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54)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54화(254/325)
254. 감자 구슬
동전처럼 생긴 감자를 만지작거리던 무티에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 3mm 두께로 썰어낸 감자.
페이스트리용 틀을 이용해서 모양을 찍어낸 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보였다.
“이걸로 재밌는 걸 만든다고?”
“네, 일단 한번 봐주세요.”
한길은 프렌치프라이를 만들 때 그러했듯이, 두 종류의 튀김기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는 저온, 하나는 고온의 기름이다.
“음…”
무티에르의 얼굴에 미약한 실망감이 스쳤다. 바로 전날, 이미 이와 같은 조리과정을 본 탓이다. 하지만 무티에르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한길이 선수를 쳤다.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끝까지 봐주세요.”
그 말과 함께 감자 동전 몇 개를 집어서 저온의 기름 안에 떨어트리자,
챠그르르르!
감자의 주위로 작은 공기 방울들이 생겼다.
한길은 손잡이를 잡고, 달달 볶듯이 냄비를 계속해서 흔들었다. 감자가 단 한 순간도 가만히 멈춰있지 않도록.
얼마 후, 감자의 표면이 물집이라도 잡힌 것처럼 울퉁불퉁해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한길이 감자를 건져냈다.
아직 감자 칩이 되지 못한 감자다.
어느 정도 조직감이 있지만, 바싹하게 튀겨진 건 아니다.
미완성 감자 칩을 다시 고온의 기름통 안에 떨어트리자,
“아, 아니!”
예상한 대로 무티에르의 탄성이 들려왔다.
두 번째 기름 안에 투입된 감자 칩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작은 감자 풍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길은 동동 떠오른 부분까지 제대로 튀겨지도록, 국자로 감자 풍선 위에 기름을 끼얹어주었다. 그리고 적당한 색으로 변한 감자를 건져낸 후에 소금을 뿌렸다.
완벽한 구슬 모양의 감자.
색상은 감자 칩만이 낼 수 있는 노릇노릇한 황금색. 보기만 해도 그 바삭함이 생생하게 와닿는 생김새였다.
“허!”
“아직 이름이 없어서 저는 일단 감자 구슬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감자 구슬이 만들어진 이유는 추측할 수 있었다. 튀김의 원리를 알고 있었으니까.
어떤 재료든, 튀기면 내부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해서 탈출하게 되어 있다.
일차적으로 저온에서 튀길 때, 감자 안에 있던 수분 일부가 수증기가 되어 빠져나갔다. 그리고 기름에 맞닿은 감자의 표면이 조금 굳었다.
그것을 다시 고온 기름에서 튀길 때, 미처 수증기가 되지 못한 여분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해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굳어버린 감자에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풍선과도 같다.
살짝 튀긴 감자가 자연적인 풍선이 되어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둬둔 거다.
물론, 무티에르에게 이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게… 운이라고?”
“감자튀김으로 실험하는 과정에서 만들었거든요. 감자를 굉장히 얇게 썰면 어떻게 될까 해서 한번 해봤는데, 이렇게 부풀어 오르더라고요. 네모난 모양으로 튀기면 쿠션 모양이 되고, 직사각형 모양으로 튀기면 베개처럼 생겼습니다.”
“그러면 운은 아니군.”
“… 그러네요.”
이런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길이 하던 실험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이 겹쳤지만,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행운은 아니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필연에 가까웠다.
“맛도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한길의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티에르는 이미 손을 뻗고 있었다. 한길과 눈이 마주친 무티에르는 민망한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 하하, 자네도 같이 먹지.”
“네, 물론입니다.”
무티에르는 감자 구슬을 통째로 입안에 넣은 후, 와작와작 씹어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길 역시 작은 감자 구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렇게 드니까 느낌 있네.’
엄지와 집게손가락만 이용해서 앙증맞은 감자 구슬을 들어 올리는데, 저도 모르게 손길이 조심스러워졌다. 조금만 힘 조절을 잘못하면 이 구슬이 부서질 테니 말이다.
그만큼 섬세하면서도 가벼운 촉감이었다.
바삭!
일부러 힘을 주어 구슬을 깨트려보니, 깨진 틈 사이로 텅 빈 내부가 보였다.
