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46)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46화(246/325)
246. 국민을 위한 정부
퀘스트 완료를 위해서는 국왕을 살롱에 초청해야 한다. 그런 중요한 타이밍에, 베르사유에 있는 누군가가 파리 시내에 독을 풀어놓았다.
‘푸아송은 악취를 풍긴다.’
‘푸아송은 쓸모가 없고 모든 걸 망친다.’
퐁파두르의 처녓적 성이 ‘생선’을 뜻하는 푸아송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푸아송’을 불쾌한 존재로 만든 것.
한길은 반대로, 푸아송을 세상에 이로운 존재로 포장해야 한다.
푸아송을 선점하는 자가 승리한다.
퐁파두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걱정 반 의심 반의 눈빛으로.
“푸아송을 선점하다니… 설마 생선 요리로 대항하겠다는 말인가요?”
“네. 저쪽에서 생선 노래를 유행시킨다면, 이쪽은 생선 요리를 유행시켜야죠.”
“으음, 그게 잘 될까요?”
“싫으시면 가만히 계셔도 됩니다. 역사에 허영심 가득한 생선 정부로 기록되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퐁파두르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노려보았지만, 한길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는 종이 쪼가리로 시선을 돌린 후, 결연하게 눈을 빛냈다.
“그래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 해봐야죠.”
“잘 생각하셨어요.”
“이번에는 생선 요리로 살롱을 열면 되는 걸까요? 베르사유에서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니 오랜만에 파리로 나가봐야겠네요.”
“아니요. 이번 요리는 살롱 요리가 아닙니다.”
“네?”
한길의 말에 퐁파두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살롱 요리는 상류층의 요리다.
살롱이 신분 관계없이 모든 계층이 지식을 교류하는 공간이라고는 하나, 참석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자들이었다. 즉, 대개가 귀족이나 부르주아였다.
하지만, 푸아소나드는 악사들을 통해 거리에서, 술집에서 번지고 있었다.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서민 요리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네?”
“뭐?”
“무슨…?”
한길의 말에 퐁파두르는 물론, 무티에르와 니콜라까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래도 추가 설명이 필요한 모양.
“다 이유가 있어요.”
#
그간 살롱과 베르사유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한길이 간과하고 넘어간 사실이 있다.
지금 이 시대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극심한 빈부 차이로 인해 서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는 시기다.
그런 면에서, 앞서 본 노래 가사는 상당히 불길했다.
―건물을 지으랴, 사치품을 모으랴!
―잡동사니는 쌓여만 가는데, 국고는 텅텅 비어가네.
푸아소나드의 가사를 작사한 이들은, 퐁파두르를 사치스러운 여인, 나라를 망하게 하는 여인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서민들이 그녀를 원망하도록.
미래를 아는 한길의 입장에서는 섬뜩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원망을 산 한 여인은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으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프랑스 혁명은 앞으로 44년 후에 일어난다. 원래라면 퐁파두르가 위험해지는 일은 없겠지만…
이 세상에는 한길이라는 변수가 있다.
만약 한길로 인해 혁명이 앞당겨진다면?
퐁파두르가 마리 앙투아네트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주라’고 말한 인물이, 퐁파두르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된다.
물론, 이건 과민반응일 수도 있다.
정부의 요리사 한 명이 바뀌었다고 혁명이 44년이나 앞당겨지는 건, 한길이 봐도 비약이 심하니까.
하지만 나비의 날갯짓도 태풍을 일으킨다는 말이 있는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생각해 보면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고.’
한길은 이번 위기 속에 숨어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 그리고 그 답이 서민 요리에 있었다.
“서민 요리? 부르주아 요리 말고 서민 요리를 말하는 거 맞아?”
한편, 니콜라는 방금 들은 얘기를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재차 물었다.
“네.”
“너, 서민 요리가 어떤 요리인지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서민들은 집에 주방은커녕 테이블도 없어! 차가운 방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마른 빵이나 뜯어 먹는다고! 운이 좋으면 치즈나 파테, 샤퀴테리 정도 곁들여서 먹고.”
“그렇죠.”
“서민들이 왜 맨날 술집에 가겠냐? 그나마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런 거지. 집안이 워낙에 우울하니까 뛰쳐나오는 거 아니냐고.”
“정식 만찬보다 술안주가 맛있을 때도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다들 하찮다고 내려다보는 음식을 만든다고? 왜 굳이 그런…”
“풋.”
갑자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 죄송.. 해요, 하하하, 말씀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
이상한 소리의 출처는 퐁파두르였다.
그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누르려 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어 보였다.
“하하하하..”
결국 그녀는 포기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저래서 숨은 제대로 쉴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터져 나오는 웃음이었으니까.
한참 후, 겨우 숨을 되찾은 그녀가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다들 하찮다고 내려다보는 요리로 승부를 겨루자니. 뭔가 와닿는 게 있어서요.”
당연히 그럴 거다.
퐁파두르는 모두가 하찮다고 내려다보는 여인이었으니까.
