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29)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29화(29/325)
< 29. 스타 셰프의 맛은? >
“자, 그럼 시식하세요!”
그 말과 함께 신호탄이라도 쏘아 올린 듯, 연예인단이 달려갔다.
여덟 명의 출연진 중 여섯 명이 향한 곳은 함박 스테이크 앞.
한길이 만든 버거는 총 다섯 개였지만, 그중 하나는 카메라 감독이 촬영할 용도였다.
시식용 함박은 네 개.
출연진은 여섯 명.
평소에 친분이 있기로 유명한 개그맨 두 명이 하나의 접시 앞에 서서 서로 밀치고 잡아당기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얌마, 넌 사람이 위아래가 없어? 노른자는, 어, 선배한테 양보하는 거 몰라?”
“형이랑 내가 언제부터 노른자 양보하는 사이였어?”
“와, 이런 하극상이 다 있나.”
노른자의 개수가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 완벽한 형태를 헝클어트릴 때의 쾌감은 아무에게나 양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사이로 은밀히 다가가 일류 고수처럼 소리 없이 포크를 휘두르는 이가 있었다.
포크를 세워 그 단면으로 계란과 고기패티까지 한 번에 가르는 능숙한 손놀림.
카키였다.
“으악!”
“싸우지 마세요.”
대화는 거기까지.
주르르륵.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노른자가 모두의 시선을 강탈했다.
갈라진 함박은 단면이 유난히 울퉁불퉁했는데, 그래서 유독 틈새가 많았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흘러내리는 노른자의 일부는 그 틈새에 고였다. 틈새에 안착하지 못한 나머지 노른자는 스르륵 하고 다시 흘러 내려갔다.
노른자의 우아한 질주가 끝나고 나서야 모두 본격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 포크 너무 세게 누르지 마! 육즙 다 빠져!”
“조금 서로 양보도 하고 그러자!”
노른자 쟁탈전이 이어졌다.
한 명씩, 네모난 모양으로 잘라낸 함박 패티를 살살 돌려가며 노른자에 찍었다. 그리고 모든 단면에 진득하게 노른자를 묻히고 나서야 그 조각을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
“우와!”
진한 소고기의 육향.
상쾌한 허브 향이 곁들어 있어 너무 거북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기름졌다.
살짝 구운 살치살에서 날법한 기름진 향.
소고기 특유의 달곰한 지방의 맛.
제대로 마블링된 소고기에서만 나는 그 푸짐한 향이 함박 스테이크에서 나고 있었다.
식감도 독특했다.
마치 쌀밥에서 쌀알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처럼, 고기에도 알이 하나하나 솟아있었다.
찰기 있게 붙어있는 고기알은, 씹히자마자 흩어졌다. 입안에서 걸쭉한 소스, 진득한 노른자, 감칠맛 넘치는 양파가 서로 엉겨들었다.
“우와! 이거 대박!”
“무슨 함박에서 이런 맛이 나냐?”
“하아… 미치겠네.”
설거지하듯이 그릇을 깨끗이 비워내는 사람들을 보고 나서야 한길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맛은 괜찮나 보네.’
함박 스테이크를 만들어 본적은 많지만, 소고기만을 사용해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방송국 쪽에서 소고기만 사용해 달라고 부탁해서 어쩔 수 없었다.
소고기만 사용한 함박은 퍽퍽해서 보통은 돼지고기를 섞어준다.
돼지고기를 못 쓴다면 소고기에서 유독 지방이 많은 부위를 쓰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양지 부위 중에서도 지방이 많은 차돌박이.
‘평소라면 절대 만들지 않았겠지만.’
식당을 운영한다면 절대 만들 수 없는 함박이다. 차돌박이 같은 부위를 갈아서 사용하다니. 그야말로 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한 요리였다.
“와, 이거 양파도 예술인데?”
“이것만으로도 밥 세 공기는 먹겠다!”
