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318)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318화(318/325)
318. 대체 무슨 짓을?
그동안 올렸던 영상에서는 람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한길이 의도한 바였다.
람지의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 사람들의 관심은 그쪽으로 쏠릴 테니까.
람지는 스타 파워가 강한 셰프.
그리고 그 스타 파워는 양날의 검이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한길이 받아야 할 관심까지 앗아가는 부작용이 있었으니까.
람지와 한길이 나란히 서 있다면, 한길에게 눈길을 줄 사람은 없었다.
아쉽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그래서 한길은 너튜브를 통해 자신의 요리와 요리사들을 먼저 소개했다. 람지의 이름이 나온 후에는, 아무리 소개해 봐야 관심이 없을 테니까.
이제는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한길의 컨셉에 익숙해지고 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였다.
— 그 고르댕 람지 앞에서 요리하는데 저희가 실수하겠습니까!
— 람지와 함께하는 팝업이라니! 꿈만 꾸는 것 같지 말입니다.
요리사들의 입을 통해 람지의 이름이 나온 후, 댓글 창은 폭발했다.
ㄴ진짜 고르댕 람지 한국에 오는 건가요?
ㄴ에이 그냥 하는 말일 듯
ㄴㄴㄴ람지 방한하면 기사 뜸.
ㄴ몇년 전에도 기사 쏟아지고 기자회견하고 방송 출연하고 난리 났었음
ㄴ카키라면 억 단위 들여서 섭외할 듯 ㅋㅋㅋ
ㄴ이한길 셰프 예전에 카키랑 방송 나왔던 골목식당 주인 아님? 람지가 와도 불쌍한데? 개발릴듯
ㄴ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발릴 건 없잖나
ㄴ이셰프도 빌 페이튼 인정받고 엔아이 타임즈 기사 난 적 있음
ㄴ미슐랭 16스타랑은 체급이 다르지
ㄴ다 상관없고 람지 진짜 왔음 좋겠다···
ㄴㄹㅇ 죽기 전에 람지 요리 직접 먹어보는 게 소원인데···
그리고 며칠 후,
카키 채널에 라이브 방송이 떴다.
#
이번에는 제작진이 촬영한 영상이 아니라, 카키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었다.
영상 속 카키는 특유의 나른하면서도 거만한 듯한 말투로, 편하게 말하고 있었다.
— 너튜브 라방은 처음이네요. 요즘 댓글 창이 불타기도 하고, 저한테 DM 보내는 분들이 하도 많아서 처음으로 켜봤습니다.
ㄴ안녕하세요!
ㄴ왔다!!!
ㄴ기다리고 있었다고!!!
ㄴ카사장! 출근 중?
예고 없이 켜진 방송이었지만, 실시간 시청자 수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카키는 어딘가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배경을 보아하니 3호점이었고.
— 요즘 팝업 레스토랑에 대한 문의가 많더라고요. 저희끼리만 하냐는 문의였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저희끼리 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이 많이 좋아하는 셰프와 콜라보로 진행할 계획이거든요.
ㄴㄹㅇ 람지 출연?
ㄴ에이 설마···
ㄴ뜸 들이지 말고 그냥 빨리 말해줘요!
똑똑—
카키는 노크한 후, 주방에 입장했다.
주방 안에는 한길이 서 있었다.
— 셰프, 실례. 지금 라이브 중이에요.
— 어서오세요. 회의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한길은 영상 통화로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카키는 한길의 스마트폰에 있는 상대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 요, 람지! 다시 보네요
— 카키! 오랜만이군!
— 저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인데 회의 조금 엿들어도 됩니까?
— 상관없지만, 30분 후에 다음 일정이 있어서 놀아줄 수는 없네.
— 지금 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위해 한 마디만!
— 하이, 코리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 이번에 한국에 오는 소감을···
— 미안하지만 정말 시간이 없네
— 아··· 예···
람지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카키의 스마트폰을 통해, 한길의 스마트폰에 담긴 람지의 얼굴을 찍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손바닥 크기의 화면에 나타난 얼굴과 특유의 목소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ㄴㅎㄷㄷ 진짜 람지?