퐁파두르가 지금 이 상황에 처한 것도, 그녀가 베르사유 최초의 평민 출신 정부이기 때문이다.
베르사유에 입궁한 후로, 그녀의 행실은 교과서에서 찍어낸 듯 완벽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지금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귀족 출신도 아닌 주제에 그 자리에 올랐다는 이유 하나로.
한길은 퐁파두르를 똑바로 바라봤다.
“푸아소나드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있더라고요. ‘하찮은 부르주아가 궁전을 장악했다’는 얘기요.”
“네.”
“그게 저희에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
똑같은 팩트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퐁파두르 후작은 베르사유 최초의, 귀족이 아닌 정부예요.”
“… 그건 저도 알아요.”
“노래 가사에서는 부르주아라고 부르지만,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하자면 평민 출신의 정부죠.”
“마르셀, 지금 저한테 시비 거는 거에요?”
장난치는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에 살짝 날이 서 있다.
“그게 아니라 잘 생각해 보세요. 지금껏 국왕 전하의 가장 가까이서 조언하는 사람들은 다 귀족이었어요. 그들만의 세상에만 살아온 사람들이었죠.”
“네.”
“하지만, 당신은 평민 출신이에요.”
“…아!”
퐁파두르는 이제야 한길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깨닫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다면 이건…”
“당신의 신분을, 약점이 아닌 무기로 만들자는 거죠.”
퐁파두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니콜라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지금 나만 못 알아듣는 건가? 두 사람, 무슨 얘기를 하는 건데요?”
한길은 니콜라를 향해 몸을 돌리며 설명해주었다.
“퐁파두르 후작을, 베르사유 최초의 국민을 위한 정부로 만드는 겁니다.”
말하고 보니 뭔가 선거 슬로건 같기도 했다.
이곳에는 아직 민주주의가 없지만 말이다.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부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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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의 전략은 간단했다.
얼마 후, 무티에르가 집필한 조리서가 발매될 예정이다. <에티올 부인의 살롱 요리>라는 제목의 조리서로, 그동안 살롱에서 그들이 만든 요리의 레시피를 담은 조리서다.
퐁파두르가 베르사유에 입궁한 후로 살롱 요리 붐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지만, 조리서가 발매되면 다시 한번 불타오를 거다.
“그 시기에 맞춰 새로운 요리를 출시하는 거죠. 이번에는 에티올 부인의 푸아송 요리라고 하면서요.”
푸아송 요리는 부르주아의 요리도, 귀족의 요리도 아니다.
서민 요리다.
지금까지 귀족들을 위한 요리만 만들던 그녀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한 요리를 만들었다.
이 나라에서 올라갈 수 있는 최정점까지 올라갔지만, 아직도 자신의 출신을 잊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서민 요리가 나올 때, 퐁파두르 후작이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야 합니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여줘야 하죠.”
“보여줘서 뭐를 어떻게 하는데?”
“대충 ‘나는 당신들과 똑같다,’ ‘당신들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되어주겠다’고 알려야 합니다.”
“그게 먹힐까?”
“귀로 듣는 소문보다는 눈으로 보이는 거짓이 더 효과적일 겁니다.”
“흐음…”
니콜라는 전혀 믿지 못하는 듯했지만, 퐁파두르는 달랐다.
“한번 해봐야 알죠!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의욕이 넘쳐 보이는 모습.
“다행이네요.”
“왜요?”
“이번에도 교육이 필요하니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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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는 귀족처럼 보이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면, 이제는 서민으로 보이기 위한 교육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니콜라가 담당을 맡고, 한길이 가끔 조언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마르셀, 잠깐 와서 뭣 좀 봐주시겠어요?”
“얼마나 걸릴까요?”
“한… 10분쯤?”
퐁파두르가 지나가는 한길을 붙잡고 응접실 안으로 불렀다.
“잠깐만요. 이대로 있어 주세요.”
생글생글 웃던 그녀가 돌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평소의 장난기는 사라지고 우수에 찬 눈빛이 한길을 바라봤다. 한쪽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입술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한길의 손을 감싸 안았다.
“고생이 많으시군요. 이런 걸 국왕 전하도 아셔야 할 텐데….”
안타까움과 위로가 동시에 담긴 시선은, 마치 ‘이 세상 모두가 너를 버려도 나만은 네 편이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자, 이게 첫 번째였어요.”
그녀가 생긋 웃자, 방금 전의 표정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
“….”
“왜 그래요?”
“연기력이 상당하시네요.”
“이래 봬도 프랑스 제일의 극단,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개인 교습을 받았었거든요. 자, 다음은 두 번째에요.”
그녀가 곧바로 두 번째 배역의 연기를 시작했다.
“고생이 많으시군요. 이런 걸 국왕 전하도 아셔야 할 텐데….”
똑같은 대사지만,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번에는 기품있는 귀부인 같았다. 우아하면서도 위엄이 풍겼다. 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는 분위기. 그 모습이 고결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이 분위기도 순식간에 증발했다.
“어때요? 1번이 좋아요, 아니면 2번이 좋아요?”
“저는 2번이요! 절대 2번!”
