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72)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72화(272/325)
272. 진짜 졸업
페르난도의 개인 작업실은, 레스토랑의 메인 주방과 비견되는 크기였다.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둘러보도록! 앞으로 한 달간 자네가 지낼 곳이니까!”
페르난도는 들뜬 발걸음으로 작업실을 돌아다니며 안내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각종 기기가 모여있는 구역.
“여기에는 주요 장비들이 있지. 수비드 기계, 믹서기, 테르모믹스, 식품 건조기…”
“이건 뭐죠?”
“동결건조기지. 상업용이라 조금 부피가 있지만, 퀄리티가 다르니까.”
거대한 세탁기처럼 생긴 동결건조기는 물론, 수비드 기계도 브랜드별로 7종, 거품을 내는 사이펀도 종류별로 5종이나 갖추고 있었다.
“이건 얼마 전에 구매한 원뿔 발효 통이지. 맥주를 발효할 때 쓰는데,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않게 설계되었다고 하더군.”
“이걸로 뭘 만드시려고요?”
“글쎄? 그건 해봐야 알지 않겠나.”
기기가 종류별로 얼마나 많은지, 간략한 설명만 듣는데에도 30분이 넘게 소요되었다.
“시간이 없으니 서두르는 게 좋겠군. 이쪽 구역에는 조리도구가 있네. 이 스패튤라는 꼭 한번 써보도록. 손가락을 그대로 확장한 것처럼 손에 착착 감기니까.”
스패튤라를 잡아보니, 평소에 쓰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굵기가 적당해서 쥐는 느낌이 좋았고, 재료와 맞닿는 부분에 살짝 곡선이 들어가서 섬세한 작업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작은 차이지만, 요리사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이 담겨있었다.
“이건 어디서 판매하나요?”
“마음에 드는가?”
한길의 질문에 페르난도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이건 내가 직접 만든 물건이지! 마음에 든다면 한 세트 선물하도록 하지!”
“직접 만들었다고요?”
“내 손으로 만든 건 아니고,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을 의뢰했거든. 여기에 있는 물건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갖고 가도 되네.”
“별도로 판매는 안 하시나요?”
“판매?”
“제 레스토랑에서 쓰고 싶어서요. 50세트 정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갑자기 페르난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파코에게 한번 물어보도록. 대중에도 판매하는 제품이라 담당 업체가 있을 걸세.”
“감사합니다.”
지인 할인이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페르난도의 표정을 보니 그런 질문을 꺼낼 타이밍이 아니었다.
‘나중에 파코한테 물어봐야겠네.’
다음 구역에는 각종 그릇과 식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것 역시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그릇과 식기지. 마음껏 구경하도록.”
페르난도의 목소리는 살짝 가라앉아 있었지만,
“이거, 젓가락 맞나요?”
“일본에서 팔길래 비슷한 걸 하나 제작해봤지. 한국에서도 쓰는가?”
한길의 질문에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다.
페르난도가 직접 제작했다는 젓가락은, 한길에게도 익숙한 생김새였다. 아이들이 젓가락질을 배울 때 사용하는 훈련용 젓가락과 상당히 유사했으니까. 다만, 알록달록한 색상 대신, 레스토랑의 분위기에 맞게 고급스러운 금속으로 만들었다는 게 달랐다.
“모처럼 정갈한 사시미를 냈는데, 포크로 찍어 먹으면 안 어울리지 않나. 서양인들은 젓가락이 서투니 한번 만들어봤지.”
“… 대단하네요.”
절로 감탄하게 되었다.
포크로 사시미를 먹으면 맛이 없다. 마찬가지로, 젓가락으로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먹어도 맛이 없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법한 생각이지만, 페르난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식기도 맛에 기여한다는 건가?’
어떤 식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먹는 경험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진다. 당연한 것 같지만, 당연한 일이 아니기도 했다.
“이건 뭐죠?”
한길이 다음으로 집어 든 것은, 손잡이 부분이 빨래집게처럼 생긴 기묘한 스푼이었다.
