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49)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49화(249/325)
249. 의외의 이름
푸아송 부인의 잦은 외출은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들었냐? 오늘도 푸아송 부인이 출몰했다던데?”
“이번에는 또 어디에?”
“오늘은 성 메리 성당!”
“뭐야, 나 바로 어제 거기 갔다 왔는데! 딱 하루만 늦게 갔었어도!”
“정 그렇게 만나고 싶으면 성 로슈 성당 앞에서 죽치는 게 어때?”
“왜?”
“거긴 아직 방문하지 않으셨으니까. 그 앞에서 죽치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시지 않겠어?”
지난 두 달.
푸아송 부인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파리 시내와 외곽에 있는 성당과 수도원을 찾았다.
우스갯소리로 그녀가 아직 찾지 않은 성당 앞에서 기다리면, 언젠가는 마주치게 되어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만큼 푸아송 부인은 파리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어느 술집을 가도 그녀의 목격담을 쉽게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푸아송 부인? 나는 저번 주에 봤는데?”
“진짜? 어땠어, 실물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잖아! 와,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생길 수가 있지?”
“그렇게 예뻐?”
“얼굴도 예쁘지만, 그냥 존재 자체가 빛이지! 마음씨도 고우시고, 손도 고우시고!”
“손을 잡아봤어?”
“잡아주시던데?”
푸아송 부인은 오래전부터 유명인사였다.
에티올 부인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그녀의 이름은 살롱 요리의 대명사였다. 베르사유 최초의 귀족이 아닌 정부가 되었을 때는 파리 전체가 뒤집혔으며, 퐁파두르 후작이 된 후에는 그녀를 풍자한 노래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에티올 부인일 때도, 퐁파두르 후작일 때도 그녀를 볼 일이 거의 없었다.
같은 도시에 살아도, 귀족과 평민은 크게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파리에는 시민 모두에게 개방된 공원이 있었지만, 귀족들은 평일에, 평민들은 일요일이나 성일에만 이용할 수 있었다.
가끔 거리에서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귀부인을 먼발치에서 보거나, 귀족들이 자주 찾는 오페라나 사치품을 파는 골목 앞에서도 스쳐 가듯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귀족과 대화할 일은 많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귀족이 있었나?”
“본인 말씀으로는 자기는 진짜 귀족이 아니라서 그렇다는데… 어찌 저리 겸손하신지!”
“그렇게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진 분도 없을걸?”
파리 시민 그 누구도 그녀가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이 시대는 계급 사회.
귀족들은 서민의 눈치를 볼 필요도, 잘 보이기 위해 아부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시대에, 푸아송 부인은 푸아송 빵과 푸아송 케이크의 레시피를 무상으로 공개했다.
자비를 들여 레시피가 적힌 책자를 인쇄했고, 거금을 들여 푸아송 빵틀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그녀는 매일같이 성당이나 수도원을 찾아가 푸아송 빵과 푸아송 케이크를 나눠주었으며, 서민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눈물을 흘려주었다.
이와 같은 행동은,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욕심 하나 없을까?”
“넌 언제부터 그렇게 푸아송 부인을 찬양했냐! 저번 주만 해도 천박하네, 나라 말아먹네 하지 않았냐?”
“그건 실물을 보기 전의 얘기고! 직접 만나보니까 전혀 다르더라니까? 역시 사람은 직접 두 눈으로 본 걸 믿어야 해! 앞으로는 내 눈으로 본 것 외에는 안 믿을 거야!”
“그렇게 달라?”
“그냥 천사가 실수로 지상에 내려와서 걸어 다닌다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모든 이들이 푸아송 부인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음해하는 푸아소나드 역시 날이 갈수록 많아졌으니 말이다.
매일 아침, 파리 시내에는 익명으로 작성된 수많은 노래 가사들이 뿌려졌다. 분노에 가득 찬 듯, 마구 휘갈겨 쓴 필체로.
그리고 악사들은 여전히 그 가사를 노래로 만들어서 불렀다.
「생선을 아무리 비누칠해 봐야
그 악취를 지울 길은 없네」
‘직접 들으니까 기분 더럽네.’
한길은 술집 악사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얼굴을 마구 구겼다.
“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나 보네?”
