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61)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61화(261/325)
261. 졸업
“제 요리사요?”
퐁파두르가 사슴 같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내가 아는 이름인가 해서 물어봤네.”
“무티에르라는 이름의 요리사입니다. ‘파리 제일의 요리사’라고 불리는 마스터 중 한 명이죠.”
“역시 그렇군.”
“그자를 알고 계시나요?”
“아니, 이 실력은 파리 제일이라는 칭호가 어울린다는 뜻에서 한 말이었네.”
루이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그자를 한번 만나봐도 되겠나?”
“…!”
“…!”
소리 없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루이는 -국왕은- 신과도 같은 존재다.
베르사유에는 매일 수천 명의 귀족들이 드나들며 하릴없이 서성이고 있었다. 국왕과 말 한번 섞기 위해,
그런데 일개 요리사에게 그런 영광을 주다니! 그것도 국왕의 개인 요리사도 아니고, 정부의 요리사에게!
손님들은 말없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이건 예상 못 했네.’
퐁파두르 역시 예상 밖이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루이는 요리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자신이 여는 디너파티에서 손수 초콜릿 음료를 타줄 정도였으니까. 심지어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요리사에게 오믈렛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루이와 친분을 가진 이들만이 알수 있는 사실이었다.
퐁파두르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지금 당장 무슈 무티에르를 부르도록 하죠.”
“고맙군.”
“하지만….”
왠지 마르셀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요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다면, 요리사 전원을 부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오늘의 코스는 그들이 모두 함께 만든 것이니까요.”
#
살롱에 도착한 한길은 가장 먼저 손님들의 얼굴부터 살폈다.
‘성공이네.’
행복과 절망이 교차하는 표정.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길이 원하는 결과였다.
한길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시 무티에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티에르는 국왕의 앞에서 예를 올리고 있었다. 한길과 니콜라는 그 몇발짝 뒤에 서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자네가 무티에르인가.”
“그렇습니다.”
“파리 제일의 요리사라고 불리던데, 과연 그 명성에 걸맞은 실력이더군.”
“황송합니다.”
“다만, 식사가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쉬웠네.”
“송구합니다.”
“내일도 다시 차려줄 수 있겠나?”
“…?”
갑작스러운 요청에 무티에르의 몸이 경직되었다.
“송구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거절은 생각지도 않았는지, 국왕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렵다고?”
“저는 퐁파두르 후작의 전속 요리사입니다. 1년간은 오로지 그분을 위해서 요리하겠다고 약속을 한 몸이죠.”
“….”
“그러니 다른 주방에는 설 수는 없습니다. 부디 제 입으로 한 말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십시오.”
무티에르의 답변을 들은 한길은 조용히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무티에르는 퐁파두르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 동안에는 다른 그 누구를 위해서도 요리하지 않고, 오직 그녀의 요리사가 되겠다고.
그리고 무티에르는 지금, 설령 국왕의 명령이라고 해도 자신이 한번 한 약속은 어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스터답네.’
무티에르는 요리사의 명예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사람. 신뢰를 무너트리느니 목숨을 내놓겠다고 각오한 인물이었으니까.
다행히, 국왕은 전혀 기분이 상한 얼굴이 아니었다.
“하하! 이거, 내가 오해를 사는 발언을 했나 보군. 내 말은, 내일 후작의 손님으로 찾아갈 예정이니 오늘에 버금가는 한상을 차려달라는 말이었네.”
이윽고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그 이유는 한길도 알 수 있었고.
베르사유에 들어온 이래, 한길은 국왕에게 직접 요리를 선보일 기회만을 노려왔었다. 퐁파두르가 총애를 받으면 그 기회는 금방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었고.
하지만 국왕은 퐁파두르를 자신의 방으로 부를지언정, 결코 그녀의 방에서 식사하는 일이 없었다.
한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국왕의 식사는 국가적인 사안이다.
국왕의 점심과 저녁 식사는 베르사유의 주요 의식 중 하나였고.
국왕이 그런 공개적인 의무를 뒤로 하고 정부의 방에서 식사한다는 건, 그녀가 베르사유의 실질적인 안주인이 되었음을 뜻했다.
그런데 지금, 국왕은 퐁파두르의 방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모두가 듣는 앞에서.
“아, 순서가 잘못되었군.”
국왕은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퐁파두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일, 그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싶네만. 초청해주겠나?”
“물론입니다. 전하가 오시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죠.”
