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62)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62화(262/325)
262. 귀가
“마르셀! 마셔! 더 마셔!”
“아니, 저는 여기까지….”
“부족하면 언제든 말하고!”
니콜라는 한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술잔을 가득 채웠다.
“믿어지냐? 우리 마스터가 말야, 마! 국왕 전하께서 친히 부탁하는 그런 요리사가 되었다는 거 아냐, 마!!!”
니콜라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함을 지르다시피 했고, 그 옆에서 무티에르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 자네들 덕분이지.”
“저희는 무조건 마스터만 믿고 달린 거 아닙니까! 캬~ 우리 마스터가! 다너 파티도 아니고! 군대에서 사용할 전투식량을 개발하다니!!!”
살롱이 막을 내린 후, 퐁파두르는 요리사들에게 선물이라며 고급 샴페인을 한가득 보내왔다. 덕분에 요리사들은 조촐한 뒤풀이를 여는 중이었고.
“그런데 마르셀, 그 정원사 아저씨도 부른다고 하지 않았나?”
“초청은 했는데 못 오신대요.”
“그래? 그분한테서 도움도 꽤 많이 받았는데… 매일 텃밭에서 제일 좋은 작물을 직접 골라서 들고 와줬잖아?”
한길 역시 정원사와 한 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초청을 시도했지만, ‘술자리’라는 단어가 나오기가 무섭게 그는 펄쩍 뛰었다.
―네놈과 술자리라고? 주, 죽어도 싫어!
넌덜머리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까지. 몇 번을 거듭 초청해도 대답은 한결같이 ‘죽어도 싫다’였다.
솔직히 아쉬웠다.
떠나기 전에 조금 더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
지난 반년을 함께해온 이들과 오붓하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으니까.
한길은 쓴웃음을 지으며 잔을 비웠다. 그런데 잔을 비우자마자 니콜라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왜? 우리 복덩이, 술 더 고파?”
“아뇨?”
“짜슥! 우리가 어떤 사이냐? 눈빛만 보면 통하는 사이 아니냐!”
“오늘은 진짜 안 돼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서.”
니콜라의 웃음이 사라졌다.
한길은 내일, 퐁파두르의 남동생과 함께 이탈리아로 떠난다. 오늘은 베르사유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자, 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었다.
“흐음… 그런데 갈 수 있으려나? 국왕 전하께서 안 된다고 하실 수도 있잖아?”
“이미 괜찮다고 하셨는데요?”
“그건 그때 얘기고, 내일 아침이 되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살롱이 끝난 후, 국왕은 한길도 무티에르처럼 ‘전속 계약’으로 묶여있는지 물어봤었다.
퐁파두르가 ‘마르셀은 실력 향상을 위해 유학 갈 예정’이라고 서둘러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였지만…
니콜라의 말이 맞다.
권력자의 마음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 한길이 떠나지 못하게 막을 가능성도 있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분이 막아주시겠죠. 약속은 꼭 지키는 분이시니까요.”
“그건… 그렇지.”
니콜라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졌다.
아주 잠시.
“그나저나, 우리한테도 귀띔이라도 해주지! 당장 내일 떠나는데 오늘 말해주는 게 어딨냐?”
“죄송해요. 갑자기 정해진 거라….”
솔직히 이들에게는 미안한 짓을 했다.
주방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던 직원이, ‘당장 내일부터 못 나오게 되었습니다’라고 통보하는 셈이었으니까.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퀘스트 클리어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후로는 살롱이 바로 코앞인데 이들이 동요할까 봐 말을 하지 못했다.
“우리 마스터가 성품이 워낙 뛰어나신 분이라 참아온 거지. 너, 마, 이탈리아에서도 그딴 식으로 행동하지 마, 알겠어?”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해! 마, 인간이라는 건 말야, 잠 못 자면 눈깔 돌아간다고! 굴려도 적당히 굴려야지!”
“…?”
“거기서도 그러면 칼 맞아! 이탈리아 놈들이 얼마나 성질이 불같은데! 우리니까 참고 견뎌준 거야, 알아?”
“… 조심할게요.”
니콜라는 한길을 원망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요리만 보면 눈 돌아가는 버릇도 고치고! 뭔가 느낌이 눈이 돌아갈랑 말랑 한다 싶을 땐, 일단 멈추고 30까지만 세어보고.”
“… 알겠습니다.”
