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322)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322화(322/325)
322. 거대한 실험
회식 다음 날.
카키는 일전에 탔던 대형 버스를 다시 불렀고. 그 버스 덕분에 레스토랑 일행 전원이 함께 람지를 공항까지 배웅해줄 수 있었다.
“카사장님, 그냥 아예 전속 버스 구비해두는 건 어떻습니까?”
“주차공간이 없어.”
“그럼 아예 전속 주차장을 구비해두는 건?”
“그건··· 나쁘지 않은데?”
“오오오! 강남에 카키 전용 주차장 하나 세웁시다!!”
카키는 요리사들과 여느 때와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한길! 지금 저들, 무슨 얘기 중인가?”
람지는 그들의 대화에 이상할 정도로 많은 호기심을 보였다.
어쩔 수 없이 한길이 통역해주자, 람지가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정말 유쾌한 주방이야! 안 그래도 다음 지점은 아시아에 내려고 했는데, 역시 한국이 정답인 것 같군.”
“언제든 오시죠.”
“그때까지 자네가 한국에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뭐, 한국이 아니라 해도 어디서든 다시 볼 수 있으니.”
“미국에 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꼭 그러도록. 이번 여행은 정말··· 즐거웠네.”
람지는 아쉬움이 듬뿍 묻어있는 인사를 한 후 떠났다.
출국 공항 게이트에 들어서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에는 미련이 뚝뚝 떨어졌다.
“윽, 람지 형님 떠나니까 심장에 구멍이!!!”
“그래 봐야 며칠이나 같이 있었다고?”
“넌 사람의 인연을 시간으로 따지냐? 영혼이 통했단 말야, 영혼이! 내 소울메이트가 떠났다고!!!”
“지랄.”
“안 되겠다! 이별주 달릴 사람!”
람지가 떠난 후 한동안 소란스러웠지만.
“니들, 술 마시면 내일 나한테 죽는다?”
“윽!”
“술은 무조건 일이 끝난 후에! 내일부터 다시 달려야 하는 거 알잖아? 오늘은 절대 금주야. 알겠어?”
“예스, 셰프!”
유셰프의 호령에 요리사들은 얌전히 귀가했다.
한편.
한길, 카키, 유셰프와 최셰프는 다시 3호점으로 돌아왔다.
이쪽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2단계의 시작이다.
#
3호점 사무실 한쪽에는 카키를 위한 작은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자투리 공간에 컴퓨터, 마이크, 조명 등의 기본 장비를 세팅해둔
간이 너튜브 방송 스튜디오다.
오늘은 그 공간에 한길이 카키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셰프, 시작할까요?”
한길이 고개를 끄덕이자 카키가 라이브 방송을 켰다.
카키는 최근, 라이브 방송을 자주 진행하고 있었다.
팝업 준비과정부터 팝업 방문 손님들의 현장 인터뷰, 람지와의 뒤풀이까지.
알짜배기 콘텐츠가 올라온 덕분에 카키의 라방을 기다리는 이들도 꽤 많았고.
덕분에 접속하기가 무섭게 상당한 시청자가 모였다.
카키는 편안하게 몸을 의자 뒤로 젖히며 말을 꺼냈다.
“방금 람지 보내고 왔어요. 어제 뒤풀이를 너무 달리는 바람에 2시간밖에 못 자서 피곤하니까. 오늘은 짧게 갈게요.”
그렇게 말한 카키는, 컴퓨터 우상단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여기 클릭하면 투표창이 뜨는데 거기에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메뉴 이름이 적혀 있거든요? 15개 요리 중에 시청자분들이 제일 마음에 드는 거 3개를 골라서···”
시청자 투표를 할 생각이었다.
한길이 지금까지 선보인 메뉴는 총 15개.
그중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요리 TOP 3를 고르고 싶은 것이다.
“어디 보자··· 지금 시청자가 5천 명이니까 숫자는 충분하네. 5분 후에 투표 마감합니다! 중요한 거니까 신중하게 선택해주세요.”
ㄴ중요한 거?
ㄴ또 뭘 하려고 ㄷㄱㄷㄱ
ㄴ그냥 인기투표는 아닐듯
ㄴㄹㅇ 여기는 매일 뭔가 해프닝이 있음
ㄴ설마 팝업 연장?
ㄴ앵콜 ㄱㄱ
ㄴ제발 다시 해주세요ㅠㅠ
ㄴ 저 진짜 예약 오픈하자마자 들어갔는데 래그 걸려서 결제를 못했어요ㅠㅠ 폰 바꿔야지 했는데 못 바꿔서ㅠㅠ 제발 다시 해주세요ㅠ 인생 소원이에요ㅠㅠ
ㄴ800석은 좀 너무했지
ㄴ근데 뭘 기준으로 투표하면 되죠?
