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323)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323화(323/325)
323. 혁신
다음날.
<한스키친> 앞에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안 그래도 좁은 골목길을, 인파가 가득 메우는 바람에 경찰까지 출동한 것이다.
준비된 수량은 한 시간 반 만에 동이 났고, 인파는 금방 흩어졌지만. 이날, 이태원에서 벌어진 소동은 저녁 뉴스에 보도되었다.
〖박주헌 (프리랜서): 새벽 5시부터 와 있었는데 이미 50명 정도가 줄을 서 있더라고요.
김하리 (학생): 한길 셰프 팬이에요! 자기 실력만으로 람지의 인정을 받은 것도 대단한데··· 그 와중 손님들 한명 한명과 인사 나누면서 ‘베스트 고르메’ 멤버십 가입까지 직접 도와주시더라고요. 완전 감동했어요!
강상민 (상인): 줄이 얼마나 긴지, 기네스북에 오를 것 같더라니까요? 이한길 셰프가 등장할 때는 진짜 지진 나는 줄 알았어요. 사람들이 워낙 소리를 질러서 땅이 흔들릴 정도였거든요.〗
맛집 앞에 줄을 서는 건 흔한 광경이지만, <한스키친> 앞에 늘어선 줄은 그 규모가 달랐다.
인근 매장이 문을 열기 전에 팝업을 진행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날 저녁,
한길과 카키는 다시 방송을 켰다.
“오늘도 투표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신중하게 선택해 주세요. 네, 현장 판매할 거고요··· 이번에는 한스 키친이 아니라 페이튼 호텔에 있는 고르메 랩입니다. 시간은 오후 1시에서 3시까지···.”
다음 날은 강남에서 같은 소동이 벌어졌다.
3호점에서 메뉴 일부를 테이크아웃 형식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호텔 측에서는 흔쾌히 허가해주고 직원 몇 명을 지원해주어 손님 관리를 도와주었다.
아직 호텔이 정식으로 오픈하기 전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날 저녁 9시.
페이튼 호텔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줄이 다시 한번 뉴스에 보도되었다.
부감으로 촬영된 페이튼 호텔의 ‘바빌론 정원’ 조경은, 공짜 광고나 다름없었다.
이에, 호텔 측은 팝업을 유지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길이 페이튼 호텔에 머무른 기간은 고작 사흘이었다.
그 후로는 홍대에 있는 한 공유 주방을 빌려서 깜짝 등장했고. 또 며칠 후에는 분당에 있는 공유 주방에 출몰했다.
한길은 여기저기에 갑자기 등장해서, 2-3시간 동안 자신의 요리를 판매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매우 특이한 형식의 ‘유랑하는 팝업 레스토랑’이었다. 이는 알레한드로의 전략이었고.
“계속 움직여! 한 곳에 있으면 사람들이 ‘나중에 그 동네에 갈 때 한번 들러야지’하고 잊어버리거든. 매일매일 관심사가 되려면, 매일 ‘얘들이 뭘 하지?’를 궁금하게 만들어야 해!”
유랑하는 팝업 레스토랑에 참가하는 이들은 한길과 신입 요리사 4명뿐이었다.
고르메 키친 1, 2호점은 여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3호점의 요리사들은 매주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었으니까.
한길을 비롯한 5명의 요리사가, 별동대처럼 서울 곳곳에 출몰하여 불을 지피다 오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그러자 한길은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ㄴ한길동이에요? 왜 계속 여기 번쩍 저기 번쩍 하세요?
ㄴ한길동ㅋㅋㅋㅋㅋㅋ
ㄴ지방러는 오늘도 웁니다 ㅠ
ㄴ한길동 동해 번쩍 할 타이밍! 속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ㄴ부산도 한번···
ㄴ관광 겸 거제도에도···
새로운 별명은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알레한드로의 전략은 먹혔다.
