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301)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301화(301/325)
301. 사과의 기술
“셰프!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한길의 손에서 캐리어 손잡이가 빠져나갔다.
캐리어는 한길의 뒤에서 걷고 있던 요리사 무리 한가운데로 떨어졌고, 곧 그것을 둘러싼 언쟁이 벌어졌다.
“선배님! 제가 말단이니까 제가 들겠습니다!”
“서열 순으로 해야지!”
“가져온 사람이 임자지, 뭔 계산을 그딴 식으로 해?”
실랑이를 벌이는 요리사들을 보며, 데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들, 왜 그리 짐꾼이 되고 싶은 건데?”
“이 캐리어가 보통 캐리어는 아니잖아? 페르난도의 기운이 묻어있다고!”
“기운을 받으려면 한길이 형한테 붙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캐리어를 끌고 주방에서 일하진 않았을 거 아냐.”
“누가 그걸 모른대? 서열이 안 되니까 캐리어라도 사수하겠다는 거 아니냐. 셰프에게 접근이 허용된 건 탑7뿐이거든.”
그러고 보니···.
정확히 7명의 요리사가 보디가드처럼 한길을 에워싸며 이동 중이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비화가 있을 줄이야.
“페르난도의 오라를 받으면 다음 경연대회에서 등수 하나라도 올라가지 않겠냐?”
“순진하네. 오라 같은 걸 믿어?”
“아니?”
“안 믿는데 왜 그리 필사적이야?”
“내가 안 믿어도 사실일 가능성은 있잖아? 만에 하나를 위해 보험은 들어 놔야지. 참고로, 난 무교지만 매일 저녁에 기도도 해. 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
“그것도 그렇네. 하루 10분 투자해서 천국의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거구나?”
“천국에도, 극락에도 이름을 올려놨지.”
“생각보다 부지런하네.”
“그래서 죽을 때 갈 곳이 지금보다 더 많지.”
나사가 반쯤 풀린 이들 특유의 대화를 엿듣던 한길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똑같네.’
한길이 한국을 떠나있던 기간은 총 6주.
프랑스에 체류한 기간까지 합하면 8개월에 가깝다.
오랜 공백 끝에 돌아온 거라 어색하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했는데, 마치 어제 떠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게···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한길은 자신의 바로 오른쪽에 서 있는 경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별일 없었어?”
“별일이라··· 음,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신비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리송한 답변에 한길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왼쪽에서 야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우, 너! 권력에 굴복하지 마!”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은 곽주일.
요리사들을 선동하는데 특출난 재능을 가진 자였다.
“셰프! 저희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다시 태어나?”
“장렬하게 불타오르고 재가 되어 흩어진 후, 그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났죠.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진짜 끝이구나! 인생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스치면서··· 헉!”
곽주일이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그의 시선 끝에 있는 이는··· 유셰프였다.
그동안 유셰프는 한길을 대신하여 메뉴 개발 훈련을 이끌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상당히 엄격하게 지도한 모양이었다.
“하하, 셰프! 신경 쓰지 마세요!”
유셰프는 손을 휘이 휘이 저으며 웃고 있었지만, 한길이 보기에도 어딘가 서늘한 웃음이었다.
“우리 주방 애들은 다 정신 나갔잖아요? 저런 헛소리에 일일이 신경 쓰면 피곤해져요.”
그렇게 말한 후, 유셰프는 맹수의 눈으로 요리사 무리를 쏘아보았다.
“셰프도 방금 도착해서 피곤하실 텐데, 다들 쓸.데.없.는. 소리로 마음 심란하게 하는 거 아냐.”
“절대 불만은 아닙니다, 셰프! 충성입니다!”
“제2의 인생 만세!”
“충성!”
“충성!”
곽주일을 시작으로 요리사 군단이 일제히 ‘충성’을 외쳤다. 주위의 시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우렁찬 충성서약에 슬아가 볼멘소리를 냈다.
“셰프! 자세한 얘기는 환영회에서 하고, 이 사람들한테 말 걸지 말아주세요! 제발!”
“슬아, 넌 우리가 쪽팔리냐?”
“응.”
“우와, 개 단호해!”
“밖에 나올 때만큼은 일반인 코스프레 좀 해주면 안 돼? 진짜 같이 다니기 힘들거든?”
“에이, 오늘은 좀 봐줘라! 오랜만의 바깥 공기 아니냐!”
“프리덤!!!!”
“자유는 달구나!”
“그만해! 민폐라고, 당신들!”
민폐라는 슬아의 말에는 한길도 동의했다.
대체 이 많은 인원이 공항까지는 어떻게 온 건지··· 지하철 안에서도 이렇게 난리를 쳤다면···.
질문을 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공항 앞에 대기 중인 2대의 리무진 버스 앞에 요리사들이 일렬로 줄을 섰기 때문이다.
“버스를 대여한 거야?”
“카사장님이 마련해주셨어요. 서울 시민의 평화를 위해.”
“어차피 이대로 레스토랑으로 갈 텐데 왜 굳이 돈을 들여서···.”
