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53)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53화(253/325)
253. 감자의 변신
한길이 준비물을 세팅하는 동안, 무티에르는 감자를 여러 번 반복해서 시식하고 있었다.
“하아…”
심각한 얼굴로 연거푸 한숨을 내쉬는 걸 보니, 고민이 많은 모양이었다.
‘뭘 만들려고 그러지?’
한길은 기대로 잔뜩 부풀어 오른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얌전히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시키는 대로만 할 생각이었다. 무티에르의 과정을 보고 싶었으니까.
무티에르는 ‘파리 제일의 요리사’라고 불리는 인물. 이 시대에 내로라하는 요리 장인이다.
그런 요리 장인이, 처음으로 접하는 재료로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기회였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다.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어떻게 사고하며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아…”
마지막으로 길게 한숨을 뱉어낸 무티에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쥬가 전혀 없군. 크림으로는 도무지 점도를 맞추기 어렵겠어.”
“우유를 가져올까요?”
“그래주겠나.”
“네, 마스터.”
아무래도 기본부터 짚고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이 시대 프랑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미와 쥬(jus). 풍미는 재료가 가진 고유의 향과 맛이고, 쥬는 말하자면 주스다.
쥬는 과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곳에서는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육즙, 채소의 채즙 모두 통틀어 쥬라고 불렀으니까.
감자에는 쥬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기술로 그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
“감자를 으깨주겠나.”
“네, 마스터.”
무티에르의 다음 지시에 한길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무티에르가 만들려는 요리를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자를 으깨서 쥬를 더하는 요리.
매쉬 포테이토다.
무티에르의 매쉬 포테이토는 한길이 아는 것과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이왕이면 달랐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한길은 감자 껍질을 까고,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감자를 볼 안에 넣어 으깼다.
이곳에는 감자를 으깨는 전용 도구가 없어 스푼을 이용해야 했다. 스푼의 굴곡진 뒷면을 이용해 조심스레 감자를 짓이겨 뭉개고, 덩어리가 없음을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무티에르에게 보여주었다.
“조금만 더 으깨보게.”
“….”
“왜 그런가?”
“아닙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마스터.” .
감자는 오래 으깨면 안 되는 재료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티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길은 감자를 처음봤다는 설정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숟가락으로 감자를 계속하여 으깨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무티에르 역시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인상을 썼다.
“이건 못 쓰겠군.”
감자가 마치 풀을 쑨 것처럼 찐득한 질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감자는 과격하게 다룰수록 전분이 많아진다. 과한 물리적 충격을 가하면 세포벽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감자의 세포를 풍선으로 비유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다. 감자는 무수히 많은 세포 풍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풍선이 터지면 그 안에 있는 전분이 빠져나온다.
어떻게 으깨느냐에 따라 질감이 전혀 달라진다는 말이 된다.
턱을 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무티에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이번에는 타미를 써보도록.”
“네, 마스터.”
타미(tamis)는 체를 내릴 때 사용하는 도구다. 단, 가루나 액체에 사용하는 체가 아니라 고체에 사용하는 체다.
철사 그물 위에 감자를 올리고 압력을 가해 통과시킨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메밀면이나 냉면을 뽑는 기계와 비슷한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세포 풍선을 마구 휘젓는 게 아니라, 그물을 이용해서 풍선을 하나하나 분리하는 작업이다. 이러면 손상도 없고, 전분도 덜 생긴다.
‘대단하네.’
한길이야 감자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무티에르는 그렇지 못하다.
처음 다뤄보는 재료의 특성을 바로 파악하고 적절한 대처법을 찾는 모습을 보니, 역시 명성은 괜히 얻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훨씬 낫군.”
무티에르는 두 번째로 시도한 으깬 감자를 시식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직은 맛이 밍밍해. 수분을 조금 더 제거하는 게 좋겠군. 냄비를 준비해주게.”
“네, 마스터.”
수분을 제거해라.
이는 무티에르의 주방에서 불문율처럼 굳어진 철칙이었다.
물은 맛의 적이다.
수분은 촉촉함을 더해주지만, 맛의 농도를 낮추고 풍미를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티에르의 주방에서는 단 두 가지의 경우에만 물을 사용했다.
재료를 삶거나 데칠 때.
그리고 퐁(fond)을 만들 때.
물은 맛을 전달하는 매개일 뿐, 절대 최종 요리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모든 요리에는 물 대신 와인, 우유, 혹은 육수나 채수 등의 퐁을 사용했다. 퐁을 사용할 때도, 충분히 졸여서 물기를 모두 증발시켜야 했고.