요리 하나 맛보기 위해 일상 업무를 내팽개치고 원행을 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한길이 자신의 동네에 출동한다면?
점심시간에 잠깐 나갔다 올 수 있지 않을까?
수업 들어가기 전에 잠깐 갔다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은 사람들은, 매일 한길의 일정을 확인했다.
— 요즘 눈 뜨면 전날 카키 라이브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 됨 ㅋㅋㅋ
— 드디어 평택에 떴다!!
— 한길동 대전도 와줘요!!!
— 제주도도 올 거라 믿고 존버중
미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상적으로 한길의 행보에 주목하게 되었다.
#
유랑 팝업의 효과는 좋았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했다.
최셰프에게 가혹한 업무였다.
매번 새로운 장소를 찾고. 필요한 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했으니까.
“조금만 참아요, 묘책이 있으니까.”
알레한드로는 그렇게 말하며 최셰프를 달랬다.
그리고 최셰프의 눈에 짙은 다크서클이 들어앉을 때 즈음. 알레한드로는 솔깃한 제안을 물어왔다.
디올에서 다시금 콜라보를 제안한 것이다.
푸드트럭을 공동 운영하자고.
“이제 최셰프는 해방입니다! 떠넘기기 성공!”
“가, 감사···.”
알레한드로는 환하게 웃었고, 최셰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디올의 제안은 솔깃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푸드 트레일러를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푸드 트레일러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허가를 받는 것도 그쪽에서 해주겠다 했다.
심지어,
“테이크아웃 포장 용기도 떠넘겼지. 저쪽에서 조금 더 그럴싸하게 디자인해준다네? 별스타 감성으로!”
안 그래도 한길의 팝업은 가격 대비 포장이 허술하다는 비평을 받고 있었는데.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콜라보의 대가로 한길은 상당한 개런티까지 받을 수 있었다.
“대신 방송에서는 절대 푸드트럭이라고 부르지 말래. 그 용어는 트렌디하지 않으니까. 꼭 데일리 팝업 레스토랑이라고 불러.”
“거기서는 왜 이렇게까지 투자하는 건데?”
“내가 누구냐! 다 수가 있지!”
알레한드로는 요즘 날아다니고 있었다.
오랜 기간, 속으로만 떠올렸던 아이디어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기가 왔으니까.
“요즘 명품 브랜드들이 제일 노리는 고객층이 바로 밀레니얼이랑 제너레이션 Z거든. 네 팝업 앞에 맨날 줄 서는 사람들 눈에 띄고 싶어서 난리인 거지. 시간만 더 있으면 더 뜯어낼 수도 있었는데, 그냥 여기까지만 받고 넘어간 거야.”
한길의 유랑 팝업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한 것이었다.
디올에서 제공한 트레일러는 꽤 멋졌다.
일단, 사이즈부터가 트럭이 아닌 트레일러였으니까.
트레일러 한쪽 면에는 거대한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는 디올 관련 영상을 상시 상영됐다.
내부는 마치 카페처럼 꾸며져 있었다.
‘별스타 맞춤형’ 디자인이라고 들었다.
트레일러의 비주얼은 별스타 인플루언서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머지않아 한길x디올 데일리 팝업은 ‘별스타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명소가 되었다.
— 여친이 이번 데이트 한길동 팝업 꼭 가자는데··· 일요일에는 어디에 뜰 거 같음?
— 지금까지 한길동 이동 경로를 분석해 보면, 20킬로 반경 내에 연달아 등장하지는 않음.
— 한길동 예상 경로 올려봅니다.
한길의 데일리 팝업은 출동만 하면 어마어마한 인파를 불러왔고. 일부 언론에서는 한길을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
별스타 피플은, 그동안 한길동을 애타게 찾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부류였다.
이들은 요리에 아예 관심이 없었으니까.
심지어 국뽕에도 지갑을 열 생각이 없었다.
한길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셰프라는 것은 알고 있고 응원도 했지만. 굳이 돈을 내면서까지 찾아가 먹을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사진이었다.