“하아…. 진짜 요리만 보면 천잰데, 그 외에는 덜떨어진 놈이라 불안해 죽겠다니까?”
니콜라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 과하게 절망적인 고갯짓이었다.
“그래도 덜떨어진 건 아니지 않나요?”
“넌 모르겠지, 눈 돌아가서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그래도 나름 야무지게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참나! 너, 가면무도회 기억 안 나냐?”
“무도회 때 아무 일 없었잖아요?”
“뭐?”
니콜라와 잠시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마르셀은 그 모습 그대로도 완벽하네.”
고개를 돌려보니, 무티에르가 푸근한 아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마음껏 보고 오도록.”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
“하지만 힘들어지면 언제든 돌아오고. 작업실에 침대 하나는 항상 비워둘 테니.”
“네, 마스터.”
고개가 절로 숙어졌다.
솔직히 이들 입장에서는 한길이 떠나면 상당히 곤란할 텐데. ‘이렇게 떠나면 우리는 어쩌라고’ 하며 원망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무티에르와 니콜라는 그런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들은 한길의 능력을 인정하고 활용했지만, 한길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지 않았다. 기생하는 대신, 함께 손발을 맞추며 일하기를 택했다.
그리고 한길이 떠나게 된 지금.
남겨진 자신들을 책임지라는 말 대신, 한길의 앞날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좋은 팀이었다.
“이쪽 일은 신경 쓰지 말게. 우리는 자네가 오기 전에도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헤쳐나갈 테니까.”
두 사람이라면 잘할 거다.
항상 최선을 다할 테니까.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기 전에 이거, 두 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선물?”
한길은 품 안에서 작은 공책을 꺼냈다.
그 안에는 각종 플레이팅 도안과 현대식 조리법 등이 필기 되어 있었다. 한길이 지난 이틀간, 잠을 포기하고 만들어둔 것이었다.
퐁파두르의 살롱은, 이 시대에 없는 현대식 플레이팅이 차별점이었다. 한길이 떠난 후 그 특색이 사라지면, 분명 실망하는 이들이 생길 거다.
하지만 이게 있다면…
한길이 없어도 한길의 지식은 남길 수 있다. 무티에르와 니콜라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해나갈 테고.
“오오! 뭐야, 이런 걸 줘도 되는 거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요.”
“역시, 네놈은 참 착하다니까!”
말없이 입을 꾹 다무는 무티에르와 달리, 니콜라는 기쁨을 감추지 못해 한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고 있었다.
안도하는 표정.
사실은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한길의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날! 그분도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니콜라가 말하는 그분은 당연히 퐁파두르였다.
이 팀의 네 번째 멤버이자 그들의 고용주.
“어쩔 수 없죠, 신분이 다르니까.”
“인사는 드렸고?”
“그럴 시간이 없었잖아요? 지금쯤 전하와 함께 계실 테고… 내일, 떠나기 전에 하려고요.”
니콜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길에게 불량하게 어깨동무를 걸쳤다.
“뭐, 그건 그렇고. 시간이 없으니까 지금부터 잘 들어! 이건 우리 가문에 대대로 물려오는 비기인데 말야, 내가 진짜 선심 써서 마르셀,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니까.”
“갑자기 뭔 소린데요?”
“이탈리아 멋쟁이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는 비법! 넌 얼굴만 멀끔하지, 그걸 제대로 활용할 줄도 모르잖아? 괜히 거기서 촌뜨기 취급받지 말고 잘 들어놔!”
“그런 건 필요없…”
“우리 바비에 가문은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멋쟁이가 많기로 소문이 자자…”
니콜라는 한길이 관심을 보이건 말건, 기나긴 강의를 이어갔다. 몇 시간 동안이나.
동이 튼 후에도 놓아주지 않아 결국 셋은 밤을 꼴딱 세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밝아왔다.
#
“실례합니다.”
한길이 퐁파두르의 방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선객이 와 있었다.
한길에게도 익숙한 인물.
퐁파두르의 남동생인 모리니 후작이었다.
모리니 후작과 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친근하게 인사는 주고받는 사이였다. 파리에서도 같은 저택에서 지냈고, 베르사유 입궁 이후로도 자주 마주쳤으니까.
오늘부터 마르셀은 그와 함께 이탈리아로 떠날 예정이었다.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마르셀은 거의 가족이잖아? 어차피 난 지금 나가려던 참이었고.”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아벨!”