ㄴ제일 먹어보고 싶은 찍으면 되는 거 아님?
투표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한길의 메뉴를 직접 맛보지 않았다.
팝업 레스토랑의 총 좌석 수가 800석인 것에 비해, 현 시청자 수는 5천 명이 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투표를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거다.
메뉴 구상의 시작점인 미션. 요리사들의 메뉴 개발 경쟁.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과정에서 요리사들이 느끼는 희로애락. 그리고 심사위원의 평가와 최종선택.
요리가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영상으로 공개되었으니까.
5분 후,
투표 결과가 나왔다.
“결과를 한번 보죠. 3위는 캐러멜 가루! 2위···는 없고 공동 1위네요. 1위는 얼음 키스랑 수박 육회!”
캐러멜 가루는 입안에서 캐러멜 질감으로 변하는 가루. 얼음 키스는 얼음 위에 굴 그라니타를 올린 요리. 그리고 수박 육회는 수박을 육회처럼 보이게 만든 요리였다.
결과를 발표한 카키는, 돌연 고개를 돌려 화면 밖에 있는 최셰프에게 질문했다.
“최솊, 얘들 가격 어떻게 돼요?”
“캐러멜 가루는 한 잔에 1만 8천 원, 얼음 키스는 2만 5천 원, 수박 육회는 2만 9천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ㄴ??????????
ㄴ별도 판매하는 건가요?
ㄴㄲㅑㅏㅏㅏㅏㅏ
ㄴ수박 육회 진짜 넘 먹어보고 싶었어요!!! ㅠ
ㄴ222 수박으로 어찌 육회 식감이 나옴?
ㄴ어디로 가면 되나요?
ㄴ고르메 키친 아님?
ㄴ낼 고르메 키친 앞에 죽친다
ㄴ거기 지점 둘 다 반년 웨이팅ㅜ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자들이 예상한 대로, 한길은 이번에 메뉴 일부를 판매할 생각이었다.
조금 특이한 방식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댓글 창에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ㄴ가격 양심 없네
ㄴ착한 편 아님?
ㄴㄴㄴ 양을 생각하셈.
ㄴ캐러멜 가루는 소주잔으로 반 잔. 얼음 키스는 굴 하나. 수박 육회도 수박 한 조각만 씀. 셋다 합쳐서 원가 5천 원도 안 나옴
ㄴ그럼 님은 드시지 마셈
ㄴ국민 셰프 요린데 그 정도도 못 내냐
ㄴ국민이 응원하는 마음을 이용해 한탕 해 먹겠다는 게 노양심
ㄴ싫음 그냥 안 가면 되지 왜 여기서 초치고 있냐
ㄴㅂㅁㄱ
ㄴ2만원도 없는 거지새낀가 보지
ㄴ여러분 병먹금!
댓글 창을 확인한 한길이 대응하려는데, 카키가 더 빨랐다.
“비싸다는 새끼, 방송 안 봤나?”
거만한 몸동작과 달리, 카키는 항상 공손하고 예의 바른 말투를 고집해왔다.
그런 카키의 입에서, 가시가 돋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수박 육회를 수박 한 덩이 값으로 계산해? 하··· X발, 장난하냐? 저게 그냥 수박 한 통 사서 썰어 먹는 거랑 같냐?”
ㄴ카사장 빡침
ㄴ워워
ㄴ카키 진정해
ㄴ카사장님 병먹금!!
ㄴ근데 빡칠만함
수박 육회는 유셰프가 개발한 메뉴였다.
본인도 미션에 참가하고 싶다며 발 벗고 나서서만든 첫 메뉴였고.
수박을 70도 오븐에서 12시간 건조하여 과한 수분기를 덜어내고. 냉동고에 얼렸다가 해동하는 과정을 3번 반복한 후, 훈제하여 만든 요리다.
육회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비주얼도 신기했지만, 그 식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약한 불에 건조해서 수박의 과한 수분을 천천히 증발시키고.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여 연약한 과육을 질깃하게 만들어 고기의 씹는 맛을 재현한 거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유셰프가, 심혈을 기울여 식감만으로 승부수를 던진 요리였다.
완벽한 식감을 재현하기 위해, 유셰프는 500번도 넘는 시도를 했더랬다.
모두가 퇴근한 후에 홀로 남아 레스토랑에 있는 오븐을 몽땅 사용하여 온도별, 시간별 차이를 확인하고. 꼼꼼하게 모든 표본을 기록하며 실험을 반복했다.
한동안 완성품을 샘플 #521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그래, 니 원리대로 가격 책정한다 치자. 저거 개발하기까지 수박 134통 쓴 건 왜 빼냐? 오븐 돌리는데 들어가는 전기값은? 유셰프 월급은? 강남에 있는 주방 쓰는 건 공짜냐, X발.”
카키는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었다.