구슬의 절반은 얇은 감자 칩이었다.
그리고 남은 절반은 감자튀김과도 비슷했다. 폭삭한 감자의 속살이 스펀지처럼 붙어 있었으니까.
와자작!
감자 구슬을 입안에 넣자, 귓가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자 칩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소함과 바삭함.
감자튀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폭삭한 감자의 속살.
감자칩과 감자튀김을 반반 섞어 놓은 듯, 두 가지 맛이 공존하고 있었다. 게다가, 속살이 워낙에 얇아 텁텁함이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프랑스 감자튀김의 최종 진화 버전이라고 불러도 좋겠지.
‘연습한 보람이 있네.’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이 메뉴는 실패율이 꽤 높았다.
감자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적정량의 수분만을 남겨야 했고, 일차적으로 튀길 때 최대한 감자를 흔들어가며 공기를 입혀야 했으며, 건져내는 타이밍도 정확하게 맞춰야 했다.
과정 하나하나에 디테일을 추가했고,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많은 연습이 필요했으며, 완성품은 누가 봐도 공들여 만든 모양새였다.
“어제 만든 감자튀김 대신 이걸 올리도록 하지.”
“그런데 이것도 쥬가 부족하지 않나요?”
“위에 소스를 한번 올려보고, 그것으로 안된다면 별도의 그릇에 소스를 올리도록 하지. 이건 어떻게든 올려야지 않겠나.”
무티에르는 흐뭇한 표정으로, 한길의 등을 쓰다듬었다.
“고칠 구석이 없군. 정말 완벽하네.”
“마스터께서 가르쳐주신 것을 적용했을 뿐입니다.”
“그런가.”
“최대한 룰을 지키려고 했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었다.
이 시대 프랑스에는 룰이 많았다.
베르사유의 예법은 두말할 것도 없고. 파리 시내에서 음식 장사할 때도 그랬다.
길드마다 만들 수 있는 메뉴가 있고, 고용해야 하는 직원 수까지 정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살롱도 마찬가지.
손님들의 대화를 엿듣다 보면 일상생활에도 룰이 많았다. 살롱 손님들은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할 음식, 미식에 필요한 요소 등을 일일이 정의하고 규칙처럼 체계화하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규칙이 많으면 제약이 많아 창의력은 다 말라버릴 것 같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특이한 감자 요리를 만들라고 하면,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규칙이 정해져 있으면, 처음부터 방향성을 갖고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때로는 룰을 깨기 위해 다른 시도도 해볼 수도 있었고.
규칙은 사용하기에 따라 메뉴 개발을 돕는 도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티에르의 주방에는 이런 세세한 룰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역시 요리는 재밌어.’
배우면 배울수록.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이 세계는 끝이 없었다.
그래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
그로부터 며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한길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주방에 감금했다. 아직 감자로 해야 할 실험도 많았고, 조금 비틀어보고 싶은 규칙들도 많았던 탓이다.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 자네는 잠깐 나갔다 오는 게 어떻겠나.”
“아니, 괜찮습니다.”
“마르셀, 주방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룰이 뭔지 아나?”
“그야…”
“청결이지. 고객을 만나기 전에 가서 좀 씻고 오게.”
결국, 보다 못한 무티에르가 한길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주방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기를 반복한 탓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르셀, 괜찮아요?”
한길의 모습을 본 퐁파두르 역시 미간을 좁혔다.
“뭐가요?”
“뭔가… 광기가 느껴지는데?”
“멀쩡합니다.”
생각해 보면 베르사유에 입궁한 이래, 한길은 제대로 요리를 한 적이 없었다.
퐁파두르의 홍보 활동을 위해 돌아다니기 바빴고, 주방보다 밖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으니까. 요리도 어묵과 붕어빵을 만드는 데에 그쳤고.
몇 달간 사막을 횡단하다가 겨우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아드레날린이 과다하게 분비된 건지, 잠을 자려야 잘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많은 메뉴를 개발할 수 있었지만, 퐁파두르는 그게 마냥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마르셀, 이건 너무하지 않아요?”
그녀는 테이블 위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길이 살롱의 예비메뉴라며 차려놓은 밥상이었다.
“뭐가요?”