한길은 문장의 뒷부분을 삼켰다.
자신의 지난 몇 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명문 레스토랑 실습생들의 요리를 접시당 100유로에 구매하는가 하면, 값비싼 재료와 중탕기를 국제 택배로 보내 달라 부탁했었다.
그것도 모자라 한국에서는 중탕기 100대를 돌려가며 임시 공장까지 가동했고.
씀씀이로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것쯤은 본인도 자각하고 있었다.
“굿바이, 인천!”
“사랑했다, 자유!”
“아이 윌 비 백!”
요리사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최후의 발언을 외친 후, 버스에 올라탔다. 어째 이 녀석들은 날이 갈수록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다.
‘저 뒤에 줄을 서야 하는 걸까···.’
속으로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기려는데, 카키가 한길의 앞을 가로막았다.
“셰프는 거기 말고 특등석.”
“특등석?”
그때, 로즈골드 색의 차량이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차 안에서 내린 사람은 카키의 매니저.
카키는 비어있는 운전석을 향해 걸어가며 고개를 까딱였다.
“셰프는 저랑 따로 가시죠. 할 얘기도 있고.”
“그게 좋겠네요.”
덕분에 자유 선언을 하는 요리사들 뒤에 줄을 설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카키와는 단둘이 할 얘기도 많았고.
#
한길은 내일, 출근하는 즉시 전체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었다. 모두에게 3호점의 컨셉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저녁, 전 직원이 참석하는 환영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굳이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카키와 얘기만 잘 된다면, 당장 오늘 발표해도 되니 말이다.
카키는 한길의 공동 파트너.
레스토랑의 미래를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원들에게 알리기에 앞서 카키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대는 안 하겠지?’
가끔 놀러 오는 것 외에, 카키는 레스토랑의 업무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안이 많은 만큼, 긴장을 놓칠 수는 없다.
“··· 최셰프를 파트너로 초청할까 합니다. 최셰프는 베스트 고르메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어차피 추가 투자자를 모집하려던 참이었으니까요.”
“아, 그건 저도 동감.”
“그리고 전해 들었겠지만, 이번에 알레한드로라는 인물이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그 친구도 파트너십에 관심이 있더군요.”
“음, 결정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오케이요.”
“결정권에 영향이라면···?”
“서로 뜻이 안 맞을 때, 저쪽 지분을 전부 사들여도 부담이 되지 않는 선이요. 지분이 약점이 되는 건 싫으니까.”
카키는 베스트 고르메 외에도 몇몇 의류 브랜드와 레코드 레이블,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업적인 부분에서는 의외로 칼 같았다.
미리 정해둔 기준이 있어서인가. 카키가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덕분에 가장 까다로울 거로 예상했던 파트너십 얘기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그렇다면 다음 안건은···.
“3호점의 컨셉에 대한 건 최셰프에게 들으셨죠?”
“···.”
“못 들으셨나요?”
“아, 들었어요.”
“앞으로 카키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카키?”
“예?”
갑자기 카키의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화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왜 저러지?’
운전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정면의 도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그 순간, 카키가 한길을 힐끔거렸다가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 파트너십 얘기에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나요?”
“아니, 그런 거 없는데요?”
“그러면···.”
카키의 눈동자가 다시금 재빠르게 한길을 훑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길이 아니라···
‘손목?’
갑자기 주먹 크기의 돌덩이를 삼킨 것처럼, 목이 꽉꽉 막혀왔다. 카키가 왜 저러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손목시계를 찾는 것이다.
‘너무 이른데?’
시계의 행방을 숨길 생각은 없었다. 자진해서 카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계획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3호점의 런칭을 마치고,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고 안정이 된 후의 일이다. 그때가 되면, 같은 모델의 시계를 사서 건네주며 카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계획이었다.
설마하니, 도착 당일부터 카키가 시계를 찾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타이밍이 최악이네.’
이건··· 중요한 협의 도중에 나눌 대화는 아니다. 하지만 카키의 눈동자는 다시금 한길의 손목을 훑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저쪽에서 먼저 물어볼 터.
피할 수 없다면···.
이쪽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
괜찮을 거다.
나름의 계획은 있으니까.
#
“카키, 사실은 카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할 일이 있습니다. 카키가 선물로 주었던 시계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말았습니다.”
카키는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놀랐는지 동공이 조금 커졌다. 한길은 끼어들 틈새를 주지 않고 바로 말을 이어갔다.
“카키가 고심해서 구해준 선물을, 멋대로 다른 사람에게 주었으니 기분이 나쁠 거라 생각합니다. 카키의 기분을 상하기 위해 한 행동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서도, 선물을 하찮게 여겨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제가 잘못한 게 맞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에, 카키는 반문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길의 귓가에 니콜라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 잘 하고 있어! 이대로 가!
프랑스 스테이지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니콜라는 한길을 앉혀두고 강제로 자신의 모든 비기를 전수해주었다.
니콜라의 비기는 참으로 다양했다.
