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57)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57화(257/325)
257. 마지막 살롱
퐁파두르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옅은 녹색의 비단 드레스.
요란한 보석 장신구는 쓰지 않았다.
대신 목에는 레이스 목걸이를 걸쳤고, 어깨에는 핑크빛 장미 부케를 달았다.
화사하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은은하지만, 수수하지는 않다.
적당히 우아하면서도, 궁전 안에 있는 그 누구도 입지 않는 그녀만의 스타일이었다.
‘좋아, 완벽해.’
여인들은 자신이 입을 드레스를 직접 디자인한다. 그래서 옷차림 하나로도 그 사람의 됨됨이에 대한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화려한 옷을 입으면, 뒤늦게 얻은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 난 여인이라는 소문이 돌 터였다.
수수한 옷을 입으면 촌스럽다고. 베르사유의 여인들과 비슷한 차림새를 하면,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되기 위해 발악한다고 할 터였다.
지금의 차림새는 딴지를 걸 수가 없다.
완벽하다.
‘잘 할 수 있겠지?’
의상 점검을 마친 퐁파두르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국왕이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었다. 베르사유의 귀족들이 아침마다 그녀를 찾아와 인사를 올리는 것만 봐도 그건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권력에 안주할 만큼, 퐁파두르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방문객들의 본심이 보였으니까.
―일단 지금은 고개를 숙이자.
―그래 봐야 얼마나 가겠어?
―잠깐만 참고 견디면 되지.
모두가 그녀를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얼마 전, 퐁파두르는 그녀의 머리를 손질해준 궁중 미용사의 솜씨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런 실력을 갈고닦았죠?
―바로 직전에 같은 자리에 계시던 분의 머리도 해드렸거든요.
바로 직전에 있던 사람은 루이의 전 애인인 샤토루 공작을 가리킨다.
국왕의 여자들은 계속 바뀐다.
시간이 지나면 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그 어떤 미인도, 세월 앞에서는 무력하니까.
사람들은 퐁파두르를 화병에 꽂아놓은 꽃으로 여기고 있었다.
지금은 만개해 있지만, 조만간 시들 거라고. 그리고 한번 시들면 버려질 거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은 단순히 눈에 보기 좋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음을.
‘다시 할 수 있어.’
푸아송 빵과 푸아송 케이크의 파급효과를,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파리 시내에는 수많은 가판대가 들어섰고, 이제는 푸아송 빵과 푸아송 케이크가 파리 시민들의 일상식이 되어버렸다. 어촌 마을에는 푸아송 케이크 제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수출까지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녀의 이름을 걸고 만든 메뉴가…
세상을 바꾸었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어떤 진귀한 보석도, 그녀를 이렇게 설레게 만들지 못했다.
‘이래서 다들 그렇게 권력에 집착하는구나.’
퐁파두르는 쓴웃음을 지으며 책상 위에 있는 종이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 살롱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적어둔 종이였다. 절대 잊지 않도록, 밤새 50번이나 필사했다.
‘절대 실수해서는 안 돼.’
이번 살롱에는 국왕은 물론, 국왕의 친척들과 외국에서 온 대사들도 참석한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에게 ‘돼지 먹이’라고 불리는 감자를 대접할 예정이었다.
루이의 허락을 받고 진행하는 일이지만, 솔직히 위험부담은 크다. 루이의 총애를 등에 업고 사람들을 돼지 취급했다는 소문이 퍼질 우려도 있고.
하지만…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감자가 어때서.’
천하다고 무시당하는 재료이지만, 일류 요리사의 손을 거치면 그 어떤 요리보다 귀한 맛이 탄생한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 실패할 리 없어.’
어제 시식한 감자를 떠올리자,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그 요리를 맛보고 ‘손님을 돼지 취급했다’는 말은 할 수 없을 테니까.
문제는 없을 거다.
주방에서 실수가 있지 않은 한은.
그리고 마르셀이 있는데 주방에서 실수가 나올 리 없다.
‘그 애가 어떤 앤데.’
마르셀을 떠올리니 갑자기 여유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퐁파두르는 예로부터 재능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 재능을 가진 이들은 일반인들과 전혀 다른 존재감을 갖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르셀은, 그녀가 발굴한 인재 중 가장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발칙한 견습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는 주방을 장악하고 그녀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어냈다.
마르셀은 하루하루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는 묘목과도 같았다. 잠시만 눈을 떼면 어느새 새로운 가지가 뻗어 있다.