“인당 10개 요리로 구성된 코스를 하기로 했잖아요? 그 두 배는 되는 것 같은데…”
“맛보시고 마음에 드시는 것만 골라내면 됩니다.”
“하아….”
그녀는 잠시 숨을 몰아쉬었지만, 얌전히 요리를 일일이 맛보기 시작했다. 오물거릴 때마다 얼굴이 빛나는 걸 보니 맛은 전부 마음에 드는 모양.
“하아…”
하지만 시식을 마치고 포크를 내려놓은 퐁파두르는 다시금 길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뭔가 문제가 있나요?”
“아니, 맛에는 문제가 없어요. 다만 명분이 조금…”
“명분?”
“나름 구황작물을 알리려는 의도인데… 이건 너무 가식적이지 않나요?”
감자를 알리기 위한 코스라고 해서, 10개의 요리를 몽땅 감자만 올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감자와 곁들일 요리도 함께 올렸는데…
토끼 고기부터 송아지고기, 오리고기, 돼지고기까지. 확실히, 지나치게 호화로운 느낌이 들긴 했다.
“물론 국왕 전하도 드실 거고 귀족들이 먹는 음식이니까 귀해 보여야 하는 건 맞는데… 저는 이번 살롱의 주제를 천한 재료의 변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그건 그렇네요. 맛만 생각하고, 그것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 같았어요. 마르셀은 가끔 신나면 주위를 잘 안 보니까…”
조금 뜨끔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살롱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실험에 전념했던 것 같다.
“채식 코스는 힘들까요? 저번에 한 번 했을 때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는데…”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상차림이었죠.”
“그래도… 이번에는 맛도 맛이지만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퐁파두르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옆에서 지켜보던 니콜라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제가 마르셀을 데리고 텃밭에 한 번 다녀올까요? 마르셀, 너도 가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잊고 있었다.
이번 스테이지를 떠나기 전, 베르사유 정원의 비밀도 알아내야 했는데…
“텃밭은 언제부터 이용 가능했어요?”
“글쎄? 3-4일 정도 되었나?”
“그런데 그걸 이제 말해줘요?”
“뭔 소리래? 어제도, 그저께도 말했는데 듣는 척도 안 하더니만.”
‘그랬나?’
뭔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한창 열중할 때 니콜라가 와서 더 필요한 게 없냐고 쫑알거렸더랬지. 한참을 시끄럽게 떠들길래, 그냥 이것만 갖고 와 달라며 종이에 필요한 재료 목록을 휘갈겨 써주었던 것 같은데…
“쯧쯧, 정신 차려라. 며칠 안 남았잖아? 당장 회의 끝나면 같이 가자고. 더 할 말은 없죠? 일단 재료 먼저 확인하고 다시…”
회의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퐁파두르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니콜라, 잠시만요.”
“왜요?”
“잠깐 마르셀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요. 밖에서 기다려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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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파두르와의 대화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10분 후, 한길이 밖으로 나오자 니콜라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왔다.
“무슨 얘기를 했는데?”
“별 얘기 아니었어요. 그냥 필요한 게 더 있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 그런 거죠.”
“에이, 별 얘기 아닌데 왜 단둘이서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글쎄요? 제가 니콜라나 마스터의 눈치를 볼 거로 생각하셨는지도 모르죠. 이래 봬도 제일 말단 직원이잖아요?”
“허 참!”
니콜라는 기가 찬다는 듯이 헛바람을 뿜어댔다.
말만 말단 직원이지, 사실상 이 팀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권과 지휘권은 한길이 갖고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너도 그분이랑 닮은 구석이 있단 말이지. 둘 다 흑막 느낌이잖아, 안 그래?”
“저는 흑막이 아닌데요. 그분이랑 닮은 곳도 없고요.”
“아니, 성격이나 이런 건 전혀 안 닮았는데, 뭔가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그건 전혀 동의할 수 없네요.”
별 시답지 않은 얘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낯선 공간에 도착해 있었다.
“아, 여기가 베르사유 텃밭. 너는 처음 와보지?”
베르사유의 텃밭 정원은 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아무리 봐도, ‘텃밭’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규모가 아니었다.
“텃밭만 3만 평에 달한다더라고. 멋지지 않냐?”