어차피 괜찮은 별스타 한 장 건지려면, 2-5만원 정도는 써야 했다.
그 비용을 내고 유명 셰프의 요리를, 디올 트레일러에서 맛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 부분이 중요했다.
이들은 미식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
한길의 타깃층이었다.
딱 한 번만 맛보면 되었다.
그 한 번이 중요했으니까.
가루가 입안에서 녹아내리며 진득한 캐러멜로 변하는 마법. 입술에 닿는 차가운 얼음이 주는 ‘온도의 맛.’
한길의 요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오감을 자극했다. 지금껏 먹어본 요리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별스타 피플은 놀랐다.
그리고 ···
그들은 새로운 유행에 불을 지폈다.
#
‘솜씻너’라는 단어가 있다.
‘솜사탕을 씻는 너구리’ 짤에서 유래된 단어다.
너구리는 음식을 먹기 전에 물에 씻어서 먹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런 너구리가 솜사탕을 먹으려고 하면?
물에 씻는 순간, 솜사탕이 녹아서 사라진다.
사라진 솜사탕을 보며 어리둥절해 하는 너구리의 표정이 이 짤의 재미 포인트였다.
별스타 피플은, 한길의 한입 요리에 이 표현을 사용했다.
아름다운 요리를 손에 얻어 기뻐하고.
눈을 감고 그 황홀함을 잠시 음미하다가.
눈을 뜨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좌절하게 된다.
그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 순간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5초짜리 영상으로 만들어서 톡톡에 공유했다.
‘#솜씻너 챌린지’라는 태그와 함께.
톡톡은 짧은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유독 이런 챌린지가 유행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톡톡의 챌린지에는···
전 세계 톡톡 사용자들이 참여했다.
한국에서 시작된 #솜씻너 챌린지가 전 세계 톡톡 사용자들에게로 확장해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외 사용자들은 한길의 요리를 직접 맛볼 수 없었지만. 아쉬운 대로 자기 주변에 있는 한입 요리를 먹으며 #솜씻너 챌린지에 참여했다.
그러던 와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길이 너튜브에 자신의 레시피 일부를 공개한 것.
한길의 메뉴는 대개가 일반인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메뉴였지만. 그렇지 않은 메뉴도 더러 있었다.
한 예로, 캐러멜 가루는 재료와 믹서기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재료의 비율과 비밀 재료.
한길은 그 비법을 너튜브에 공개한 것이다.
— 오리지널 한길표 캐러멜 가루로 #솜씻너 챌린지 재도전!
덕분에 해외에 있는 톡톡 사용자들도 한길의 요리로 #솜씻너 챌린지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동양인, 백인, 흑인.
모든 인종이 한길의 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고 영상을 촬영했다.
이들에게 한길의 요리는 놀이였다.
때마침 영상을 찍기 좋은 비주얼을 갖고 있었고. 처음 먹었을 때, 너무 놀라워서 저도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그 표정이 너무 웃겨서 조회수를 늘렸다.
그리고···
다음 요리는 과연 어떤 놀라움을 줄지, 기대하게 되었다.
— 너튜브에 이한길 셰프 신메뉴 공개됨!
— 이번에는 레시피 공개가 아니네ㅠ
— 다음 솜씻너 챌린지 메뉴는 뭘까?
— 한길, 레시피도 공개해라···
이들은 조금씩, 놀이가 아닌 미식에 빠져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도 자각하지 못하게 천천히.
그리고 나중에는···
— 한국에 사는 사람들 부럽···
— 나, 못 기다리겠어서 이번 생일날 근처 파인 다이닝 예약함! 미국판 솜씻너 촬영 예정!
자신의 근처 파인 다이닝을 찾아갈 정도로 미식에 관심을 보였다.
물론, 한국에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파인 다이닝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젊은 층이 늘어가고 있는 것.
‘신기하네.’