“수분은 내가 제거하도록 하지. 그동안 자네는 다른 준비물을 세팅하도록.”
“네, 마스터.”
무티에르는 약불에 냄비를 올리고 그 안에 으깬 감자를 넣었다. 약간의 열을 가해서 감자 안에 있는 수분만 증발시키려는 속셈이다.
그동안 한길은 다음으로 필요한 재료를 준비했다. 감자를 으깬 다음에 필요한 것은 버터와 우유…
“준비는 다 되었나.”
“네, 마스터.”
“버터를 가져오도록.”
“여기 있습니다.”
한길은 손톱 크기의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낸 버터를 들고 다가갔다. 손을 내뻗어 버터를 만져본 무티에르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기본을 잘 지켰군.”
한길이 얼음 위에 올려두어 차갑게 식힌 버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버터는 유지방과 수분, 단백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온에서는 고체 상태를 유지하지만, 열을 가하면 이 성분들이 분리된다.
그래서 뜨거운 재료에 버터를 넣을 때는 차가운 버터를, 작은 크기로 썰어서 사용해야 한다.
버터가 분리되기 전에, 온전한 채로 스며들게 하기 위함이다. 상온의 버터나 녹인 버터를 사용하면, 버터의 유지방만 겉돌게 될 테니까.
“내가 버터를 넣을 테니 자네가 섞도록.”
“네, 마스터.”
무티에르는 볼 안에 적정량의 버터를 넣어주었고, 한길은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버터와 감자와 한 몸이 되도록 고루 섞어주었다.
“잠깐.”
작업하는 중간중간, 무티에르는 감자를 시식하며 맛을 확인했다.
“조금만 더 하도록 하지.”
버터는 어마어마한 양이 들어갔다.
감자 대 버터의 비율이 약 2:1이 되어서야 무티에르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 자네도 한번 맛보게.”
“네, 마스터.”
작은 스푼을 이용하여 감자를 한입 맛보자, 강렬한 감자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버터의 향이 가미되었지만, 감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의 향이 훨씬 색채가 짙었다.
‘딱 경계선이네.’
버터가 한 스푼만 더 들어갔다면, 버터 맛이 감자를 가렸을 터. 하지만 무티에르는 정확히 그 직전에 멈추었다.
부재료는 주재료의 맛을 덮어서는 안 된다.
이것 역시 무티에르의 철칙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감자의 텁텁함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소 꾸덕꾸덕한 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 필요한 것은…
“우유를 가져오겠습니다.”
한길은 냄비에 올려서 데워둔 우유를 들고 왔다. 차가운 우유보다는 뜨거운 우유를 사용하는 편이 흡수가 잘 되니 미리 데워둔 것이다.
“내가 우유를 넣을 테니 자네가 젓도록.”
“네, 마스터.”
여기서부터는 감자 세포를 터트릴 걱정은 조금 덜하다. 버터로 한번 코팅된 세포는 잘 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티에르가 우유를 조금씩 졸졸 따르면, 한길이 열심히 손을 움직여서 감자에 우유를 흡수시켰다.
무티에르는 중간중간 멈춰서 맛을 본 후, 다시 우유를 부으면서 맛을 조절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이제는 공기를 조금 더 해주면 좋을 것 같군.”
“네, 마스터.”
거품기를 사용해서 머랭을 치듯 휘저으라는 말이었다.
이곳에는 철사로 만든 거품기 대신 자작나무 가지를 엮은 도구를 사용했다. 한길은 그 도구를 들고 시계 방향으로 감자를 빠르게 저어주었다.
슬슬 손이 피로해질 무렵,
“그만하고 타미에 세 번만 더 내리도록.”
“네, 마스터.”
마지막으로 완성된 감자를 체에 반복해 내린 후에야 요리가 완성되었다.
‘다르네.’
결과물은 한길이 만들던 매쉬 포테이토와는 사뭇 달랐다.
접시를 기울이면 천천히 미끄러질 정도의 질감. 매쉬 포테이토 보다는, 감자 퓌레(purée)에 가까웠으니까.
“자네도 맛을 보게”
“네, 마스터.”
반들반들 윤이 나는 감자를 한 스푼 떠서 입안에 넣자,
‘…!’
강렬한 맛이 미뢰를 덮쳤다.
감자는 혀에 닿자마자 녹아서 거대한 풍미 덩어리가 되었고, 그대로 입안에 휘몰아쳤다. 그 맛이 너무 진해서 절로 입이 벌어졌지만, 농밀한 감자 향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식감은 또 어떻고!