지금도 지금이지만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고 해야 하나…
‘내일이면 그 아이도 떠나는 건가?’
솔직히 아쉽다.
하지만 막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아이는 궁전에 가둬둘 재목이 아니니까.
베르사유의 천장이 높다고는 하나, 하늘만큼 높은 것은 아니다. 이곳에 남아있으면, 가지가 잘려 나가고 기형적인 모양으로 뒤틀릴 거다.
그 아이는 자유롭게, 야생에서 자라는 게 어울렸다.
손발을 잘라내서 길들이는 게 아니라, 원하는 만큼 쭉쭉 뻗어 나가서 울창하게 자랐으면 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권력이나 궁중 생활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그래, 마르셀을 믿자.’
그렇게 엄청난 재능을 가진 아이가, 떠나기 전에 영혼을 갈아서 만든 요리다.
실수는 없을 거다.
실패도 없을 거다.
그때,
손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손님들이 도착하셨습니다.”
“네, 금방 나갈게요.”
퐁파두르는 마지막으로 숨을 고른 후, 문을 나섰다.
#
루이는 살롱에 앞서 퐁파두르에게 두 개의 방을 선물해주었다. 널찍한 응접실과 개인 다이닝룸을.
살롱은 응접실에서 열렸다.
“멋지게 꾸몄군.”
“정말 퐁파두르 후작의 안목은 볼수록 놀랍군요.”
“이렇게 우아한 살롱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루이의 말에 다른 귀족들도 앞다퉈 입을 열었다. 저 칭찬은 그녀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루이의 귀를 의식한 말이다.
퐁파두르는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귀한 손님을 모시는 자리이니만큼, 최대한 노력해보았답니다. 제 살롱에 걸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소한 이야기가 오갔고, 모두가 자리에 앉을 무렵, 퐁파두르가 살롱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손님을 초대해보았답니다. 무슈 파르멘티에라는 분이신데, 약학, 농학, 영양학과 화학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시죠.”
몇몇 손님들이 흠칫거리는 게 보였다.
이 자리에 학자를 부른 게 의외라는 듯이.
살롱은 크게 예술 살롱, 취미 살롱, 그리고 학술 살롱으로 나뉜다.
베르사유의 여인들은 대개 취미 살롱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간단하게 바느질이나 수놓기 작업 등을 하면서 수다를 떠는 공간이다. 최근에는 화려한 도면을 이용한 ‘종이 오려내기’가 유행이라고 했던가.
학술 살롱은 대개 중년의 여인들이 운영했다.
퐁파두르의 나이 스물다섯.
학술 살롱을 운영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조금 많이.
손님들이 당황하는 사이, 파르멘티에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저는 얼마 전, 브장송 아카데미(Académie de Besançon)에서 진행한 ‘기근 피해를 줄이는 작물에 대한 연구 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그때 제출한 게 바로 ‘감자의 화학적 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이었죠. 오늘은 이 감자라는 작물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파르멘티에는 신이 나 있었다.
베르사유에서, 그것도 국왕의 앞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으니 당연하다.
파르멘티에의 강의는 휴식도 없이 무려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호오, 그런 게 있었군요.”
“신기하군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감자의 안전성은 증명이 된 것입니까.”
에브로 백작은 후자에 속했다.
에브로 백작은 평소에 학술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 그리고 그는 퐁파두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초청한 거다.
그녀를 찬양하는 이들만 참석하는 살롱을 성공리에 열어봤자, 무의미한 승부가 될 테니까.
부전승은 승리가 아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 영국에서 감자를 먹고 단체로 독에 중독된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데 말이죠.”
파르멘티에는 당황하지 않고 에브로 백작의 의혹에 답해주었다.
“그 일화는 저도 들어봤습니다. 감자는 신대륙에서 넘어온 작물이라 당시의 요리사들은 그것을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죠. 그래서 감자의 싹만 조리해서 올렸는데, 안타깝게도 감자의 싹에는 독성이 있습니다. 지금 제가 제안하는 조리법은 모두 뿌리를 사용해서 안전합니다.”
“싹에는 독이 있지만, 뿌리는 괜찮다?”
“그렇습니다.”
“싹은 뿌리에서 나는 것 아니었습니까.”
“정말로 뿌리는 괜찮습니다! 실제로 지금은 영국에서도 꽤 많은 농민들이 감자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독일 일부 지역에서도 먹고 있고, 심지어 스웨덴의 왕립 아카데미에서는 감자로 브랜디 만드는 방법을 연구 중이죠.”
