― 왕비 전하가 여시는 자선 행사에도 참가하더라니까요? 심지어 기부금으로 무려 1 루이나 냈고요!
국왕은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퐁파두르에게 베르사유의 온실을 선물해주었다. 퐁파두르는 온실 속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꺾어 왕비에게 선물했다.
왕비는 주사위 게임에 능숙하지 않아 돈을 자주 잃었다. 심지어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기부하는데 사용했으니 항상 빚을 지고 있었다. 퐁파두르는 국왕을 설득하여 왕비의 빚을 모두 갚아주도록 했다.
심지어 하루는, 왕비가 오랜 외출을 하는 사이에 그녀의 방을 다시 꾸며주기도 했다. 금칠이 벗겨진 방을 새로 칠하고, 침대 위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의 그림이 담긴 태피스트리를 남기기도 했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겠죠?
― 그냥 멍청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왕비 전하는 전혀 영향력이 없는데 그것도 모르고…
― 아니면 천한 출신이니까 왕족 앞에서는 무조건 넙죽 엎드려야 한다는 노예근성 같은 게 남아있을 수도 있죠.
당황스럽기는 왕비도 마찬가지였다.
왕비로서는 국왕의 애인이 달가울 리 없었다. 바로 전임자에게 크게 데인 후로는 더더욱.
하지만 우려와 달리 퐁파두르는 항상 친절했고, 왕비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되 절대 선을 넘지 않았으며, 늘 공손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의심과 불편함만 느끼던 왕비도, 조금씩 퐁파두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친구가 될 수는 없지만, ‘어차피 정부가 있어야 한다면 그녀가 낫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 이번 사냥에 왕세자 전하와 빅투아르 공주저하가 동행하신 거 아세요? ’그 여자‘가 있었는데도 말이죠!
― 저는 루이즈 공주 저하가 ’그 여자‘를 식사에 초대했다고 들었는데요?
베르사유의 최상층에 군림하는 왕족이, 이 궁전에서 가장 천한 부르주아 출신의 정부를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두명이 아니라 왕족 일가 전부가.
베르사유의 귀족들은 왕비를 없는 취급 했지만, 왕비의 자녀들에게 그녀는 여전히 소중한 어머니였다. 그리고 왕세자를 비롯한 공주들은, 왕비와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어차피 정부가 있어야 한다면, 그래도 그녀가 낫다.‘
―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천박한 여자를 받아주다니!
― 그것도 잠시뿐이겠죠. 지켜봅시다, 조만간 천박한 부르주아 본성이 나올 거예요.
― 하긴, 태생은 숨길 수 없으니까요. ’그 여자‘의 본성을 보면 그분들도 생각을 고치시고 알아서 거리를 두시겠죠.
그리고 얼마 후,
퐁파두르는 그녀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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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었어요? ’그 여자‘가 사석에서 무슈 아벨 아방디에르를 ’동생‘이라고 불렀대요!
― 그 단어를 썼다고요? 사람들이 듣는 앞에서요?
― 그렇다니까요! 가족이 옆에 있으니까 익숙한 부르주아 습관이 나온 거죠!
귀족들은 가족들에게도 친근한 호칭을 쓰지 않았다.
부부 사이에도, 형제 사이에도 극존칭을 써야 했는데, 퐁파두르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신의 남동생을 ’작은 동생(frerot)’이라고 불렀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친구들과 하인들에게도 애칭을 붙여주었고, 이름이 아닌 애칭으로 모두를 부르기 시작했다.
베르사유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긴장이 풀리면 본성이 나오는 법이죠. 저렇게 친근하게 구는 것도, 가족에 집착하는 것도, 너무 부르주아답지 않아요?
― 보기 민망할 정도라니까요? 저 천한 모습을 보면 국왕 전하께서 얼마나 실망하실까요?
그런데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사석에서 국왕이 퐁파두르의 남동생을 ‘작은 처남’이라고 부른 것.
그뿐 아니라, 국왕은 자신의 딸들에게도 애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화려함을 좋아하는 아들레드 공주를 ‘레이스’라고 불렀고, 깐깐한 성격의 빅토리아 공주를 ‘체크’라고 불렀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루이즈 공주를 ‘퍼즐’이라고 불렀다.
그게 누구의 영향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대체 전하께서… 왜?
― 아니, 그야 가족을 유난히 아끼는 분이시긴 하지만 이건 너무나…
― 이번만큼은 정말 이해할 수 없군요.
국왕은 평소에도 왕족치고 이례적으로 가족적인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왕족은 자녀가 태어나면 교육을 위해 멀리 보내지만, 국왕은 자녀들을 곁에 두는 걸 선호했다.
그는 자녀들의 교육에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였고, 매일같이 선물을 주었으며, 왕세자가 다쳐서 수술을 받을 때는, 왕실 법도를 무시하고 수술을 받는 내내 아들의 곁을 지키기도 했다.
루이 15세는 2살이 되던 해에,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사람이었다.
이는 베르사유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 누구도 루이가 가족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퐁파두르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녀는 루이의 가족을 한 명 한 명 챙겨주었고, 국왕이 그들에게 더 친밀하게 애정표현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솔선수범했다.