옆에서 지켜보던 니콜라가 갑자기 뛰쳐나오며 소매를 걷고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이거 보세요, 이거! 방금 팔에 소름이 돋았다니까요? 무슨 성녀 같았다고요! 절대, 무조건 2번입니다!”
니콜라는 지금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기도를 올릴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지만, 한길의 의견은 달랐다.
“1번으로 가시죠. 친근감이 더 좋습니다.”
“뭐? 너 방금 못 봤냐? 2번이라니까?”
“1번입니다.”
“왜? 2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잖아? 고귀한 성자를 앞에 둔 것 같았다고!”
“그래서 안 된다는 겁니다.”
“뭐?”
“메시지 심플한 게 좋습니다. 푸아소나드는 푸아송을 천한 사람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고귀하다고 하면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해요.”
“어?”
“‘푸아송은 너희들과 다르지 않다. 평범한 서민이다’로 요약되겠네요.”
한길의 말에 갑자기 퐁파두르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서민이 아닌걸요? 서민들의 삶은 전혀 모르고….”
퐁파두르는 귀족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왔다.
서류상으로는 평민 출신이지만, 9살부터 무슈 투르네엠의 저택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슈 투르네엠은 ‘그랑 부르주아(Grand Bourgeoisie)’라고 불리는 계층. 귀족보다도 더 부유한 부르주아였다.
“그런 건 굳이 말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네? 거짓말을 하라고요?”
“아니, 언급 자체를 피하세요. 당신이 평민 출신인 건 사실이잖아요? 거짓말은 아닙니다.”
새삼 이 시대 사람들은 참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선거 운동에서 진실만을 말하는가.
“그리고 약속을 할 때는, 항상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세요.”
“으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혹시 예시를 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빈곤한 사람을 만났다고 칩시다. 그 사람의 얘기를 모두 들어준 후에는, ‘이 얘기를 꼭 국왕 전하께서 전달하겠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얘기는 하지 마시고요.”
한길의 예시에 퐁파두르가 이해했다는 듯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 책임을 회피하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제가 쓰러지기 직전인 고아원을 방문한다면, ‘꼭 새로운 건물을 지어줄게요’가 아니라 ‘이 건물이 이렇게 낡았다는 걸, 꼭 국왕 전하께 알려드릴게요’라고 말하면 되는 거네요?”
“빨리 배우시네요.”
“결론은, 저 혼자만 착한 척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이제 정말 알 것 같아요!”
한길의 확답을 들은 퐁파두르는,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새로 배정받은 배역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아깝네요.”
“뭐가요?”
“귀족이 안 되었으면 꽤 뛰어난 여배우가 되었을 것 같아서요.”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저 어릴 때 꿈이 여배우였는데!”
그녀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꿈을 이룬 것 같다니까요? 저 혼자, 1인 3역을 맡고 있잖아요?”
“1인 3역이요?”
“푸아송일 때는 서민이고, 에티올일 때는 부르주아고, 퐁파두르일 때는 귀족인 거죠!”
뭐, 본인이 저렇게 좋아한다면 다행인 일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푸아송 요리는 아직인가요? 오늘 완성된 메뉴를 보여준다고 했잖아요?”
“지금 만들러 가는 중이었는데 붙잡혀서 여기 왔잖아요?”
“그럼 이만 가보세요. 궁금해 죽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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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요리는 살롱 요리여서는 안 된다.
서민 요리여야 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명품’이 아니라, 모두가 편하게 접하고, 매일 즐겨 찾는 부류의 요리가 되어야 한다.
음식으로 치면, 파인 다이닝이 아닌 분식이다.
선망의 대상은 아니지만, 자주 먹고 싶어지고, 보기만 하면 절로 걸음이 멈춰지며, 부담 없이 매일 같이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한길은 이번에 출시할 푸아송 요리로 단 두 개의 메뉴를 준비했다.
한길이 쟁반 위에 뚜껑이 덮인 접시를 들고 응접실에 입장하자, 니콜라가 인상을 썼다.
“넌 뚜껑 성애자냐? 무슨 툭하면 그리 뚜껑을 달고 다니냐.”
“첫 반응은 놓치기 싫으니까요.”
“우리는 메뉴가 뭔지 이미 들었잖아? 굳이 첫 반응이 필요해?”
“알면서 왜 그리 궁금해하는 건데요?”
“그래, 니 잘났다.”
한길은 혀를 차는 니콜라에게 한번 웃어준 후, 모두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요리를 처음 공개하는 이 순간만큼은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커튼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배우들이 이런 기분일까.
한길은 적당히 뜸을 들인 후, 관객이 이쪽에 집중할 때 뚜껑을 열었다.
접시 위에는 두 가지 요리가 있었다.
하나는 기다란 나무 꼬치에 꿰어있는 작은 동그라미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물결무늬 비늘이 살아있는 생선 모양의 빵.
“저, 마르셀. 깜빡해서 그런데 이 메뉴 이름이 뭐라고 했었죠?”
한길은 퐁파두르를 향해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어묵이랑 붕어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