퐁파두르는 보기 드물게 인상을 쓰고 있었지만, 모리니 후작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누님, 내가 몇 번이나 말합니까? 나 같은 사람한테 중한 직책을 맡기면 나라가 망한다니까?”
“혹시 모르니까 간 김에 몇몇 사람들과 친분만 쌓고 오라는 건데, 왜 그렇게 고집인데?”
“괜히 우리 누님한테 허튼 희망을 심어줄까 봐 그러는 거지. 난 건물까지는 지어도, 나라는 못 지어. 그릇이 안 돼요, 그릇이.”
모리니 후작은 왕실의 차기 건설 사업 총괄자로 내정되어 있었다. 퐁파두르의 삼촌인 투르네엠이 은퇴한 후, 그 자리를 물려받기로 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건축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었다.
퐁파두르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는 듯했지만… 모리니 후작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마르셀, 마르셀이 봐도 그러지 않아? 나 같은 인간한테 정치를 맡기겠어?”
모리니 후작의 질문에 한길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던 탓이다.
퐁파두르의 남동생에게 후작위가 내려진 것은 불과 몇 달 전. 퐁파두르를 ‘생선 장수의 딸’이라고 비꼬는 ‘푸아소나드’가 아직 나돌던 시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모리니 후작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가문의 상징인 휘장을 새로이 그리는 것이었다.
모리니 후작의 휘장은 한동안 베르사유의 화제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커다란 왕관 아래에 두 마리의 생선이 등을 맞대고 서 있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휘장이었으니까.
‘생선 장수의 딸이 나라를 망친다’고 놀리는 귀족들에게, 보란 듯이 왕관 밑에서 건방지게 서 있는 생선 두 마리를 휘장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굉장히 유쾌한 사내지만…
솔직히, 이런 사람이 정치하면 안 된다는 말에는 한길도 동의했다.
만에 하나 모리니 후작이 민감한 외교를 맡는다면 프랑스는 전쟁을 수없이 치르게 될 테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본인이 권력에는 전혀 욕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면 나는 아버지에게도 인사를 드려야 해서 이만! 마르셀, 나중에 마차에서 보자고!”
“아벨, 얘기 아직 안 끝났다니까?”
“하하하, 누님. 우리 아직 젊잖아? 앞으로 몇십 년은 계속 보고 살아야 하는데 벌써 그렇게 얼굴 붉히지 맙시다!”
모리니 후작은 도망치듯이 방을 빠져나갔고, 퐁파두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쟤는 언제 철이 들련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시죠?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마르셀은 누구 편이에요?”
퐁파두르가 한길을 쏘아보았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새로운 요리사를 고용해야 한다면, 친분이 있는 사람을 고용하겠습니까, 실력이 있는 사람을 고용하겠습니까?”
“무슨 소리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모르는 거잖아요? 아벨한테 능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습니다. 알고 계시잖아요?”
“….”
“그리고 당신의 적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고 계실 테고요. 가족이라는 이유로 능력 없는 이를 기용한다면, 당신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좋을 게 없습니다.”
순간 퐁파두르는 불만스레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곧 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르셀, 나한테 마지막으로 잔소리하고 싶어서 온 거죠?”
사실은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잔소리가 아니라 조언입니다.”
“그게 그거죠.”
“어쨌든, 약속해주세요. 요리사도 실력을 보고 고용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실력만 보고 기용하겠다고.”
“알고 있어요. 다만…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솔직히 불안했다.
역사에 기록된 퐁파두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미움받는 여인이었으니까.
원인은 7년 전쟁.
퐁파두르는 동맹을 잘못 맺어 프랑스를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막심한 손해를 입히게 된다.
‘말을 해줘야 하나?’
그것도 애매했다.
한길이 개입한 시점에서 이미 너무 많은 게 바뀌었으니까.
요직에 있던 관리들이 해임당하는가 하면, 한길의 영향으로 생겨난 어묵 공장이 타국으로 어묵을 수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하게 ‘오스트리아와는 절대 동맹을 맺지 말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길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하나.
생선을 주는 게 아니라. 생선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입궁 전에 예절 공부를 했듯이, 정치를 하려면 그에 따른 공부도 철저하게 하셔야 합니다.”