언제 가져왔는지, 출연진 중 한 명은 밥공기에 양파를 올리고 밥을 비벼 먹고 있었다.
양파 소테 역시 반응이 좋았다.
양파 소테는 한길이 집에서만 연구해본 요리로,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기는 처음이었다.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저렇게 손이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을 들이는 요리는 만들 수 없으니까.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그래도 요리를 한 입장에서는 맛있다는데 기분이 나쁠 리 없다.
“아니, 얼마나 맛있길래 그래? 나도 한번 먹어봐도 되죠?”
출연진이 너무 격한 반응을 보이자, 노셰프가 발끈하기 시작했다. 역시 방송을 해본 사람이라 그런지, 적당히 버럭하면서도 주변을 불편하지 않게 만들 정도의 능숙한 리액션이었다.
시식용 요리는 남은 게 없어 촬영 감독용 그릇을 건네주자, 노셰프는 순식간에 함박을 썰어서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오물오물 씹고 삼켰다.
“뭐, 맹도날드는 아니네.”
“앗, 노셰프 입에서 그 정도면 극찬 아닌가요?”
“그런데 소스가….. 아니다.”
노셰프는 한길을 보고 피식 웃더니, 말을 돌렸다. 웃고는 있었지만, 눈매가 곱지는 않았다.
“저도 노셰프님 요리, 먹어봐도 되죠?”
“오, 라이벌 탐색전인가요?”
한길도 시식을 요청하자,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려고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노셰프의 스테이크가 담긴 그릇을 받아들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다.
스타 셰프의 요리를 먹어보는 건 처음이니까.
학창 시절에는 주머니 사정상 못 먹었었고, 그 이후로는 밤낮없이 알바만 하느라 레스토랑을 찾아갈 금전적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면서는 더했다.
식당일은 남들이 쉴 때도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도 일하는 직종.
외식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한길은 독학으로만 요리를 배워왔었다. 영상에서만, 책에서만 접하던 요리를 집에서 따라 해보긴 했지만, 자신이 제대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문 셰프의 손길이 직접 닿은 요리는 처음.
노셰프의 스테이크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고운 자태를 자랑했다.
표면은 약간 그을려 있지만, 중간은 탐스러울 정도로 고운 붉은 빛을 유지하는 미디엄 레어.
손가락 굵기의 제법 두껍게 썰린 고기를 포크로 찍으니, 붉은 물이 새어 나왔다.
식감은 매우 연했다.
비린내 하나 없이 감칠맛이 폭발했다.
스테이크 주위에 있는 소스를 맛보자,
‘….!’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베이스에 길게 그려진 붉은 소스는 석류소스였다. 딸기잼 같은 끈끈함을 갖추면서 석류의 새콤함이 폭발했다.
연한 초록색 크림은 완두콩의 풍미가 응축되어 있었다.
노란 덩어리는 사과 퓌레였다. 사과는 산화되어 색이 변할 만도 한데, 고운 노란색이었다. 과즙의 달달함이 느껴지면서도, 사과잼에서 나오는 끈적임이 하나 없었다.
무엇보다.
향이 살아있었다.
각 재료에 주사기를 넣어 향만 추출한 것처럼. 그리고 자로 잰 듯한 정확함.
‘역시 전문가인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노셰프가 한길의 소스에 대해 말을 하려다 멈췄던 게 생각이 났다.
한길이 오늘 만든 소스는, 스스로 봐도 만족스러운 맛은 아니었다. 평소라면 채수를 사용했겠지만, 한 시간 반 내로 채수를 만들 수는 없었다. 실제로, 한길의 함박은 시스템상 완성도도 간신히 85%를 넘길 정도의 수준.
하지만 그건 핑계였다.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는데, 노 셰프는 무려 세 개의 소스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냈다.
‘이런 식으로 소스 만드는 걸 왜 생각 못했지?’
하지만 분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들떴다.
한길의 소스도 이런 세련됨을 갖추면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아이고, 조금 있으면 해 떨어지겠네. 다들 투표합시다!”