퐁파두르는 곁눈질로 루이의 얼굴을 살폈다. ‘독’이라는 말에 루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제아무리 퐁파두르를 아낀다 해도, 루이는 그녀를 위해서 독을 먹어주지는 않을 거다. 국왕이란 그런 존재이니까.
그리고 루이가 감자 시식을 거부한다면, 이 살롱은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이건 예상했던 일이다.
퐁파두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볼테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무슈 볼테르와 그런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었죠. 같은 식물이어도 부위에 따라 독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요. 저는 사과에도 독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는데 말이죠.”
그녀의 말에 볼테르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사과뿐 아니라 우리가 항상 먹는 복숭아나 배, 살구나 체리 등도 씨앗을 먹으면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감자는 씨앗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딱총나무 열매와 비교해도 되겠죠. 딱총나무의 줄기와 이파리에는 독성이 있지만, 열매는 요리 재료와 약재로도 사용되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감자가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이미 타국에서 몇 년에 걸쳐 먹고 있고, 왕립 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할 정도면 독성은 문제없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볼테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퐁파두르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무슈 파르멘티에께서도 타국 얘기를 하셨죠.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에서도 먹고 있다고 하셨던가요?”
“그렇습니다.”
“저희끼리만 탁상공론하지 말고 직접 여쭤보죠. 진짜로 독일에서는 감자를 먹나요, 마리샬 백작?”
마리샬 백작은 프로이센에서 온 대사였다. 그는 갑작스러운 지명에 놀란 듯했지만, 금세 표정을 추스르며 답했다.
“저희도 몇 년 전, 감자가 기근에 좋은 작물이라는 소문을 듣고 농민들에게 심어볼 것을 권유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감자가 ‘냄새도 없고 맛도 없어서 개도 안 먹는 음식’이라면서 심지 않으려고 했죠.”
“그러면 독일에서는 감자를 안 먹는다는 말씀입니까?”
몇몇 손님들의 눈에 환희가 비쳤다.
퐁파두르는 그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메모해두었다.
“아닙니다. 지금은 꽤 잘 먹고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전하께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신 덕분이죠. 그때 전하의 전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죠.”
“어떤 전략입니까.”
“프리드리히 전하께서는, 감자를 성공리에 전파하려면 감자가 귀한 음식으로 인식되게끔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베를린 인근의 밭에 감자를 심고, 그 주위에 경비병을 배치하셨죠. 국왕이 보초를 세울 만큼 귀한 작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도록 말입니다.”
“…!”
“그리고 평민들이 관심을 보일 때 즈음, 전하께서는 경비병들에게 낮잠을 자거나 일부러 경비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주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물론, 도둑들은 눈감아주라는 지시도 함께 내리셨죠. 그때 몇몇 도둑들이 활발하게 움직였고, 지금은 꽤 많은 사람이 감자를 먹고 있습니다. 국왕 전하께서 보초를 세울 정도로 아끼는 작물로 알려져서 말이죠.”
감자로 시작한 이야기를, 순식간에 프리드리히의 영웅담으로 바꾸는 마리샬 백작의 실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역시 베르사유는 방심할 수 없다.
하지만 퐁파두르에게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루이의 얼굴에서 감자의 독성에 대한 의심이 사라졌으니까.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에브로 백작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농민조차 개도 안 먹는 음식이라고 부르다니, 대체 얼마나 맛이 없는 겁니까?”
“저 역시도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제 요리사들에게 감자를 맛있게 만들 방법을 연구해달라고 부탁해 보았답니다.”
“퐁파두르 후작의 요리사 말입니까.”
몇몇 사람들의 눈에 기대감이 스쳤다.
퐁파두르는 살롱 요리의 대명사.
파리 전체가 그녀의 요리에 환호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네. 맛만 보강한다면 전하께 도움이 되는 작물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살롱 내내, 파르멘티에는 감자가 국력을 키우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굶주림을 막을 수 있고, 빵값 상승으로 인한 폭동을 막을 수 있고, 심지어 전투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그렇게 유용한 작물의 유일한 단점은 맛.
그리고 퐁파두르는 그 단점을 공략하고 있었다.
그녀의 살롱 요리는 허영심 가득한 여인의 식탐이 아니었다. 국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지.
이 정도면 명분은 충분하다.
“한번 도전해봤는데, 여러분께서 맛을 보시고 평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다이닝룸으로 이동하시죠.”
