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47)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47화(247/325)
247. 베르사유 시대의 분식
“푸아송 케이크와 푸아송 빵이군요!”
‘어묵’과 ‘붕어빵’은 이 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라 그런지, 자동번역 기능이 멋대로 변환을 했다.
퐁파두르는 신기하다는 듯이 두 개의 메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더 오래 머무른 쪽은 붕어빵이었다.
‘넣길 잘했네.’
붕어빵은 뒤늦게 추가한 메뉴였다.
처음에는 생선을 우습게 보는 이들에 발끈하여 어묵만 만들 생각이었지만, 무티에르의 의견은 달랐기 때문이다.
― 조금 더 익숙한 음식으로 시작하는 게 어떻겠나? 대부분의 서민은 평생에 생선을 한 번 먹을까 말까 하거든.
― 맛은 좋지 않나요?
― 그렇긴 한데… 지나치게 낯설면 시도조차 안 할 것 같아서 그러네.
무티에르는 ‘파리 제일의 요리사’로 불리는 만큼, 한길보다 이곳 사람들의 입맛을 더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 의견을 무시하면서 성공을 바라는 건, 요행을 바라는 거다.
‘같은 실수를 할 수는 없지.’
상권에 맞지 않는 메뉴를 만들고 ‘맛있는데 왜 안 팔리지’를 고민하던 지난 나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주머니 형편에 여유가 없는 서민들을 상대로 대중적인 메뉴를 유행시키려면, 친숙한 요리로 시작하는 게 좋다.
그래서 서민들의 주식인 빵을 먼저 공략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쥐어짜다가 붕어빵을 떠올리게 된 것이었다.
붕어빵도 모양은 생선이니 ‘푸아송 요리’의 컨셉에 맞다. 게다가, 새롭지만 익숙함 속의 새로움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낮다는 말이 된다.
첫 번째 푸아송 요리에 만족한다면, 두 번째 푸아송 메뉴에도 도전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퐁파두르는 여전히 붕어빵의 외관을 관찰하며 감탄하고 있었다.
“이게 이런 식으로 완성되는군요!”
“이미 알고 계셨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죠!”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붕어빵 틀이 필요했고, 한길은 퐁파두르에게 이대로 제작해 달라며 그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미 도면을 보았는데도 저렇게 반응하는 건 좋은 징조다.
“저는 와플이랑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화폭 위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나올 줄 알았죠!”
이 시대에는 이미 와플이 있었고, 귀족들은 정교한 문양의 와플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의 와플은, 네모난 와플 반죽 위에 도장을 찍어서 문양을 그리는 형식. 이렇게 모형처럼 생긴 붕어빵은 생소한 모양이었다.
퐁파두르는 붕어빵 하나를 들고서는, 신기하다는 듯이 그 윤곽을 더듬었다. 오돌토돌 튀어나온 비늘,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그리고 볼록 튀어나온 눈까지.
그녀는 빵을 코끝에 갖다 대며 잠시 향을 음미하다가 그대로 입을 천천히 벌렸… 으나, 뒤늦게 주위를 의식하고는 붕어빵을 살짝 내려놓았다.
“다들 맛보는 게 어떨까요? 하나씩 드세요.”
“그러면 저도!”
니콜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거, 어디부터 먹어야 할까요? 머리부터? 꼬리부터?”
“그게 상관있을까요?”
“아무래도 머리부터가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숨통을 끊어놓고 먹는 게 예의니까요. 아니면 자기가 먹히는 걸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요?”
“음… 저는 꼬리가 더 좋을 것 같은데요?”
한참의 상의 끝에 니콜라는 머리부터, 퐁파두르는 꼬리부터 먹기로 결정을 내렸다.
입을 최대한으로 쩍 벌리는 니콜라와 달리, 퐁파두르는 의식적으로 입을 반만 벌리고 붕어빵을 물었다.
한 입.
또 한 입.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던 그녀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에 뭐가 있군요!”
“네, 커스터드 크림입니다.”
솔직히 이건 한길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당연하지만, 이 시대 프랑스에는 팥이 없다. 서양에서는 나지 않는 식재료이니까.
퐁파두르의 수집품 중에 중국 도자기나 중국 병풍이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과의 무역은 활발하다. 열심히 알아보면, 팥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비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다.
서민 요리에는 사용할 수 없는 재료다.
지금의 붕어빵은, 한길이 무티에르와 함께 작업하여 현지화를 마친 메뉴. 즉, 한국의 붕어빵이 아니라 베르사유 시대의 프랑스 붕어빵이었다.
그 안에는 팥 대신 빵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본적인 페이스트리 크림, 커스터드가 들어갔다.
현대로 치면, 슈크림 붕어빵과 비슷하려나.