한길이 머릿속으로 재료를 고민하는 사이, 연예인들은 하나하나 별도의 방 안에 들어가서 투표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결과를 개봉했을 때,
“다섯! 우와~ 이런 대반전이!”
“우승은 한길 사장님이네요.”
투표 결과는 5:3.
간발의 차이로 한길의 승리였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어떻게 보면 한길의 전략이 먹힌 것이기도 했다.
친숙한 맛의 승리.
만약 평가하는 이들이 전문 요리인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다.
“이거 복불복이었던 거 아시죠? 노셰프 팀은 첫날 저녁 식사메뉴로 주먹밥 반 개와 라면 반 그릇입니다! 승자인 한사장님 팀은 방어회 세트에 매운탕!”
“주먹밥 반 개가 뭐에요? 한 개도 아니고?”
“쳇, 뭐야. 셰프님 따라오면 고기 실컷 먹을 줄 알았는데.”
출연진들은 능숙하게, 대본이라도 짠 것처럼 노셰프를 놀리기 시작했고, 그 말에 노셰프가 버럭했다.
“아니, 제작진 너무 한 것 아냐? 초딩 입맛들만 엄선해와서 나 망신시키려는 것 같은데?”
“아, 사실 고백할게 있는데 저는 궁중요리도 못 먹어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떡볶이죠!”
역시 방송인은 달랐다.
적당히 장난을 치면서, 이 결과가 노셰프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애드립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도 노셰프의 얼굴은 살짝 굳어 있었다.
자신의 체면이 걸려있었으니까.
지금껏 일해온 경력, 명성에 흠이 갈 수도 있으니 예민해질 수밖에.
노셰프는 카메라 밖에 있는 제작진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오늘 대결은 내 실력의 반의반도 발휘 못 한 거, 알지? 내 퓌레가 제맛을 내려면 하루가 꼬박 필요하다고. 제작진이 원수야. 내가 펜넬 준비하라고 했는데 그것도 없었고.”
“그게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잖아요?”
“아니, 칼을 줘야 무를 자르지. 나 원 참. 그냥 내가 내 재료 가져오면 안 돼?”
“그러면 제작비로 감당이 안 돼요. 저희 좀 봐주세요.”
“내가 사비로 낼 테니까.”
“그래도 형평성이….”
“아니, 저도 좋습니다.”
촬영 내내 조용히 있던 한길이 끼어들자, 갑자기 출연진과 제작진, 그리고 노셰프까지 모두의 시선이 한길에게로 향했다.
“노셰프님이 필요하신 재료가 있다면, 무엇이든 가져오셔도 좋습니다. 단, 저도 똑같은 특혜를 누릴 수 있다면요.”
한길은 촬영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 넘치는 웃음.
다음 촬영은 이틀 후.
그사이에 잠깐 다녀올 곳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녀올 곳은 평범한 식당도 아니고, 평민들이 애용하는 시장도 아니었다.
역사적인 미식가의 주방이었다.
#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퀘스트 #5 – 아피키우스의 선택을 받아라!>.
목표: 아피키우스가 여는 저녁 연회의 요리를 만드세요.
제한 시간: 72 시간
보상: 30,000 포인트
실패 시: 세 번의 실패가 누적되면 저택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
로마에 도착해보니, 여전히 마차 안이었다.
아직 새벽 같아 보였는데, 마차는 해가 뜨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궁전 같은 집.
로마의 궁전이 어떤 모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규모와 화려함으로 보면 그야말로 궁전이었다.
작은 마을 하나는 충분히 들어갈 법한 부지에는 거대한 연못이 있었고,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정교한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도착했군.”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한길을 맞이한 건, 일전에 루시아네 식당에서 본 남자였다.
“시간이 없으니 서두르지.”
남자는 자기소개도 하지 않고, 잰걸음으로 한길을 안내했다.
약 스무 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방으로.