ㄴ미춌다
ㄴ람지랑 영통하는 사이?
ㄴ람지 팬이에요!
ㄴ여기서 백날 질러봤자 람지는 안 보일 듯
ㄴ람지 개단호해 ㅋㅋㅋ
ㄴ카키 쫄았누 ㅋㅋㅋ
람지는 카키의 존재를 무시한 채로, 한길과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아, 자네가 선물로 보내준 중탕기는 유용하게 쓰고 있네. 라스베이거스 지점에서 쓰는 중인데 스톡을 그걸로 만들어봤더니 편리성도 편리성이지만, 맛이 전혀 다르더군. 풍미에 몇 개의 층이 더 생긴 것 같네.
— 마음에 들어 하셔서 다행입니다. 혹시 발효 기능도 써보셨나요?
— 치즈를 한번 만들어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월이 주는 특유의 꼬릿함이 없는 것 같더군.
— 치즈가 아니라 다른 신선 재료에 적용해보면 꽤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겁니다. 기기 설정은 7시간까지인데, 연달아 이용해서 12시간, 17시간, 20시간 이렇게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한길은 능숙한 영어로, 람지와 친숙하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ㄴ람지 온도차 보소 ㅋㅋㅋ
ㄴ목소리에서 꿀 떨어지네
ㄴ원래 친분이 있나?
ㄴ이 와중 셰프 영국식 영어 발음 뭐냐
ㄴ자막 마렵다 누가 통역 좀···
ㄴ보내준 선물 잘 받았다, 중탕기 좋다···
ㄴ중탕기가 뭐임?
ㄴ모름
ㄴ그거 아닌가요? 저희 집에서 맥반석 계란 만들 때 쓰는 기기 있던데···
ㄴ엥? 람지가 맥반석 계란?
댓글 창에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었지만. 한길은 람지와의 대화에 푹 빠져 있어 카키의 존재도, 라이브 방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듯했다.
카키는 팔꿈치로 몇 번 한길을 찔러봤지만, 반응이 전혀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카키가 직접 나설 수밖에.
— 람지, 중탕기에 대한 설명을···
— 쏘리. 나중에 한길에게 듣게.
하지만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격침당했다.
친절하지만, 단호한 말투였다.
— 안 그래도 딸기를 한 번 넣어봤는데 응축된 에센스가 기가 막히더군. 이건 디저트계의 혁신이 되겠어
— 저도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디저트 쪽은 아예 안 다뤄서···.
ㄴ카키 불쌍타 ㅋㅋ
ㄴ쫌 끼워주라 ㅋㅋㅋㅋ
ㄴ쭈구리 카키 커엽네 ㅋㅋㅋ
ㄴ카사장 홧팅!
ㄴ카사장 응원해! 할 수 있다!
시청자의 응원에 힘입은 카키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중탕기가 셰프가 선물로 준 그거 맞죠?
— 하아··· 아스파라거스를 써봤는데 그것도 신기하더군.
— 7시간 돌렸을 때와 20시간 돌렸을 때의 차이도 무시 못 합니다. 전혀 상상도 못할 식감이 태어나거든요. 유제품으로 맛을 희석하지 않으면서 크림의 질감을 표현할 수 있죠.
— 오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혹시 이미 만들어 둔 게 있나?
— 지금은 없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나중에 레시피 하나 보내드리죠.
이번에는 완벽하게 씹혔다.
ㄴㅋㅋㅋ 카키 공기화 진행 중
ㄴ람지는 그렇다 치고 이셰프는 왜??? 레스토랑 동료 소듕하다며!!!
ㄴ카사장님 할 수 있다! 한 번 더!