“저딴 노래에 적응될 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다들 새겨듣지는 않잖아? 아무 호응도 없는데 왜 이런 걸 계속 뿌리는지 모르겠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니콜라는 손에 든 푸아소나드를 흔들었다. 오늘 새로 발견한 푸아소나드만 여섯 개다.
“그분은 대체 왜 이런걸 모아 달라고 하시는 걸까? 안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텐데.”
퐁파두르는 시내에서 새로운 푸아소나드가 발견되면 자신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니콜라가 전달해준 푸아소나드를 무덤덤한 얼굴로,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다.
“글쎄요. 무슨 생각이 있으신 거겠죠.”
“이제 슬슬 사라질 때도 되었는데, 진짜 끈질기다니까,”
“그러게요.”
한길은 니콜라와 함께 파리 시내에 있는 술집을 찾은 참이었다. 어차피 밤에는 퐁파두르가 홍보 활동을 할 수 없으니, 이 시간은 니콜라와 함께 여론조사 차원에서 시내 술집을 돌아다녔다.
술집에는 악사가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생선은 시장에서 구하는 게 아니었나?」
“요즘은 시장에서 잡어 구하는 게 힘들더라고.”
“그래?”
“옛날에는 헐값에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산다니까? 그 대신 시장에서 푸아송 케이크를 팔더라?”
“정말?”
“어, 아직 조리된 건 아니고, 집에 가서 스튜 만들 때 넣고 끓여 먹을 수 있대.”
이건 한길도 놀란 사실이었다.
푸아송 메뉴의 파급력은 한길의 상상을 초월했으니까.
어묵의 수요가 늘자, 시장에 있는 생선 장수들이 기회를 포착한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묵은 생선보다 수요가 많았으니 말이다. 생선은 부유한 일부 계층만 구매했지만, 어묵은 파리 시민 모두가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생선 장수들은 어촌 마을에 작은 어묵 공장을 차렸다.
어차피 어묵 레시피는 공공재였으며, 초보도 만들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한 조리서도 있었다. 커다란 자본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고.
어묵을 상하지 않게 파리까지 배송하는 데에는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갔지만, 그건 생선도 마찬가지였다.
생선 장수들은 얼음을 이용해 냉장 상태의 어묵을 만들어 시내로 날랐고, 대량으로 판매했다.
현대로 치면, 분식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떡볶이를,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상태로 구매하게 된 것과 비슷했다.
파리에서 어묵이 유행이라는 소문을 듣고 다른 도시에서도 어묵을 찾기 시작했고, 생선 장수들은 그런 도시에도 어묵을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거금을 벌어들인 생선 장수들을 보고 다른 이들도 어묵 장사에 뛰어들었고, 결국 어묵은 하나의 산업이 되어버렸다.
파리에서는, 일자리를 찾고 있으면 무조건 어촌에 가라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였다. 퐁파두르의 ‘푸아송 케이크’는 어촌에 일자리를 창출한 셈이었다.
「잡동사니를 모으느라
국고는 텅텅 비어가네」
“붕어빵틀도 잡동사니려나?”
“안 먹어본 사람들한테는 그러지.”
“그런데, 이거 푸아송 부인이 자비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국고라고 쳐야 하나?”
“그러면 또 어때? 국고에서 난 돈을 우리를 위해 쓰시는데.”
「궁전은 사치와 향락으로 물들고
나라가 기울어가네」
“그 돈으로 드레스라도 하나 맞추시지. 드레스가 얼마나 해졌는지, 보는데 내가 다 안타깝더라니까?”
“에휴, 귀족이 되었으면 귀족답게 어느 정도는 돈을 쓰셨으면 좋겠는데. 자기 쓸 건 남기고 남에게도 베풀어야지, 안 그래?”
익명으로 퍼트리는 악소문은 강하다.
하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본 광경보다는 약했으며,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 포만감 앞에서도 무력했다.
“요즘 진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니까? 뱃가죽이 따뜻하다는 게 이런 거라는 걸 처음 알았지 뭐야?”
“하긴, 차가운 빵이나 뜯던 시절은 저리 갔으니까.”
푸아송 부인은 실체가 없는 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시민들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매일 그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이였고,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주는 은인이었다.
「생선이 썩어가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는구나!」
그래서 악사가 목청 높여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그 누구의 공감도 살 수 없었다.