“이 집게에 허브를 꽂아두지. 그러면 맛을 보기 전에 허브의 향부터 감지하게 되거든.”
“재밌네요. 후각만 분리해서 맛보는 식기라니…”
“바로 그거지! 미각과 후각은 항상 동시에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그 둘을 분리하면 그게 또 재밌거든!”
‘대단하네.’
조리도구와 식기만 구경했는데도, 페르난도의 무한한 아이디어에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이 모든 상상력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
페르난도의 개인 작업실은, 모든 요리사가 꿈꾸는 그런 공간이었다. 머릿속에 상상하는 그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페르난도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벽면 시계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느새 1시간 반이나 지난 거다.
페르난도는 쯧하고 혀를 한번 찬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는 건 여기까지 하고, 인제 그만 일을 해야겠지. 우선은 나물을 보여주었으면 좋겠군.”
“몇 개를 보여드릴까요?”
원래는 어제 시식할 예정이었지만, 페르난도가 뜬금없이 내기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하루에 3개씩만 보여주는 게 좋겠군. 하루에 다 먹어버리면 아까우니까. 얼마나 걸릴 것 같나?”
“한 시간 반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때 다시 오겠네. 별도의 양념 없이 시식용으로 준비하도록.”
“오이도.”
#
페르난도가 떠난 후, 한길은 파코의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개인 물품을 페르난도의 작업실로 옮겼다.
오늘은 미리 불려둔 나물 중에서 고사리와 시래기, 도토리 건조묵, 그리고 일반 도토리묵을 선보이기로 했다.
‘하나 더 내도 싫어하진 않겠지?’
세 가지 재료만 준비하라고 했지만, 하나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어제 미리 만들어둔 도토리묵과 도토리 건조묵을 비교하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 최셰프네.’
나물만 보내 달라고 했는데, 최셰프는 도토리 건조묵과 함께 도토리가루도 보내주었다.
단순하게 지시사항만 따르는 게 아니라, 한길이 이 재료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추가 재료를 스스로 찾아서 보내는 점이 최셰프다웠다.
“준비되었나?”
“오이도.”
정확히 한 시간 반 후,
페르난도가 다시 등장했다.
페르난도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물을 하나하나 들어 올리며 관찰했다. 손으로 그 질감을 확인하고, 코에 갖다 대며 향을 맡는 그 모습을, 한길은 유심히 바라보았다.
‘놓치면 안 돼.’
페르난도의 행동, 표정, 말투. 그 어느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그 모든 게 단서가 될 테니까.
한길은 앞으로 한 달 내에, 페르난도가 인정하는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페르난도가 재료를 시식할 때 보이는 첫 반응은, 중요한 단서가 될 거다.
“이건 뭔가?”
“고사리나물입니다.”
“그렇군.”
페르난도는 별다른 말 없이, 고사리를 집어 들고 그대로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두 눈을 감으며 그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은은하지만 향이 좋군. 오동통한 식감도 상당히 괜찮고. 생물을 볶은 것과는 맛이 다른걸?”
“생물을 볶아서 먹는다고요? 그렇게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는데…”
고사리는 독성이 있는 재료라 충분한 조리를 거치지 않으면 탈이 난다. 그래서 건조한 후에 충분히 삶아내서 먹는 형식으로 조리하는 거고.
“북미에서 수확하는 고사리는 독성이 약해서 그렇게 먹는 것으로 알고 있네.”
“생으로 먹으면 어떤 맛이죠? 나물로 먹는 것과 많이 다른가요?”
“그렇지. 생물은 어딘가 아스파라거스와 닮은 맛이 나니까. 그에 비해 이건….”
페르난도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한길의 얼굴을 힐끔거린 후 말을 멈췄다.
“크흠! 그런 게 있네.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이것은 뭔가?”
‘너무 티를 냈나?’
한국의 방식과 타국의 방식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한 질문이었는데. 너무 노골적인 질문이라 오히려 페르난도의 경계심을 자극한 것 같았다.