국왕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무티에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는군.”
“내일도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요리하겠습니다.”
“그것 다행이군.”
그 말을 끝으로 국왕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제 용건이 끝난 건가 싶었지만, 요리사들에게 이제그만 물러가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니 뻘쭘하게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 후,
국왕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오늘 퐁트누아 전투가 생각나더군.”
“…?”
“자네는 모르는가 보군. 얼마 전에 최전방에서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거든.”
국왕은 얼마 전, 왕세자와 함께 퐁트누아 전투를 지휘했었다. 전투의 승전을 기리는 축제가 일주일이나 열렸으니, 프랑스 국민이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무티에르가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화의 흐름이 조금 뜬금없었기 때문이다.
“아, 아니..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전하의 승전 소식에 전국민과 함께 환호했었습니다. 다시 한번 경축드립니다.”
“나쁘지 않는 경험이었네.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바닥에 짚을 깔고 자고, 그들과 함께 전쟁북을 울리기도 했지.”
“… 그렇군요.”
무티에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런데 그들이 먹는 음식만큼은 도저히 먹을 수 없더군. 끔찍한 맛이었으니까.”
“그렇습니까.”
“그런데 오늘, 무슈 파르멘티에가 오늘 흥미로운 말을 했네. 감자는 운반하기도 용이하고 쉽게 상하지 않아 전투 식량으로서의 활용성도 높다고. 하지만 맛이 너무 없는 게 문제라고 했었지. 어떤가?”
“… 네?”
“무슈 무티에르, 자네라면 감자로도 병사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 수 있을 것 같네만.”
이제야 국왕이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마…’
어딘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말이었다.
일개 요리사에게 맡길 일은 아니었으니까.
한길은 몰래 시선을 들어 퐁파두르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에는 평상시의 여유 대신, 놀란 토끼 같은 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국왕은 그런 퐁파두르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 실례했네, 후작. 내가 또 그대의 전속 요리사에게 내 멋대로 명령을 내릴 뻔했군.”
“아, 아닙니다, 전하.”
“어떤가?”
“네?”
“그대가 한번 맡아보겠나?”
방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웅성거림이 아니라.
소리없는 외침이 아니라.
고요한 정적이었다.
모두의 사고가 마비되어 들려오는 정적.
일국에 있어서 전쟁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런데 국왕은 지금, 퐁파두르에게 전쟁에 사용될 전투 식량을 개발하라는 임무를 내리고 있었다.
고작 여인에게.
그것도 평민 출신의 가짜 귀족에게.
단순히 그녀를 총애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퐁파두르는 감자를 발굴한 장본인.
모두가 무시하는 학자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었고, 편견에 휩싸여 무시당하는 재료를 알리기 위해 살롱을 열었으니까.
심지어 퐁파두르에게는 실적도 있었다.
그녀는 파리에 살롱 요리를 유행시킨 인물.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민들을 위한 메뉴를 개발했고. 그 메뉴로 인해 프랑스에는 푸아송 빵과 푸아송 케이크 산업이 생겨나기도 했다.
감자의 개발을 맡을 이를 찾아야 한다면.
그녀가 적임자였다.
“왜, 싫은가?”
“아, 아니… 영광입니다. 무슈 무티에르와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
항상 고운 음색을 내던 퐁파두르의 목소리가, 가뭄이라도 난 것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잘 됐네.’
한길은 만면에 피어오르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 퐁파두르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당장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은데 일개 요리사 견습생이 나설 수는 없었다.
한편,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있는 무티에르의 얼굴 역시 자부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요리사의 명예를 최우선시하는 무티에르의 입장에서, 국왕의 청을 받아 전투 식량을 개발하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길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잘 됐네.’
두 사람 모두, 오랜 숙원을 이루었다.
떠나기 전에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내가 없어도 잘 하겠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새로운 재료에 접근하는 방식.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기술.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도 입체적인 맛을 그려내는 비결.
이 모든 걸 한길에게 가르쳐준 이는 다름 아닌 무티에르였으니까. 감자가 제아무리 생소한 재료라고는 하나, 무티에르가 못할리는 없다.
그때, 한길의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구합니다, 전하. 무례한 일인지는 아오나, 제가 한 마디만 해도 되겠습니까.”