이 술집에 있는 이들에게 푸아소나드는 그저 소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소음을 즐기는 이는 없다.
휙!
갑자기 무언가가 허공을 날라 악사가 연주하던 악기를 치고 떨어졌다.
“젠장, 기분 뭣 같아서 더 못 듣겠네! 그딴 거 말고 조금 제대로 된 음악은 없냐?”
취객 한 명이 던진 신발이었다. 얼굴이 벌건 손님은, 인상을 쓰며 고함을 질렀다.
“아까부터 듣자 듣자 하니까, 생선이 썩고 쓰레기고 그딴소리만 하는데! 푸아송 케이크 한 번도 안 먹어본 새끼가 생선이 어쩌네 지랄하지 말라고!”
“잘한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저 새끼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여기 주인장! 뭐 저딴 악사를 불렀나! 술맛 떨어지게!”
주위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호응해주었고,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악사는 조용히 악기를 챙겨서 도망쳤다.
지나치게 빠른 대응을 보니, 이런 일이 빈번찮게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속이 다 후련하네, 안 그래?”
니콜라는 기분이 좋은지, 입이 귀까지 찢어져 있었다.
“진짜 그분이 파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인이 되었다니까? 대단하지 않냐?”
“떠들지 말고 열심히 들으세요. 우리, 놀러 온 게 아니잖아요?”
다시금 귀를 열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술집으로 달려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이봐!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
“퐁트누아의 전투 말이야! 국왕 전하께서 승전하셨대!”
루이 15세는 현재 퐁트누아(Fontenoy) 전투에 참전하는 중이었다.
파리는 평화롭기 그지없었지만,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는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이 한창이었다. 국왕은 왕세자와 함께 전투를 지휘하고 있었고.
새로운 소식을 물고 온 남자는 큰소리로 전쟁의 상황을 전했고, 그 남자 주위로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글쎄, 전하께서 전투 한가운데에 계셨다는 거 아냐! 제발 안전한 곳으로 물러가 계시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끄떡도 안 하셨대!”
“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 큰일이 실제로 일어난 거지! 전하의 바로 코앞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도망은커녕 전하께서 자신의 호위병들을 지원군으로 보냈다는 거야!”
“맙소사! 그래서 어찌 되었나?”
“어찌 되긴 어찌 돼? 병사들이 젖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서 싸웠지! 여기서 지면 전하께서, 눈앞에서 포로로 끌려가는 거 아냐! 그렇게 우리가 승리하게 된 거지! 만약에 그 자리에서 전하께서 도망치셨다면 사기가 꺾였을 텐데, 끝까지 남아계셨다니까?”
“오오오오오!”
“국왕 전하 만세!”
“국왕 전하 만세!”
그다음 순간,
술집이 흔들릴 만큼 어마어마한 함성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프랑스 만세!”
“국왕 전하 만세!”
지진이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땅이 진동할 정도로.
“프랑스 만세!”
“국왕 전하 만세!”
“왕비 전하 만세!”
사람들은 승전 소식에 환호하며 박자에 맞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구호는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거리로 나와도 마찬가지.
취객들이 셔츠를 벗으며 휘날리는 모습은 마치 오래전, 월드컵 당시의 거리응원 현장과도 매우 유사했다.
“프랑스 만세!”
“국왕 전하 만세!”
“왕비 전하 만세!”
그렇게 이어지는 구호에, 누군가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푸아송 부인 만세!”
“….”
“….”
잠시의 침묵 후,
사람들은 구호를 다시금 반복했다.
“프랑스 만세!”
“국왕 전하 만세!”
“왕비 전하 만세!”
“푸아송 부인 만세!”
3단 구호는 4단 구호가 되었고, 파리 시내 전체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듣고 한길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시간은 맞췄네.’
승전했다는 것은, 곧 국왕이 돌아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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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파리에 도착합니다.”
마차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국왕, 루이 15세가 눈을 떴다.
‘피곤하네.’
이번 전투에서 루이는 병사들과 어깨를 맞대고 싸웠다.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짚을 엮은 침대 위에서 잠을 잤고, 병사들이 부르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심지어 바로 눈앞에서 전투를 보기도 했다.