‘이 정도는 알려줘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지만. 한길은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두 번째 접시를 내밀었다.
“시래기입니다. 가을에 수확한 무의 무청을 말린 거죠.”
이번에도 페르난도는 눈을 감고 맛에 집중했다.
“신기한 식감이군. 쫄깃함과 질깃함의 사이에 있다고 해야 하나. 어딘가 구수한 맛이 느껴지는데, 이게 과하면 밸런스를 잃을 것 같군.”
이대로 두면 또 아무런 단서 없이 다음으로 넘어갈 게 뻔했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 한길은 어떻게든, 하나라도 단서를 얻어내야 하니까.
“시래기는 삶아도 삶아도 질겨지지 않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오래 끓이는 요리의 부재료로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가.”
“한국의 김치는 아시죠?”
“당연히 알지.”
“한국에는 무로 만든 김치도 있죠. 김장을 할 때 무를 사용하고, 남은 무청은 건조해서 시래기로 만들어서 먹습니다.”
“그렇군.”
페르난도의 답변은 모두 단답형이었지만, 한길은 포기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무청을 말리는 데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바싹 말리면 질기기만 하고 보들보들한 느낌이 없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말립니다.”
“… 어떤 방식이지?”
결국, 페르난도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온도 차를 이용합니다.”
“온도 차?”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서 말리는 거죠. 그렇게 하면 바짝 오그라들지 않고 줄기 부분이 통통하게, 가장 좋은 식감으로 말릴 수 있습니다.”
“호오… 그렇군.”
“시래기는 겨울에 주로 만들고, 봄나물은 봄에 말려두었다가 사용하죠.”
“한국식 살루미 같은 건가? 재밌군.”
드디어 단서가 하나 나왔다.
“크흠! 목이 마르군.”
한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페르난도가 갑자기 헛기침하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 마셨다.
‘살루미 같다니, 그건 생각도 못 해봤네.’
살루미는 이탈리아에서 돼지를 염장 발효해서 만드는 햄. 두 번째 스테이지의 이탈리아에서 만난 노치니들이 만든 음식이다.
매해, 겨울이 되면 평민들은 돼지를 한 마리 잡았고. 부위별로 허벅지살은 프로슈토, 목살은 코파, 볼살은 관찰레로 만들었다. 그리고 염장과 발효를 거친 햄을 한 해 동안 먹었다.
언뜻 보면 살루미와 나물은 닮은 점이 없는 것 같았지만. 한 철에만 나는 재료를 보존하고 일 년 내내 먹는다는 점에서 유사했다.
“다음은?”
조금만 더 곱씹어보면 페르난도의 사고방식을 알 것 같았지만, 당장은 그럴 타이밍이 아니었다. 한길은 마지막 접시를 내밀었다.
“도토리가루로 만든 도토리묵과 도토리묵을 건조했다가 다시 불린 도토리 건조묵입니다.”
두 재료를 모두 맛본 페르난도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식감이 콜라겐과 비슷하군. 탄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아니, 그런데 같은 재료를 건조한다고 이렇게 쫀득하게…”
한길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혼자서 중얼거리듯이 우물거리는 말이었으니까. 그나마도 한길의 시선을 의식한 후로는, 하고 싶은 말을 삼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너무한 거 아닌가?’
힌트를 주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한참 후배에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찰나,
“한국인들은 참 알뜰하군.”
페르난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알뜰하다. 한식을 두고 ‘알뜰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한국은 삼면이 바다가 아니었나?”
“맞습니다.”
“그렇군.”
페르난도는 다시 벽면 시계를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지만, 이 정도면 필요한 단서는 모두 얻은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메뉴를 만들지는 생각해봤나?”
“아직이요.”
“그래? 자네라면 조금 더 빨리 움직일 것 같았는데…”
“이번 미션은 평소와 다르니까요.”
그동안 한길은 수많은 미션을 수행해왔지만, 페르난도의 미션은 전혀 달랐다. 이번에는 퀘스트 속 세상이 아닌, 현대의 퀘스트였으니까.