ㄴ한번 더 하면 지옥 람지 나올 거 가튼데? 둑흔둑흔
ㄴ람지 주방밖에서는 욕 안 해요. 나름 성격 좋은 거로 알려져 있어요
ㄴ근데 방금 카키가 끼어들 때 한숨 조금 쉬었음
ㄴ요리 얘기 방해해서 빡친듯
ㄴ뽜킹 한 번만 얻어내자!
ㄴ람지는 뽜킹보다 비유 은유 섞은 욕설이 더 찰짐
ㄴ치킨이 하도 덜 익어서 수의사 불리면 살려내겠다 이런거
ㄴ자매품으로 사과 파이 하도 안 익어서 심으면 사과나무 돋겠다도 있었음
ㄴ미친ㅋㅋㅋ 욕도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임 ㅋㅋㅋ
ㄴ카사장님 제발 한 번 더!
카키는 용기를 내어 다시금 시도해보았다.
— 페르난도가 ‘수비드 기기 다음가는 혁신’이라고 말한 게 이해가 가더군. 이런 대단한 기술이 어떻게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일세. 살아생전에 알게 되어 감사하게 되더군. 고맙네.
— 페르난도라면···
— 별말씀을요
— 이거 원형이 가마솥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걸 써도 이대로 나오나?
— 가마솥 밥 맛있는데···
— 가마솥은 효율이 잘 나지 않더라고요. 무쇠로 만들고 무게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시간 대비 맛이 더 뛰어난지 한번 실험을 해봤는데···
— 셰프가 진짜로 가마솥을 구해와서···
— 역시 해봤군! 하긴, 페르난도 밑에서 배웠으니 그랬다고 생각은 했지만.
— 하지만 딱히 맛에 차이는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다루기 영 까다로워서 중탕기를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같은 효과를 내려면 전문성이 쌓일 때까지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 있어서···
ㄴ카사장 애쓴다
ㄴ이제 그만 놓아줘라
ㄴ하찮은 카사장도 커엽 ㅋㅋ
ㄴ누가 래펀지 모르겠네 ㅋㅋ
ㄴ통역 좀···
ㄴ통역 있어도 못 알아들어요.
ㄴ222 영어는 영언데 외계어 같은 이 느낌
ㄴ중탕기가 뭔가요?
ㄴ저도 잘···
ㄴ계속 가마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게 그 가마솥 맞음?
한길과 람지의 중탕기 덕질토크는 무려 20분이나 계속되었다.
그동안 카키는 꿋꿋하게 대화에 끼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단 한 번도 람지의 대꾸를 얻어내지 못했다.
—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5분 후에는 가야 하네
— 벌써요?
— 하하하, 카키가 방해해서 그런 거 아닌가. 앞으로 회의 때는 조금 프라이빗하게 하도록 하지
ㄴ카사장 불똥 ㅋㅋ
ㄴ아니 한 마디라도 대꾸해주고 저러든가 개억울 ㅋㅋㅋㅋ
ㄴ카사장 울지마 ㅋㅋㅋㅋ
— 자네 메뉴 좀 보여주겠나?
— 여기, 몇 플레이트 만들어뒀습니다.
— 호오~ 재밌는 요리들이군. 카메라 좀 가까이 대주게.
그 후로 남은 5분.
한길과 람지는 서둘러 서로의 메뉴를 공유했고.
— 조만간 직접 가서 직접 맛볼 걸 기대하고 있겠네
— 네, 들어가세요
통화는 그대로 종료되었다.
전화를 끊고 난 후에야 주위를 둘러본 한길은, 카키를 보고 깜짝 놀랐다.
— 카키, 아직도 있었습니까? 중간에 가신 줄 알았습니다.
— 계속··· 옆에 있었는데···
— 말을 좀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 ···.
ㄴㅋㅋㅋㅋㅋ
ㄴ누가 셰프한테 다시보기 좀
ㄴ투명화 스킬이 해제되었습니다
ㄴ천진하게 말하는 거 킹받네
ㄴ그보다 진짜 람지랑 같이 팝업하는 건가요?
ㄴ람지가 직접 한국에 오는 건가요?