“맛있네요! 따뜻하면서도 폭신하고,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저는 원래 빵을 먹을 때 속살보다 크러스트를 더 좋아하는데, 그 크러스트 같은 고소한 맛이 더 많이 나서 좋네요.”
다행히 반응은 좋았다.
그제야 한길은 붕어빵 하나를 집어 들고 베어먹었다.
“….”
“왜요?”
“어떻게 지느러미부터 먹을 생각을 하지?”
“먹는 사람 마음이죠.”
“아니, 그래도 그건 좀 변태 같지 않아?”
니콜라를 가볍게 무시하고 한길은 입안에 느껴지는 맛에 집중했다.
빵에서는 시큼한 향이 나고 있었다.
순수 밀가루 반죽 대신 사우어도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는 베이킹파우더가 없었으니까.
베이킹파우더는 산-염기 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죽에 미세한 이산화탄소 거품이 더해진 상태에서 빵을 구우면 폭신한 식감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 시대에 아직 발명되지 않은 제품을 쓸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천연 효모를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반죽을 숙성하는데 조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사우어도우 빵처럼 시큼한 잔향이 남아있다.
커스터드 크림의 맛도 달랐다.
바닐라 향이 첨가된 현대와 달리, 이곳의 커스터드 크림은 오렌지 꽃 향이 났으니까.
바닐라가 있기는 했지만, 서민이 사용할 수 없는 비싼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맛있네.’
사우어도우 빵에 향긋한 크림을 올리고 먹는 맛이라고 해야 하나. 밀가루의 직관적인 만족감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맛이지만, 풍미도 좋고 든든한 맛이었다.
비록 그리운 맛은 아니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맛있었다.
“이건 진짜 유행 타겠는데요? 너무 맛있어요!”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퐁파두르가 저 정도로 좋게 평가했다면, 귀한 음식을 먹을 일이 별로 없는 서민들에게는 신세계일 거다.
“그런데 이 안에는 크림만 넣을 수 있나요?”
“기호에 따라 원하는 걸 넣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종류별로 이것저것 다 넣어보고 만들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일 해드리죠. 오늘은 일단 맛보기용으로 만든 거니까요.”
“왜요? 하는 김에 해보지…”
퐁파두르는 아쉬운 표정을 했지만,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은 없었다.
‘언제 질리는지도 확인 해야 하니까.’
한길은 앞으로 일주일간, 퐁파두르에게 매일 조금씩 다른 붕어빵을 주면서 그녀가 질리는 순간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 데이터도 모아놓으면 쓸모가 있을 테니까.
“그러면 다음, 생선 케이크도 드셔보시죠.”
한길의 말에 퐁파두르가 시선을 어묵으로 돌렸다.
어묵은 수프를 담는 그릇에 담아서 냈다. 어묵 꼬치가 국물 안에 푹 잠기도록.
어묵탕이다.
물론, 이것도 현지화를 마친 베르사유 시대의 어묵탕이지만 말이다.
‘이것도 아쉽네.’
이번 퀘스트는 중간에 현대를 다녀오지 못해서인지, 유난히 한국 음식이 그리워졌다.
무와 다시마, 멸치만 넣고 우려낸 밑 국물에 어묵을 넣어서 팔팔 끓이고. 어묵 꼬치에 붓으로 간장 소스를 발라서 먹을 때의 그 짭조름함. 다 먹고 나서 국물로 입안을 헹궜을 때의 그 시원함이 간절해졌다.
이 시대에는 무도 없고, 다시마도 없으며, 간장도 없다. 그런 동양식 어묵탕이 프랑스 사람들에게 통한다는 보장도 없고.
대신, 프랑스 어묵탕에는 쿠르부용(court bouillon: 빨리 만드는 부용)이 사용되었다.
양파, 당근, 셀러리, 허브, 그리고 화이트 와인을 넣은 후, 30분간 끓여서 만든 채수다. 프랑스의 여타 육수는 만드는 데 몇 시간이나 걸리는데, 이건 단시간에 만들 수 있어서 부담도 적다.
게다가.
쿠르부용은 다른 육수와 달리 메인 재료의 맛을 덮어버리지 않는다. 와인이 들어가 산미가 조금 있지만, 미뢰에 감지되지 않는 정도. 그래서 맛이 은은한 해산물을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채수다.
“와!”
어느새 어묵 하나를 힘차게 씹어먹던 니콜라가 탄성을 터트렸다.
“이게 진짜 생선이야? 식감이 왜 이래? 엄청 탄력 있는데?”
“맛있나요?”
“완전 탱글탱글해! 뭘 어떻게 한 거야?”
“생선 살을 갈아서 오븐에 구운 겁니다.”
“오븐에?”