혓바닥부터 입천장까지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질감이 고급스러운 비단과도 같았다.
우아하면서도 잔잔하다.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미끄러지듯이 걷는 베르사유의 귀부인들처럼.
감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호사스러운 맛.
‘엘레강스’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사치스러운 맛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특별한 재료를 쓴 건 아니다.
오직 감자, 소금, 우유와 버터만 들어갔으니까.
중요한 건 기술과 디테일.
감자를 으깰 때는 살살 달래듯이, 체에 내려서 으깼다. 버터를 넣을 때도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여 투입했으며. 따뜻한 온도의 우유에서 목욕도 시켜주었다. 거품기로 맑은 공기를 부채질해주었고, 마무리로는 정성스레 체에 내려주었다.
귀부인을 대하듯 애지중지 아껴가며 소중히 다뤄주면, 평범한 감자도 이런 고급스러운 맛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익숙한 재료인 만큼, 감자의 변신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선 하나는 완성된 것 같군. 다음 메뉴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는데…”
무티에르는 바로 다음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떠오르는 건 없는 모양이었다.
얼마 후, 충격에서 간신히 회복한 한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스터, 제가 하나만 시도해 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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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티에르는 물론 허가를 내주었고, 한길은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서걱. 서걱.
우선 감자를 길쭉하게 썰어준 후, 차가운 물에 헹궈서 표면에 있는 전분기를 씻어내자. 무티에르가 질문을 했다.
“뭘 만들려는 거지?”
“튀길 겁니다.”
한길이 만들려는 메뉴는 길쭉하게 썰어서 튀긴 감자. 즉, 프렌치프라이였다.
이름에서 알다시피, 감자튀김은 현대의 프랑스인들에게 사랑받는 메뉴였다. 프랑스인뿐 아니라 국적 불문,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였고.
그게 이 시대에도 통하는지 궁금했다.
한길은 씻어낸 감자의 물기를 제거한 후, 두 종류의 튀김기름을 준비했다.
‘온도계가 없으니 불편하네.’
반죽을 기름에 떨어트려 떠오르는 시간으로 대략적인 온도를 계산했지만, 정확하지는 않을 거다. 이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다.
기름 하나는 대략 160도, 또 다른 하나는 대략 190도에 최대한 맞추고. 물기를 제거한 감자를 저온의 기름에 먼저 떨어트렸다.
차그르르르르!
감자의 주위로 작은 방울이 응집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부까지 충분히 익히면서 감자를 튀겨내야 한다.
약 5분 후, 연한 노란색의 감자가 굳어가는 게 보였다. 감자를 건져내고 하나를 열어 내부를 확인하자, 속까지 충분히 익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두 번째 단계,
차그르르르르!
고온의 기름 안에 감자를 다시 떨어트린다.
두 가지 온도의 기름으로 튀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부터 고온에서 튀기면, 내부가 충분히 익기 전에 겉면이 타기 때문이다.
고온에서는 오래 튀기지 않아도 된다.
맛깔난 황금빛 갑옷을 두른 감자를 건져낸 후에는 소금을 뿌려서 마무리.
“한번 드셔 보시죠.”
무티에르는 말없이, 노릇노릇하게 튀겨낸 뚫어지라 쳐다만 보고 있었다.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이 시대 사람들에게도 감자튀김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모양.
한입 맛본 후에 눈을 휘둥그레 뜨는 모습을 보니, 맛 역시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디 한번…’
한길 역시 길쭉한 감자튀김을 들고 입가에 갖다 댔다.
먹기 전부터 갓 튀겨낸 감자 특유의 향이 기분 좋게 코끝을 파고들었다.
바삭하게 깨지는 경쾌한 식감.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감자의 향.
가벼우면서도 폭삭한 속살.
다 삼킨 후에는 기분 좋은 짭조름함이 맴돌아 여운을 남겼다.
‘케첩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맥주도…’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한길이 기억하는 그리운 맛.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이 매력은 무티에르에게도 통한 듯했다. 바로 손을 뻗어 감자튀김 한 줌을 더 쥐고 입안에 넣는 모습을 보면.
하지만, 입안의 감자를 모두 삼킨 무티에르는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의외의 말을 꺼냈다.
“부족해.”
“네?”
“뭘 그리 놀라나?”
그야 감자튀김의 매력을 거부하는 인간을 처음 보니까… 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무티에르는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매혹적인 맛이지만, 너무 건조하군. 쥬가 없으니 소스를 뿌려야 할 것 같은데.”