“저도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한길은 무의식적으로 퐁파두르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항상 악보와 그림이 가득했던 책상 위에는 각종 서적이 쌓여 있었다. 책을 필사한 건지, 작은 손글씨가 빼곡한 종이도 보였고.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그녀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그리고 평민들을 지금처럼 챙기셔야 합니다. 당신은 평민의 대표니까요. 여느 귀족처럼 행동했다가는, 배신감을 느낄 겁니다.”
아직 한참 후의 일이지만, 약 40년 후에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날 거다. 그때, 퐁파두르가 미움받는 귀족이 되어서는 아니 되었다.
한길의 말에 퐁파두르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르셀, 말했잖아요? 나는 내 편은 확실히 챙긴다고. 나를 헐뜯기 위해 안달인 귀족들보다는, 당연히 선물까지 주며 나를 아껴주는 평민들에게 더 잘할 거예요. 그들은 제 사람이니까요.”
퐁파두르는 의리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여인이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 평민들을 자기편으로 생각하고 있고, 지금의 평판만 유지한다면…
‘괜찮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괜찮을 거다.
아마도.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요.”
한길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한동안 침묵했다. 이게 가장 걱정되는 요소였으니까.
역사상으로 퐁파두르는 단명한다.
아직 4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게 되니 말이다.
원인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지병이었던 것 같다.
유전적인 문제로 발생한 병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베르사유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생각을 도무지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적이 많다.
의지할 곳은 국왕 하나 뿐이다.
그리고 한길이 알기로 루이 15세는 꽤 유명한 바람둥이였다.
역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퐁파두르는 몇 년 후, 국왕의 애인 자리를 포기하고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임을 선언하게 된다.
권력은 계속 이어가지만…
“국왕 전하를 사랑하시나요?”
“물론이죠. 제 인생의 유일한 사랑인걸요.”
한길의 뜬금없는 질문에, 퐁파두르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화사한 미소로 답했다.
여배우의 미소였다.
‘괜찮은… 거겠지?’
어차피 그녀는 사랑을 갈망해 궁에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어제 살롱을 계기로, 여성으로서 이례적으로 군대의 전투식량을 개발하라는 임무까지 맡게 되었다.
국왕의 촛대를 드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신분의 상징인 이곳에서… 그런 중대한 임무를 맡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한길도 알 수 있었다.
“꿈도 좋지만, 현재의 행복도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마음의 병을 얻지 않게, 다른 즐거움도 찾았으면 했다.
“풋!”
그런데 갑자기 퐁파두르가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세요?”
“아니, 하하… 저도 마르셀에게 똑같은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거든요.”
퐁파두르는 한참을 웃은 후에야 말을 이어갔다.
“마르셀, 요리도 좋지만… 조금 다른 쪽으로도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도 행복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그렇게까지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아요. 그리고 벽을 세우지도 않고요.”
“벽?”
“전 나름 사람을 잘 읽는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퐁파두르가 훈수를 두는 선생처럼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웠다.
“제가 나이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르셀보다는 몇 년 더 살았잖아요? 인생 선배의 충고라고 생각하고 잘 기억해둬요.”
사실은 한길이 연상이다.
그것도 여덟 살이나 더.
“마르셀은 좋은 사람이에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꿈도 좋지만,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슴푸레하게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마 한길과 비슷한 기분이지 않을까.
막을 생각은 없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않았으면 했다.
“잘 다녀오세요, 마르셀. 돌아오면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주고요.”
퐁파두르가 활짝 웃었다.
오늘따라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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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파두르와 인사를 마친 한길은 바로 짐을 챙기고 준비된 마차에 올라탔다. 니콜라와 무티에르는 베르사유의 정문까지 한길을 배웅해주었고, 가는 길에 먹으라며 작은 도시락도 챙겨주었다.
그 후로는….
마차에 타서 이동하는 것밖에 없었다.
“우리 누님, 잔소리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단 말이지. 연기도 갈수록 물이 오르는 것 같고 말이야, 안 그래? 하하하…”
모리니 후작은 상당히 수다스러운 남자였다. 이동하는 내내, 단 한 순간도 조용히 있지 않았다.
노을이 지고 나서야 그는 곯아떨어졌고, 한길 역시 마차 밖 풍경을 보다가 어느새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한길은 좁디좁은 2층 침대의 아래층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여러 개의 반투명 창이 떠 있었다.
[체험 스테이지를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정산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