ㄴ오면 며칠이나 있어요?
— 네, 이번 팝업은 람지 셰프와 함께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확한 일정은 디올 측에서 공식 보도자료를 낼 예정입니다. 람지 셰프의 체류 기간은 5일입니다.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제야 댓글 창을 확인한 한길은 간결하게 답변을 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시선을 돌려 카키를 바라보자, 카키가 뭔가 억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방송은 어떻게 나왔나요?”
“···.”
“이상하게 나왔습니까?”
“··· 아뇨.”
“그, 죄송합니다. 아까는 얘기하느라 신경을 못 써줘서.”
“···.”
영상 회의 장면을 간접 촬영하자는 것은 한길의 아이디어였다.
솔직히 말하면, 잔꾀였다.
람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은 상황이라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더 집중할 테니까.
업무나 요리에 대한 대화라면, 람지에게 꿀리지 않을 자신도 있었고.
그런데···
기억을 아무리 되감아 봐도, 카키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미안합니다. 제가 가끔 눈 돌아갈 때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이번에도 그런 모양입니다.”
“··· 익숙해서 괜찮아요.”
뒤늦게 영상을 확인한 한길은 카키에게 몇 차례 더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결과물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사람들의 이목이 대화보다는 카키의 안쓰러운 시도에 몰린 건 조금 아쉬웠지만. 람지에게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카키에게 신경을 쓰는 편이 낫다.
최대한 힘의 균형을 맞춰야 했으니까.
‘시작인가?’
이제는···
진짜 멈출 수 없다.
멈출 생각도 없었고.
#
한길과 람지의 대화가 이슈화되는 데에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람지한테 참교육 당하는 카키.jpg] [카키튜브에 람지형 나왔는데 이거 진짜임?] [람지 한국 오는 건가?] [고르댕 람지의 온도차.gif]···
해가 지기도 전에 몇몇 커뮤니티에는 자막과 함께 라이브 방송의 캡처 화면이 올라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한길의 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안녕하세요, 데일리 뉴스의 김일보 기자입니다. 이한길 셰프 되십니까?”
“맞습니다만, 이 번호는 어떻게 알아내셨죠?”
“예전에 한스키친 구인 글 올리실 때 사용하셨던 번호라 혹시 몰라 시도해 봤습니다.”
“···.”
“갑작스럽지만 오늘 올라온 라이브 방송에 대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정말 람지에게 중탕기를 선물로 주신 겁니까?”
“사실입니다.”
“한국의 전통 조리도구를 세계적인 셰프에게 알려주신 거군요! 혹시 람지와는 어떤 인연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유럽에서 스타주를 하던 중 뵙게 되었습니다.”
“아하! 혹시···”
기자와의 급작스러운 전화 인터뷰를 마친 후.
한길은 서둘러 예전에 이용했던 구인 사이트에 접속했다.
연락이 오는 건 상관없지만, 자신의 개인 번호가 노출된 게 영 찝찝했던 탓이다.
오래전에 이용했던 사이트라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찾는 도중,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다시 전화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코리아뉴스의 박한민 기자입니다. 이한길 셰프 되십니까?”
그 후로도. 게시글을 지우는 사이에 무려 4명의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떻게 번호를 찾아내는 건지, 조금 놀라울 지경이었다.
ㄴ 솊! 1 2호점 언론 전화 ㅂ발쳐서 전화ㅅ 뽑아놔ㅆ어여
슬아로부터 온 카톡을 보니. 안 그래도 바쁜 영업장에도 전화가 쏟아진 모양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도 빨랐다.
내용도 한길이 예측한 대로였고.
기사를 읽기 위해 링크를 클릭을 하려는데,
지이이잉—
지이이잉—
다시금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아는 번호였고, 영상통화 요청이었다.
연락이 온 이는 페르난도였다.
수락을 누르기가 무섭게, 걱정 가득한 얼굴의 페르난도가 고함을 지르다시피 외쳤다.
— 한길, 자네!!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