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5)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5화(25/325)
< 25. 새로운 고민 >
“카키라면, 그, 연예인 카키?”
“네.”
“지금 가게 안에?”
“네.”
“아직 브레이크타임인데?”
“그렇게 말했죠. 그런데 나중에 다시 올 줄 알았더니 가게 밖에 서서 기다리더라고요. 쫓아낼 수도 없고, 그럴 거면 안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런데 넌 왜 나와 있었는데?”
“저한테 따지면 어떡해요?”
“뭘 따져?”
“영상이요.”
슬아의 말대로, 인터넷에 카키 영상이 범람한 이후로 첫 방문이었다.
한길이야 그 영상의 덕을 봤지만, 카키 입장에서는 달가운 영상이 아니었다.
제목부터가 ‘카키의 굴욕 영상’이었으니까.
카키는 이곳에서 ‘얼마면 돼’를 시전 했었다. 당시의 말투와 태도는, ‘나는 평민과 어울리기 싫으니, 버거를 먹을 때도 가게를 통으로 빌려서 먹겠다’로 해석되고 있었다.
돈으로 뭐든 해결하려 한다, 천박한 졸부 근성이네 등등 댓글 창에는 곱지 않은 말이 오갔다.
카키를 단호하게 거절한 한길은 ‘카키에게 참교육을 시켜준 동네 치킨버거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물론, 한길이 영상을 촬영하거나 배포한 것은 아니지만, 카키 입장에서는 이곳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을 터.
그런 상황에서 설마 다시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일단 들어가자.”
한길의 말에 슬아는 한길을 방패 삼아 등 뒤에 숨다시피 가게로 들어갔다.
예상외로, 카키는 한길을 보자마자 허공에 한 팔을 들어 올리며 살갑게 인사를 했다.
“여, 사장님!”
“안녕하세요.”
“미안해요. 브레이크타임이 있는지 몰라서. 적당히 사람 뜸할 것 같은 시간에 왔는데.”
딱히 시비를 거는 느낌도 없고.
아니, 생각보다 말투도 예의 바르다.
“무슨 일로 오셨죠?”
“무슨 일? 버거 먹으러 왔는데요?”
“네?”
“오늘은 차를 안 갖고 와서. 집에 갔다 다시 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괜찮습니다. 바로 해드릴게요.”
“아, 그럼 지중해 치킨버거 두 개 주세요. 여긴 하나로 양이 안 차서.”
아직 브레이크 타임은 20분가량 남아 있었지만, 한길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카키는 어떻게 보면 한길에게 은인과도 같았다. 카키 버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손님이 몰리진 않았을 테니.
게다가 손님이 가게 안에서 기다리는데 마음 편히 재료나 다듬고 있을 수는 없다.
“버거 나왔습니다.”
슬아가 접시를 내려놓자마자, 카키는 두 손으로 달려들었다.
내용물이 하나도 빠지지 않게 손으로 빵을 고정하고는, 입을 크게 벌리며 정확하게 한 입을 덩어리째 뜯어냈다.
와사삭!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듯해서, 저러다 목에 걸리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슬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봤던, 상어가 나오는 영화를 떠올렸다. 야만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먹방이었다.
두 개의 버거가 사라지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카키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매우 흡족한 웃음을 짓더니, 주방에 있는 한길이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사장님, 여기 버거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정량으로 해야겠는데요? 하나 만들어 주면 안 돼요? 카키 세트.”
“정말 그래도 되나요?”
대답한 이는 한길이 아닌, 슬아였다.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안 그래도 한스키친의 공식계정을 만들고 올릴 거리를 찾던 슬아였다.
이런 고급 콘텐츠를 놓칠 수는 없었다.
“카키 씨 공식 인증? 카키 씨, 방금 하신 말씀 동영상으로 남겨 주시면 안 돼요?”
“아, 뭐….”
“아, 이 김에 사진도! 사장님, 그럴 때가 아니에요! 잠깐 나와봐요!”
슬아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신속하게 모든 일을 처리했다.
칠판에 ‘카키 세트 (치킨버거 2개) ★★★’를 적고, 그 앞에 한길과 카키를 세우고 포즈까지 잡아주었다.
“너무 사이가 안 좋아 보이잖아요. 둘 다 표정이 왜 그래요? 스마일!”
얼떨결에 홍보영상을 찍게 되었지만, 카키는 불쾌한 기색 하나 없었다.
“그런데, 사장님. 여긴 다 좋은데 너무 기다려요. 더 큰 데로 옮길 생각은 없어요?”
“아, 안 그래도 2호점 생각하고 있어요!”