맛은 있지만, 이 시대 프랑스 요리의 철칙에는 어긋난다는 말이었다. 적어도 베르사유 귀족들이 먹는 고급 요리에는 맞지 않았으니까.
이 시대에 맞게,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소스와의 조합을 확인하도록 하지.”
결국 한길은 무티에르의 지시 하에 다양한 소스를 만들어 감자튀김 위에 뿌렸다.
마요네즈와 크림의 중간 정도 되는 크리미한 소스. 쌉싸래한 파슬리 소스. 베이컨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고기 소스.
그 어느 것도 감자와는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지만, 또 다른 문제점이 생겼다.
“견고함이 오래가지는 않는군.”
소스를 모두 만들자, 그 사이에 감자튀김이 눅눅해진 것.
원래 감자튀김은 갓 튀겨냈을 때가 가장 맛있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눅눅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시대 프랑스 소스는 케첩보다 훨씬 묽은 질감. 그런 소스를 묻히니 감자가 맥없이 축 늘어져 버렸다.
이렇게 둔중한 요리를 손님들 앞에 낼 수 없다.
“이건… 조금 더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네, 다시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이미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다시 하고, 이만 들어가도록 하지.”
너무 몰두하느라 시간을 잊고 있었다.
지금은 이미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각.
하지만 미완성의 요리를 두고 잠이 올 리가 만무했다.
“마스터 먼저 들어가십시오. 저는 조금 더 정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 그래.”
주방을 나서려던 무티에르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밤을 새우는 건 좋지 않아. 하루에 최소 4시간은 자도록. 맑은 정신으로 해야 생각이 나오는 법이니까.”
“네,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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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오셨습니까, 마스터!”
“자네…”
“다시 한번 맛을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무티에르가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한길은 기다렸다는 듯이 접시를 내밀었다.
접시 위에 있는 것은 당연히 감자튀김.
“한 시간 전에 만든 것입니다. 어제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 같습니다.”
한숨도 자지 못한 탓에 조금 초췌한 얼굴이었지만, 한길의 표정만큼은 뿌듯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마 소스를 뿌려도 모양은 유지가 될 겁니다.”
“외관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은데…”
“한번 드셔보십시오.”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든 무티에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온기가 사라진 걸 보니, 확실히 방금 만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제와 달리, 전혀 눅눅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티에르는 감자튀김 하나를 통째로 삼킨 후, 또 다른 튀김을 들고 한길이 만들어놓은 소스에 듬뿍 찍어서 먹어보았다.
한길 역시 옆에서 같은 행동을 했다.
‘확실히 달라.’
어제와는 전혀 달랐다.
바삭한 외관은 유리가 깨지듯이 섬세하게 입안에서 바스러졌고, 그 내부에 있는 감자는 거위 털 이불 같은 폭신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묽은 소스에 듬뿍 찍어 먹어도, 질척이는 느낌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었다.
“뭘 한 거지?”
“단계마다 조금씩 디테일을 더해보았습니다.”
“무슨 디테일을?”
“설명하려면 조금 길어지는데요…”
한길은 기존의 2단계 튀김에서 몇 가지 단계를 더 추가했다.
일단은 길게 썬 감자를 물에 헹구는 대신, 저온에 20분간 삶아주었다. 삶은 감자는 그대로 허물어질 것처럼 연약했지만, 그것을 조심스레 그릇에 옮기고 두 시간 동안 충분히 말려주었다.
그다음에 저온에서 감자를 일차적으로 튀겨냈다.
감자를 한번 삶으면, 생감자보다 내부에 균열이 많아진다. 그 균열 안에 기름이 침투해서 굳히기 때문에 모다 바삭하고 견고한 식감을 완성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튀겨낸 감자는 바로 사용하지 않고, 다시 한번 한 시간 동안 건조해 내부의 수분을 충분히 제거하였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온에서 튀겨냈다.
“그렇군.”
무티에르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기를 제거하는 과정. 집요할 정도로 각 단계에 디테일을 추가하는 방식은, 누가 봐도 무티에르의 영향이었으니 말이다.
밤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실험을 반복한 후에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무티에르는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한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의 시야에 조금 특이한 게 눈에 들어왔다.
“저건 또 뭔가?”
주방의 작업대 위에, 조금 특이한 모양으로 다듬은 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전과 비슷한 크기와 두께로 썰어놓은 감자가.
“아! 실험하는 도중에 조금 재밌는 걸 발견해서요.”
“재밌는 거?”
한길은 날아갈 듯한 발걸음으로 작업대를 향해 달려갔다.
“사실 진짜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이쪽이거든요.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