한길은 깜짝 놀라 황급히 니콜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국왕이 말을 걸지 않았는데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그걸 니콜라가 모를 리도 없는데…
“이, 이자는 무슈 무티에르의 직인이자 오른팔인 니콜라입니다! 제가 그 누구보다도 신뢰하는 인물이지요!”
퐁파두르 역시 놀랐는지,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혹여나 국왕이 노여워 할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아니나 다를까, 국왕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무례를 저지르는 행동인 것은 알고 있지만, 혹여나 전하께서 오해를 하실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전시를 위해 개발하는 감자 요리는, 오늘 드신 요리와는 많이 다를 겁니다.”
“….”
“전쟁터는 베르사유의 주방과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필요한 조리도구도 없을뿐더러,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메뉴는 시도할 수도 없죠.”
“물론 알고 있네. 병사들에게 비트 하나를 먹기 위해 8시간이나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혹여나 전하께서 실망하시는 일이 생길까 우려가 되어 말씀을 올렸습니다. 무례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니콜라는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이며 사죄했다.
‘역시 니콜라네.’
그제야 한길은 왜 니콜라가 무례를 무릅쓰고 나섰는지 알 수 있었다.
무티에르는 고지식하고 정직한 성품인데다가, 한번 한 약속은 죽어서라도 지키는 인물이었다.
고객과의 오해가 생겨도, 약속은 어떻게든 지키려 들 테지. 설령 그로 인해 불가능한 일을 떠맡게 되어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할 게 분명했다. 그것을 못 이룬다면 최악의 경우…
니콜라는 그럴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시키고 있었다. 무티에르가 개발할 감자 요리는 절대로 오늘 나온 요리와 같은 퀄리티일 수 없다고 못을 박는 것으로.
다행히 국왕은 니콜라의 그런 행동을 나쁘지 않게 보는 듯했다. 표정이 많이 누그러져 있었으니까.
“마스터께서는 좋은 오른팔을 두었군.”
“황송합니다.”
“전시에 필요한 요리를 만들어주게, 자네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이제야 용건이 끝났다고 생각을 했지만…
아니었다.
“그런데 감자 구슬이라는 것은, 손이 빨라야 하나?”
“…네?”
“아니, 이건 나중에 물어보는 게 좋겠군. 이 중에서 가장 쉬운 요리는 어떤 것이지?”
“… 쉬운 요리 말씀이십니까?”
“담아내기만 하는 것도 어려운가?”
국왕은 흥분이 가시지 않는 목소리로 질문을 쏟았지만,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어 답해주기가 곤란했다.
“전하, 정 궁금하시다면 내일 식사 시간에 무슈 무티에르에게 몇 가지 요리를 시연해달라고 부탁하겠습니다.”
퐁파두르가 가볍게 국왕의 팔 위에 손을 얹고 나서야 국왕은 차분함을 되찾았다.
“크흠, 미안하군. 이렇게 새로운 요리는 처음이라 조금 흥분했네. 역시 그대는 파리 제일의 요리사네.”
“맛에 있어서는 제 손이 많이 간 게 사실이지만, 지금 전하께서 가장 좋게 보신 기발한 메뉴들은 담당하는 이가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가? 그게 누구지?”
“제 수제자, 마르셀입니다.”
국왕의 시선이 한길에게로 향했고, 한길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젊은 친구가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군.”
“과찬이십니다.”
한길은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이번 여정의 끝이 왔음을.
그래서인가, 갑자기 이곳에 온 후로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한겨울이었다.
한길은 매서운 겨울 추위를 뚫고, 배달부터 뛰어야 했다. 견습생은 조리하는 게 허용되지 않았으니까.
그 후로 주방에서 잔꾀를 부리면서 니콜라의 인정을 받았고. 기지를 발휘해서 무티에르의 인정을 받았다.
퐁파두르를 만났으며, 귀족들에게 무시당하는 평민인 그녀를 파리 제일의 살로니에르로 만들어주었다.
그녀가 베르사유에 무사히 입궁할 수 있도록 예절 과외선생님이 되어주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여인이 되도록 홍보대사 역할을 맡아주기도 했다.
퀘스트의 기간은 1년.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반년이 걸렸다.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은 것 같은 기간.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요리사로서 얻은 배움과 교훈은 말할 것도 없고.
“고맙네. 인생 최고의 만찬이었네.”
국왕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눈앞에 오랜만에 보는 반투명창이 떴다.
[스페셜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24시간 후 스테이지가 자동 종료됩니다.]2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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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프랑스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