한길은 쓸데없는 정보를 던진 슬아를 노려봤지만, 슬아는 ‘어쩌라고요?’ 하는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진짜? 사장님, 나랑 같이 안 해볼래요?”
의외로 카키는 눈을 빛내며 관심을 보였다.
#
“형, 차가 막혀서 도착하는데 아직 15분 걸린대.”
“……”
이태원에서 돌아온 카키는, 매니저인 경훈이 무슨 말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턱만 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
”넌 내가 같이 사업하자고 하면 뭐라고 할 거냐?”
“형이랑? 하면 대박이지.”
“그치? 그런데 왜 거절할까?”
“누가 거절을 했는데.”
“……”
카키는 대답 대신, 방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 혼자 해나가고 싶습니다’ 라는 단호한 대답을 한 한길의 모습을.
그야, 자신도 슬아의 말에 즉흥적으로 꺼낸 제안이긴 했지만 그런 칼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외적으로 형이 사업하는 게 잘 안 알려져서 그런 거 아냐?”
“그런가?”
“뭐, 의류사업 정도는 알겠지만. 호텔이나 식당은 거의 아는 사람이 없잖아? 형이 그걸 광고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형은 이미지가 좀…… ”
“내 이미지가 어떤데?”
“개썅마이웨이? 흠…. 생각해 보니 나도 형을 모르는데 같이 사업하자고 하면 거절할 것 같은데?”
“그런가?”
자주 받는 오해였다.
화려한 외모와 할 말은 절대 담아두지 않는 성격 때문에 오해를 많이 샀지만, 사실 카키는 성실함과 노력을 가장 중요시하는 편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음악인으로 이렇게까지 성공하지도 못했을 거고.
“그런데 사업은 또 왜?”
“돈이 남아도는데 쓸 곳이 없어서.”
“에휴, 그런 말을 하니까 미움받는 거야.”
매니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카키는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었다.
처음 성공을 거머쥘 때만 해도 벌어들이는 대로 썼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을 사는 데에만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1-2년.
어느덧 서른이 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특히 자신의 음악 수명이 얼마나 갈까라는 고민도 많아졌다. 음악에도 유행이 있는데…..
일찍 시작한 만큼, 마흔이 되기 전에 수명이 다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혹시 모르니, 그 이후의 삶을 대비하고 싶었고.
그래서 여기저기 갖은 사업에 참여했지만, 아직까지는 본업인 음악에 지장을 줄 정도로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로 믿을만한 사람과 파트너십으로 사업을 했고, 카키가 자본금을 대주고 홍보가 필요하면 이름을 빌려주는 형식. 운영은 파트너가 했다.
‘뭐,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카키 역시 굳이 싫다는 사람을 잡고 설득할 정도로 절박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한번 던지듯이 꺼낸 말이기도 했고.
한스키친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
“그나저나, 다음주 스케줄은 어떻게 되냐?”
“부산, 제주도도 하나 있고 대구 거쳐서 다시 부평에 하나.”
“나 죽으라는 거냐?”
“어쩔 수 없잖아? 축제 시즌인데.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지. 아, 그리고 방송 섭외 건도 하나 있긴 했는데.”
“방송? 오랜만이네?”
“어? 생각 있어?”
매니저는 신기하다는 듯이 카키를 봤다.
이런 바쁜 시기에는 방송 섭외 제의는 듣지도 않고 모조리 거절해온 카키였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음, 거절할 거라고 생각해서 자세한 건 못 들었는데. 연예인 데리고 무슨 창업하는 거라던데? 직업체험인지 창업체험인지.”
#
“으… 아까워…..”
“뭐가?”
“끈 좀 확실히 만들어 놓으면 2호점 홍보대사로 팍팍! 좀!”
카키가 돌아간 후, 슬아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테이블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런데 왜 거절한 거예요?”
“남의 가게가 되는 건 싫어서.”
“네?”
“몇 달만 일하면 온전한 내 식당을 가질 수 있는데, 뭐 때문에 서둘러서 연예인 오너를 둬.”
“그래도 아깝잖아요…..”
그 후로도 슬아는 한동안 구시렁거렸지만, 한길은 대충 대꾸만 해주고 흘러들었다.
남의 밑에서 일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보다는, 계획을 세워야 했다.
지금까지는 한스키친의 생존이 목표였다. 가게가 없어지지 않도록, 저렴한 가격에 최대한 많은 양을 판매하면서 손님을 끌어모으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확장을 위한 자금을 모아야 한다.
‘필요한 자금이 약 5억…..’
새 점포의 보증금. 그리고 6개월치 월세, 운영비, 인건비와 예비 자금을 포함한 금액이다.