자신이 시작한 일이지만, 한길 역시 놀라고 있었다.
이 모든 게 계획된 일이기는 했다.
파리에서도 귀족의 요리를 부르주아가 따라 하고, 종국에 가서는 부르주아의 요리를 서민들이 따라 만들면서 살롱 요리 붐이 완성되었으니까.
붕어빵 레시피북을 만들어 서민들 사이에 배포한 적도 있었고.
다만, 인터넷과 SNS 세대에 이걸 접목하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모든 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 속도감에 한길조차도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미친! 이건 진짜 나중에 교과서에도 등장할걸? 그동안 ‘파이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 사례가 있었는데, 이 정도로 충격적인 사례는 없으니까! 10년 후면 다들 우리가 해낸 이 일을 갖고, 시장을 바꾼 사례라고 난리 칠 거라니까!”
알레한드로는 최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한길의 행보는 파급력이 컸다.
쿡방 열풍 이후로 시들해졌던 요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부흥하고 있었다.
단, 쿡방 열풍과 명확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예전에는 여러 셰프와 방송이 주도한 열풍이었지만, 이번에는 열풍의 중심에 오직 한 사람만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
모두를 놀라게 한 새로운 소식이 터졌다.
#
이번 소식은 중탕기와 연관이 있었다.
람지가 신메뉴를 발표하며 중탕기의 우수성을 해외 언론에도 알린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더 불독에서도 중탕기를 활용한 메뉴가 나왔다.
거기에 더불어···
예상치 못한 이름이 하나 더 등장했다.
[알랭 더카스, 중탕기 붐에 합류] [미슐랭 최다 보유 셰프 더카스, “한국의 중탕기는 혁신적인 기술”] [더카스, 너도···? “이한길 셰프에게 소개받았다”]국내 언론은 축제 분위기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람지.
셰프들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페르난도.
그리고 세계 최다 미슐랭 별을 보유한 더카스.
세 명 모두의 입에서 중탕기 찬양론이 이어졌고, 그 중탕기를 소개한 인물로 이한길 셰프를 꼽은 것이다.
3관왕을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길은 국민 영웅이 되었다.
그전에도 영웅 대우를 받았지만, 이제는 국보로 여겨야 한다는 여론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해외 언론이 한길을 주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한국 언론은 오래전부터 람지와 중탕기의 연관성을 알고 있었다. 세계적인 셰프가 한국의 기술을 인정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했고.
하지만 이 소식에 열광하는 이들은 한국인뿐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미식 업계를 선도하는 3명의 셰프가, 동시에 중탕기로 만든 신메뉴를 개발했으니까.
[람지, “중탕기, 재료의 풍미를 가장 잘 보존···” [더카스, “중탕기는 제2의 수비드.”] [페르난도, “중탕기는 오랜만에 보는 신기술···”]새로운 조리 기술의 탄생이었다.
이 소식은 각국의 미식 전문 매체에
보도되었고, 전 세계 셰프들이 관심을 보였다.
머지않아 한국에서 제조되는 중탕기는,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 중탕기 사용해서 에센스 내봤는데, 지금까지 만든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 반신반의했는데, 이건 제2의 수비드가 맞습니다. 전혀 다른 식감을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중탕기를 손에 넣은 셰프들은 연일 그 효능을 찬양했고. 외신은 중탕기와 관련된 기사를 더 작성하게 되었다.
그들이 한길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전 세계 거장들에게 중탕기를 소개한 장본인이었으니까.
전해 들은 바로는, 페르난도의 스타주로 있다가 더카스와 람지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길을 본격 취재하기 시작한 외신 기자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한길은 이미 빌 페이튼의 인정을 받은 바 있었고, 최근 젊은 층 사이에 부는 미식 열풍, #솜씻너 챌린지를 유행시킨 인물이었다.
한길의 행보를 보다 자세히 취재하던 외신 기자들은 다시 놀라움을 터트렸다.