#
다이닝룸에 도착하고 모두가 자리를 잡은 후, 퐁파두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의 주제는 풍작과 흉작이에요. 풍작일 때는 땅에서 난 재료를, 흉작일 때는 감자를 사용한 요리를 낼 생각입니다.”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되네요.”
“이쪽 분야에 있어서 퐁파두르 후작의 명성은 두말할 것 없으니까요.”
“크흠! 호기심이 동하기는 하는군요. 대체 어떤 작물이길래 이 정도로 말이 나오는지.”
이윽고 사람들의 수다는 사그라들었고, 모두의 시선이 다이닝룸 입구로 향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수많은 하인이 입장했다.
“호오…”
“신기하군요.”
“이건 또 뭔가요?”
여기저기서 터지는 반응들.
하인들이 접시나 그릇 대신, 직사각형 모양의 상자를 손님들 앞에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마르셀은 첫 번째 요리를 조금 특이한 용기에 담아냈다. 은으로 만든 보석함 안에.
정교하게 세공된 은 보석함은, 그 안에 귀한 물건이 들어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내용물을 볼 수 없어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고.
‘그 아이는 이상하게 뚜껑에 집착한단 말이지.’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모두가 당장이라도 보석함을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는 게 보였으니까.
“이 안에 전하를 위한 선물을 마련해보았답니다.”
퐁파두르가 루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자, 루이가 가장 먼저 보석함의 뚜껑을 열었다.
“이건!”
그리고 짧은 탄성이 이어졌다.
대체 뭐길래.
사람들은 궁금한지 고개를 길게 빼며 기웃거렸지만, 보석함의 뚜껑에 가려져 국왕이 무엇에 놀라는지는 볼 수 없었다.
“감자 구슬이라는 겁니다. 수많은 작물 중에 오직 감자만이 이런 완벽한 형태의 구슬로 튀겨진다는 것 같더라고요.”
퐁파두르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루이가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하여 갈색 구슬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어딘가 섬세한 느낌이 드는 갈색 구슬.
루이는 그 구슬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돌려가며 관찰하기 바빴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참지 못하고 구슬을 입안에 넣었다.
와자작. 와작.
구슬이 부서지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상당히 소란스러운 소리지만, 이상하게 불쾌하기보다는 침샘을 자극하는 소리였다.
꿀꺽.
사람들이 침을 삼키며 연신 혀로 입술을 핥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절박한 시선으로 루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다들 맛을 보시게.”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루이가 허락을 내렸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급한 손길로 보석함을 열기 시작했다. 퐁파두르 역시도.
딸깍.
보석함 안에는 폭신한 갈색 지푸라기가 깔려 있었다. 지푸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푸라기 모양으로 튀겨낸 감자다.
감자 짚더미 위에는 동그란 구슬 두 개가 사뿐히 올려져 있었다.
한껏 부풀어 오른 감자 구슬은 베개나 쿠션 같기도 했다.
표면은 오돌토돌하다. 기름에 튀겨지는 과정에서 생긴 기포가 그대로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기포가 시각적으로 감자 구슬의 바삭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다시 봐도 놀랍단 말이지.’
조심스레 구슬을 들어 올리자, 손끝에 그 가벼움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단단하지만,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그 연약함이 매력적이었다.
그것을 입안에 넣고 압력을 주자,
와자작!
구슬이 깨졌다.
맛이 터졌다.
튀긴 감자만이 낼 수 있는 고소함.
구슬의 표면에 묻은 소금기.
바삭함을 넘어선 크리스피한 식감.
튀긴 음식은 여럿 먹어봤지만, 튀긴 감자만큼 매혹적인 맛을 자랑하는 요리는 없었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슬 안에는 또 다른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감자의 깨진 틈 사이로 부드러운 크림이 흘러나왔다. 상큼함이 느껴지는 사워크림이 촉촉하게 혓바닥을 적셔주었다.
감자튀김의 건조함과 텁텁함을 느끼기도 전에, 크림이 매끄럽게 혀를 기름칠해주었다.
“허!”
“이것 참 절묘하군요.”
“정말 진귀한 보석을 먹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감탄만 하는 반면,
“이, 이게 감자라고요?”
귀신이라도 본 양, 놀라는 이가 있었다.
감자 연구자 파르멘티에였다.
“제가 감자 요리에만 몇 년을 들였는데, 이런 맛은 처음… 아니, 어떻게…”
“같은 재료도,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맛이 전혀 달라지니까요.”
퐁파두르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아직 놀라시긴 이릅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