‘계층별 사람들에게 아부를 떠는 법’ 같은 범용적인 팁이 있는가 하면, ‘2인조 경찰이 찾아왔을 때 두 사람 모두 한 자리에 묶어두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끄는 법’ 같은 구체적인 팁도 있었으니까.
놀랍게도, ‘선물 받은 물건을 멋대로 처리했다가 들켰을 경우’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세밀한 상황 설정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 애인한테 받은 선물을 처분하다 들켰을 때인데···
— 꼭 애인한테 받은 선물이어야 하나요?
— 친구끼리는 선물을 주고받을 일이 거의 없잖아? 그리고 친구가 주는 선물은 대개 큰 의미가 없어, 본인이 주고도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거든. 반면, 애인은 의미를 부여한 선물을 줘서 없어지면 귀신같이 알아차리지.
같은 상황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처분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참고할만한 팁이었다.
— 절대 ‘미안해’ 한 마디로 퉁치지 마. 그러면 100이면 100, ‘뭐가 미안한데?’가 따라오거든.
— 그러면요?
— 무조건 3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순서를 지키는 게 중요해. 1단계는 ‘감정 공감’이야. 팩트가 아닌 상대의 감정에 집중해.
첫 번째 단계는 간단했다.
‘내가 저지른 잘못’이 아니라 ‘상대가 받은 상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니콜라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카키가 느꼈을 불쾌함 위주로 말을 꺼낸 것이었고.
— 감정 공감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상대는 팩트를 요구할 거야. 그때 팩트를 나열해.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1단계를 건너뛰고 2단계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 내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거로밖에 안 보이거든. 순서만 지키면 별 탈 없어.
긴가민가했지만, 대화는 니콜라의 조언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카키는 화난 것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사실은···.”
카키는 팩트를 요구했고, 한길은 육하원칙에 따라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더 불독에 찾아온 이상한 너튜버들, 요리에 전혀 관심 없던 그들이 코스 요리를 처분하려 했던 것, 그리고 그 말을 엿들은 순간 참을 수 없어서 현금과 시계까지 털어서 코스 요리를 넘겨받은 상황까지.
“··· 더 불독은 예약 경쟁이 심해서 예약을 잡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설령 예약을 잡아도, 앞으로 저도 많이 바쁠 테니 다시 찾아갈 일은 없죠.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현금도 떨어지고, 제가 지니고 있던 물건 중에 가장 귀한 것은 그 시계밖에 없었습니다. 하찮아서 넘긴 게 아니라,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이라 넘긴 것이었습니다.”
팩트를 전부 설명했다면 마지막, 3단계다.
— 상대 입에서 먼저 용서해주겠다는 말이
나오기 힘들거든. 이때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행동을 교정할 건지 제시해.
한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
“카키의 선물을 멋대로 준 건 제 잘못이고 경솔한 행동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그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금을 충분히 들고 다닐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카키는 여전히 앞만 보고 있었다.
니콜라의 조언이 먹힌 걸까 알 수 없다고 생각하던 그때, 차가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그리고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카키는 도로변에 차를 세우며 한길을 돌아보았다.
“영상이 있다고 했죠?”
“네.”
“보고 싶은데.”
이것도 각오한 일이었다.
너튜브에 영상이 남은 이상, 언젠가 발각될 가능성이 있다. 조마조마하게 속을 졸이는 것보다는 자기 손으로 보여주자고 결심한 참이었고.
한길은 너튜브 영상을 찾은 후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카키는 잠깐 영상을 틀더니, 정지를 시키고 볼륨을 최대치로 키워서 다시 처음부터 영상을 재생했다.
— 코스 요리의 후반부, 저에게 넘겨주시죠.
— 아니, 그··· 농담으로 한 말이었어요.
— 저는 진심입니다.
— 하지만···.
— 여기까지 오는데 들어간 비행깃값이랑 숙박비는 어느 정도죠?
···
— 이 근처에는 ATM 기계가 없어서··· 호텔을 알려주시면, 나머지는 퇴근 후에 갖다 드리겠습니다.
— 아, 아니! 진짜 그러실 필요 없어요!
— 어떻습니까? 이 시계를 드릴 테니 그 예약, 저에게 넘기시는 게?
— 그···.
소리만 들어도 당시 상황은 파악할 수 있었다.
돌진하는 한길의 모습에, 너튜버는 당황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너튜버의 목소리에는 묻어있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게···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그래도 영어라서 다행이네.’
제발 카키가 영어에 능숙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카키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 알아들은 모양이다.
“풋!··· 큭!··· 흐··· 흐··· 풋!”
카키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볼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려 하는 덕분에 이상한 소리까지 나왔고.
“그냥 웃어도 됩니다.”
“풋! 크크크크크! 키키키키키!”
카키는 허가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친 듯이 폭소했다. 그리고 한길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래, 죗값이라고 생각하자.’
잠시의 불편함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카키가 다시 숨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금 사과의 말을 꺼내려는데, 카키가 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셰프! 역시 제 강의, 제대로 듣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