매출 기록을 확인해 보니, 한스키친의 일매출은 310에서 350만 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한 달에 9천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
포스 기계에서는 매출을 시간대별로, 품목별로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통계를 보니, 한스키친의 매출은 버거로 완전 치우쳐 있었다.
하루에 약 340개 이상이 판매되었으니까.
그에 비해 샌드위치는 약 100개. 샐러드는 40개, 프라이드치킨은 하루에 10개도 채 나가지 않았다.
매일 들어오는 주문만 처리하기 바빴는데, 이렇게 통계로 확인해 보니, 새삼 이상하게 여겨졌다.
‘원래는 샐러드와 프라이드치킨 세트를 밀고 나갈 예정이었는데…..’
버거는 치킨을 활용한 간편식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갑작스레 유명세를 치르면서 모든 메뉴를 가리고 있었다.
저녁 메뉴로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었지만, 밤에도 매출 1위는 버거였다.
치킨을 먹는 사람들이 안 와서인지, 아니면 버거를 찾는 사람들이 가게를 차지하는 바람에 못 온 것인지.
‘문제는….’
버거가 가장 수익률이 낮다는 것.
버거 빵도, 닭고기도 현실에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병아리콩도 로마산은 딱히 맛에 차별성이 없어서 포인트를 절약하기 위해 현실에서 구매하고 있었다.
그나마 소스 재료, 허브, 기름을 로마에서 가져와 사용했기 때문에 현재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원가율은 56%.
버거 하나를 팔면 3,640원이 남는다.
‘게다가…..’
버거는 손이 많이 갔다.
수제 타르타르 소스 때문에.
타르타르 소스는 수제 마요네즈를 만들고 굳히고, 또 향을 입혀야 하기 때문에 만드는 데 무려 9시간이나 걸렸다.
그래서 미리 만들어 놓고 보관을 해야 하는데, 냉장고 한가득 소스 통이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닭고기를 넣을 자리도 부족했다.
장사가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내가 너무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건가?’
수익만을 따지는 자신의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한 것 같았는데…..
하지만 솔직히.
한길의 입장에서는 모든 메뉴에 똑같은 애정이 있었다.
게다가, 버거의 과다한 판매는 실수로도 이어지기 쉬웠다. 며칠 전만해도, 아직 향이 덜 입힌 소스 통을 잘못 꺼내는 바람에 ‘맛이 다른데?’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실수를 깨닫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목표 금액을 최대한 빨리 모아야 하고…..’
조금 욕심내서 3개월, 늦으면 4개월 안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보고 싶었다.
인생을 버거집에서 끝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러면 지금 있는 각 메뉴의 판매량을 모두 최대한 늘려야 했다.
손님이 와서 달라는 대로 주는 게 아니라, 전략이 필요했다.
일단은 샐러드.
샐러드는 주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사 먹었다. 지금도 샐러드 매출이 제일 높은 시간대는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이었다.
한길은 핸드폰을 이용해 주변의 샐러드 가격을 검색해 보았다.
샐러드를 파는 전문점은 없었지만, 빵집에서 파는 샐러드는 가격대가 대략 4,500 원. 가장 비싼 편에 속하는 별다병의 샐러드가 6,500 원이었다.
물론, 한스키친의 샐러드는 품질이 더 뛰어나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샐러드 치고는 가격이 높은 감이 있었다.
한두 번 파는 것이라면 모를까, 매일 팔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는 게 좋아 보였다. 어차피 샐러드는 전부 로마산 재료를 사용하기도 했고.
샐러드 할인 이벤트:
8~9시 / 11~1시
6,500 원 –> 5,000 원
*테이크아웃에만 적용
한길은 종이 위에 손글씨로 적은 내용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나쁘진 않아 보였다.
테이크아웃용 샐러드는 오픈 전에 미리 준비해놓으면 되고, 매장 회전율에도 전혀 지장이 없으니 많이 팔릴수록 좋다.
‘일단 샐러드는 됐고, 그러면 나머지는……’
매출이 제일 부진한 프라이드치킨.
치킨도 닭고기와 병아리콩가루를 전부 현실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치킨은 이미 형성된 가격대가 높아 주변 판매가에 맞춰 18,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남는 금액도 많고, 치킨 판매는 맥주 판매량도 늘려주니 수익성으로 봤을 때는 가장 효자 메뉴였다.
버거 손님 때문에 치킨 손님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치킨을 먹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고.
어떻게……
‘아!’
한길은 아직도 테이블에 엎어져 혼자 구시렁대는 슬아를 불렀다.
“슬아야, SNS에 좀 올려줄래?”
“뭘요?”
“버거는 앞으로 품질 유지를 위해 한정수량으로 200개만 판매한다고.”
< 25. 새로운 고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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