니콜라가 괜히 뿌듯한 얼굴을 하는 사이, 저 멀리서 달려오는 그림자가 하나 보였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아, 저 사람이 정원 관리하는 담당자.”
“아이고, 퐁파두르 후작가에서 이 먼 길까지 또 어떻게… 헉헉…”
남자는 지나칠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굽신거리고 있었다. 주방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그 사이 베르사유에서는 퐁파두르의 입지가 더욱 굳어진 모양이었다.
“이 친구는 여기 처음 와서 그러는데, 한 번만 더 투어 시켜줘도 될까요?”
“아이고, 물론이죠! 이쪽으로 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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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연못과 분수대가 장식되어 있었고, 그 주위로 채소 텃밭이 규칙적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총 29개의 채소 밭이 있죠. 구역마다 다른 채소를 심고 있는데, 프랑스에서 난 작물도 있고, 여기저기 타국에서 모은 작물도 있죠. 다양성으로 보면, 베르사유를 이길 곳이 없을 겁니다. 양배추만 해도 16종을 키우고 있거든요.”
채소 텃밭의 주위에는 돌벽을 쌓아서 만든 미니 정원들이 있었다. 미니 정원에서는 주로 과일을 재배한다고 했다.
“방마다 다양한 기후를 재현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돌벽은 겨울 바람을 막는 겁니다. 저희는 라 퀸티니의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고 있죠. 루이 14세 전하가 아끼시던 그 전설의 정원사 말입니다! 그분이 수많은 기술을 발명해주신 덕분에 이국의 과일도 재배할 수 있게 된 건데, 배만 해도 50종이 넘고, 사과도 20종이 넘습니다. 심지어 거름을 이용해서 재배를 앞당기는 방법을 발견해서, 6월에도 무화과를 만들 수 있고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종류가 다양했다.
심지어 온실에는 파인애플까지 있었으니까.
“먹어봐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얼마든 지요!”
한길은 텃밭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재료를 하나씩 뜯어먹기 바빴다.
‘역시…’
시장에서 구하는 재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맛이었다. 다양성도 다양성이지만, 같은 종의 오이도 시장에서 구하는 것보다 아삭하고 달았으며, 당근은 과일이라도 되는 양 향긋한 채즙이 흘러나왔다.
“왜 여기 재료는 더 맛있죠?”
“네?”
“뭔가 특별한 기술을 쓰나요?”
“비싼 거름을 쓰기는 하죠.”
“그게 무슨 거름인데요?”
“아… 서류를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베르사유 바로 인근 마을에서 들여오는 비싼 거름입니다.”
“그 거름을 쓰면 맛이 좋아지는 걸까요?”
“그렇겠죠?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몇몇 작물은 유리병을 씌우던데…”
“유리병은 무슨 의도로 씌우는 건데요?”
“음… 그게 그냥 정원사들이 하는 방식이어서…”
남자는 한길의 질문에 만족할만한 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는 관리만 할 뿐, 기술적인 부분까지 알고 있지 못했으니까.
이 사람에게 질문해봐야 얻을 건 없다.
“여기에 정원사는 몇 명이 있죠?”
“음, 정원사는 서른 명이 넘죠. 세세한 잡일을 하는 인원까지 합치면 백여 명 가까이 되고요.”
생각보다 인부들이 많았다.
지금도 주변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지만, 흐리멍덩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별로 신뢰는 가지 않았다.
“예전에 이곳에서 일하던 정원사 한 명을 만난 적이 있는데, 혹시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름이 무엇인가요?”
“이름은 모릅니다.”
“아.. 그러면 힘들 겁니다. 여기 인원이 워낙 많은 데다가, 떠난 사람들도 꽤 많거든요. 일이 워낙에 고되어서…”
한길은 언젠가 만났던 정원사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떠올려보았다.
“굉장히 고지식한 친구입니다. 장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교배한 과일을 혐오하고 있고, 사람은 숨 막힐 정도로 융통성이 없고, 자기가 가꾼 채소를 무슨 종교처럼 숭배하는 사람인데요.”
한길의 말을 듣고 니콜라가 코웃음을 쳤다.
“야, 그딴 설명으로 사람을 어떻게 찾냐?”
하지만 남자는 이미 손뼉을 치고 있었다.
“아! 피에르를 말씀하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