‘비밀 무기는 없어.’
퀘스트 속에서는, 한길이 유일한 현대인이었다. 그래서 여차하면 과거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미래 재료나 조리법을 활용할 수 있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다. 순수하게 한길이 가진 능력만으로 해결해야 한다.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바람에 한길은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감췄다. 이런 표정을 보여줘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드디어 진짜 졸업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네발자전거를 타다가, 이제야 보조 바퀴를 떼어낸 기분. 자신의 힘만으로 달릴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기회였다.
드디어.
#
페르난도는 시식을 마치자마자 떠났고, 한길은 불려둔 나물을 수비드 기계와 동결건조기에 넣어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네.’
나물은 항상 나물로만 조리해 왔다. 데쳐서 무치거나, 가볍게 볶는 정도. 양념도, 조리법도. 항상 해왔던 방식만 고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해야 할 게 많았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는 조리법에서는 어떤 맛이 날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으니까.
얼마나 작업에 몰두했을까.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가 수십 통 와 있었다.
┗한길, 지금 어디야?
┗점심 안 먹어?
┗같이 밥 먹지 않을래?
┗어디야?
…
┗야, 저녁도 안 먹어?
┗저녁은 다 같이 먹는 거 아니었나?
┗살아있냐?
문자를 보낸 이들은, 한길의 번호를 가진 매튜와 크리스토프, 라엘라였다. 평소에는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닌데, 오늘따라 유난히 한길을 찾는 듯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
더 불독에서는, 상임 직원과 실습생이 한데 모여 함께 식사하는 게 규칙이었다.
“행, 한길!”
한길이 메인 주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저 멀리서 라엘라가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쪽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한길, 이쪽으로 오도록.”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페르난도가 한길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적당히를 모르네.’
식사 시간에는 모두가 지정된 자리에 앉아야 한다. 그런데 한길이 평소에 앉는 자리에는 하비에르가 앉아 있었고, 페르난도는 자신의 옆에 있는 빈 좌석을 가리키며 손짓하고 있었다.
그걸 눈치챈 실습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한길과 페르난도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었고.
‘왜 천재들은 다 저런 식이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피로가 몰려왔다.
“오늘은 성과가 조금 있었나?”
“아직요.”
“하긴, 하루 만에 성과가 나온다면 그건 제대로 된 성과가 아니지.”
식사 내내, 페르난도는 쉴새 없이 말을 걸어왔다. 섬뜩한 웃음을 지은 상태로.
한길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실습생들은 그런 페르난도가 낯선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야 페르난도는 평소대로의 근엄하고 엄격한 얼굴로 돌아왔다.
“중요한 얘기가 있으니 모두 모이도록.”
상임 직원과 실습생을 합치면 50명에 달하는 인원. 그 인원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서자, 페르난도는 한명 한명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갔다.
“모두 알다시피, 내일은 중요한 날이지.”
내일은 더 불독의 오프닝 날이었다. 10년 동안 닫혀있던 문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오프닝 전날, 우리가 항상 하는 전통이 있네. 별건 아니고, 짧은 영화 한 편을 함께 보는 건데… 일단 보고 난 후에 얘기를 나누도록 하지.”
잠시 후.
주방에 불이 꺼졌고, 빔프로젝터로 벽면에 영상이 투사되었다.
까만 화면에 영화의 제목이 표시되었다.
<더 불독에서의 하루.>
「이 영화는 2008년 8월 22일, 더 불독에서의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글자를 본 한길은, 침을 꿀꺽 삼키며 화면에 집중했다.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을 정도로.
‘이걸 영상으로 남겨놨을 줄이야.’
지금 상영되는 영화는, 더 불독의 하루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전설이라고 불리는 레스토랑. 자타공인 세계 1위라고 불리는 레스토랑의 전성기를 담은 영상이었다.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더 불독의 전성기 모습은 당연히 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기회였다.
분명…
이 안에는 페르난도의 비결이 담겨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