현대에서는 기름에 넣고 굴려가면서 익히겠지만, 기름이 비싼 이곳에서는 그렇게 조리할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의 빵집은 24시간 동안 오븐을 사용하고 있었고, 오븐이 비는 시간 동안 어묵을 굽는 건 크게 부담이 되는 게 아니었다.
소스도 이곳 방식의 소스를 준비했다.
크리미한 레모네이드 같은 맛이 나는 소렐(sorrel) 소스, 구수한 마늘 향과 비슷한 맛의 샬럿 (shallot) 소스, 그리고 상쾌함을 더할 파슬리 소스.
‘데미 글라스도 나쁘진 않던데…’
육수를 진하게 졸여낸 데미 글라스 소스도 생각 외로 어묵과 굉장히 잘 어울렸지만, 서민 요리에 고기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제외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이네.’
이렇게 많은 제약이 걸린 상태로 요리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퐁파두르의 살롱에서는 원하는 재료를 마음껏 사용하게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서민 요리는 먹는 상대의 식습관은 물론, 만드는 자들의 부담까지 생각해야 한다.
다행히 어묵탕도 반응은 좋았다.
“저는 서민 요리라는 게 이렇게 맛있는지는 몰랐어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서민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앗! 그런 말씀은 절대 밖에서 하지 마세요! 돌 맞기 십상이거든요.”
“그래요?”
“네, 푸아송 부인은 끔찍한 음식만 먹던 서민들에게 이런 음식을 선물한 사람인 겁니다! 꼭 기억하셔요!”
퐁파두르에게 다시 한번 설정을 주입시킨 후, 니콜라가 몸을 돌려 한길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 생선은 어디서 난 거야? 금액은 괜찮아?”
니콜라는 주로 재료와 일정 관리 등의 행정 일을 담당하는 만큼, 다른 부분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 시대에 생선은 비싼 재료였다.
냉장고가 없는 시대이다 보니, 대체적으로 보존 기간이 짧은 과일이나 생선 등은 가격대가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생선이 비싼 건 아니었다. 송어나 대구 등 상품성이 뛰어난 생선은 서민이 엄두도 못 낼 가격대지만.
“잡어를 썼습니다.”
“아! 그거 진짜 나쁘지 않은데? 어차피 갈아서 쓰는 거니까 잡어여도 상관없는 거잖아!”
상품성이 뛰어난 생선을 잡기 위해 펼친 그물에는 각종 잡어들이 함께 낚였다. 그리고 생선 장수들은 그 잡어를 헐값에 판매했다. 무티에르의 주방에서도 해산물 육수는 그런 잡어를 사용했었고.
“이거 진짜 나쁘지 않은데? 맛도 맛이지만 비용 측면에서 진짜 나쁘지 않은데?”
“그런가요?”
“초기 비용이 거의 없잖아? 푸아송 케이크는 잡어만 구해오면 장사 끝난 후에 만들어서 오븐에 구워두면 되는 거고. 푸아송 빵도 원래 빵집에서 쓰는 재료를 활용하는 거고. 문제가 있다면 푸아송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틀 정도인데…”
“그건 저희가 제공할 거니까요.”
“그러니까!”
퐁파두르는 파리뿐 아니라 파리 인근 마을에 있는 대장장이를 섭외하여 200개의 붕어빵 틀을 만들었다. 이걸 파리에 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비용, 다 괜찮으시겠어요? 한두 개도 아니고, 상당한 금액이 들어갔을 텐데.”
“그래서 한동안 새 옷을 못 맞춰요. 그래도 투자하는 거죠.”
원래 선거 운동은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퐁파두르 정도로 재력을 갖춘 이에게는 부담이 가는 금액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있을 겁니다. 운에 맡기지는 않을 거니까요.”
“하지만…”
“무조건 성공시킬 겁니다. 그것도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국왕이 돌아오는 건 앞으로 약 두어 달 후.
한길은, 그 사이에 퐁파두르를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은 정부로 만들 생각이었다.
실패 따위는 없다.
#
그로부터 얼마 후,
<에티올 부인의 살롱 요리> 조리서가 발매되었다.
해당 조리서를 판매하는 서점은 파리 시내에서 단 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서점 앞에는, 아침부터 길게 줄이 세워져 있었다.
파리 시내에 있는 요리사란 요리사는 모두 모인 듯한 모습.
“진짜 레시피를 다 공개하는 걸까?”
“그렇다던데?”
“그 하얀 구름을 만드는 방법까지 나오는 걸까?”
“그렇지 않을까? 나도 그것 때문에 이렇게 일찍 나온 건데? 몇 달간 시도해봐도 안 되더라고. 그걸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파리에서 ‘에티올 부인의 살롱 요리’를 시도한 요리사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 대부분은 화가가 그린 그림만을 의존하여 진품을 모방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재현할 수 없는 요리도 많았다.