“옷은 왜 원단값보다 더 받냐? 디자이너 옷이랑 보세 옷은 같은 원단 쓰면 같은 값이냐? 스마트폰도 부품값만 주지, 왜 웃돈 얹어서 사냐? 병신같이.”
ㄴ카사장 시동걸림
ㄴ역쉬 카키는 프리스타일
ㄴ이 와중 딕션 보소 ㅎㄷㄷ
ㄴㄹㅇ 귀에 내리꽂는 목소리도 아니고 뇌수에 갖다 박는 목소리
ㄴ라임은 아쉬운데 플로우가 예술
ㄴ논리도 ㅆㅅㅌㅊ
ㄴ누가 합격 목걸이 들고 와라
카키는 다시금 독설을 장착했지만,
“카키.”
한길의 차분한 음성에 바로 입을 꾸욱 다물었다.
하지만 고개를 휙 돌리고 시선도 바닥으로 내리까는 걸 보니 불만은 그대로인 모양.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카키 삐짐 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 우리 집 댕댕이 혼날 때 표정 존똑ㅋㅋㅋㅋ ㅏㅏㅏㅏㅏ
ㄴ카키 완전 조련당했네 ㅋㅋㅋㅋㅋㅋ
ㄴ역시 1호기가 소리 없이 강하다
ㄴ한길봇은 세계 정복을 위해 제조된 거니까 ㅋㅋ
한길은 화면을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카키가 흥분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가격에는 이 레스토랑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높게 책정한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갑자기 람지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요리의 판매 가격 일부는 그 요리를 개발한 요리사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들의 창의성과 재능, 들어간 시간과 노고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ㄴ오오오
ㄴ잘 터지면 떼돈 벌겠는데?
ㄴ10%만 떼주고 하루 100접시만 팔아도 얼마냐
ㄴ10프로면 유셰프 요리 100접시에 29만 원
ㄴ매일 100접시 한달이면 보너스로 870만
ㄴ암산력 ㅆㅅㅌㅊ
ㄴ보너스로 거의 월 천 찍네 ㅎㄷㄷ
“논점이 흐려졌는데,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에 팝업 레스토랑에 못 와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최대한 많이 모시고 싶었지만, 장소의 한계상 어쩔 수 없었죠. 그래서···”
한길은 잠시 호흡을 주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니까.
“내일 아침 9시에서 11시까지, <한스 키친>에서 일부 메뉴를 한정 수량으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메뉴는 아까 투표 결과로 나온 TOP3, 캐러멜 가루, 얼음 키스, 수박 육회입니다.”
ㄴ??????????
ㄴ???????
ㄴㄹㅇ????
ㄴㄴㅔ?????????
“메뉴당 총 300인분 준비할 예정입니다. 매장에서 드실 수는 없고, 테이크아웃입니다. 판매는 단 하루만 예정되어 있고, 수량 떨어지면 바로 마감입니다. 이태원을 지나가시는 분 중 한번 드셔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ㄴ????????????????
ㄴ쏴리 질러!!!!!!
ㄴㄲㅑㅏㅏㅏㅏㅏ
ㄴㅗㅗㅗㅗㅗㅗㅗㅏㅏㅏㅏㅏㅏㅏㅏ
ㄴ내일이라니 ㅠㅠ
ㄴ평일 9시-11시라니 직장인에게 너무 가혹해요 ㅠㅠ
ㄴ저는 내일 아침에 장염 걸릴 예정
ㄴ이런 우연이! 저도 내일 아침에 장염인데
ㄴ요즘 장염 유행임
ㄴ저는 독감
ㄴ근데 줄 서는데 팀장이랑 딱 마주치면ㅋㅋㅋ
적당히 반응을 살핀 한길은 방송 마무리를 위해 카키를 봤지만, 카키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바닥을 보며 씩씩대고 있었다.
“그러면 저희는 이만 들아가 보겠습니다.”
#
방송 종료 후, 유셰프와 최셰프가 달려와 카키를 진정시켰다.
“캄 다운, 카사장님! 왜 갑자기 급발진이에요?”
“빡쳐서.”
“냅둬요. 그냥 병신 한 마린데.”
“저런 놈은 초반에 족쳐야 해. 보면 알잖아? 순수하게 지 의견을 내려는 놈이 아냐. 개같은 팩트 들고 선동하려는 놈이잖아?”
“하하, 카키. 진정하세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잖습니까.”
‘과연 그럴까?’
한길의 생각은 달랐다.
댓글창에서 토를 다는 사람은 분명 한 명뿐이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뿐, 그 사람의 말에 동의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거다.
한길이 판매하는 요리는 말 그대로 한입 요리였다. 한입 맛 보는데 2~3만 원을 내는 거다.
한입에 2~3만 원은 결코 저렴한 게 아니다.
게다가.