한길은 이동식 팝업을 통해 파인 다이닝의 접근성을 높였고, 이로 인해 2030 세대에서 미식 붐을 일으키고 있었다.
너튜브에 메뉴 개발 과정을 공유하며 상당한 구독자를 모으고 있었고. 요리사들에게 수익 일부를 돌려주는 인센티브제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희귀 재료 공급자들의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기사로 다룰 거리는 차고 넘쳤다.
[이한길 셰프의 혁신적인 시도, 파인 다이닝 업계의 변신?] [이한길 셰프의 전략, 침체에 빠진 파인 다이닝의 탈출구가 될 것인가?]전 세계적으로 파인 다이닝 업계는 계속된 침체에 위기를 겪고 있었다.
저명한 셰프들조차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고. 람지나 레드제피 같은 유명 셰프들조차 이를 극복하기 위해 캐주얼 다이닝에 뛰어드는 분위기였다.
유명 셰프들조차 살아남기 위해 대중에게 친숙한 버거 등의 메뉴를 다뤄야 하는 시대.
그런 시대에서···
한길의 시도는 혁신 그 자체였다.
셰프들이 대중적인 메뉴에 진입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대중을 파인 다이닝으로 끌어오고 있었으니까.
[파인 다이닝의 대중화, 가능할까?] [요리와 너튜브, SNS – 새로운 활용법]미식과 관련된 해외 매체들은 한길의 업적에 대한 기사를 수없이 생산했다.
그리고 음식 평론가와 칼럼니스트들 사이에서는 ‘파인 다이닝의 대중화’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미식은 포괄적인 경험입니다.
맛뿐 아니라,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서비스까지 포함해서 미식인 겁니다.
그래서 미슐랭 심사 기준에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한길 셰프의 대중화 방식은 그 분위기를 간과하고 오로지 접근성과 호기심만 자극하고 있습니다.
‘파인’이 빠진 ‘파인 다이닝’이죠〗.
〖요즘 미식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이유는, 미식에 대한 사고가 낡았기 때문입니다.
미슐랭도 예전만큼 익사이팅하지 않죠.
요즘 셰프들은 분명 모두가 다른 요리를 만들고 있는데, 이상하게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듭니다.
새로운데 예측 가능한 새로움입니다.
그런데 이한길 셰프의 시도는··· 다른 걸 떠나서, 익사이팅합니다.〗
한길의 시도를 좋게 보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이것은 미식이 아니라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각자의 칼럼에서, 온라인 패널에서, 요리 관련 행사에서. 한길의 행보를 두고 활발하게 논의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새로운 시점, 새로운 시도였으니까.
개중에는 유난히 한길에게 비판적인 한 미식가도 있었다.
〖미식은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문화의 상징입니다. 이렇게 유행처럼 소비되는 것에는 회의적이군요. 문화와 유행은 다르니까요.
게다가, 아직 미슐랭 별을 단 한 개도 받지 못한 셰프의 실험에 이렇게까지 큰 의미를 두는 건 너무 성급하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 미슐랭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하나, 미슐랭 별은 아직 셰프의 기본 자격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출발선에 서지도 못한 셰프의 행보에 이렇게까지 주목하는 건 이상하군요.〗
미슐랭 별 하나 받지 못한 젊은 셰프의 실험에 미식 업계가 이렇게까지 시끌벅적한 건 말이 안 되었다.
‘미식 역사를 통틀어 이런 적이 없었다고!’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그 미식가는 저도 모르게 멈칫하게 되었다.
아직 별 하나 받지 못한 젊은 셰프의 행보에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인다?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미식 역사를 통틀어서 단 한 번도.
그나마 가장 유사한 사례는 20여 년 전이었나.
미식 역사를 바꿔 놓은 젊은 2 스타 셰프가 등장할 때였다.
‘그러고 보니 페르난도의 스타주라고 했었나?’
미식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