그리고 이번 조리서에 모든 비법이 숨김없이 공개될 거라는 소문이 몇 주 전부터 돌고 있었다. 모두가 다른 일을 제쳐두고 해가 뜨자마자 나와서 줄을 서는 이유다.
조리서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나온 조리서가 있었나?”
“이 형식은 처음 보는데? 이것만 보면, 요리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초보도 따라 할 수 있겠는걸?”
조리서의 형식이 조금 특이했기 때문이다.
각 레시피 서두에는 필요한 준비물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조리법은 벽돌처럼 한 문단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각 단계를 1, 2, 3으로 구분해서 나열하고 있었다.
즉, 현대 형식의 조리서였다.
“세 개만 주소!”
“안됩니다. 이건 1인 1부만 판매합니다.”
“왜요?”
“1부 인쇄는 물량이 그리 많아서 어쩔 수 없소. 무조건 1인 1부입니다.”
“그러면 한 부만 주소.”
아쉬움을 삼키며 계산을 마치자, 서점 주인이 이상한 책자와 묵직한 꾸러미를 하나씩 건네주었다.
“이건 또 뭐요?”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랍디다.”
작은 책자에는 <에티올 부인의 푸아송 요리>라고 적혀 있었다. 꾸러미는 종이로 포장이 되어 있어 내용물을 알 수 없었다.
이 시대에는 부록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요리사들은,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건네는 서점 주인을 수상쩍은 눈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파리지앵.
사기꾼이 많은 이 도시에서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난 이런 거 주문한 적 없어! 필요 없으니까 그냥 가격이나 깎아주소.”
“안 가져가도 가격은 깎을 수 없소. 그리고 이 책이랑 선물은 공짜라니까 그러네.”
“아니, 이 사람아! 책을 찍어내는 데도 돈이 들고, 물건을 만드는데도 돈이 드는데,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진짜 공짜라고! 이걸 만드는 비용은 모두 에티올 부인, 아니 퐁파두르 후작이 냈다니까?”
“아니, 그 사람도 바보는 아니고 왜 굳이 그 비용을 내주는데?”
“그걸 난들 아나! 사람들한테 최대한 많이 알리고 싶다고 자기가 돈을 내겠다는데,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않나!”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그 비용을 자기가 다 감당한다고? 그런 일을 왜 하는데?”
“소문 안 들었어? 워낙에 사치를 일삼는 여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냥 심심해서 새로운 취미로 삼나 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요리사 한 명이 서점을 나오자마자 거리에서 바로 부록을 살펴보았다.
<에티올 부인의 푸아송 요리>라는 책자에는, 단 두 개의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었다.
푸아송 케이크와 푸아송 빵.
생선으로 만든 케이크와 생선 모양의 빵.
듣고 보도 못한 메뉴다.
책자에는 단계별 조리법과 작은 삽화까지 수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묵직한 꾸러미는…
“이건 대체 뭐지?”
주물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틀이었다.
방금의 책자 안에 실린 삽화에 나온 도구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한번 만들어 볼까?’
조금 열기가 식긴 했지만, 에티올 부인의 살롱 요리는 항상 수요가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요리가 귀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맛도 맛이지만, 호기심이나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먹는 사람도 있다.
아직 살롱에서도 출시되지 않은 요리에도 그만한 수요가 있을까?
이건 조금 부담이 되었다.
일단 돌아가서 한번 고민해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 터.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돌아가는 길.
매일같이 지나가는 골목에서 조금 특이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항상 지나가는 빵집 앞에, 조금 특이한 가판이 세워진 것. 한쪽에는 거대한 냄비와 소스 통, 붓 등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것과 동일한 틀이 있었다.
“이, 이건 뭔가?”
무의식중에 질문부터 하자, 빵집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에티올 부인의 푸아송 케이크와 푸아송 빵이라는 겁니다.”
“이걸 어디서 알아냈지?”
“저희가 에티올 부인의 요리사와 친분이 있어서요. 조금 배워봤는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 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한길은 니콜라에게 부탁하여 파리의 주요 골목마다 빵집을 하나씩 섭외해 두었다.
총 50개의 빵집에 붕어빵과 어묵의 조리법을 전수해 주고, 첫 2주간 메뉴를 판매하는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전액 부담해 주기로 한 거다.
절대 운에 맡길 수는 없으니까.
빵집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딱히 없었고. 조리서의 발매일에 맞춰 파리의 50개 빵집은 동시에 붕어빵과 어묵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사실을 요리사는 알리 없었다.
‘운이 좋은데?’
안 그래도 이 요리를 만들어야 할지 말지 고민 중이었는데, 이러면 사전에 맛도 보고 반응도 확인할 수 있을 터.
“하나만 줘보소.”
첫 번째 주문이 들어가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