왕세자가 탄 말 바로 앞에 포탄이 떨어졌고, 루이의 주위에도 주인 잃은 말들이 날뛰고 있었다.
그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거다.
‘쉬고 싶군.’
빨리 궁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국왕이었으니까.
“파리에 입장하면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마차 밖으로 얼굴을 비춰주시지요.”
“오늘 내일은 파리에 폭죽 축제가 열릴 것 같습니다.”
완벽한 국왕을 연기해라.
이것은 루이가 5살 때부터 강요받은 일이기도 했다.
루이는 원래 국왕이 될 운명은 아니었다.
그의 증조부인 루이 14세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문에 예상치 못한 불행이 이어졌고, 루이 14세는 불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사이에 아들, 큰손자, 작은 손자, 그리고 증손자까지 잃게 되었다.
루이 15세는 마지막으로 남은 직계 후손.
만일 그가 사망한다면, 다음으로 계승권을 가진 이는 스페인의 국왕인 필립 5세였다.
필립 5세는 스페인의 왕좌에 오르며 계승권을 포기했지만, 루이가 사망하면 다시금 계승권을 주장할 게 뻔했다. 그다음으로 계승권을 가진 루이 14세의 조카보다는, 직계 손자인 자신이 정당한 왕이라고 우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이 15세가 세상을 떠나면, 왕위 계승 전쟁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한 마디로.
루이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전쟁을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전하께서는 프랑스를 구원해주신 분이십니다.
―이 모든 국민을 이끌고 가야 하는 분이십니다.
2살이 되던 해에 부모와 친형제를 모두 잃은 어린아이는, 5살이 되던 해에 베르사유라는 무대의 주역으로 캐스팅되었다.
그리고 주변의 어른들은, 그가 완벽한 국왕을 연기하기를 바랐다.
어린 루이는 자신에게 인사를 올리는 주요 귀족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야 했고, 국왕에 걸맞은 위엄과 품격을 보여야 했다.
한번은 국왕의 체통을 지키느라 화장실도 가지 못해 그대로 기절한 적도 있었다. 아직 5살밖에 안 된 아이로서는,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탓이다.
루이는 내성적인 아이였지만, 주변 인물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국왕이 된 루이의 모든 일상은, 베르사유의 규율에 따라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루이는 아침에 일어나는 의식, 잠들기 전에 치르는 의식을 그대로 행해야 했다. 심지어 마차에 태워져 모두가 보는 앞에 정원을 몇 바퀴 도는 일도 많았다.
그 누구도 그를 사람으로 봐주지 않았다.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뿐이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보고 싶네.’
그에게 처음으로 편안함을 준 여인.
그녀의 따뜻한 품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함께 갔으면 좋았을 것을.’
사실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전쟁터로 함께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불과 1년 전, 당시 정부였던 샤토루 공작을 전쟁터로 끌고 갔을 때 벌어진 일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탓이다.
시민들은 국왕이 왕비를 놔두고 정부인 샤토루 공작을 전쟁터로 데려간 사실에 분노했다.
샤토루 공작이 다시 파리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온갖 야유를 마주해야 했다.
그녀의 마차에 계란을 던지는 시민들도 많았고, 폭동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한 반응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게 마음의 상처가 되었는지, 샤토루 공작은 얼마 후에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같은 일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이제 곧 파리에 입장하실 겁니다. 창가 쪽으로 얼굴을 내밀어 주십시오.”
루이는 얼굴에 가득한 피로를 숨기고 파리의 시민들과 마주했다.
파리 거리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그를 마중 나와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내민 순간, 우렁찬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오오오오오!”
“국왕 전하 만세!”
“프랑스 만세!”
이런 함성을 듣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루이는 5살 때부터 이미 국민이라는 관객 앞에 서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뭐지?’
이번에는 무언가가 달랐다.
보통은 웅성거리는 소리가 서로 엇갈리고 덧대어져 거대한 울림과 소음뿐이었는데. 이번에는 구호에 맞춰, 모두가 하나가 되어 외치고 있었다.
“프랑스 만세!”
“국왕 전하 만세!”
“왕비 전하 만세!”
환희에 가득 찬 사람들의 표정.
평소의 공허한 박수와는 달랐다.
그리고,
“푸아송 부인 만세!”
환호성 끝에 의외의 이름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