한길의 요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미식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람지의 인정을 받은 한국인 셰프의 요리를 맛보려는 거지.
‘그 사람들은 미식가가 아니니까.’
미식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요리를 소비하는 기준은 맛과 양이다.
혀를 만족하는 요리가 우선이고.
가격대비 배도 부르면 좋다.
미식에 투자할 생각은 없다.
— 고창의적인 요리는 6감을 자극한다네.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네.
이것이 페르난도가 말한 고창의 요리의 조건이었다.
생각하게 만드는 요리.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리. 당장 입안에 느껴지는 맛이 아니라, 맛을 보는 경험 자체에 의미가 있는 요리.
페르난도는 간혹 맛이 없는 요리를 내기도 했다. 혀를 불태워버리는 맛. 신기하거나 특이하지만, 딱히 맛이 있다고는 인지되지 않는 요리.
‘세상에는 이런 맛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요리를 만들었다.
미식의 범위를 확장하는, 모험과도 같은 요리였다. 그리고 만족이 보장되지 않는 미식 모험에 참여하는 이들은 미식가뿐이었다.
— 파인 다이닝에서 지갑을 여는 사람들은 미식가일세!
페르난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 시대의 현주소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바꿀 수 있지.’
미식가는 태어나면서부터 미식가가 아니다.
반복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거다.
그게 한길이 공략하려는 부분이었다.
“그나저나, 셰프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유셰프의 질문에 한길은 어깨를 으쓱였다.
“한번 맛보는데 30만 원은 부담 가지만 2-3만 원이면 해볼 만 하니까요. 접근성을 높인 거죠.”
“하긴, 그 정도 가격이면 그냥 한 번쯤은 먹어볼 수 있으니까요.”
팝업 레스토랑에서 한길의 코스 요리에 책정된 가격은 30만 원이었다.
일생에 한 번의 기회라고 해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15개 요리를 한 번에 소비하는 게 아니라··· 조각조각 나눠서 개당 2-3만 원에 판매한다면?
“테이크아웃 방식도 기발하다니까요? 왜,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이 있어도 혼자 가기는 좀 그렇잖아요? 같이 갈 친구도 찾아야 하고, 시간도 맞춰야 하고···.”
“그뿐이 아니죠. 레스토랑에 가서 요리를 하나만 시키기에는 눈치가 보이죠. 왠지 구색을 갖춰서 2인에 3개 정도는 시켜줘야 할 것 같고, 그러면 기본 비용이 올라가니 부담이 되죠.”
“그러니까요! 테이크아웃이면 지나가면서 그냥 한번 먹어볼 수 있잖아요? 처음 들었을 때는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이게 갭이 엄청나더라고요.”
“그 한 끗 차이가 큽니다.”
“내 말이! 셰프, 이건 어디서 난 아이디어에요?”
한길은 대답 대신 씨익 웃었다.
진실을 말해줄 수는 없었으니까.
이 아이디어는 프랑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퐁파두르와 함께 일으킨 살롱 요리 열풍을 참고한 거고.
파리에서 풀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이들은 귀족들뿐이었다. 그만한 재력을 갖춘 이들은 귀족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부르주아들 역시 같은 요리를 먹었더랬다.
풀 코스는 맛볼 수 없어도, 같은 연회 요리사에게 2~3개의 요리만을 주문해서 먹을 수는 있었다.
만약 살롱 요리가 귀족들 사이에서만 인기를 얻었다면?
퐁파두르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귀족보다 수적으로 우세한 부르주아들까지 그녀의 요리에 열광했기에, 파리 전체를 휩쓸 수 있었던 거다.
그게 한길의 목표였다.
파리의 살롱 열풍을 현대에 재현시키는 것.
미식은 귀족만의 영역이 아니다.
허들을 낮추면, 누구나 경험해볼 수 있다.
“람지를 이런 데에 이용한다는 것에서는 진짜 혀를 내둘렀지 말입니다. 하하하.”
최셰프는 껄껄 웃고 있었다.
최셰프의 말대로.
람지와의 콜라보는 이를 위한 준비 단계였다.
한길이 무턱대고 이런 시도를 했다면, 외면당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한길은 국민 셰프였다.
람지의 인정을 받은 한국인 셰프.
한국 조리법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 셰프.
누구나 한 번쯤은 한길의 요리를 맛보고 싶을 거다.
한길은 그 관심을 미식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으로 전환힐 계획이었다. 경험만 쌓으면 미식가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실패할 수도 있지.’
호기심에 접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열기가 사그라지면 흥미도 식을 거다.
잠깐 반짝하다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이 관심을 제대로 된 미식 문화로 바꿀 수 있다면?
한길에게 관심을 주는 이들을 몽땅 미식가로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무대를 놓고 실행하는 거대한 실험이었다.
그것이 바로 2단계,
2번째 가속화 지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