국왕은 그런 퐁파두르를 더욱 아꼈고, 그녀와 더욱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루이는 아침에 눈을 뜨면 기상 의식을 치른 후, 곧바로 퐁파두르의 방으로 향했다. 국정을 보는 와중에도, 한 시간이라도 틈이 나면 항상 퐁파두르를 찾아갔다.
퐁파두르의 방은 국왕의 방과 계단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 계단을 오를 때면 국왕은 항상, 즐거워 마지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생일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 대체 뭔 짓을 하길래 저렇게 혼을 빼놓는 걸까요?
― 천박한 여자니까 어디서 천박한 기술을 배워온 게 아닐까요?
베르사유의 귀족들은 그녀의 방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했고, 외설적인 소문이 돌았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한 용기 있는 귀족이, 체면을 무릅쓰고 그녀를 방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방 안의 풍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보물창고와도 같았으니까.
이국에서 들여온 신기한 동식물, 새로 주문한 가구, 그녀가 발굴한 화가의 그림, 새로 출판된 지도, 동양에서 들여온 도자기…
루이 15세는 인생을 따분하다고 여기는 인물이었다. 무엇이든 쉽게 싫증을 느꼈고, 사냥을 제외하고는 취미도 없었다.
하지만 퐁파두르는 매일같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고, 루이가 나타나면 반짝이는 눈으로 재잘거리며 그를 웃게 만들었다.
그녀는 무기력한 루이의 삶에 활력을 주는 존재였다.
베르사유에는 퐁파두르에 견주는 미인이 많았지만, 그녀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국왕이 그녀에게 질릴 것이라는 소문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찾는 귀족들이 많아졌다.
퐁파두르를 방문하면, 국왕과 마주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왕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베르사유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모르는 귀족은 없었다.
심지어 퐁파두르는 친절했다.
그녀는 찾아오는 손님을 절대 거절하지 않았고, 그들이 국왕에게 전달하고 싶은 얘기를 일일이 들어주었으며, 심지어 국왕과 대화를 나눈 후에 그 결과를 편지로 알려주기도 했다.
― 살로니에르 출신이라 그런 걸까요? 사람을 잘 다루긴 해요?
― 하긴, 콧대 높은 귀부인들과는 달리 배려하는 느낌이 있기는 하죠. 그런데 살롱이라고 하니 그러는데… 베르사유에 살롱을 열 생각은 없는 걸까요?
― 안 그래도 물어봤는데, 조만간 열 거라고 하더라고요.
― 언제요?
― 국왕 전하께서 돌아오시면요.
유럽은 한창 오스트리아 계승 전쟁으로 인해 들썩이는 상태였고, 루이 15세는 출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퐁파두르는 몇 명의 귀족들에게, 루이가 돌아오는 즉시 살롱을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 퐁파두르의 첫 번째 살롱이라… 당연히 전하도 오시겠죠?
― 몇 명이나 초대하려나요?
― 글쎄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얼굴 도장을 찍어두는 게 좋겠죠.
― 하긴, 경쟁이 만만치 않겠네요. 그 유명한 살롱 요리를 드디어 맛볼 수 있는 데다가, 전하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라니!
베르사유의 귀족들은, 그녀의 살롱이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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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네요.”
퐁파두르는 응접실에 들어오는 요리사들을 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매일 얼굴을 보지 않았습니까.”
“얼굴만 봤지, 이렇게 회의하는 건 오랜만이잖아요? 파리에서는 매주 살롱 회의를 했는데…”
“워낙에 바쁘시니까요! 그런데 이제 괜찮으신 거예요?”
“전하께서 안 계시니 조금은 한가해질 거예요. 그동안 준비를 해야죠.”
퐁파두르는 활짝 웃었지만, 그 모습을 보며 한길은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피곤해 보이시네요. 가끔은 휴식도 취하면서 일하시는 게 좋습니다.”
잠깐 사이에 퐁파두르의 얼굴은 반쪽이 되어 있었다. 저 작은 체구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탓이다.
한길은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한 말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있냐?”
“그건 동감이에요. 전 마르셀이 진행한 예절 수업이 더 혹독했는걸요? 그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그건… 나도 동감일세.”
“봐봐! 마스터까지 저러시잖아? 이 독한 놈!”
“그래도 저는 휴식 시간은 확실히 챙겨드렸어요. 제대로 쉬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으니까요.”
정색하는 한길을 보며, 퐁파두르가 다시금 생긋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마르셀. 어제 하루는 충분히 쉬었으니까요. 그리고 더 이상 미뤄둘 수 없잖아요? 우리 살롱의 베르사유 데뷔인데 말이죠!”
그녀의 말에 방 안에 있던 모두의 눈에 흥분이 감돌았다.
요리사들은 그동안 퐁파두르의 식사는 차려주었지만, 손님을 초청하는 디너 파티나 연회는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그녀가 베르사유에 적응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던 것.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왔다.
베르사유에서 여는 첫 번째 살롱.
퐁파두르의 요리사들이 궁전 데뷔를 하는 순간이.
모두가 감격에 겨워하고 있었고, 한길 역시 감회가 남달랐다.
이번이 아마도 이번 스테이지의 최종 퀘스트.
베르사유에서 여는 최초이자 최후의 연회가 될 테니까.
“자, 그러면 시작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