벽 한쪽이 뚫려 있는 특이한 구조의 방은 주방이었다. 실내에는 거대한 테이블이 여럿. 한쪽에 고기와 과일이 쌓여있는 식재료 테이블도 보였다.
뚫려 있는 벽 너머에는 열린 공간. 그곳에 화덕이 일곱 개나 자리하고 있었다.
“타이투스, 신입이다!”
“어, 케이토. 또 노예를 데려온 거야?”
“노예는 아니고 자유민. 서민 식당에서 나름 이름 좀 알리고 있더라고. 이쪽은 요리사 (coqui) 중 한 명인 타이투스. 그럼 맡겨둔다.”
그 말과 함께 집사로 보이는 케이토라는 남자는 사라졌다.
타이투스라는 요리사는 머리가 이제 막 희끗희끗하게 변하는 중년의 남성으로, 고급스러운 두툼한 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방에 있는 인원 중에는 제법 잘 차려입은 사람들도, 허름하게 입은 사람들도 보였다. 허름한 차림새의 사람들은 아마 노예.
“오랜만에 자유민이 왔네. 자네는 제빵사인가 요리사인가?”
“요리사입니다.”
“흠, 지금 시간이면 자네도 점심 식사에는 참여하겠네? 두 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점심 식사요?”
“각자 자신 있는 요리를 만들어서 선보이거든. 아피키우스의 선택을 받으면 저녁 담당이 되니까 자신작을 만들어 보라고. 진짜 운 좋으면 금덩이 하나씩 쥐여주니까 잘해보고.”
그 말과 함께 타이투스는 목청을 다듬더니 크게 박수를 쳤다.
짝짝!
“자, 이제부터 점심 식사 조리를 시작하자고.”
그 말과 함께 혼란이 왔다.
순식간에 모든 사람이 재료 테이블로 달려가 서로 밀치며 재료를 고르기 시작했다.
물론, 한길도 질세라 달려갔지만, 누군가가 발을 거는 바람에 그대로 흙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예상치도 못한 공격에 자신을 넘어트린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뒤늦게 일어서서 테이블로 달려갔을 땐 이미 늦었다. 지체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지나치게 빨랐다.
남은 재료는 채소와 과일뿐.
“뭐, 처음엔 다 그런 거니까. 채식 요리라고 무조건 탈락은 아니니 알아서 잘하라고, 하하.”
저 멀리 자리를 잡은 타이투스라는 요리사가 짓궂게 웃고 있었다.
소개장을 받고 왔으니 어느 정도 대접을 받을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된 분위기.
이곳은 전쟁터였다.
지금은 함박 스테이크에 어울릴 소스를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고민한다면, 그건 퀘스트를 통과한 후.
‘뭘 만들지?’
일단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앞으로 만들 요리가 가장 중요했다.
테이블 위에 남은 재료를 사용하고 싶진 않았다.
이 주방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들이라면 아피키우스의 입맛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터.
그들이 지금까지 남긴 재료라면, 아피키우스가 선호하지 않는 재료일 것이다.
첫인상을 줄 기회는 한 번 뿐.
첫 만남부터 불쾌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흐지부지하게 넘어가는 것도 사양이다.
어떻게 해야…….
한길은 일단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여기저기서 도마 위에 칼질하는 사람들.
조급한 손길로 움직이는 그들 중 조금 행동이 빠른 이들은 벌써 화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마 위에는 그들이 사용하고 버려진 재료들이 그대로 남겨 있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건 붉은 빛이 살짝 감도는 생선.
‘저게 아피키우스가 가장 좋아하는 재료인가 보네.’
그 외에도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손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길은 침착하게 그들을 지켜보았다.
서두른다고 무조건 앞서 나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들이 도마를 떠나는 순간, 다가가서 남겨진 재료를 챙겼다.
생선 머리와 너덜너덜한 뼈와 살.
닭 껍질.
돼지 껍데기와 지방.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 재료로도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있었다.
< 29. 스타 셰프의 맛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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